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0화 (5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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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아야사가 평소엔 볼 수 없었던 똑부러지는 팀장의 얼굴로 다른 연구원들을 통솔하여 내가 주축이되었던 전투 시뮬레이션을 분석해나갔다. 그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는 내 유일한 즐거움은 칼로도프와 의도적으로 눈을 마주치며 씨익하고 웃어주는것 뿐이였다. 칼로도프는 애써 태연한척했지만 흔들리는 눈동자에는 이미 나라는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지구인들 중에서도 강한축에 속하는 이종 격투기 챔피언이라고 할지라도 코디악 베어와 만나면 일격을 버틸 수 없다. 즉 먹이사슬에서 상위종에 속하는 포식자와 하위종에 속하는 피식자간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

그런데 나는 그 코디악 베어와도 싸워 이긴 전적이 있다는 본 마스크 보어(Bone Mask Boar) 준성체와 싸워 손쉽게 승리했다. 칼로도프가 자신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깊고 넓은 강을 목격하고 두려움에 떠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였다. 그렇게 가벼운아이 컨택에도 흠칫하는 칼로도프의 반응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전투 시뮬레이션 분석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면 김사건 테스터 약속했던 대금은 계좌로 이체해 드릴테니 문자메시지로 계좌번호 좀 보내주세요."

"약속했던 대금이라는게 뭔데?"

"대금은 대금이죠. 설마 김사건 테스터는 이 정도 리스크를 짊어지는 실험을 제가 무상으로 부탁할거라 생각했습니까? 게다가 지금이야 각국에서 천외천에 대한 정보를 대중들에게 공개하는걸 극도록 기피하고 있어 천외천들의 가치 자체가 공식적으로 책정되지 않았습니다만 앞으로 천외천의 몸값은 점점 치솟아오를겁니다.

돈이 부족한것도 아닌데 나중에 헐값에 부려먹었다라는 불평을 듣고싶진 않군요."

"아니 뭐 돈보다 좋은걸 받기로 했으니까. 어쨌든 돈을 준다는데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지. 잘 쓸게, 아야사. 그 돈으로 통닭이나 사먹어야 겠다."

나는 지하 연구실로 내려왔던 때처럼 아야사와 인도하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향했다. 아야사가 태세 변환을 시도하는걸 여러번 목격하다 보니 이제는 아야사가 나와 단둘이 있을때와 다른 3자가 있을때 미묘하게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지상에 도착하기 까지 최소 10분 이상은 필요했으므로 나는 시간이나 죽일겸 아야사를 등뒤에서 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아기 고양이야 주인님한테 안겨서 갸르릉거려봐."

"엿같은 소ㄹ...가 아니라 사건님 조금은 체통을 지키시지요."

"체통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중에 하나야.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자기 욕망에 충실하게 살다가는게 정답아니야?"

"후우 굳이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회장이 개최한 상속자 리그가 아니라고 해도 이 세상은 VOT 온라인에 잠들어 있는 미증유의 힘때문에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것입니다. 그렇다면 사건님, 그런 어지러운 세상에서 리더가 어떻게 행동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냥 적당히 잠잠해질때까지 몸을 사리면 되는거 아니야?"

"사건님 솔직히 말해보십쇼. 제 상급자로서의 자각같은거 없시죠? 앞으로 저희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왜 해야하는지, 언제 해야하는지, 어디에서 해야하는지 같은 일들은 안중에도 없이 일신의 힘만 믿고 충동적으로 저를 수하로 받으신겁니까? 다른 상속자들이 보낸 첩자가 있을까봐 사건님의 신분을 숨긴것도 있습니다만...

이래서야 다른 연구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건님을 제 상급자라고 밝히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겁니다."

아야사의 표정이 자뭇 심각한게 내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보여주지 않으면 탈선이라도 할듯한 뉘앙스였다.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장인 아야사의 상급자는 곧 자연스럽게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의 리더가 된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단체의 수장이 되어 이끌어 나간다는건 영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물론 지금 수왕성에 있는 내 아바타 옥사건에 접속한 순간 나는 고위 강령술사로서 일개 군단의 수장이나 다름없다.

