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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신이라고? 하하하 그렇게 간단히 그 단어를 써도 되는건가? 내 생각에는 VOT 시스템을 구축한 장본인 정도만이 그 단어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리고 그들이 정말 신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면 왜 사흉신교는 이리저리 도망다니는거지? 처음엔 디파일러들한테 쫓겨서 검림성에서 도망쳤잖아.
용린은리 사저도 사흉신교의 근거지만 알아내면 바로 요절을 낼것처럼 굴던데?"
"그...그거야 사흉신교가 워낙 여기저기 원한을 많이 사니까 적이 많아져서 그런거지. 검림성에 자리잡고 있을때야 삼대패자중 하나였지만 VOT 시스템을 각성하고 나서부터는 결국 여러 세력들중 하나에 불과해 졌으니까."
"흠 대우주시대에는 나쁜놈 하기도 쉽지 않구나. 하긴 내 모행성에서도 SNS라는게 생겨서 행성 전체가 소통할 수 있게 된 후로는 조금이라도 나쁜짓을 하면 전 세계사람들이 SNS로 까내리니까 공인은 함부로 나쁜짓도 못하더라구.
아무튼 니 얘기를 종합해보면 사흉신교의 수뇌부는 검림성에 있을때만 해도 완전히 신적인 존재였는데 우주로 나와보니까 동네 건달패급밖에 안됬다는 소리 아니야? 그런데 교인들을 이끌려면 교의 수뇌부가 신적인 존재로 보여야만 하니까 말로는 계속 나는 미륵불이다라면서 너희들을 세뇌 시키는걸지도 모르지."
"그건 너무 비약이 심하잖아! 어찌됐든 교내서열 9위로 흉마십존의 일원이자 소흉학관 관주님이신 도철굉 어르신만 해도 명이랑 광이가 동시에 달라붙어도 택도 없는 강자라는건 분명한 사실이야. 실제로 대련에서 명이랑 광이를 동시에 때려눕힌적이 있으니까."
"알았으니까 사흉신교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만 말해봐. 가서 다 쓸어버릴테니까."
"그건 나도 몰라."
뭐?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른다고? 나는 사령안을 사용해서 궁기련의 영혼 속삭임을 엿들었다. '그건 나도 몰라', 겉과 속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표리일체 상태였다.
"그럼 궁기련 너 여기 수왕성에 올때 뭐 타고 왔는데?"
"무영선이라는 클로킹 기능이 탑재된 셔틀을 타고 왔지만 내 본체가 있는 사흉신교 본단 행성에서부터 온게 아니라 아바타가 거주중인 자유무역 우주정거장 뫼비우스에서 출발해서 온거야. 사흉신교는 보안을 위해서 아바타가 아닌 본체가 밖으로 나가는걸 철저히 금하고 있어. 교내에선 수련을 하고 대외활동은 아바타로 하는거지."
"클로킹 셔틀이라고? 오호 그거 재밌겠는데 어디다 숨겨놨냐?"
"잠깐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건데 무영선은 나랑 명이 그리고 광이가 이미 사용자 등록이 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무영선에 타려고 하거나 부품을 갈취해갈려고 하면 자폭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 그만둬! 만약 무영선까지 날려먹는다면 명이는 정말 큰 문책을 받게 될 꺼야."
확실히 클로킹 스페이스 셔틀같은건 아마 가격이 상상초월일테고 외부인에게 넘겨줄바에야 자폭하도록 설계되어 있을법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사령안을 사용해서 궁기련의 영혼 속삭임을 다시금 엿들었다. '터져버린다고!' 우리 련이는 되게 솔직하네. 거짓말을 하는법이 없어요.
우리 련이 이 오빠 맘에 쏙 들었다. 얼굴도 다시 살펴보니 흔히 베이글이라는 용어에서 일컬어지는 베이비 페이스 였다. 몸이 글래머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그런데 내가 네 아바타를 죽이면 무영선이라는건 어떻게 회수할 생각인데?"
"그...그건 음 그러니까 저기 혹시 그냥 나 보내주면 안될까?"
"뭐라고? 내가 왜 그래야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아바타랑 무영선까지 날려먹으면 명이의 활동에 너무 지장이 있을것 같아. 내가 무영선을 타고 자유무력 우주정거장 뫼비우스로 돌아가기만 하면 간단한 수송업무라도 맡아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걸로 명이랑 광이한테 최하급 아바타라도 사다주고 싶어."
