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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뭍으로 도착한 나는 바깥 공기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나는 입안에서 인어의 비늘을 토해내고 모래사장을 잰걸음으로 빠져나갔다. 메키야 바다가 제 2의 고향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익숙한 장소겠지만 내게는 육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으로 불편한 장소였다. 햇살이 반짝이는 가운데 산호초와 어울리는 기름진 물고기들을 구경하는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한치 앞을 살펴보기 힘들 정도로 빛한점 닿지않는 심해로 들어서자 그 넓은 망망대해에서 독방에 같힌듯한 느낌을 받았다.
"메키 혹시 이 인어의 비늘 재활용할 수 있어?"
"당분간은 또 쓸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비늘에 깃든 마력 입자가 흩어져버려서 그저 평범한 비늘이 되어버리니까 너무 맹신하진 마세요."
"괜찮아, 괜찮아. 숨을 못쉬는게 문제가 아니라 옷이 젖는게 찝찝해서 그런거니까. 잠깐 그런데 뭔가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아?"
"에? 옥사건 준위님한테도 들렸어요? 끼니가 될만한 점심은 못먹고 발두인 함장님이 권하는 차만 잔뜩 마시고 열심히 헤엄을 쳐서 그런지 배에서 생선을 달라고 아우성이네요. 정말이지 저 나름 섬세한 인어니까 가급적이면 들어도 못들은척 해주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거대한 기체가 움직이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것 같은데."
"정말이지 그렇게까지 크진 않았다구요!"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처음에는 점처럼 보였던 두 물체가 점점 확대되더니 어느새 거대 비행물체 두 기가 되어 나와 메키의 머리위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은린선이 약간 과장을 보태서 화랑대학교 캠퍼스만 하다고 했을때 두 비행물체는 화랑도서관과 비슷한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실버 스케일의 함선이 상식밖으로 거대한거지 두 비행물체도 어디가서 어깨빵으로 밀리진 않을것 같았다.
적의 공습이 아닐까라는 작은 의심이 피어올랐다가 태평한 표정의 메키를 보고나자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다.
뭐 굳이 거대 비행물체를 시골길에 다니는 경운기 쳐다보듯하는 메키의 표정이 아니라고 해도 실버 스케일의 군인들은 경계태새를 소흘히 할만큼 군기가 빠져있지 않다는걸 나는 빙린장성 건설 작업때 목격했었다. 정말로 저 거대 비행물체가 적의 공습이였다면 진즉 사이렌이 울렸을거고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통해서 소집령이 내려졌겠지.
"저 비행선이 한달전쯤인가 은린선 격납고에서 이륙하는걸 본적이 있어요. 우주로 향했다가 볼일을 마치고 돌아왔나봐요. 그런데 옆에서 나란히 비행하고 있는 비행선은 처음보는데 혹시 새로 산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왜 우리 메키 갑자기 저런 비행선을 무슨 장난감 사듯이 구입하는 발두인 함장의 재력을 보니까 마음이 갈대처렴 흔들려?"
"정말이지 놀리지 말아주세요. 여인천하 커뮤니티의 연애경험이 풍부한 언니들이 돈만보고 결혼했다간 신혼 끝나는 날에 소박맞기 쉽상이랬어요."
"큭큭 VOT 커뮤니티가 좋긴 좋아. 연애를 글로 배울 수 도 있고. 뭐 어쨌든 메키 너 덕분에 바다 구경 한번 잘했다. 나는 지금부터 탐험가용 숙박소 건설 현장에 가봐야 하니까 너는 가서 뭐라도 좀 먹어라. 수영도 못하는 팔푼이 끌고 댕기느라 수고했다."
"옥사건 준위님 그럼 나중에 뵐게요."나는 모래사장을 벗어나서 부터는 메키와 헤어져 전생유적(前生遺跡) 탐험가들을 위한 숙소 건설현장으로 향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탐험가들을 위한게 아니라 탐험가들의 지갑을 위한 숙소였지만. 일전에 말한대로 티베타르 원사는 건축물에 관해서라면 장인소리가 아깝지 않은 드워프였다. 숙소 건설에 관한 사소한 인테리어까지 일선에서 목소리를 높혀가며 진두지휘하는데 그 용린춘 장로가 그저 건설잡부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티베타르 원사님 저 왔습니다."
"오호 안그래도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던 참이었는데 이거 건설계의 큰손이 등장했구만."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마치 땅부자라도 되는것처럼 들리네요. 사실 밭을 일굴 땅 한마지기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번엔 제가 뭘하면 되겠습니까? 인어족 자경대원들과의 모의전투는 푸스카라는 제 미노타우르스족 부하에게 맡겨두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숙소 건설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을것 같군요."
