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6화 (5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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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그 말은 인어족 자경대원들이 무공을 익혀야 한다는 뜻인가요?"

"꼭 무공이 아니라고 해도 빙결계열의 술식중에 무기를 강화하는 술식을 배우는 것도 좋겠지요. 아니면 단기간에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 빔계열의 창무기를 구입하는것도 괜찮겠지요. 사실 저도 본적은 없지만 백신 마켓에는 없는게 없지 않습니까? 찾아보면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돈이 문제로군요. 후우 VP를 쓸곳은 많은데 들어오는 곳은 얼마 없으니... 미안합니다. 옥사건 준위한테 칭얼거릴 문제가 아닌데 저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군요. 일단 오늘의 모의전투는 여기까지 하는것으로 하고 저랑 같이 은린선의 저녁점호에 참가하도록 하죠."

나는 푸스카를 제외한 미노타우르스 좀비를 아이언 메이든으로 돌려보내고 이솔다 공주의 뒤를 쫓았다. 신음소리를 내며 널부러져있던 인어족 자경대원들이 어느샌가 전원 기립하여 멀어져가는 이솔다 공주에게 예를 표하고 있었다. 억지로 하는 충성과 진심을 담아 하는 충성은 티가 날 수 밖에 없고 인어족 자경대원들의 충성은 후자에 해당했다. 만약 내가 군복무 시절 훈련을 빡세게 시키는 대대장이 쉬는 시간에 찾아온다면 저렇게 충성을 하기 싫었을텐데 이솔다 공주의 인망이 두텁긴 한 모양이다.

단순히 예를 표하는것을 넘어서 인어족 자경대원들은 자신들이 대 언데드 모의전투에서 이솔다 공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나에대한 부러움, 심한경우 질시로 바뀌어 이솔다 공주의 곁에 바짝 달라붙어 걸어가고 있는 내 뒤통수에 내리 꽂힌다. 히히히! 자식들아 부럽냐? 억울하면 니들도 디파일러 이개 중대나 사흉신교의 무법자들이랑 싸워서 이길 정도로 강해지든가. 자경대원들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나는 비싼 장난감을 반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초등학생처럼 어깨가 으쓱해짐을 느꼈다.

은린선의 격납고에 도착한 이솔다 공주는 나와 달리 방향감각이 뛰어난지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의 도움없이도 브리핑 룸으로 직행했다.

"이솔다 공주님 벌써 오셨군요. 어라 옥사건 준위도 같이 왔네요? 이렇게 된거 오늘 저녁점호는 조금 일찍 시작하도록 하죠. 새로운 얼굴들이 있어서 일단 소개시간을 갖죠. 아마 다른분은 아시겠지만 옥사건 준위의 경우 초면이겠죠? 탄약과 보급품을 구입하기 위해 뫼비우스 우주정거장에 다녀온 도르칸 대위입니다.

아케인족이시고 함선 실드공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계신 유능한 분이시죠."

-당신이 용린검가에서 차출되 왔다는 DF 등급의 술사인 옥사건 준위입니까? 반갑습니다. 발두인 함장이 간략하게 소개했지만 한번 더 정식으로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실버 스케일 공수중대장 도르칸 대위입니다. 아케인족 나이로 190살입니다만 경어를 쓰실필요는 없습니다. 아케인족들에게는 청소년기를 막 벗어난 시기니까요.

"어라? 이거 머리속에서 울리는 말같은건 어떻게 한거죠?"

-아케인족은 여러분이 말을 할때 사용하는 구강구조가 퇴화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대신 태생적으로 싸이킥 계열의 능력인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나누죠. 아케인족과 처음 조우하신분들은 이런점 때문에 어색해하시지만 금방 적응하실겁니다.

지금까지 만나본 외행성족들은 사실상 약간의 특이점을 제외하면 지구인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아케인족인 도르칸의 외모는 내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외계인의 그것이였다. 솔직히 그 외계인의 이미지는 외산영화가 심어놓은 고정관념에 불과했지만 막상 예의 이미지와 유사한 외모를 지닌 도르칸 대위를 보니 SF 우주 영화의 한복판에 들어온 기분이다.

