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68화 (6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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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하울링 코드 놀고만 있을 셈이냐!"

디파일러 특유의 재생력으로 계속된 공방에서 입은 손해를 메꾸고는 있었지만 은리 사저와 천주랑 둘을 상대로 계속해서 밀리고만 있던 쿠자르가 화가나 소리쳤다. 안절부절 못하며 그랜드 룩 헥타베로스 곁에 숨어있던 디파일러 비숍 하울링 코드가 부랴부랴 성대에 있는 종속마력기관을 예열하기 시작했다.

사령안 제 2형 샤프마인드(Shaprmind)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지금이 숨겨둔 발톱을 꺼내들 적기라는것을 깨달았다.

아이언 메이든에서 소환한 지능이 없는 언데드들은 분명 다대다전투의 소모전에는 강했지만 대인전투 능력이 일정 경지 이상에 오른 상대에게는 무력했다. 그 점은 인정하지만 내가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을 플레이 하면서 강령술식 분야에 모든걸 쏟아부은게 아니였다. 모든 술사들이 강력한 파괴술식을 탐독할때 나는 궁극의 육체를 완성하기 위해 강령술식뿐만 아니라 변이술식 또한 일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내 손톱뿐만 아니라 발톱또한 외관무장인 언옥타늄(UnobtaNum)과 심볼무장인 베히모스의 발톱으로 만들어진 블랙탈론이였다. 무지개색 정신망 다발을 통해 순수마력으로 부터 정제된 변이 에너지로 뿌리처럼 땅밑을 뻗어나간 내 발톱은 이미 하울링 코드의 발밑을 점거한 상황이였다. 그리고 언옥타늄은 실처럼 모양이 가늘어진다 한들 강도가 변하지 않는다. 종속마력기관을 예열하기 위해 정신이 팔린 하울링 코드의 몸을 10개의 불랙탈론이 꿰뚫는다.

"크어어어어억!!! 쿠자르님 도...도와주십쇼."

"이 머저리같은 자식! 정찰대면 정찰대답게 상대진영이 어느정도의 전력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이나 할것이지 사리카야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일이 이 지경이 되질 않았느냐? 모두 네녀석이 자초한 일이니 알아서해라!"

애시당초 쿠자르는 은리사저와 천주랑을 상대하느라 다른 누구를 도울 여럭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 노림수였다. 죽이기 쉬운적부터 하나하나 완벽하게 찍어누르다보면 상대는 결국 숨이 막혀 자멸하게 되어있다. 물론 심볼재질인 베히모스의 발톱 효과로 상대의 방어력을 35% 무시한 블랙탈론이 두부처럼 하울링 코드의 몸을 꿰뚫었다해도 체질적으로 재생력이 뛰어난 디파일러에게 치명상은 아니다.

그래서 그 치명상을 지금 입히려한다.

도데카 코어의 인공마력기관이 예열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검은색 정신망 다발이 정제한 음에너지가 호흡기관에 집결되어 뭉치기 시작했다. 어디한번 네 잘난 하울링 코드 능력으로 이것도 멈춰보시지. 목구멍이 집약된 음에너지로 터져버릴것 같다. 하지만 일격에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1초만 더 참는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쉐도우 브레스(Shadow Breath)가 블랙탈론에 꿰뚫린 디파일러 비숍은 물론 그랜드 룩 헥타베로스까지 위협한다.

생명력 그 자체를 쇠하게 하는 암운의 힘이 재생력이라는 개념자체를 배제하며 이 세상에서 디파일러 비숍을 지워버렸다. 뿐만 아니라 헥타베로스까지 쉐도우 브레스에 꿰뚤린 상처로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쿠자르가 고전하는데도 그저 우두커니 서있길래 덩치만 큰 마네킹인줄 알았는데 제법 성질이 있는 모양이다.

"이런 빌어먹을! 헥타베로스 진정해, 진정하라구!"

그런데 그랜드 룩 헥타베로스가 발버둥을 치기시작하자 가장 다급해진건 다름 아니라 로열 나이트 쿠자르였다. 상황이 불리하니 저 덩치 큰 친구의 힘이 절실할거라 생각했는데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쉐도우 브레스는 근본적인 생명력 자체를 쇠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상처가 잘 재생되질 않았고 헥타베로스의 난동은 좀처럼 끝날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구름을 뚫고 올라선 산봉우리만한 덩치의 개가 피우는 난동은 곧 천재지변인 지진과 동급인지라 나는 블랙탈론을 회수하고 땅위로 올라섰다.