"허허 나야 이 숙소를 완공시키는 일에만 전념하면 되지만 자네는 인기가 좋아서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힘들겠군. 그나마 일을 분담할 수 있는 부관이 생겼다니 다행일세. 나도 춘이 놈이 있어서 가끔씩 허리를 필 여유를 가질 수 있는것 아니겠나? 빙린장성과는 달리 숙소와같은 건물은 철조 뼈대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네. 자네가 일전에 박아두었던 주춧돌 위로 저기 쌓여 있는 철조물들을 일자로 세워줄 수 있겠나?"
"흠 무게가 제법 나갈것 같군요. 싸이클롭스 좀비를 부리면 어려운 일은 아니겠으나 자칫 실수 했다간 대형참사가 날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겠습니다."
"어차피 철조물을 나사로 고정시키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니 하나 하나 쉬엄 쉬엄 해도 된다네. 보아하니 적잖이 피곤해보이는데 마음을 편히 먹게. 자네가 나사를 조일때까지 철조물 하나만 단단히 고정시켜줘도 정비중대 병사 열명과 기중기가 한 기만큼의 인력을 제공하는 셈이니 말일세. 본래 건축물이라는건 한번 완공되면 사람이 최소 백년은 그 곳에서 거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만큼 서두름은 오히려 독이된다네.
전생유적을 미끼로 한철장사를 한답시고 축조과정에 소흘함이 있어서야 드워프 일족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셈이지."
확실히 티베타르 원사는 술만 밝히는 노땅은 아니였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확고한 철학과 남다른 솜씨를 지닌 드워프였고 그 곁에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열정에 감화되는 기분이다. 나는 본체의 생활을 침범할 정도로 과중한 수왕성에서의 업무 때문에 내심 침울해져있던 마음을 다잡고 싸이클롭스 킹 좀비를 소환해 철조물을 주춧돌에 맞추어 고정시키는 작업에 전념했다.
이 철조물을 반영구적으로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숙련된 정비중대원이 공작기계를 사용해서 나사를 조여야만 했다.
공작기계가 대신 해준다고 편한 작업이 아니였다. 내 팔뚝만한 나사를 빈틈없이 조이는 공작기계의 반동을 견뎌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였으니까. 솔선수범을 좋아하는 실버 스케일의 간부들이 그런 고된 일에 빠질리가 없었고 보통 병사라면 둘이서 들기도 벅찬 크기의 공작기계를 용린춘 장로가 직접 들고나서자 오히려 그림이 된다.
공작기계의 격렬한 반동을 억누르면서도 용린춘 장로는 여유가 있는지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언데드 서킷과 동기화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전생유적에 사전답사를 다녀왔다는데 어떻든가?"
"뭐 입장권이 없다보니 딱히 해볼 수 있는건 없더군요. 그냥 전생유적이 빛 한점 닿지 않는 심해에 있고 인어의 비늘이라는 아티팩트가 없으면 보통 사람은 접근조차 힘들겠다는 정도만 파악했습니다. 뭐 굳이 특이점을 찾자면 어두운 심해속에서도 선명한 푸른빛을 발한다는 것이지요. 확실히 보통 유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참 그러고보니 전생유적 입장권을 걸고 실버 스케일 병사들과 인어족 자경대원들이 토너먼트에서 맞붙는다고 하던데 춘 장로님도 참전하시는 겁니까?"
"토너먼트라 굳이 전생유적 입장권이 아니라고 해도 투지가 들끓게 만드는 네글자이긴 하내만 내 나이가 있는데 젊은이들의 기회를 강탈해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무공이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고나니 엄한 기연을 바라는 것보다는 심득을 정리하는 쪽이 오히려 소득이 크더군."
"그런데 어쩌다가 은린선의 병사들도 토너먼트에 참가하게 된겁니까? 이솔다 공주야 정예 인어족들을 엄선해서 전생유적에 보내려고 처음부터 벼르고 있었다지만 발두인 함장은 그런 기색이 없었던것 같았는데요."
"뭐 경쟁심을 고취시키는 일종의 강경책이지. 은린선과 동해용궁이 가디언 커뮤니티 관계라고 해도 막상 토너먼트에서 맞붙어 지게 된다면 같은 커뮤니티 사람에게 진것보다 심적 타격이 클테니까 더 악착같이 싸울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야."
"이솔다 공주님이요?"
용린춘 장로는 대답대신에 주춧돌과 철조물을 반영구적으로 고정시킬 마지막 나사를 조이고 다음 철조물을 눈짓으로 지목했다. 빙린장성이라는 대규모 공사를 완공할때까지 서로 함께 작업한 기간이 적지않은 탓에 나와 용린춘 장로의 호흡은 척하면 척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용린춘 장로야 본래 신력이 남다르고 나는 거인족 언데드를 부리니 우리 작업 콤비는 일당백의 작업 효율을 자랑했다.
