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8화 (4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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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나는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을 플레이하기 이전에는 공부밖에 모르는 학자타입이였다. 딱히 공부가 좋아서 매달렸던건 아니였다. 전교 1등이라는 한시적 직위가 학교라는 사회에서 학우들을 상대할때나 선생님을 상대할때 편하다는걸 깨달은 후,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하는게 아니라 전교 1등이라는 한시적 직위를 영구적으로 획득하기 위해서 공부했다.

어느날은 그런 나를 보며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가 '역시 유전자는 못속인다고 제 엄마를 닮아 공부를 참 잘한다'라는 말을 했고 나는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든 엄마와의 묘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이후 나는 더욱더 공부에 매진했으며 최종적으로 화랑대학교 생명공학과에 진학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엄마는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생명공학자였다. 생명공학 분야의 최고봉 저널인 케루빔에 일기를 쓰듯 논문을 게재한것은 물론이며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케루빔에 올라오는 논문의 감수를 맡은적도 있었다.

그렇게 내 인생은 엄마의 그림자를 쫓아가는 방향으로 굳혀질뻔했다. 하지만 VOTO(Vaccine Of Things Online)를 만난 순간 내 인생은 전혀다른 목표를 쫓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VOTO(Vaccine Of Things Online)라고 하는 또다른 세상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고 그 결실이 얼티밋 언데드 폼(Ultimate Undead Form)이였다. 뭐 그런걸 다 떠나서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의 세상안에서도 나는 술사였고 몸쓰는 일과는 영영 인연이 없을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본 마스크 보어(Bone Mask Boar)와 맞닿았던 주먹에 찌르르하고 울리는 통증이 내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아야사 전투 시뮬레이션을 분석하기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했지? 방금 나랑 싸웠던 놈이랑 같은걸로 세 마리만 더 입장시켜봐."

"뭐라고요? 지금 김사건 테스터는 자신이 무슨소리를 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잘 알고말고. 이 녀석이 한방에 나가떨어져서 나는 제대로 몸을 못풀었고 그쪽은 데이터가 부족하니까 한번에 세 마리를 동시에 풀면 서로 윈윈 아니겠어?"

"우연히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 한마리를 손쉽게 쓰러트렸다고 해서 우쭐해하지 마세요, 김사건 테스터. 상속자 리그에 내보낼 우리 연구실 회심의 생체병기는 따로 있으니까."

"뭐 그러면 그 녀석을 내보내던가."

"그 생체병기는 우리쪽에서도 제어하기 힘든데다가 만에 하나 그 녀석이 다치기라도 하면 상속자리그에 내보낼 대체자가 없습니다. 물론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 10마리와 필적한 힘을 지닌 녀석이 다칠리도 없겠지만 현재 본 연구실에서 그 녀석을 대체할만한 존재는 없기 때문에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참 종알종알 안되는 이유도 가지가지네. 여차하면 내가 크로스데일 상속자 리그에 생체병기 대표로 나가면 되는거 아니야? 일단 나도 생명체니까 말이야. 맞다! 좋은 생각이 났어. 나랑 그녀석이랑 붙어서 이기는 놈이 상속자 리그에 나가는거야.

적자생존의 법칙이야 말로 우월한 생명체를 가리는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심플한 룰 아니겠어?"

"본래 예정되어 있던 실험이 아니니 김사건 테스터는 잠시 기다리세요. 다른 연구원들하고 상의도 해봐야할것 같군요."

농담이 아니라 나는 정말로 최강의 생체병기를 가리는 크로스데일 상속자 리그에 나갈 의사가 있었다. 어차피 직접 상속자 리그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이 상속자 리그에 어떤식으로든 관여할 생각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드 알케미스트(Mad Alchemist)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이 하는 짓거리가 수상하다 못해 구린내가 풀풀나기 때문이었다.

뭐 내가 정의의 히어로 코스프레를 하겠다고 매드 알케미스트(Mad Alchemist) 블루아주 뒤를 캐겠다는게 아니였다.

모든것은 VOT 온라인에서의 은원을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사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매드 알케미스트(Mad Alchemist) 블루아주가 내게 복수하기 전에 찍어 누른다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이제 막 1000레벨을 찍은 강령술사들에게는 천국 사냥터인 망자들의 도시 네크로폴리스(Necropolis)를 매드 알케미스트(Mad Alchemist)의 길드 베놈 스토커(Venom Stalker)가 점거한채로 진입을 철저하게 막은적이 있었다.

