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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76화 (7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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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초패랑 정신차리고 검진을 유지해! 언제까지 팔륜학관의 수재로 남아있을 생각이냐? 인생은 실전이다, 걸리적거리면 검진에서 치워버리겠다."

"죄송합니다, 염부대주님!"

"말할시간에 다른 선배들과의 호흡에 집중해! 구룡방원진의 묘리만 지키면 이 정도 벙력을 상대하는건 아무것도 아니야. 일전에 디파일러 대대병력에 둘려쌓였을때를 생각해!"

허어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드시면 구룡대원들 중에 누가 구멍인지 제가 눈치채지 않습니까? 뭐 굳이 염익철 부대주가 말하지 않아도 미노타우르스 좀비와 분전중인 구룡대를 보고 있노라면 초패랑 혼자서 삐그덕 거리는게 눈에 보이지만 서도. 조직화된 파티를 상대할 경우 확실하게 끝장낼 수 있는 최약체부터 공략해한다는 사실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에서는 보통 치유술사가 파티의 최약체를 담당했지만 구룡대에서는 역시 학관을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사회초년생 초패랑이 최약체인 모양이다.

구룡대와 미노타우르스 좀비들간의 난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역시나 약물처리를 했다해도 미노타우르스가 검기를 막아낼 수 있을리 없었다. 다만 다행인점은 보통 사람이였다면 10번을 죽었을 상처를 입어도 미노타우르스 좀비는 전투의지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점이였다. 두발이 베이면 두손으로 기어서라도 상대를 공격하려는 통에 구룡대는 고전하고 있었다. 미노타우르스 좀비들이 무기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이언 메이든은 영하 10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곳이라 일반 무기는 유리처럼 깨져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미노타우르스 좀비들한테 영하 100도에서도 멀쩡한 질좋은 무기를 제공하는건 사치다. 단단한 두 뿔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물론 내가 약간의 도움을 준다면 좀더 수월해지겠지. 나는 이매망량을 사역해 뱀처럼 전장을 파고들었다. 내 몸에서 멀어질 수 록 이매망량이 발휘할 수 있는 물리력은 급감하지만 성인남성의 발목을 잡는데는 무리가 없을것이다. 뭐 앞으로 영영 안볼사이도 아니고 살짝 발목 삐끗하는 선으로 끝낼까?

"으앗!"

"초패랑 집중안해? 팔륜학관에서 12시간동안 기마자세로 벌받은적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남자 하체가 그렇게 부실해서야 어따써먹을래?"

"다리 힘이 풀린게 아니라 갑자기 누군가가 발목을 잡은듯한 느낌입니다."

"유령이라도 있었던 모양이지? 지금 네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걸 생각해!"

"죄송합니다. 면목없습니다."

"염부대주 잠깐만 초패랑이 넘어진건 옥사건 준위의 술식일 가능성이 높다. 일전에 토너먼트에서 붙었을때 보이지않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설마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줄은 몰랐군. 다른 대원들도 주의하도록."

"이 지긋지긋한 좀비들과 싸우는 와중에 보이지 않는 뭔가의 공격도 대비해야한다는 뜻이군요. 천대주님이 골치아픈 상대가 될거라고 말하신게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초패랑 자세한 내막도 모르고 야단쳐서 미안하다. 돌아가면 내가 술한잔 사마."

"아뇨, 상대도 제가 구멍이라고 생각해서 노려온거니까요."

검진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도중에 보이지않는 손이 발목을 잡아당겼으니 아무리 숙련된 무인이라고 해도 자세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발목을 삐게만들 속셈으로 우악스럽게 덮쳐든 이매망량의 손길에도 재빨리 낙법을 펼친 초패랑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다. 이렇게 되면 같은 남자끼리 조금 치사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초패랑의 고간을 노리는 방법이 남아 있었다.

그때야 말로 초패랑의 빈자리로 인해 검진은 무너질것이고 미노타우루스 좀비 중대를 제어하고 있는 푸스카가 일선에 뛰어들어 구룡대원중 한명을 노릴 수 도 있을것이다. 물론 그걸로 게임셋은 아니지만 구룡대원들의 내력과 체력을 낭비시키는것만으로 내게는 이득이였다. 미노타우르스 좀비는 아직 일개대대보다 더 많이 남아 있었으니까. 내가 소수정예의 일류검사들을 상대로 언데드 크리쳐를 아낄만큼 안일한 놈은 아니다.

다시한번 초패랑을 노리기 위해 이매망량을 은밀하게 집합시키려 하는데 뒷선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뇌신검(雷神劍) 천주랑이 이대로 지켜만 볼 수 없었는지 장검을 뽑아 들었다.