"이솔다 공주님이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그걸 떠나서 은린선의 병사들이라고 해서 기연을 얻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나는 간부들에게 전생유적 입장권을 나눠주는것 보다는 지금처럼 토너먼트로 병사들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보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아직 호기심이 왕성한 젊은이라 그런지 전생유적에 잠들어 있다는 기연이 궁금했거든요. 뭐 저한테는 간부들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토너먼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에게 입장권을 나누어준다 한들 그게 그거인지라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혹시 용린은리 사저도 출전합니까?"
"아니 용린은리 아가씨는 이미 한번 다른 전생유적에서 기연을 얻은 적이 있기 때문에 다시 전생유적에 입장할 수 가 없네. 이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목적 자체가 퇴색되어 버리니 참가한다 한들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이솔다 공주님은 전생유적 입장권 한장을 버리는 일이 된다 한들 DF 등급에 이른 검사의 검격을 인어족들에게 견식시켜주고 싶어했지만 은리 아가씨 본인이 거절했다네."
"그러면 제가 우승이네요."
"벌써부터 단정짓는겐가? 하긴 DF 등급의 술사는 자네밖에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이번 토너먼트에는 이솔다 공주가 강력하게 밀어부친 한가지 제한 사항이 있다네. 바로 소환 크리쳐를 단 한기밖에 운용하지 못한다는 룰이지. 이래도 우승은 자네것인가?"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언데드 서킷과 손의 신경망을 동기화 시키고 있던 나는 누가봐도 나를 저격한 토너먼트 룰을 듣고도 마음의 동요를 표출할 수 없었다. 까닥 잘못했다가 수톤짜리 철근이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도미노마냥 지금까지 공들였던 건설작업들이 무너지고 말것이다. 사실 한정된 경기장에서 토너먼트를 하는데 아이언 메이든에 있는 언데드 군단 아니 언데드 소대를 불러들이기만 해도 손쉽게 승리를 거뭐질 수 있다.
그런데 내 진면목을 목격한 이솔다 공주가 직접 소환 크리쳐를 단 한기로 제한하다니 내가 요새 이솔다 공주한테 섭섭하게 군적 있던가?
"대 언데드 모의전투 비용을 조금 할인해 드릴걸 그랬나요?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너무 곧이 곧대로 받았나? 사실 10일치를 미리 땡겨주면 최소한 10%는 할인해주는게 상도덕인데."
"단언컨데 그 이유는 아닐걸세. 주고 받는건 확실해야한다는게 이솔다 공주님의 신념이니 말일세. 내가 볼땐 그저 옥사건 자네가 지닌 일신의 능력을 인어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일뿐이라고 생각하네. DF 등급의 술사인 자네의 무력이 인어족 자경대원들을 압도한다면 인어족들 중에는 낙담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DF 등급에 도달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자들이 나올 수 도 있겠지.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 인어족들 중에서도 DF 등급의 창술가나 빙결술사가 나와야만 동해용궁이 가디언 커뮤니티인 은린선의 도움 없이도 디파일러들로 부터 일족을 지켜낼 수 있지 않겠나?"
"이솔다 공주가 일족이 아닌 자신을 위해 VP를 투자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DF 등급의 술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메키만 해도 11만 VP로 구입한 윈터 피스트라는 램프의 정령덕분에 모르긴 몰라도 전투력이 곱절은 증가했을 것이다. 이솔다 공주 본인도 알트렙 납치사건에서 느꼈겠듯이 술사는 영창을 제창할 시간을 벌지 못하면 무사를 상대로 어이없을 정도로 무력해지곤 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영창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소환 크리쳐가 있다면 상상을 초월한 위력의 파괴술식을 선보일 수 도 있으니 나는 이솔다 공주가 진지하게 소환 크리쳐 구입에 관해서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족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우두머리들은 어깨가 무거워 그렇게 쉽게 자신을 돌볼 수 가 없는 것을 어떻하겠나? 아참 그리고 본체에 별다른 볼일이 없다면 오늘 저녁점호는 참가하게나. 대 디파일러 탄환은 물론 각종 보급품들을 구입하고 한달만에 귀환한 도르칸 대위와 인사도 나누고 은리 아가씨의 약혼자인 뇌신검 천주랑하고도 안면을 익힐 기회이니 말일세.
젊은 나이에 청룡문의 소문주가 되어 혁혁한 전과를 올린것은 물론 지닌바 성품도 흠잡을데없는 분일세. 인연을 만들어둔다면 언젠가 큰 도움이 될거야."
"에에에엑? 용린은리 사저의 약혼자는 용린검 아니였어요? 본인에게 그렇게 들었는데."
"물론 은리 아가씨께서 한평생을 검과 동거동락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과 살림을 차릴 수 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