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2화 (5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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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메키라는 인어족 소녀를 찾기 위해서 아이스바운드를 돌아다니며 수소문이라도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나는 앳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신장이 150cm는 될가 싶은 아담한 체구의 인어족 소녀가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과 함께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키만보면 발두인 함장과 비슷한 연배로 보였지만 라임그린 빛깔의 숏커트가 어른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아 나는 도대체 얼마만에 내가 내려다볼 수 있는 신장의 여성을 만난걸까?

"아 혹시 전생유적을 발견한 메키라는 인어족 소녀가 너야?"

"네, 맞아요!. 이솔다 공주님께 옥사건 준위님과 함께 전생유적의 사전답사를 하라는 명령을 받자마자 바로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해요. 옥사건 준위님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발두인 함장님에게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다과를 같이들자는 부탁을 받아서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괜찮아. 나도 다른 볼일이 많아서 이제 막 메키 너를 찾으려고 했으니까. 그런데 다과회 초대라니 발두인 함장이 그러는 모습은 왠지 상상이 안가는데."

"차만 마시고 바로 일어날려고 했는데 발두인 함장님이 메키양은 혹시 남자친구가 있습니까? 메키양은 어떤 남자가 취향이십니까? 라고 자꾸 물어보시는 통에 적당히 둘러대느라 혼났어요."

에엑 초면에 그런 노골적인 질문을 했단 말이야? 두 사람이 초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발두인 함장이 첫 눈에 반했다는건가? 평소에 발두인 함장이 보여준 식견이나 가치관들은 어른 이상이였으나 역시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애정사에 관해선 어린티를 내고 말았다. 뭐 사랑 앞에선 어른들도 바보가 되곤 하지만.

"으음 역시 발두인 함장님 저한테 사심이 있으신걸까요."

"아하 확실히 그 두 질문이면 사심 100% 아니 200%네."

"여인천하라는 커뮤니티에서는 연하는 왠만하면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응석만 부려서 애 돌보는 느낌이 난다고 하더라구요."

"아... 발두인 함장이 연하였구나."

"옥사건 준위님 얼굴에 너도 꼬마잖아라고 써있답니다. 정말이지 저는 이미 인어족 기준으로 성인이란 말이에요. 아마 옥사건 준위님이 짐작하고 계시는 제 나이에서 최소한 더하기 10은 하셔야 정확한 제 나이가 나올겁니다."

"그... 그래? 굉장한 동안인걸."

"더 충격적인 사실 가르켜드릴까요? 저랑 이솔다 공주님은 동갑이랍니다. 어렸을적에 이솔다 공주님과 같이 수영하면서 놀때는 제가 훨씬 더 컸는데 말이죠. 설마하니 그 키가 지금 이 나이 먹도록 유지될줄은... 그에 반해 이솔다 공주님은 한 해가 다르게 성장하더니 어느새 동해용궁 제일의 아니 수왕성 제일의 미스 머메이드가 되셨죠.

단순히 키만 큰게 아니라 가슴과 궁뎅이의 볼륨감까지 물이올라서 말이죠. 역시 이게 왕족 핏줄의 힘이라는걸까요? 크흐윽 메키는 너무 분해요."

메키가 두 눈을 꼭감고 두 주먹을 불끈쥐며 부들부들 거린다. 그야말로 온 몸으로 분함을 표현하고 있어 그녀가 성장기때의 발육부진을 얼마나 원망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몸매는 몰라도 키의 경우 유전적인 요인이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나도 남자치고는 작은 편인 170cm의 키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메키의 마음에 어느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메키 너는 어렸을때는 상대적으로 큰편이었잖아. 나는 어렸을때 부터 조회만 했다 하면 항상 맨 앞줄이였어.

"메키야 힘내! 그래도 발두인 함장처럼 메키만의 아담한 매력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잖아. 사람마다 고유한 매력이 있는법이지. 암 그렇고 말고."

"그래도 꼬마는 수비범위 밖이라구요. 저는 좀더 뭐랄까 의지가 되는 청년과 중년의 경계선에 있는 아저씨가 취향이랄까. 아! 죄송합니다. 발두인 함장님을 모욕하려는 생각은 아니였어요. 항상 이솔다 공주님이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점이 있는 리더라고 칭찬하시는걸 보면 휼륭한 분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남녀사이의 애정사라는건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잖아요."

"그럼 발두인 함장이 청년과 중년의 경계선에 있는 아저씨가 될때까지 기다려주는건 어때?"

"그건 무리에요! 인어족의 평균 수명이 높은편이라고 해도 그렇게 긴시간동안 어떻게 독수공방하면서 살 수 있겠어요? 물론 발두인 함장님의 현재 얼굴을 보면 10년 뒤의 장래가 매우 기대되긴하지만 막상 잘 키워놨더니 엄한 년이 업어가는 시츄에이션이 벌어지지 않을 보장도 없구요."

