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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휼륭하군, 휼륭해. 이거 아주 제대로 한방 먹었는걸."
"옥사건 준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옥사건 준위의 언데드 병력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것은 알지만 제 내력 또한 뇌우만개 한번으로 바닥날만큼 수련이 얕지 않습니다."
일문의 소문주쯤 되면 문파에서 영약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을테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내 아이언 메이든에는 군단급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고 이 싸움이 소모전으로 치달으면 결국 승리를 거뭐지는 것은 나다. 하지만 단순히 좀비의 사지가 절단되는 것과는 별개로 뇌우만개로 인해 언데드 서킷이 타버리면 수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안그래도 일전에 디파일러 로열 나이트 쿠자르를 위시한 연대급 디파일러 병력과 싸우느라 입은 병력손실이 적지 않은데 추가피해를 입기는 싫다.
"뭐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딱 한가지 천대주가 대규모 병력을 상대로 꽤 쓸만한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점 하나는 인정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항복할거라 생각했다면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어. 처음부터 언데드 크리쳐가 없었던셈 치고 싸우면 그만이니까."
"제가 강령술사라는 존재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것은 아니지만 언데드 크리쳐 없이 어떻게 싸우실 셈입니까? 설마하니 일전에 보여주셨던 권각술을 사용하시려는 거라면 말리고 싶군요. 솔직히 말해 구룡대의 말석인 초패랑과 싸워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였습니다."
"내가 아무리 권각술이 형편없어도 초패랑정도야 가볍게 이기지, 아니 이 말을 하려던게 아니라. 이봐 천대주 사람이 태어나서 일가를 이룰수 있는 분야는 몇 개 정도일거라 생각하나?"
"그저 잡합다식으로 긁어모은다면 양손으로도 셀 수 없겠으나 일가를 이루었다는 말을 꺼낼 수 있을정도가 될려면 한 분야에서도 쉽지 않다고 봅니다.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단순한 시간끌기같지는 않습니다만."
"그건 천대주같은 수재들이나 그런거고 나같은 천재는 최소 두 분야 이상에서 일가를 이룰 수 가 있지. 즉 강령술이 내 전부는 아니라는 소리야. 똑똑히 봐두라고 압도적인 힘의 격차라는 표현을 쓰기 딱좋은 상황이 연출될테니까."
내 정신망 다발의 반은 검은색으로 나머지 반은 무지개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즉 내가 강령술사로서 DF 등급을 받았다면 변이술사로서도 DF 등급에 필적한다는 소리였다. 단순히 얼티밋 언데드 폼을 완성하기 위해 배운 잡학다식이 아니였다. 변이술식만으로 천외천의 이명 키메라 워리어(Chimera Warrior)를 부여받은적도 있는 내게는 대인전투에 특화된 비장의 한 수 가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 이 한 수를 사용하지 않았던것은 이 능력을 사용하는 동안만큼은 내 영력이 저당잡히는 꼴인지라 이매망량은 물론 언데드 크리쳐조차 부릴 수 없기 때문이였다.
푸스카야 내가 영압으로 족쇄를 채우지 않아도 충성스러운 녀석이고 일반 미노타우르스 좀비가 유효전력이 될 수 없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때 오랜만에 그 술식을 사용할 적기가 왔다는게 내 판단이였다. 육십번대 변이술식인 비스트 폼(Beast Form)과 육십번대 강령술식인 포제션(Possession)을 접목해 재현한 최악의 고대 포식자가 현세에 다시 강림할 순간이 찾아 온것이다.
얼티밋 언데드 폼 제 2형 괴력난신(怪力亂神) 아크토두스(Arctodus)
내 이마에 갈색 영혼석이 튀어나와 자리잡았다. 그리고 영혼석에 봉인된 고대 포식자의 기억으로부터 포식자가 지녔던 털, 근육, 발톱, 뼈의 배열을 읽어 들인 후 내 몸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을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을만큼의 변이 에너지가 사용되고 나서야 3m 크기의 갈색 곰이 온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재현된 고대 포식자의 육체였지만 나는 이 육체를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
육체의 본래 주인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지만 최고급 스포츠카를 장롱 면허 10년차의 대중교통 애용가가 운전한다면 제 성능을 내기가 어렵다. 하여 나는 갈색 영혼석에 봉인된 육체의 본래주인을 불러들였다. 당근과 채찍을 섞어가며 적당히 부려먹으려 했건만 B 랭크의 영력으로 완벽하게 제어하기엔 이 녀석의 흉성이 만만치 않다.
