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63화 (6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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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드디어 이솔다 공주와 하나가 되려는데 누군가가 뒤통수를 톡톡 거드린다. 아니 언놈이 어르신이 중요한 행사를 치루시는데 방해질이냐!

"옥사건 아귀찜 다됬으니까 어서와서 먹어라. 손님 주제에 이솔다 공주님을 기다리게 하지말고. 도대체 세상에 어느 손님이 집주인의 집무실 쇼파를 빌려서 쪽잠을 자냐? 너 이솔다 공주님이 자꾸 오냐오냐하니까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게 눈에 보인다. 적당히 안하면 너랑 나랑 생사결이야."

아니 은리 이 년이 이솔다 공주님의 조개에 입성하기 직전에 방해를 하네? 아무튼 이년도 홀딱벗겨서 궁둥짝을 피멍이 들때까지 두들겨야지 안되겠어. 너야말로 내가 오냐오냐하니까 시작부터 끝가지 윗사람 행세를 하는데 내가 전력을 다하면 너따위는... 자잠깐만 내 밑에 깔려있었던 이솔다 공주님은 어디갔지? 이솔다 공주님의 집무실은 맞는것 같은데.

"아니 무슨 남의집 쇼파에서 침을 그렇게 흥건하게 흘리면 어떻하자는거야? 정말이지 내가 이솔다 공주님 볼 면목이없다. 빨리 안일어나!"

"용린은리 소령 괜찮으니 옥사건 준위는 그만 꾸짖으세요. 사실 그렇게 질좋은 쇼파도 아니고 수왕성에 들린 상인들에게 중고가를 주고 산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옥사건 준위가 내색은 안해도 최근에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에요. 숙소건설 작업에 계속 동원되다가 토너먼트날 그런 난전을 펼치셨으니 어찌보면 멀쩡한게 이상하지요.

옥사건 준위, 기력회복에 좋은 수왕성의 전통요리인 아귀찜이 완성됬으니 식기전에 드세요.뱃속이 든든해야 빨리 기운을 차릴 수 있지 않겠어요?"

나는 벌떡 일어나 이솔다 공주의 목소리가 들린 곳을 봐라보았다. 여전히 여군제복 차림인 이솔다 공주는 단추하나 떨어진곳 없이 말끔한 모습이였다. 내가 분명 갈기갈기 찢어버렸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아직도 이솔다 공주님의 유방 감촉이 생생한데 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아직 혼란스러움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용린은리 사저가 도끼눈을 하고 쳐다보고 있는지라 나는 일단 이솔다 공주를 따라나서 마을회관의 식당으로 향했다.

어지럽혀진 기억을 정돈하고자 노력하며 걷고있노라니 모든것이 생각났다. 이솔다 공주님을 따라 마을회관에 도착해 집무실까지 따라들어간것은 틀임없는 사실이였다.

하지만 집무실에 입성한 순간 최근 건설작업,  철야 시험 준비 그리고 결정적으로 뇌전의 검기를 몸으로 받아내느라 혹사당한 내 정신이 아득해졌고 그대로 쇼파에 쓰러졌던것이다. 육체의 문제는 아니였다. 천주랑과 치열한 혈전을 펼치고난 뒤였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의 육체는 이 이상 좋을 수 없을정도로 만전의 상태였다. 다만 사람의 정신력이라는게 육체에 비하면 임계치가 높긴해도 분명 한계가 있는것이다.

즉 이솔다 공주를 덮쳤던 일은 모두 꿈이였던 것이다. 흔히들 꿈을 무의식적 욕망의 발현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자 그 말을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이걸 아깝다고 생각해야하나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옥사건 준위의 자리는 저쪽입니다. 차린건 없지만 양만큼은 부족함이 없이 준비했으니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해주세요."

마을회관의 식당에 자리한건 나와 용린은리 사저뿐만이 아니였다. 이번 토너먼트 참가자들 중에서 동해용궁과 은린선 소속자들중 각각 10위권 안에든 사람들이 전원 집합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전에 전생유적(前生遺跡) 입장권을 받기로 약속된 구룡대도 자리하고 있었는데 구룡대주이자 청룡문의 소문주인 천주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약혼자한테 뺨맞고 대회에서 실격패까지 당했으니 나라도 방문닫고 이불 뒤집어쓴다.

물론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내 심정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퀭한 눈으로 아귀찜을 멀뚱멀뚱 보고만 있으려니 내 근처에 앉아 있었던 메키가 내 몫으로 배정된 그릇에 아귀찜을 국자로 퍼담아 주었다. 제법 얼큰한 냄새가 올라오는게 딱 내 취향이였다. 저번에 빙린장성을 건설할때 새참으로 먹은 해물탕은 조금 맹탕이라 아쉬웠는데 마침 잘된것 같다. 이거 먹고 정신 차리자.