"이렇게 소모전을 펼치면서 구룡대원들의 내력과 체력을 낭비하는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군. 염부대장 나도 참전하겠다."

"하지만 천대주님은 옥사건 준위를 상대할때를 대비해 내력과 체력을 만전의 상태로 보존하셔야합니다. 저희 구룡대를 믿으신다면 이 반인반수 좀비들만큼은 맡겨주십쇼."

"구룡대를 믿기에 지금 참전해야만 합니다. 본래는 자존심때문에 일대일을 고집했지만 역시 옥사건 준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반인반수 좀비들을 걷어내고 구룡대와 함께 협격을 펼쳐 옥사건 준위를 상대할겁니다. 지금부터 공세로 전환할테니 준비해주십쇼."

"존명!"

뇌격만다라(Torpedo Mandala) 천기누설의 장(張) 이기어검(以氣御劍)

뇌신검(雷神劍) 천주랑의 장검이 천주랑의 손에서 벗어나 스파크를 튀며 나를 향해 쇄도해 오기 시작했다. 일전에는 손아귀에서 벗어난 장검을 회수하기 위해 사용된 무공이 멀찍이서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 나를 노리기 위해 사용된것이다. 나는 급히 초패랑을 노리기 위해 준비중이던 이매망량을 회수해 온몸을 감쌌다.

설마하니 천주랑이 알고 그랬을거라 생각되진 않았지만 간담이 서늘해지는 일격이다.

촤아아아악. 이매망량으로 온몸을 감쌌음에도 불구하고 천주랑의 장검이 내 어깨죽지를 꿰뚫었다. 초록색피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리는 관경은 새삼 놀랍지도 않다. Ex 랭크였던 영력이 C 랭크로 하락한 이후 영력망 동기화를 통한 단련으로 간신히 B 랭크로의 승격을 꿰하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필요이상으로 피를 흘리곤 했다.

뭐 금방재생될 상처긴 했지만 천주랑의 장검을 곱게 돌려줄 생각이 없었던 나는 초록색 피에 변이 에너지를 주입했다. 어깨죽지에 장검이 박힌채로 석고마냥 피를 굳힌 나는 기왕 이렇게 된김에 천주랑의 장검을 완전히 망가트리기로 했다. 지난번 토너먼트야 친선경기의 성격이 강했고 많은 인어족들이 보고있는 가운데 젠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곱게 장검을 넘겨줬지만 이번에는 완전 치사하게 굴것이다.

"대장장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와도 못고칠정도의 고철로 만들어주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본래 방을 치우는것보다는 어지르는게 쉬운법. 나는 천주랑의 장검에 변이에너지를 난잡하게 밀어넣었다. 딱히 어떤 형상을 이미지하는게 아니라 해도 방향성을 잃은 변이에너지들이 장검을 흉물스럽게 만들어줄것이다. 허나 천주랑의 장검은 보검이라고 해도 무방할정도로 금속의 조직구조가 안정된, 즉 물질의 원시형태를 유지하려는 힘이 강해 변이시키는게 쉽지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천주랑이 주입한 뇌전의 내력도 변이 에너지가 진입하는걸 방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공마력기관의 힘을 빌렸다고는 해도 나는 엄연히 A 랭크 마력 보유자였다. 물량공세로 접어든 나는 장검속으로 장마철 집중호우마냥 변이 에너지를 밀어 넣었다. 게다가 천주랑의 장검을 고철로 만들필요도 없이 무게중심만 약간 비틀어도 천주랑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것이다. 근데 이거 뇌전의 내력이 점점 강해지는것 같다?

이미 천주랑의 손에서 벗어난 장검에 어찌하여 내력을 주입받고 있는지 의아했던 나는 사령안 제 2형인 샤프마인드(Sharpmind)를 개안했다. 머리카락처럼 얇긴 했지만 분명 천주랑과 장검을 잇는 정신망이 한가닥 존재하고 있었다. 무공의 경지가 높아지면 이런 기교도 가능해지는건가? 이런식으로 장검을 원격조종했던거군. 흥미가 있는 개수작이긴 했지만 결국 정신망 한가닥으로는 내 변이 에너지의 집중호우를 막아낼 수 없다.

"구룡대 전원 구룡추행진으로 전환한다."