"듣고보니 확실히 그러네. 잠깐 그런데 우리 여기서 이렇게 수다만 떨고 있어도 되는건가? 용린은리 사저가 보면 농땡이 피운다고 주먹이 날아올텐데."

"어머 내 정신좀 봐. 저도 이솔다 공주님이 보면 엄청나게 잔소리할거에요. 정말이지 전생유적을 발견한 공로는 둘째치고 둘도없는 소꿉친구한테 얄짤없다니까요. 우선 이거 받으시고 절 따라오세요. 그리고 그 쪽의 동글이씨는 이제 돌아가도 좋아요. 옥사건 준위님께 안내해줘서 고마웠어요."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비게이션 모드에서 기내순찰 모드로 전환하겠습니다."

[No.33 인어의 비늘]

-입에 물고있으면 7시간동안 물속에서도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인어족들의 특수한 비늘로 보통의 비늘과 달리 77일에 한 번씩만 자란다.

내구도(420/420)

메키가 나에게 건내준 볼품없는 비늘은 넘버링 삼십번대의 소모품이였다.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라.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나야 숨 좀 안쉰다고, 바닷물을 왕창 삼킨다고 탈이나진 않지만 전생유적을 찾아온 보통의 탐험가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아이템이 될 수 있을것 같았다.

"아 이거 전생유적을 발견한 장소가 심해라고 햇으니까 탐험가들한테 비싸게 팔 수 있을것 같은데?"

"이솔다 공주님이라고 그런 생각을 안했을까요? 벌써부터 아이스바운드에 있는 모든 인어들한테 통지해서 인어의 비늘을 잔뜩 모으고 있는 중이랍니다."

오호 이솔다 공주는 전생유적(前生遺跡)에 잠들어 있는 30개의 기연을 떠나서 전생유적을 찾는 탐험가들의 지갑을 열어 한 몫 제대로 잡으려는 모양이였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앞질러 나가는 메키를 쫓으며 전생유적(前生遺跡)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최소 1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이전 세대의 인류에게 디파일러와 싸울 힘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기원은 솔직히 와닿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30장의 제한된 초대권을 지닌 30층 짜리 유적이라는 소리를 들었을때 한 가지 떠오른게 있었으니 바로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의 리미티드 인스턴스 던젼(Limited Instance Dungeon)이였다.

이름 그대로 제한된 입장 횟수를 지닌 던젼의 구조는 전생유적의 구조와 매우 닮아 있었다. 즉 전생유적이라는 것을 만든 존재와 VOT 온라인을 만든 존재가 동일하거나 혹은 비슷한 계보를 잇는 존재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용린혁 가주덕분에 VOT 온라인이란 껍질을 깨고 나온 이후 게임 컨텐츠인 던젼과 다시 조우할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지만 이렇게 된 김에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득을 챙겨야 할것이다.

이솔다 공주는 실버 스케일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생유적 입장권 10장을 협상카드로 내밀었다. 간부의 특권을 떠나서 전생유적의 난이도 자체가 상식 밖이기 때문에 데빌 파이터(Devil Fighter)인 내게 입장권이 주어지는 일은 기정사실이다. 그리고 던젼이라면 VOT 온라인에서 지긋지긋하게 돌아보았던 나는 예의 기연이라는걸 얻을 자신이 있었다.

"이제 부터 수영을 해서 들어갈건데요. 옥사건 준위님 혹시 100m 수영을 30초만에 주파하실 수 있나요?"

"아니 아예 수영자체를 못하는데. 하지만 물속에서 움직일려면 움직일순 있어."

"그러면 제 손 꼭잡으세요. 해지기전에 전생유적을 보고오려면 그 수밖에 없겠네요."

"인어족이라면 누구나 수영의 달인이긴 하지만 어디 한번 메키의 수영실력은 어떤지 볼까?"

"후후후 제가 키는 작아도 수영 하나는 인어족들 중에서도 발군이라구요. 놀라지 마세요."

나는 메키의 아담한 손을 잡고 바닷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용린은리가 준 제복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 다소 불쾌한 감촉을 기다리고 있는데 놀랍게도 얇은 공기층이 제복이 젖는걸 막아주고 있었다. 물속에서 숨쉬는것 말고도 이런 효과가 있었다니 아이스 바운드에 탐험가들이 몰려들기만 한다면 인어의 비늘은 불티나게 팔려나갈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어느새 발이 닿지 않는 바다까지 딸려나온 나는 어느새 하반신을 물고기로 바꾸고 매섭게 지느러미를 놀리는 메키를 따라 더 깊은 바닷속으로 향했다.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빠...빠른데?"

"제가 말했잖아요. 수영 하나만큼은 인어족들중에서도 발군이라고."

"바닷속은 이런 풍경이구나. 우왓 방금 지나간 물고기 엄청 큰데."