"메키 땡큐."

"토너먼트 우승자가 왜그렇게 표정이 어두워요? 뭔일 있었어요?"

"뭐 우승자라고 해도 결승전이 매끄럽지는 못했잖아?"

"에이 그것때문에 아직 꽁해있었던거에요? 저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천주랑이라는 분이 옥사건 준위님한테 이기기 위해서 관중에게 피해가 갈만한 기술을 사용하려 했다면서요? 그러면 이견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실격패가 맞죠. 거기에 옥사건 준위님도 경기규칙때문에 본신의 실력을 전부 내보였던것도 아니였잖아요. 훌훌 털어버리고 식기전에 이 아귀찜이나 맛보세요.

토너먼트 우승자가 그렇게 꽁해있으면 나머지 참가자들은 뭐가되요?"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메키야 내가 꿈을 꿨는데 그게... 흐윽! 으흐윽."

"아니 옥사건 준위님 왜 울고 그래요? 꿈이 뭐 어쨌는데요?"

"...아니야 그냥 아귀찜이 너무 맛있어서 그래. 엄마가 해준 그 맛이나네?"

"그렇죠? 이솔다 공주님이 바빠서 그렇지 한번 손걷고 나서면 음식을 기가막히게 한단 말이에요. 정말이지 얼굴도 이뻐. 몸매도 좋아. 요리솜씨랑 손재주도 좋으니 질투를 넘어서서 경외감이 들정도에요. 누가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솔다 공주님이랑 결혼할 남자는 정말 복받은거에요."

꿈속에서는 내가 이솔다 공주의 신랑이 될뻔 했는데 말이다. 물론 강제로 보쌈을 한다는 시나리오였지만 잠깐이나마 행복했었다. 아아! 한 겨울밤의 꿈이 멀리 사라져가는구나. 그렇게 아귀찜으로 어느정도 뱃속을 든든하게 채움과 동시에 번민으로 가득찬 머리는 비워내자 이솔다 공주가 단상에 올랐다. 본론을 꺼내려는 모양이군. 역시 아무 이유도없이 전생유적 입장권 수여자들을 집합시켰을리가 없지.

"바쁘신 와중에 제 저녁식사 초대에 응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을실거라 생각하지만 여러분께 전생유적 입장권을 나눠드리는 것은 물론 한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기 위해 초대했습니다. 다름 아닌 전생유적 입장순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내일 부터 10일동안은 인어족들만이 입장할 수 있는 기간으로 그리고 10일 후부터 발견자 특전이 끝날때가지는 은린선과 구룡대분들이 입장할 수 있는 기간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 입장순서에 의의있으신분 있습니까?"

"저는 구룡부대주 염익철이라고 합니다. 일단 구룡대주 천주랑님께서 몸이 편찮으셔 이솔다 공주님의 초대에 불응한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처음부터 그렇게하기로 계약한 부분이니 의의는 없습니다만 궁금한 점이 3가지 있습니다.

만약 내일 부터 10일이 지났는데도 인어족분들중에서 전생유적에 잔류하는 분들이 계시면 어떻게합니까? 그리고 입장순서가 10일 뒤로 미뤄진다면 실제로 입장권 수여도 10일 뒤로 미뤄지는 것입니까? 마지막 질문은 다소 오지랖일 수 도 있습니다만 은린선 커뮤니티는 동해용궁의 수호맹인걸로 알고있습니다.

헌데 거래를 했다해도 사실상 외부인인 저희 청룡문 사람들과 동시에 전생유적에 입장한다는 사실이 외교적 마찰을 빚지는 않을지 궁금합니다."

얼굴이 붉으스름한 40대 무사가 내 생각에도 꽤 예리한 질문들을 해왔다. 과연 대주가 부재중일때 명령권을 지니는 부대주직은 야바위로 딴게 아닌 모양이다.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입장에서는 저렇게 계약관계를 세세하게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일등으로 들어가든 꼴찌로 들어가든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아귀찜에서 지구의 감자와 비슷한 맛이나는 뿌리채소를 찾아 아귀찜을 뒤적거릴뿐이였다.

"염익철 구룡부대주님께서 좋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설사 전생유적에 잔류한 인어족들이 있어도 10일이 지나면 무조건 다음분에게 기회가 돌아갑니다. 그리고 전생유적 입장권은 처음에 말했듯이 지금 나눠드릴겁니다. 어차피 전생유적이 해저에 있기때문에 인어족들의 도움이 없으면 근처에 가는것조차 힘들다는 사실 이미 알고 계시죠?