전투마 나이트메어조차 이 녀석 앞에선 온순한 새끼양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간신히 아크토두스가 좋아하는 피와 살육을 미끼로 녀석의 영혼에 목줄을 채웠다. 천주랑을 위시한 구룡대는 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가 무색할만큼의 대격변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였다. 이 친구들 그렇게 얼타고 있다간 턱주가리가 뜯겨져나갈걸? 왜냐면 아크토두스 모드인 내게는 괴력이라는 추가 능력치가 순수완력을 곱절로 만들어주거든!
[옥사건의 상태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월등한 재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그 어떤 독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시체를 섭취하므로서 손상된 신체를 수복할 수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정신오염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어둠속성의 데미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강화 손톱을 통해 격투 계열 스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괴력의 랭크에 따라 완력이 16배로 증가합니다.(Ex: x64, A: x16, B: x8, C: x4, D: x2)
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B(3/256)
괴력: A(0/512)
스텟포인트: 0
"구룡대 전원 정신차리고 구룡방원진을 펼친다. 디파일러 룩도 상대해본적 있는 놈들이 저 정도 덩치에 쫄은 것이냐? 그런거라면 네 놈들 모두 오늘부터 장식으로 달린 고추는 때버려!"
그나마 가장 연장자인 염익철 부대주가 구룡대원들을 다독여 수비대형을 갖추었지만 아크토두스 모드인 내 순수완력은 일반적인 상식을 박살낼 정도다. 완력은 상태창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무력의 하위 능력치다. 무력은 유저의 지구력, 내구력, 완력, 민첩성을 기반으로 랭크가 산정되며 민첩성은 다시 동체시력, 반사신경, 스프린터, 유연성을 기반으로 평가된다.
내가 A 랭크의 무력평가를 받은것은 완력과 민첩성 보다는 얼티밋 언데드 폼의 지구력과 내구력에서 더 점수를 딴것이다.
허나 그렇다해도 괴력이라는 추가 능력치를 통해 16배로 증폭된 완력은 순수완력으로만 따졌을때 천외천의 전사유저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모자란 전투센스는 아크토두스의 영혼이 지닌 짐승본능으로 충당할 수 있으니 왠만한 전사 유저들은 근접전으로 박살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견고하게 수비대형을 갖춘 구룡대원중에서도 유난히 초패랑에게 시선이 향한다.
내 이성도 아크토두스의 본능도 초패랑을 먼저 해치워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나는 이족보행체에서 사족보행체로 퇴화한 대가로 손에넣은 폭발적인 돌진력을 기반으로 구룡대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구룡방원진의 묘리를 기반으로 서로의 내력을 얽어 메어 돋보적인 방어선을 구축한 구룡대였지만 단순히 순수완력에 밀려 초패랑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크아으윽!"
"초패랑 괜찮은거냐? 천대주님 초패랑에게 간단한 응급처치를 부탁드립니다."
"염부대주 구룡대와 함께 물러서게. 변신한 옥사건 준위는 내가 상대하겠네."
"죄송합니다, 천대주님.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한 죄는 돌아가서 받겠습니다. 최소한 옥사건 준위의 팔하나를 안되면 손가락 하나라도 못쓰게 만들기전에는 천대주님께 바톤을 넘겨드릴 수 없습니다. 수호령의 계약자가 되어야만 그녀를 만나러 갈 수 있는거 아닙니까? 저희들에게도 애정사는 아니지만 나름의 꿈을 천대주님이라는 배에 걸었습니다.
그 배가 폭풍우를 만났는데 선실에 쳐박혀 구경만 하고 있을 수 는 없지요."
"염익철 삼촌... 바톤이 넘어오면 최선을 다해서 폭풍우를 이겨내 보이지요."
나는 절대 마법소녀가 변신하는 시간을 기다려줄만큼 마음씨 좋은 악당이 아니였다. 물론 마법소녀의 변신 과정에서 노출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다큰 남자 둘이서 감성씬을 찍고 있다면 무조건 컷이다. 그런 내가 초패랑을 앞발후리기로 날려버린 뒤 추가 공격을 가하지 않은 것은 단지 아크토두스의 본능을 억누르는 일이 지연된 탓이다.
역시나 B 랭크의 영력으로는 아크토두스의 영혼에 족쇄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초패랑의 가슴에 내 앞발이 닿았을때의 느낌은 분명 갈비뼈 네다섯개였다. 최소 전치 8주의 부상을 입혔으니 더 이상 초패랑은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헌데 아크토두스의 본능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초패랑을 추격해 물어뜯어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어했다. 사냥감을 적당히 상처입힌 뒤 방치하는것은 아크토두스 입장에서 참을 수 없는 신성모독이였던 모양이다.