허나 아이언 메이든에 있는 놈들은 실이 달린 인형들이였고 에보니 메이든에 있는 녀석들은 수하라기 보다는 권속에 가까웠다.

수하와 권속은 엄연히 다르다. 금전적 계약에 의해서든 거창한 도의를 따라서든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수하가된 자들은 일이 수틀리면 언제든지 다시 자신의 자유의지로 리더의 곁을 벗어날 수 있다. 허나 권속은 영혼의 목줄로 묶여져 리더에게 무한히 구속된다. 내 의지가 곧 그들의 의지가 되는 자들, 그것이 바로 권속이였다.

내게는 그 권속의 개념이 익숙하고 편했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돌볼 수 없는 화이트칼라놈들을 끌어안는게 귀찮기도 했지만 아까 아야사가 말했듯이 다른 상속자의 첩자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는 자들과 한배를 타는 일은 사양하고 싶다. 나는 다시 한번 아야사를 온힘을 다해 끌어안은채로 뒤에서 속삭였다.

"나는 칼로도프같은 놈들을 밑에 두고 싶은 생각따윈 없어. 내가 원했던건 오직 아야사 너야. 상속자 리그가 일년 뒤라고 했나? 뭐 일년까지 기다릴것도 없이 두달뒤에 그 노망난 블루아주 늙은이를 손봐주고 해독제를 되찾아주지. 그 후에는 아야사 너도 좀 프리덤 정신에 입각해서 꼴리는대로 살아봐. 리더의 역할이니 뭐니 쓰잘데기없는 일에 아까운 청춘 낭비하지 말고.

세상이 무간지옥으로 변한다고 한들 네 목숨만큼은 내가 신경써서 지켜줄테니까."

"사건님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는겁니다만 남자들은 원래 여자앞에서 내세울게 허세력이랑 고간에 있는 고깃덩어리밖에 없는겁니까?"

"아 미안 엉덩이에 닿았나? 진지한 대사하고 있는데 눈치도 없는 녀석이네. 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두달뒤에 네 손에 해독제가 들려있다, 없다. 이런 심플한 실험값이면 내가 믿을만한 남잔지 그저 놈팡이인지 분석이 끝나는거잖아?"

"후우 설사 사건님이 해독제를 구해주신다고 해도 저는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에 있는 연구원들을 버릴 수 없습니다. 이미 사업의 일부를 물려받아 미정재계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도엔버 크로스데일의 스카웃 제의에도 불과하고 저를 택해준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들은 상속자 리그가 블루아주 회장이 조제한 정체불명의 독약때문에 치킨 레이스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긴 합니다만...

더 좋은 직위와 연봉 그리고 고향을 두고 저에게 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 1F에 도착했습니다.

-본 엘리베이터는 1급 접속권한을 지닌 본사 임원과 지점장만 개방 할 수 있습니다.

-홍채 및 얼굴 인식중입니다.(4/100)

-홍채 및 얼굴 인식중입니다.(78/100)

-홍채 및 얼굴 인식중입니다.(100/100)

-아야사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장 1급 접속권한 확인되었습니다.

-아야사 크로스데일님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뭐 그건 너가 알아서 하고,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내가 책임지는건 어디까지나 너뿐이야. 나한테 다른 놈들은 안중에도 없다는것만 알아둬. 그들의 위에 서는 것도 밑에 들어가는것도 질색이야. 나는 앞으로도 오늘처럼 그냥 계약 고용된 천외천 유저인걸로 해둬."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김사건 테스터 다른 3자가 있을때는 지점장과 계약 고용된 천외천 유저라는 관계를 잘 연기해줬으면 하는군요. 아까처럼 대금 지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금시초문이라는 것처럼 얼타지 말구요."