그리고 은린선측의 입장순서에 관해서는... 흐음."

"이솔다 공주님 말씀하시는중에 끼어들어서 죄송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제가 바톤을 이어도 괜찮을까요?"

"예, 괜찮습니다. 사실 용린은리 소령이 말해주는편이 더 이야기가 쉽겠군요."

"발두인 실버코인 함장님은 아무리 은린선이 아무리 동해용궁의 수호맹이라고 하더라도 전생유적 입장권을 제공받을 당의성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즉, 이솔다 공주님의 관대한 처사로 10장이나 되는 입장권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감사하게 여기고 있으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전생유적 입장권을 구매한 청룡문분들보다 좋은 조건 아래에서 전생유적을 탐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은린선의 작전참모인 저 용린은리 소령이 보증하는 바이니 앞으로 위 사항을 걸고넘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겁니다."

"의문이 말끔하게 풀렸습니다. 그러면 천주랑 구룡대주님께도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구룡부대주 염익철을 마지막으로 이솔다 공주의 제안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이솔다 공주는 저녁 간담회를 파함과 동시에 VOT 단말기를 조종해 구룡대원들과 토너먼트에서 20위권 안에든 사람들에게 전생유적 입장권을 전달했다.

-동해용궁 커뮤니티의 관리자인 이솔다 공주님으로부터 전생유적 입장권이 도착했습니다.

-본 전생유적 입장권은 전생결계를 통과하는 인증수단으로 단 1회만 사용가능합니다.

-전생유적은 총 30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탐험가는 각 층마다 지덕체를 시험받게 됩니다.

-전생유적에 입장한 탐험가는 언제든지 시험을 포기하고 전생유적밖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전생유적에 입장한 탐험가는 각층에서 지의 시험, 덕의 시험, 체의 시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전생유적에 입장한 탐험가가 지의 시험을 통과하는데 성공하면 다음층으로 가는 자격을 얻게되고 지의 시험 난이도는 +1Lv 됩니다. 하지만 지의 시험을 통과하는데 실패하면 다음층으로 갈 수 없는것은 물론 지의 시험, 덕의 시험, 체의 시험 난이도가 모두 +3Lv 됩니다. 각 시험의 난이도는 Lv.1 보다 낮을 수 없고 Lv.99보다 높을 수 없습니다.

-지의 시험, 덕의 시험, 체의 시험을 수행하다보면 기연을 얻을 기회가 주어지며 해당 기연은 오롯이 탐험가의 몫이 됩니다.

-무사히 30층까지 도달하신분은 숨겨진 31층에 존재하는 수호령의 시험을 받을 자격을 얻게됩니다.

"아니 뭐가 이렇게 복잡해?"

"옥사건 설렁설렁 넘기지말고 잘 읽어둬. 나도 그 규칙을 얕봤다가 큰코다칠뻔했으니까. 아직 전생유적에 들어갈때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찬찬히 반복해서 읽어봐. 우리 은린선쪽에서 DF 등급 보유자는 너밖에 없는거 알지? 뚜껑을 열어봤는데 구룡대 녀석들한테 기연 획득 수가 밀리면 다 니 책임이야."

"에엑? 저도 기연을 얻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용린은리 사저도 겨우 1개 얻은 기연을 제가 어떻게 쓸어담아요?"

"그러니까 규칙을 얕보지 말란 소리 아니야. 단순히 힘만 쌔다고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라는건 눈치챘겠지? 너는 먹물좀 먹었다는 술사니까 나보다 잘할 수 있을거야."

"뭐 일단 노력은 해볼게요. 기연을 많이 얻으면 저도 나쁠거없으니까요."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을 플레이하면서 별의별 던전을 다돌아보았지만 이렇게 기묘한 조건을 내건 던전은 처음이다. 이 던전을 만든 즉 VOT 시스템을 만든 우주의 초월적의지가 도대체 무슨생각으로 이 던전을 만들었는지 짐작조차 가지않는다. 뭐 어찌됬든 몬스터를 해치우고 함정을 피하면서 아이템을 루팅하는 일반적인 던전의 시스템과 다른점이 있긴해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원론적인 법칙은 다르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최고의 위기를 감내하고 최강의 기연을 얻어내면 그만이다. VOTO에서 아크리퍼(Arcreaper)가 던젼을 돌파하는 방식은 항상 그런식이였고 결국엔 원하는것을 손에 넣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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