천주랑과 나 사이에 벌어진 거리까지 고려하면 애초에 성립이 안되는 힘싸움이였다. 장검을 이루는 금속재질의 조직배열을 망치로 두들긴 빙판호수처럼 만들는데까지 성공한 나는 거기서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가급적이면 금이가다 못해 구멍이 나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공세로 전환한 구룡대가 짓쳐들고 있는지라 장검을 가지고 장난질만 하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공세로 전환한 구룡대는 무속성의 검기에서 번쩍이는 뇌전검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뭐야 뇌전검기는 천주랑만 가능한 비전같은거 아니였어? 미노타우르스 좀비를 상대하는 요령을 터득한듯 다리만을 베어넘기며 기동성만 상실시킨 뒤 미노타우르스 좀비를 뛰어넘어 내게 달려든다. 푸스카가 남은 병력을 총동원하여 뼈조각 의자에 앉아 있는 내게 구룡대가 접근하는걸 저지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멀쩡한 미노타우르스 좀비가 얼마 없었다.

구룡대가 굳건한 수비대형을 갖추며 버티는 동안 적지않은 미노타우르스를 베어 넘겼던 것이다. 사지가 잘린 미노타우르스는 아무리 전투의사가 남아 있어도 적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콜라가 떨어졌으면 다시 리필하면 그만이지. 나는 아이언 메이든을 꺼내들고 다시 중대급 미노타우르스 좀비들을 소환했다.

"푸스카! 기존의 미노타우르스 좀비들과의 영력망을 끓고 이 녀석들이랑 새로 연결해."

"주인님의 명을 따릅니다."

역시 내가 직접 영력망 동기화를 행하는것 보다는 지능이 있는 언데드에게 지휘권을 위임하는 것이 편하다. 내가 아직 거인족 좀비 패밀리를 소환하지 않는 이유였다. 바로 내 코앞까지 도달한 구룡대는 갑작스럽게 소환된 미노타우르스 좀비들에게 둘러앃인 형태가 되어버렸다. 노련한 염익철 부대주가 급히 방어대형으로 전환하고 분전했지만 역시 처음에 비해 기세가 누그러진건 사실이였다. 지치지않는 언데드들과의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 록 살아있는 자들은 피로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구룡대 전원 호신강기를 전력으로 전개하도록!"

"존명!"

이런식으로 계속해서 지지부진한 소모전을 이어나가려했던 나는 뼈조각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천주랑의 손에 어느샌가 검 한자루가 쥐어져 있었고 위협적인 스파크 소리가 귀를 찌르는것을 보아하니 은리 사저에게 제지를 받았던 그 기술을 사용하려는 모양이였다. 앗차싶어 구룡대를 살펴보니 초패랑이 미노타우르스를 상대로 맨손격투를 벌이다 천주랑의 명령대로 스파크가 번쩍이는 호신강기를 전개하고 있었다.

구룡대가 있으니 천주랑이 빌릴 수 있는 검이 9자루나 되는데 내가 너무 천주랑 본인의 장검에만 집중한 탓에 벌어진 일이였다.

나는 어깨죽지에 박힌 천주랑의 장검을 뒤로 집어던지고 뼈조각 의자를 분해해 이글루 형태로 나를 감싸버렸다. 그리고 아이언 메이든에서 거인족 좀비를 소환해 뼈조각 이글루를 감싸게 만들었다. 푸스카가 걱정되는 부분이였지만 전투센스 하나만큼은 발군인 녀석이니 어련히 잘할것이다. 곧이어 뇌전폭풍이 몰아닥치며 귀를 찌르다못해 고막이 터질듯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뇌격만다라(Torpedo Mandala) 천기누설의 장(張) 뇌우만개(雷雨滿開)

은리 사저가 천주랑이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제지한대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미 무공과 술식의 경계를 초월한 광역기술인 뇌우만개가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는 토너먼트 경기장에서 펼쳐졌다면 최악의 대참사가 일어났을것이다. 물론 천주랑 본인이 이 기술의 범위를 제어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인어족들의 고막이 무사치 못했으리란건 확실하다.

나는 뼈조각 이글루를 허물고 밖으로 나섰다.

새카맣게 타버린 거인족 좀비는 겉표면뿐만 아니라 내부 언데드 서킷까지 타버린 모양이다. 영력망 동기화가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거인족 좀비가 이 지경이니 미노타우르스 좀비는 말할것도 없다. 뇌우만개가 휩쓸고간 31층의 신전에는 두발로 걸어다니는 미노타우르스 좀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인점은 미노타우르스 좀비를 한대로 뭉쳐 고기방패를 만든 푸스카는 멀쩡했다는 사실이다. 과연 푸스카라면 내 명령 없이도 이 정도 센스는 발휘할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푸스카만 멀쩡하다면 이개 중대급 미노타우르스 좀비병력 전부가 전투불능이 된 일은 아무래도 좋은것이였다. 문제는 다시 아이언 메이든에서 새 미노타우르스 중대를 충원해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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