"흥! 지점장님이야 말로 침대위에서 금시초문이라는 것처럼 얼타지 말구 통닭집에서 자랑했던 테크닉 좀 선보여주시죠."

"그때는 아무리 유혹해도 꿈적도 안하더니 김사건 테스터가 이렇게 색골일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때는 어떻게 참았나 몰라."

"통닭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불경한 생각을 할 틈이 없었지."

"허! 어련하시겠어요."

*    *    *    *

아야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고급 외제승용차에 오른 내가 2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영화속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외관의 호텔이였다.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는게 귀찮아서 호텔의 펜트하우스를 10년간 통채로 빌렸다는 아야사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대중교통이 번거로워서 졸업할때까지 택시로 통학했다는 여대생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스케일에선 아야사쪽이 한 수 위지만 기회비용이라는걸 고려하지 않는 부자들의 목적지향적 소비행위라는 점에서는 유사했다.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나도 VOT 온라인을 플레이 할때 마음에 든 아이템이 경매에 올라오면 앞뒤안가리고 가격을 땡겨서 낙찰받은 경력이 있었다. 물론 그 중에 많은 것들이 커스텀 아이템이였던지라 지금은 대부분 증발해 버렸지만 아직도 내 인벤토리에는 산유국 알부자 유저들과 경매 레이스를 버리며 손에 넣은 네임드 아이템들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천외천 유저가 벌어들이는 수입을 합하면 일개 국가의 한해 예산에 버금간다고 하지만 태생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산유국 알부자 유저들과 경매 레이스를 벌이는건 무모한 일이였다. 집이 없다고 호텔 펜트 하우스를 10년간 빌린다거나 대중교통이 번거롭다고 택시만 타고 통학하는게 남일이 아니였군.

아니지 돈이 썩어나도록 넘쳐나는것도 아니면서 아이템 쇼핑 중독에 걸린 내가 더 정신머리 없는걸지도.

"여기가 제 보금자리입니다. 염연히 호텔 재산인지라 인테리어 중축공사를 할 수 없는게 아쉽긴 하지만 그럭저럭 쓸만하죠?"

이제는 슬슬 엘리베이터를 타는게 지겨워지기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펜트하우스로 직행하는 VIP용 엘리베이터는 크로스데일 지하 연구실로 가는 엘리베이터와는 달리 삼십초만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난생처음 온 호텔에서 난생처음 보는 팬트하우스를 목격한 나는 격세지감을 느끼며 여기가 과연 같은 한국의 하늘을 지붕 삼고 있는곳이 맞는가를 끊임없이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은 바로...

"신발장이 내 자취방만하네."

"자취방이 신발장만한게 이상한거 아닌가요?"

"뭐 그럴지도 모르지. 뭐 아무튼 신발장만한 자취방에서든 자취방만한 신발장이 있는 팬트하우스든 우리 아기 고양이같은 여대생을 품을 수 있는 곳이 천국 아니겠어?"

"죄송한데 아무리 사건님의 명령이라도 두발을 쭉 뻗을 수 없는 자취방에서 하는건 조금 꺼려지네요."

"체위중에는 굳이 두발을 뻗지 않아도 되는게 많거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제가 궁금한건 천외천 유저라면 사냥중에 나오는 짜투리 아이템만 팔아도 적지않게 벌었을텐데 도대체 그 돈은 어디다 쓰셨나는거에요."

"후우 그 얘기는 하지 말자. 우리 아기 고양이가 자꾸 말로 나를 괴롭히니까 나는 몸을 괴롭혀서 되갚아줘야겠다."

"으아앗!"

청안 청발에 허벅지가 탄탄한 여대생과 내 자취방 보다 넓은 침대가 있는데 신발장에 서서 말장난이나 하면서 시간을 죽이는것도 바보 같은 일이다. 나는 기습적으로 아야사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 침대로 돌진했다. 흰 가운을 풀어헤치고 캐쥬얼 정장을 찢어버리다 시피 벗겨버리자 뽀얀 살결과 대비되는 검은 레이스 언더웨어가 내 머리속의 이성 스위치를 꺼버렸다.