정예 길드원 만명에 천외천의 일원인 매드 알케미스트(Mad Alchemist)가 포함된 베놈 스토커(Venom Stalker) 길드가 작정하고 네크로폴리스(Necropolis)를 점령하기 시작하자 총 강령술계열 유저들중 팔할에 가까운 강령술사 유저들이 언데드 제작에 필요한 주요재료를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연히 파티 플레이 보다는 솔로 플레이를 즐기는 강령술사 유저들도 한대로 뭉쳐 베놈 스토커 길드와 맞서 싸웠지만 조직화된 힘과 주먹구구식으로 뭉친 힘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베놈 스토커 길드원들과 싸우는 족족 패배한 임시 강령술사 연합은 레벨과 장비를 떨구면서 점점 약화되었고 끝내 해산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관심도 없었다. 내게는 네크로폴리스(Necropolis) 말고도 천외천 유저들만 접근할 수 있는 극상위 사냥터에서 언데드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구할 수 있었고 같은 강령술사 직업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기 때문이였다.

"다른 연구원들과 상의한 결과 지금 당장 김사건 테스터를 본 마스크 보어 성체와 맞붙게하는건 여러모로 리스크가 크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하여 아까 김사건 테스터가 요청한대로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 3마리와 싸우게 해드릴테니 가급적이면... 일권에 본 마스크 보어를 죽이지는 말아주세요. 게임처럼 자원만 있다고해서 단숨에 만들어낼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렇게 전투 데이터를 뽑지도 못하고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를 잃는건 본 연구소 입장에서도 무시못할 손실입니다."

"아까는 뭐 우연이라더니. 아무튼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어. 나도 시험해보고 싶은 기술들이 많으니까 적당히 데리고 놀다가 죽일게."

"가능하다면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를 죽이지말고 최소한의 부상으로 전투불능 상태로만 만들어준다면 김사건 테스터에게 그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입니다."

"아야사 크로스데일 지점장 인센티브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이라는건 알고있나?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서 이 자극이라는게..."

"무슨말인지 충분히 알고있습니다. 헌데 김사건 테스터 군소리 없이 이번 77회 본 마스크 보어 전투 시뮬레이션에 잘 협조해준다면 그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시간이 앞당겨질것이란 사실은 알고 계신가요?"

"괜한 소리하지말고 전투 시뮬레이션에만 집중하란소리지? 오케이 오케이. 나는 준비완료니까 아무때나 들여보내."

전투 시뮬레이션이 모두 끝나고 침대 위에서 아야사를 괴롭힐 생각에 벌서부터 설레이는군. 아까의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극상위 사냥터에서는 당연히 상위 넘버링의 술식재료가 쏟아지지만 막상 하위 넘버링의 술식재료가 대량으로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헌데 베놈 스토커놈들이 네크로폴리스라는 거대 사냥터를 점거하고 있다보니 당연히 VOTO(Vaccine Of Things Online)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도 강령술식에 필요한 재료의 공급이 뚝 끊기고 말았다.

나는 어쩔수없이 네크로폴리스로 향했고 나 스스로 천외천의 일원임을 밝히며 베놈 스토커 길드원들에게 패가망신당하고 싶지 않으면 비키라고 경고했다. 허나 놈들은 매드 알케미스트 블루아주와 자신들이 소속되어있는 베놈 스토커라는 거대 길드의 쪽수를 믿고 나를 모욕했다. 내 손톱, 블랙탈론이 뻗어나가 나를 모욕한 베놈 스토커 길드원의 목을 꿰뚫은 순간 VOTO(Vaccine Of Things Online) 역사상 가장 쪽수차이가 심한 다대일 전쟁이 시작되었다.

본래 네크로폴리스성을 방문한 목적이였던 하위 넘버링 술식재료의 수집은 안중에도 없이 베놈 스토커 길드마크가 달린 유저라면 누구든지 숙청하고 다녔다. 네크로폴리스 성을 이잡듯이 뒤지며 베놈 스토커 놈들을 쫓다보니 녀석들이 네크로폴리스 사냥터의 네임드 보스 월영공(月影公) 듀리스의 리젠지역인 성주실에 집결하여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체할것 없이 달려가 베놈 스토커놈들을 작살내려 하는데 매드 알케미스트 길드장 본인까지 합세하여 성주실에 배수의진을 펼치고 있었다.