"그리고 수왕성에 오는길에 도르칸 대위와 합류한 청룡문 소속분들도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용린은리 소령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니까요."

"안녕하십니까? 청룡문의 소문주인 천주랑이라고 합니다. 지닌바 실력에 어울리지 않게 뇌신검이라는 거창한 칭호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직 많은것이 부족한 검사입니다. 약혼을 한지가 10년이 다되가는데 좀처럼 기약이없는 은리의 얼굴이 보고싶어서 들렸습니다.

사적인 용무에도 불구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신 발두인 함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디파일러들과 교전 가능성이 다분한 행성에서 활약하고 계신 간부님들과 동해용궁의 왕족이신 이솔다 공주님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내 얼굴 한번 보자고 청룡문이 가디언 커뮤니티를 맡고 있는 백토성을 버리고 항성도약까지 사용해가면서 수왕성에 들렸다고? 개소리 지껄이지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오랜만에 약혼자를 만난다면 그리고 그 약혼자가 남자다움을 간직한 미청년이라면 아무리 용린은리 사저라고 해도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마치 잡아먹을듯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 용린은리 사저로 인해 브리핑 룸의 공기가 얼어 붙는다. 보다못한 용린춘 장로가 중재를 위해 나섰다.

"은리 아가씨 발두인 함장님은 물론 이솔다 공주님까지 있는 자리에서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언성을 높이시는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닙니다."

"후우 발두인 함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좀 지나쳤군요. 그 어떤 징계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이솔다 공주님께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구태여 저녁점호에 모셔놓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군요."

"저는 괜찮습니다. 용린은리 소령. 용린은리 소령의 약혼자에다 그 명망높은 무인 커뮤니티인 청룡문의 소문주라는 이야기에 제가 너무 경계심없이 청룡문분들을 맞이한 감도 없지 않으니까요."

"저는 괜찮고 말고를 떠나서 지금 상황이 이해가 잘 되질 않는군요. 천년가약을 약속하신 상대를 그렇게 적대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은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수왕성에 방문한 진짜 이유를 숨긴 제 탓이니 두 분은 노여움을 푸시지요."

용린은리 사저에게 호된 질타를 받은 청룡문의 소문주 천주랑이 오히려 용린은리 사저를 변호하고 나섰다. 발두인 함장이야 원래 나이때에 맞지않는 포용력으로 실버 스케일을 이끌고 있는 애늙은이인지라 용린은리 사저의 역정을 손녀의 재롱처럼 받아들였지만 이솔다 공주는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표정에 언짢음이 묻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서봐야 독박만 쓴다는걸 잘알고 있는 나는 숨을 죽이고 천주랑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수왕성의 동해용궁 커뮤니티와 거래하고 있는 상인들 중에 입이 가벼운 자가 있더군요. 향후 3년동안 청룡문과의 무기거래 독점권을 대가로 내걸고 수왕성에 전생유적이 발견됬다는 정보를 제공해왔습니다. 분명 떳떳한 거래라고 할 순 없는 일이였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이솔다 공주님께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전생유적 입장권을 10장 정도만 저희 청룡문에게 팔아주시겠습니까?"

"역시 다른 꿍꿍이속이 있었군. 이솔다 공주님 굳이 더 들을필요도 없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 녀석과 구룡대는 모두 DF 등급의 무인들이고 전생유적에 들여보냈다간 인어족들의 손에 들어가야할 기연을 선점해 버릴겁니다."

"청룡문의 소문주분을 포함한 10명의 무인들이 모두 DF 등급의 무인이라니 굉장하군요. 하지만 저는 그렇기에 더더욱 구체적인 거래조건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전생유적에서 기연을 얻을 실력이 충분한 분들일 수 록 전생유적 입장권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테니까요."

"하지만 이솔다 공주님..."