내 옷을 벗는것도 잊은채 아야사의 목덜미에 달려들어 뽀얀살결을 햝는 것은 물론 보송보송한 솜털에 코를 맞대고 체취를 맡았다.

한창 성욕이 활발할때 VOT 온라인에 빠져 밴쉬 세이지 누시아의 허벅지나 긁으며 스스로를 위로해야 했던 설움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듯 나는 아야사를 거칠게 맛보았다. 아야사는 그런 투박한 애무에도 불평하지 않고 호흡을 맞쳐주었고 나는 목줄 풀린 개마냥 아야사의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고 몰캉몰캉한 살덩어리를 한입 베어 물었다. 황홀한 식감에 자연스럽게 검은 레이스로 장식된 브래지어의 후크에 손이 갔다.

그러나 후크를 딸깍하고 풀려는 순간 아야사가 내 손을 마주잡아 오며 부드럽게 밀어냈다. 힘으로 밀릴리야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 아야사의 청안에 매료된 나는 이 순간만큼은 아야사의 노예였다.

"좀 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니 나 지금 부터 땀냄새 패티쉬할꺼니까 괜찮아."

"저말고 사건님 말이에요. 물론 저도 씻으면서 프랑스에서 수입한 장미원액 바디워시로 중요 부위를 단장하면 좋겠지만요. 본 보어 마스크랑 뒹굴었던 사건님은 위생학적 관점에서 샤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럼 같이 샤워할래?"

"아뇨. 헬스 트레이닝을 하면서 흘린 땀이라면 모를까 본 보어 마스크랑 싸우다 흘린 땀은 좀 거북하네요."

"아으으으으으윽 미치겠네 진짜! 알았어. 뭐 아야사 너가 깔끔떠는게 아니라 보통 사람이라도 찝찝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씻을게. 그런데 어차피 둘다 씻을 거라면 아야사 너가 먼저 씻어. 씻는 모습 훔쳐볼거니까."

"어차피 곧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하나가 될텐데 뭐하러 훔쳐볼려구요? 아니 애시당초 너가 샤워하는걸 훔쳐볼거라고 당당하게 예고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남자의 로망이란건 생각보다 심오하다구. 아참 전에 입었던 거리싸움꾼2의 옥단예 코스프레 복장 있어? 목욕타월만 걸친 모습 보여준 다음에 그걸로 갈아입어줘."

"참 원하시는것도 많으셔라. 분부대로 하지요."

속옷차림으로 샤워실로 향하는 아야사의 뒷태를 5초간 감상한 나는 내 자취방 보다 넓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말로는 훔쳐본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 심신이 지쳐있었다. 수왕성에 있는 아바타 옥사건의 얼티밋 언데드 폼과는 달리 김사건의 육체는 일반인에 비해 강건한거지 무적은 아니였다. 뼈가면 멧돼지 괴물들과 어울리는 순간에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 적잖이 피곤했다.

물론 남자가 숟가락 집을 힘만 있으면 그 짓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거사를 다음으로 미룰 필요는 없겠지만 화끈한 밤을 위해 어느정도 체력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아야사 못지 않게 나도 몸매는 자신있는데 귀갑흑석단 때문에 다소 거무튀튀해진 피부는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아야사 성격에 그 자리에서 피부 샘플을 채취해서 실험을 하려고 들지도 모른다. 물론 도검불침의 피부를 얻는데 이 정도 패널티라면 분명 합리적인 수준의 트레이드 오프긴 하지만 워터파크는 역시 무리겠지?

이것참 나도 남자지만 남자라는 생물은 어쩔 수 없구만. 아야사같은 초절정 미인과 동침을 눈앞에 두고 워터파크에서 헌팅할 생각을 하다니. 생물학적으로 따지면 자신의 우수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한 자연스러운 본능이기는 하다만.