사냥감들이 제발로 외통수에 모여있는 꼴이였으니 나는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과 함께 놈들을 한놈도 남김없이 학살해버렸다.

"김사건 테스터 지금부터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 3마리를 순차적으로 들여보낼겁니다. 당신의 일권을 맞고 죽은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를 보고 광폭해질 가능성이 높으니 아무쪼록 방심은 금물입니다. 칼로도프 준비된 본 마스크 보어 준성체부터 들여보내."

그 후 무슨 꿀단지를 숨겨났길래 성주실을 필사적으로 사수하고 있는지 궁금해 들어가보니 월영공(月影公) 듀리스가 빈사상태로 결박되어 있었다. 의복이 여기저기 찢어진 상태로 끈끈한 점액물질에 의해 묶여있는 월영공(月影公) 듀리스의 모습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회상해봐도 꽤 야릇했던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밥상이 차려졌으니 소위 막타스틸이라고 불리우는 비매너행위 아니 정당한 전리품을 챙기기 위한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데 월영공(月影公) 듀리스가 내 권속이 되기를 자청하였다.

옛날에 몇번 월영공(月影公) 듀리스의 미모에 아니 신위에 혹해 언데드 부하로 삼으려고 한적이 있었지만 듀리스는 차라리 죽음을 받아들이고 다름 리젠때까지 영면에 드는것을 택하였다. 그랬었던 철벽녀가 무슨 바람이 불어 그 때 내 권속이 되는걸 자청했었는지는 지금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에게 여왕님으로 통하는 듀리스를 재소환해서 추궁을 해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의 B 랭크영력으로는 그녀를 제어할 자신이 없었다.

아무튼 땡잡았다라고 생각한것도 잠시 베놈 스토커 길드에서는 나 아크 리퍼(Arc Reaper)에 대한 척살령을 공표했다. 물론 그 따위 언플에 흔들릴 내가 아니였고 아이언 메이든과 에보니 메이든의 언데드 수하들을 총 충돌시켜서 베놈 스토커 길드건물의 주춧돌까지 뽑아 버렸다. 그 과정에서 만명에 달하는 베놈 스토커 길드원들은 이미 몰살당하고 매드 알케미스트 혼자 남은 상태에서 나누었던 대화는 이러했다.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고 그 분의 대업을 방해하느냐?'

'무슨 개소리야! 니들이 꿀사냥터를 독점하는 비매너짓을 처하니까 응당 받아야할 대가를 받는거지. 감히 나 아크 리퍼를 건들고도 무사히 넘어갈줄 알았냐?'

'고작 사냥터때문에 이런 짓을 벌였단 말이냐?'

'아니 이 늙은이가 노망이 났나? 아니 그럼 니들이 독 포션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재료템이 나오는 사냥터를 내가 독점하면 니들은 가만히 있겠냐? 늙어도 곱게 늙어야지 이 늙은이가 아주 지생각밖에 못하는구만.'

'으으으으으 용서하지 않겠다! 지구에 있는 네 놈의 본체는 물론 주변 가족들까지 모두 창자를 끄집어내 까마귀밥으로 내줄것이다!'

'어쭈? 지금 이 늙은이가 현피뜨겠다고? 지들이 먼저 잘못해놓고 적반하장이 따로없네? 오냐 지금부터 나도 매드 알케미스트 척살령 발동이다. 무한 PK로 아주 게임 접게 만들어줄테니까 긴장타라 이 늙은이야.'

나는 은혜는 잊어도 원수는 10배 아니 100배 아니 1000배 아니 100000000배로 갚아주는 인간이였다. 당연히 입에 담기도 거북한 욕설을 입에 담은 매드 알케미스트 즉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이 있는곳이라면 VOTO(Vaccine Of Things Online) 대륙 끝가지 쫓아가 척살해 버렸다. 정보길드에게 원화로 몇천만원씩 지불해가며 매드 알케미스트의 위치를 추정해 척살을 계속해나가다 보니 매드 알케미스트는 상위 넘버링 주력장비를 떨구는것은 물론 레벨이 500대까지 떨어져 버렸다.

이 사건으로 나는 단숨에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에서 건들지 말아야할 유저 TOP3에 올랐다. 매드 알케미스트 늙은이가 게임을 접은건지 정말 오지로 숨은건지 정보길드를 통해서도 그 위치를 추정하는게 불가능해지고 나서야 나는 척살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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