계속해서 땅에 박혀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단순히 지진으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사령안 제 2형 샤프마인드가 헥타베로스의 입구멍에 집약되고 있는 미증유의 마력을 감지했다. 설마하니 삼두견이 사용했던 능력처럼 유성우를 토해내려 하는거라면 아이스바운드가 위험할 수 있다. 덩치나 이름값을 생각했을때 당연히 삼두견이 토해낸 유성우보다 스케일이 클테고 그 여파가 아이스바운드를 덮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없다.

거인족들을 수동으로 조종해 헥타베로스의 아가리속으로 제발로 걸어들어가 기도를 막는 야만적인 방식까지 고려하고 있는데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쿠자르였다. 쿠자르는 은리사저와 천주랑의 검기를 몸으로 받아내면서까지 헥타베로스에게 달려나갔다. 그리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정권 자세로 헥토베로스에게 일권을 내지르는데 내가 배운 용린정권과 유사한 동작이였지만 그 위력은 천지차이였다.

"이 똥강아지야! 본진으로 귀환할 마력도 생각안하고 메테오 샤워능력을 사용하면 나보고 여기서 뼈를 묻으라는 소리냐? 이 빌어먹을 똥강아지야 돌아가서 뒤지게 쳐맞기 싫으면 귀환할 준비나해!"

그야말로 산맥도 무너트릴 일권이 헥토베로스의 거대한 동체를 기우뚱하게 만든다. 과연 용린정권을 수련하다보면 나도 저런 일권을 내지를 수 있게 된단 말인가? 물론 저 정도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길이 멀고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부지런히 걷다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경지를 미리 엿보았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고취되는 기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참사가 될 수 있었던 헥토베로스의 폭주를 막아준 쿠자르였지만 두 검사는 아랑곳않고 검을 고쳐 세운다. 이제는 나도 싸움에 동참해야한다.

저 터무늬없는 전투력을 지닌 디파일러 로열 나이트를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난다는건 악몽이나 다름없다.

"좋아,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너희 셋은 분명 강하다.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당해낼 수 가 없군. 하지만 다음 전장에서 만나면 절대 지금처럼 호락호락 당해주지 않을것이다."

"이게 어디서 은근슬쩍 다음 전장을 기약하고 앉아있어? 너 내가 여기서 끝장낼거야."

"옥사건이 간만에 바른말을 하는군. 아이스바운드의 안전을 위해서도 네녀석은 이 자리에서 죽어줘야겠다."

"동감입니다. 비록 수왕성이 제 주 활동무대는 아니지만 저런자를 남겨두었다간 장차 큰 후환이 되겠지요."

"누가 들으면 내가 인정에 호소해서 퇴로를 만드려는줄 알겠구만. 적에게 뒤를 보이고 도망가는것도 볼썽사나운 일이거늘 도망칠 틈 정도는 내 힘으로 만들것이다, 인간들이여!"

지금이야 말로 쿠자르가 무슨 개수작을 부리기 전에 언데드 사단을 돌격시킬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나는 쿠자르를 가리키며 [영혼] [파장] [저장] [공격] 명령어를 언데드 사단에게 전달했다.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언데드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나 또한 이번에는 손가락만 빨고 있을 생각이 없었으므로 쿠자르의 포위망을 좁히는데 동참했다.

쿠자르의 종속마력기관은 특이하게도 치아에 균일하게 분포되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물기에 관련된 근접능력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고 여차하면 내가 고기방패 역할을 하면 그만이다. 쿠자르는 점점 좁혀오는 포위망에도 침착하게 치아에 있는 종속마력기관을 예열하고 있었다. 마력이 집약되는 추이를 지켜보며 여차하면 쿠자르를 이매망량으로 구속시키려는데 은리사저가 내 목덜미를 잡아당긴다. 의아한 표정으로 은리 사저를 쳐다보는데 은리 사저는 이를 악물고 뒤로 경공을 펼치고 있었다. 천주랑 또한 긴장된 표정으로 은리 사저의 후퇴길에 합류한다.