-같은 용린검가/실버 스케일 커뮤니티 소속인 용린은리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본체가 다니고 있다는 학교 시간표 정보 총알!

-실버 스케일 커뮤니티가 가디언 커뮤니티로 있는 동해용궁 커뮤니티 소속인 이솔다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옥사건 준위 보채는것 같아 미안하지만 전생유적(前生遺跡)에서 동해용궁의 인어족들이 뚜렷한 성과를 얻기 위해선 실전 훈련이 불가피합니다. 열흘치 대 언데드 모의전투 비용을 미리 지불했으니 가능하다면 본체의 일정을 조속히 마무리 하시고 수왕성으로 돌아와 아직은 부족한 자경대원들에게 한 수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이솔다 공주님으로 부터의 10000 백신 포인트가 입금 되었습니다.

-10037 VP

팔목에 있는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가 반짝일 때부터 뭔가 쌔한 느낌이 정수리를 맴돌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왕성의 두 여걸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를 호출했다. 용린은리 사저는 단 한줄이였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마 강의가 있지도 않는데 옥사건으로 로그인하지 않고 늦장을 부리고 있다는게 알려지면 용린은리 사저 성격에 절대 가만있지 않겠지.

이솔다 공주는 다소 온화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모의전투 대금을 미리 지불하면서 내게 심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딱 한발만 즐기고 멈춘다음에 수왕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행히도 강의시간표상으로는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아야사가 견학수업 형태로 출석문제를 처리해주었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은 엄연히 견학수업의 일환이였다. 여체의 오묘함을 탐구하는 성교육 교양수업이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번 발동이 걸리면 브레이크를 걸 수 가 없을것 같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오랜기간동안 독수공방하다보니 해보고 싶은게 너무나 많다.

아니 잠간만 브레이크를 걸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서 딱 한발만 즐기고 내가 옥사건으로 로그인하면 아야사 입장에서는 내가 한발로 나가떨어지는 토끼라고 생각할거 아니야? 생각만해도 치욕스러움에 얼굴이 붉어진다.

"사건님의 애간장이 타서 재가될까봐 중요부위만 빠르게 씻었습니다. 아마 도중에 냄새때문에 불쾌해지는 일은 없을겁니다. 사건님도 들어가서 씻으시지요.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건성으로 씻으시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물기가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아야사의 촉촉한 청발은 그야말로 팜므파탈의 심볼이였다. 그 뿐만 아니라 목욕타월로 아슬아슬하게 가린 뽀얀 나신은 내 심장의 수명을 단축시킬 정도로 위협적이였다. 하지만 나는 애국가를 부르며 마음을 다스렸다. 수왕성에 있는 두 여결들의 호출은 덮어두고 아야사와 진한 하루를 보내는것도 딱 한발만 즐기고 옥사건으로 로그인해서 아야사에게 토끼취급을 받는것도 모두 최악의 엔딩으로 향하는 플래그였다.

"잠깐만 오늘 본 마스크 보어랑 싸울때 이적의 힘을 너무 쓴 모양이야. 갑자기 급속도로 피곤해지는군. 미안하지만 나는 잠깐 눈을 붙이겠어."

"정신력을 소모하는 계열의 이적의 힘을 사용하신 모양이군요. 아마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의 정면충돌을 받아낸 방어막 계열의 능력때문이겠죠? 그렇게 저를 안고 싶어 안달해 하시던 분이 갑자기 주무신다고 하는걸 보면 이적의 힘을 무리해서 사용한 대가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군요.

뭐 오늘만 날이 아니니 편히 주무십쇼. 언제 일어나실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한 요깃거리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아야사는 내가 눈을 붙이겠다는 말에 이외로 빠르게 수긍했다. 내가 이적의 힘을 사용한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어차피 운우지정의 기쁨은 물건너 갔음이니 수왕성에 있는 두 여걸의 비위나 맞추기로 했다. 이불로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가린채로 로그인을 끝낸 내 모습은 아야사에겐 곤히 잠에 빠진것처럼 보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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