"용린은리 소령 아이스바운드에 거주중인 인어족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도 저고 그 결정으로 인해 초래된 결과에 책임지는 것도 저입니다. 조언은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럼 청룡문의 소문주분 어떤 거래조건을 들고 오셨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용린춘 장로가 일전에 말했듯이 DF 등급을 얻기 위해서는 디파일러 나이트가 포함된 일개 대대의 디파일러 폰들을 상처없이 전멸시킬 수 있어야한다. 술사가 아닌 무인으로서 그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건 이미 보통 인간의 범주를 초월했다는 소리였다. 그런 초인이 10명이라니 어림잡아도 일전에 사투를 벌였던 사흉신교의 무법자 네명을 합친 전력 이상이였다. 물론 천주랑을 위시한 구룡대라는 단체와 내가 싸울일이야 없겠지만 괜시리 긴장이 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일단 은리가 말했던 기연의 선점에 관한 오해를 풀어야겠군요. 저는 전생유적을 맨처음 발견한건 인어족이므로 당연히 전생유적을 먼저 탐험할 권리는 인어족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구룡대는 단 한명이라 한들 전생유적에 남아 있는 인어족이 있다면 전생유적에 입장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만약 청룡문의 소문주분께서 거래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면 이쪽에서 꺼내려던 이야기였습니다만 수고를 덜었군요."

"그러면 본격적인 대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본 청룡문에서는 2대 제자들에게만 전수되는 청룡진기라는 내공심법을 인어족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물론 소환단이라는 영약을 보급하여 단기간에 인어족들이 검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드릴겁니다. 뿐만아니라 전생유적 입장권에 대한 값은 따로 치룰것입니다. 한 장에 이만 VP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솔다 공주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청룡문의 소문주께서 말씀하신 액면그대로라면 저희 인어족에게 더할나위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군요. 솔직히 말해 너무 좋은 조건이라 의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까지 좋은 조건을 내건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하나하나 뜯어보면 저희 청룡문 입장에서 그렇게 큰 지출은 아니니까요. 청룡진기야 2대 제자가 배우는 심법인 만큼 상승의 무공이라고 할 수 없고 전생유적 입장권의 경우 본래 시세가 이만 VP정도 합니다. 거기에 최근 본 청룡문에서 영약을 연단하는 인프라를 확충한 덕분에 소환단 정도는 원가에 제조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타고온 구룡선에 미리 소환단 256정을 실어났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내기의 발현을 위한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완전히 넘어갔군, 넘어갔어. 이솔다 공주의 표정은 고뇌하는 표정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천주랑의 제안을 수락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솔직히 내가 이솔다 공주였어도 단칼에 수락할만큼 매력적인 제안이였다. 안그래도 VP 사정이 좋지 못한 동해용궁의 재정을 충당하는것은 물론 인어족 자경대원들의 전력을 강화할 수 있으니 이런 일석이조가 어디있을가? 다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이렇게 좋은 제안에는 분명 함정이 있을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발목을 잡고 있는거겠지.

"아직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그러면 이렇게 하는건 어떻겠습니까? 귀동냥으로 들어 알게된겁니다만 9일 후에 전생유적 입장권을 걸고 은린선과 인어족분들이 참가하는 토너먼트가 열리지요? 그 토너먼트 전까지 저와 구룡대가 각각 10명씩 맡아 모든 인어족 자경대원들이 내력을 발현하는 경지까지 도달하게 만들어놓겠습니다."

"그...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통상의 경우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인어족 자경대원분들은 어렸을때부터 창을 수족처럼 다루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가능한 일입니다. 본래 사람이 소화를 하거나 운동을 할때 기혈이 집중되어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그 길은 내력의 순환통로이기도 하므로 인어족 자경대원분들은 내력을 발현하는 기반을 닦여있는 셈이지요."

"그 제안 수락하겠습니다. 그리고 염치없지만 하나만 더 부탁드리죠. 그 토너먼트에 청룡문의 소문주님이나 아니면 구룡대의 한 분만이라도 출전시켜주세요. 인어족들에게 DF 등급의 검사가 어느정도 힘을 지녔는지 견식시켜주고 싶습니다. 그 대가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전생유적이 있는 심해에서도 숨을 쉴수 있게 해주는 인어의 비늘이라는 아티팩트를 청룡문에 무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무인이라면 본디 싸움을 피하지않고 즐기는법이지요. 오히려 토너먼트에 참가하게 해주신 이솔다 공주님께 제가 감사를 드리고 싶군요. 비록 모자란 솜씨지만 제가 직접 출전하여 인어족 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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