"하아? 저 정도 물고기는 큰축에 못껴요. 이 수왕성의 바닷속 어딘가에는 고래를 잡아먹는 물고기, 웨일 슬레이어도 있는걸요."

"고... 고래를 잡아먹는다고? 그런 녀석이 바다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무서운데. 메키는 수영의 귀재니까 도망칠 수 있겠지?"

"거인도 부리시는 고위 강령술사이시면서 의외로 겁이 많으시네요. 방금 말했던 웨일 슬레이어는 사실은 뻥이랍니다. 아니 정확히는 전설속에나 나오는 물고기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본 사람은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나도 겁먹은척 해본것 뿐이야. 웨일 슬레이어건 뭐시건 나와만 보라고 해. 바로 그 자리에서 회를 쳐버릴테니까."

"쿡쿡 어련하시겠어요."

"메키야 진짜라니까? 내 손톱, 블랙탈론 앞에선 덩치가 아무리 큰 놈이라고 한들 이렇게 파밧! 타닷탓!하면 버틸 수 가 없어요."

"아 믿어줄테니까 손이나 꽉잡으세요. 이 망망대해에서 미아가 되고 싶어요? 정말이지 남자들은 왜 여자 앞에만 서면 자기 무용담을 펼치지 못해 안달인걸까."

"진짠데..."

웨일 슬레이어가 호신강기를 펼칠 수 있는 영물이 아니라면 덩치가 얼마나 크든 언옥타늄으로 이루어진 내 손톱, 블랙탈론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래를 잡아먹을 정도로 거대한 녀석이 자신의 온 몸에 호신강기를 두르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할려면 천년 묵은 내단정도는 있어야겠지. 솔직히 지금 내가 두려운건 웨일 슬레이어가 아니라 메키가 경고한대로 이 망망대해에서 미아가 되는 것이였다.

하여 나는 메키의 손을 꼭 붙잡는것은 물론 이매망량들로 붕대처럼 둘러싸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이 넓은 바닷속의 풍경은 너무나 광대해서 솔직히 거기가 거기같아 보였지만 메키는 주저없이 목적지로 나아갔다.

어느새 해수면과 멀어져 사위가 어두컴컴해지는 가운데 나는 푸른 빛을 발하는 신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호초와 불가사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쌩둥맞은 그 육지 건물은 영롱한 푸른빛으로 심해의 등불이 되어주고 있었다. 처음이 아닐터였던 메키도 그 묘한 푸른빛의 매력에 내 옆에서 한동안 신전을 말없이 감상하였다. 수압으로 인해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몸둥어리를 이매먕량으로 보조하며 천천히 전생유적을 향해 걸어가는 나를 메키는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이게 전생유적인거야?"

"맞아요. 백신 마켓에 내다팔 진주를 찾으러 왔다가 이 건물을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은 30일 발견자 특전기간이라고 해서 이솔다 공주님께 입장권을 받지 않은 자는 저라고 해도 입장할 수 없어요. 치사하죠? 진짜 첫 발견자는 저인데 말이에요. 물론 VOT 시스템이 발견 보상으로 상당량의 VP를 줬고 이솔다 공주님도 따로 포상금으로 VP를 주시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 안에 있는 기연이라는게 탐이나요."

"누구나 욕심낼만하지. 이런 고대 유적에 잠들어 있는 보물이라면 말이야. 이솔다 공주님한테 한번 부탁해보는건 어때? 일단 첫발견자니까 입장권 한장정도는 받을 권리가 있지 않겠어?"

"이솔다 공주님은 철저하게 강한 인어족 10명을 가려내서 전생유적에 입장시키고 싶어하세요. 심지어 자신조차도 그 10명에 미리 포함시키지 않았죠. 10일 뒤에 아니 하루지났으니까 9일 뒤에 전생유적 입장권을 걸고 토너먼트를 열은 후에 직접 참여하실 생각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은린선 여러분들도 거기에 참여하시는걸로 알고 있는데 전해들으신게 없으신가요?"

"에 정말로? 금시초문인데... 아하! 아침점호시간에 공지한 모양이다. 내가 사정이 있어서 아침점호시간에 참여를 못하거든."

"그 토너먼트로 인어족이나 은린선 출신 가리지 않고 등수를 정한 다음에 인어족 중에서만 1위에서 10위 그리고 은린선 출신 분들중에서만 1위에서 10위에게만 입장권을 준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고위 강령술사이신 옥사건 준위님도 토너먼트에 참가해서 성적을 거두지 못하시면 입장권은 물건너가는거에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첫 발견자라는 이유로 입장권을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이죠.

물론 토너먼트에는 참가할 생각이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토너먼트는 저같은 술사에게 너무 불리한것 같아요. 이솔다 공주님 자기 자신도 술사이면서 그런 환경을 조성하다니 정말 못말리는 공주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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