쿠자르의 치아에 자리잡은 종속마력기관이 예열되고 있다는건 나도 사령안으로 확인해 알고있는 사실이였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허겁지겁 도망쳐야할 이유가 있는건가?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쿠자르의 뒤에 악마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악마가 쿠자르를 내려치기 직전인 거인족 좀비들을 물어뜯었다. 삭둑. 마치 A4용지가 잘려나가듯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는 거인족 좀비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의념을 실체화하는 심검의 일종이야. 정말이지 디파일러 따위가 저런 기술을 사용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말."

"심검이요? 저 불독 아저씨는 주먹을 쓰던데."

"심검이란건 단순히 상직적인 객체일뿐이야. 굳이 검이 아니라고 해도 그 무엇이 되었던 신을 기반으로 기를 발하는게 아니라 정을 기반으로 기를 발하는 경지에 이르면 연정화기를 이루어 본질적으로 벨 수 없는것을 벨 수 있다. 즉 네 재생력을 믿고 까불면 안된다는 소리야. 본래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심검이라면 네 재생력이라는 개념자체를 베어버릴 수 가 있으니까."

"진짜 터무늬없네."

"은리, 녀석의 기척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혹시나 아직 살아있는 디파일러들만 확인사살하고 아이스바운드로 귀환하는게 좋을것 같아."

"천주랑 너 먼저 귀환해. 외부인한테 이런 뒤치닥거리까지 시키고 싶진 않으니까. 뭐 어찌됬든 네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됬다. 이번 일은 꼭 기억해두었다가 신세를 갚겠다. 용린검에 걸고 맹세하지."

"은리가 좋을대로해. 하지만 저런 괴물을 내버려두면 목숨이 위험한건 비단 아이스바운드의 인어족뿐만이 아니야. 나와 구룡대가 함께해도 감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다. 즉 은리 너와 함께 협격을 펼친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였을뿐 신세를 질만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나는 네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니까 곤란한 일이 있다면 은리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도록 하지."

내 귀에는 은리사저와 천주랑의 대화가 제대로 들어오질 않았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은 네임드 몬스터이자 트롤들의 왕, 라쿠나룬의 골수세포를 기반으로 한다. 당연히 트롤의 골수세포를 그대로 사용할 순 없었으므로 인간의 육체에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오십번대 변이술식인 제네틱 맵핑을 수천번이나 반복해야만 했다. 중요한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질의 원형을 기억했다가 복원하는 육십번대 변이술식인 리스토레이션을 내 몸에 영구적으로 걸기 위해 인챈트먼트 관련 네임드 스킬을 몇백권씩 탐독해야만 했다.

즉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은 무공으로 따지면 내 진신절기였고 상대를 이기진 못해도 질 수 없게 만드는 괴랄한 능력이였다. 나를 아크리퍼(Arcreaper)로 존재하게 만들어준 이 재생력이 다른이의 기술에 파훼될 수 있다니 정말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다. 너무 분하다. 너무 화가난다. 너무 짜증이난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옥사건이 천하무적 아바타로 계속 존재하기 위해선 더 강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본래라면 은리 사저에게 오늘 하룻밤만에 10만 VP도 넘게 벌었네요, VP 벌기 참 쉽죠?라며 깐죽거릴만도 했지만 나는 입을 굳게 다문채 남은 디파일러들을 확인사살하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어떻게하면 강해질 수 있을지 길이 명확하게 보이진 않는다. 푸스카랑 서로 피떡이 될대까지 주먹다짐을 하는것 말고는 달리 할만한 수련도 없다.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의 전장 스캔 결과 더 이상 디파일러 생명체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네. 옥사건 오늘밤 정말 수고했어. 네가 새벽밤에 몸이 부서져라 움직인 덕분에 아이스바운드의 인어족들이 편히 잠들 수 있었던거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아. 그런데 왜그렇게 의기소침해 있는거야?"

"음 다른게 아니라 디파일러 로열 나이트 쿠자르를 놓친게 너무 아쉬워서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리에서 조져버렸어야 했는데."

"아쉬운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디파일러 퀸의 친위대를 만나고도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않을까? 나는 솔직히 로열 나이트가 출몰했다는 소리를 듣고 팔하나쯤은 내줄 각오를 했었거든."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차라리 제 머리통이 날라가면 날라갔지 은리사저가 다치는 꼴은 못봐요."

"흥! 아주 그냥 그 놈의 세치혀는 의기소침할 겨를이 없는 모양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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