앞으로 뛰쳐나가려는 아크토두스의 영혼을 영력으로 이루어진 목줄을 잡아당겨 간신히 멈춰 세웠다. 그렇다고 갈색 영혼석을 다시 장기안쪽으로 회수하하자니 최악의 포식자가 서커스 곰이 될 가능성이 있어 여의치 않았다. 평생 170cm 체구의 이족보행체로 살아온 내가 3m 체구의 사족보행체를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을리가 없는것이다. 나는 아크토두스에게 채워진 목줄을 다시 느슨하게 만든 뒤 염익철 부대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것들이 어디서 영화를 찍고 자빠졌어!"
염익철 부대주는 초패랑과는 정반대 타입의 인물이였다. 나이는 뇌신검(雷神劍) 천주랑보다 연장자였으며 경험 또한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에 실력 또한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그 특유의 지휘력이 구룡대를 결집시키고 있어 거슬렸다. 파티의 최약자인 치유술사를 제거 했을 경우 다음 타켓으로 고려해야할 유력한 후보가 바로 파티장아니겠는가?
초패랑이 리타이어됬음에도 염익철 부대주를 중심으로 견고한 수비대형을 갖추고 있는 구룡대에게 나는 다시 정면을 달려들었다.
어마어마한 피지컬이 있을 경우 굳이 기교를 부릴 필요없이 정면승부가 최고인 것이다. 염익철 부대주가 뇌전의 검기가 번뜩이는 검으로 내 발톱을 막아온다. 사실 초패랑이 바로 갈비뼈를 내준대에는 천주랑에게 자신의 검을 넘겨준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호신강기 한장으로는 아크토두스의 앞발후리기를 막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검이 있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일반 승용차가 전봇대를 들이박으면 박살나는건 승용차쪽이지만 덤프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박으면 아작나는건 전봇대 쪽이다. 역시나 뇌전의 검기가 무색하게 염익철 부대주의 검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염익철 부대주가 버틴 시간은 기껏해야 1초 남짓. 하지만 그 1초를 이용해 어느새 수비대형에서 산개대형으로 흩어진 구룡대원들이 나를 찔러온다.
"나는 신경쓰지말고 각자의 진신절기를 꺼내 유효타를 입혀라!"
"변신했다고 해서 원래 능력이 사라지는게 아닌데 말이지."
촤아아악. 촤아아악. 촤아아악. 촤아아악. 촤아아악. 촤아아악. 촤아아악.
염익철 부대주 또한 초패랑과 다를바 없이 실끊어진 인형처럼 날아가 신전에 쳐박힌다. 어찌어찌 블랙탈론의 예기는 호신강기로 막는다고 쳐도 막대한 충격량은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낙법을 할 새는 있었을런지 모르겠군. 나를 중심으로 한 7개의 방위에서 뇌전의 검기가 깃든 매서운 검격이 짓쳐들고 있는지라 내게 과연 남 걱정을 할 새는 있을까 싶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은 아크토두스 모드라고 해서 사라지는게 아니였다.
아무리 아크토두스의 완력이 어마무시하다고 해도 내 진신절기인 괴랄한 재생력을 버리면서까지 변신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아크토두스의 두터운 가죽을 손쉽게 뚫고 7개의 검격이 짜릿한 번개침을 놓아주었지만 내가 몸을 뒤틀자 버티지 못하고 뒤로 팅겨져 나갔다. 각각의 번개침이 모두 피부밑으로 한치까지 치고 들어왔지만 괴랄한 재생력 덕분에 이내 꿀벌에 쏘인것만도 못한 자국만 남아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7놈. 천주랑과 경쟁자면 몰라도 원수가 될것 까지는 없었으니 적절히 아크토두스의 본능을 제어하며 상대해야한다는 점만 빼면 어려울건 없었다.
남은 구룡대원들은 내 괴랄한 재생력에 전의를 상실할법도 한데 아랑곳 않고 달려들었다. 염익철 부대주라는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대형을 갖추지 않고 무작위로 공격해 들어왔지만 복수에 눈이 먼 충동적 검격은 아니였다. 오히려 냉정하게 급소를 노려오는 시간차 검격이 구룡대가 뭉쳐있을때 보다 까다롭게 느껴진다. 허나 노련한 사냥꾼인 아크토두스의 영혼은 피격 데미지를 무시하고 한번 정한 목표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어 남은 일곱 구룡대원들을 리타이어 시키는데 성공했다.
"천주랑 이제 너 혼자 남았다. 나도 이렇게 피를 보고 싶진않았는데 어차피 내가 너한테 항복권유를 해봤자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거잖아. 내 말이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