"흐음 아바타라는게 뭔데 그렇게 쉽게 살 수 있는거냐?"
"블랙해커라는 무법자 커뮤니티만이 아바타의 유일한 공급책이야. 아바타를 손에 넣은 사람들이 저질르는 범죄가 급증하니까 백신 마켓에서 금지품목으로 지정된 뒤로는 무법자들한테만 아바타를 판매하고 있어. 사흉신교 보다 더 신출귀몰한 집단이라 직접만날 수 는 없고 협약이 체결된 무법자 커뮤니티 소속자가 댓글을 달면 블랙해커쪽에서 집적 찾아오게 되있어.
이정도면 나도 불만한 정보는 다불었다고 생각하는데 보내줄꺼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딴건 관심없고 오라버니 볼이 아직 허전한게 뽀뽀해준다던 사람한테서는 소식이 없네."
"누가 오라버니라는거야 이 개자식아! 나보고 지금 사흉신교의 수뇌부를 언젠가 박살내준다는 백지수표만 믿고 네 볼에 뽀뽀를 하라고? "
"뭐 그걸 떠나서 지금 당장 내가 너를 보내주지 않으면 명이의 활동에 지장이 있다며?"
"이이이이이익! 아...알았어. 하면 되잖아."
부들부들 거리면 분한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궁기련이였지만 도올명을 걸고 넘어지자 이내 순순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이매망량으로 묶어두고 있던 궁기련의 팔을 풀어주었다. 자신의 머리색만큼이나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궁기련이 내 볼에 입술을 쪼옥하려 할 때 나는 고개를 급히 돌려 볼이 아닌 입술로 궁기련의 입술을 맞이했다.
쪼옥
사태를 눈치챈 궁기련이 입술과 입술이 닿자마자 요동쳤지만 나는 궁기련을 거세게 끌어안아 강제로 키스를 이어갔다. 아무리 내력을 사용할 수 있는 무인이라고 해도 베이스가 되는 육체의 무력 랭크 자체가 넘사벽이었던 지라 궁기련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성숙한 여인보다는 소녀에 조금 더 가까운 궁기련의 입술은 달콤한 바나나 우유맛이었다. 키스를 할 때는 서로 눈을 감고 서로 입술의 감촉에 집중하는게 정석이겠으나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발버둥치는 궁기련의 표정을 보는것도 나름 즐거웠다. 나는 입술만 맛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궁기련의 아담한 치아를 건너 혀를 밀어넣었다.
이외로 혀가 진입하는걸 손쉽게 허락해주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 혀로 궁기련의 혀를 휘감으려는 순간 궁기련이 이빨로 있는 힘껏 내 혀를 깨물어왔다. 정말로 살심이 섞인 깨물기였기 때문에 내 혀는 핏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 상처는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내게는 별거 아닌 상처였으므로 나는 계속해서 궁기련의 혀를 추격할 뿐이였다.
하지만 핏물이 너무 고여서 키스에 방해될 정도 였으므로 나는 잠시 입술을 때고 땅에 핏물을 한웅큼 뱉어냈다.
"흐익 야 이 개자식아! 명이한테 주려고 아껴두었던 첫 키스였단 말이야! 우웁"
풀썩
궁기련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내게 외치고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않고 궁기련을 모래사장에 자빠트렸다. 이후 계속해서 바나나 우유맛 키스를 강제로 이어나갔고 궁기련도 계속해서 내 혀를 깨물었다. 하지만 기겁할정도의 재생력으로 내 혀가 본모습을 되찾자 궁기련도 반쯤 포기했는지 깨무는 것을 그만두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딥키스에 적극적으로 응해오는 것은 아니였다.
그저 내 혀만이 적극적으로 궁기련의 혀에게 구애를 청하지만 궁기련의 혀는 꿈적도 않는 상황이였을 뿐이다.
나는 키스만으로 만족 못하고 은근슬쩍 궁기련을 껴안고 있던 한 손을 밑으로 내려서 궁기련의 궁뎅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무력과 재생력앞에서 반항을 포기했던 궁기련도 깜짝놀라 다시 온 몸을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내 볼에 뭔가 촉촉한 액체가 떨어져서 살펴보니 궁기련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 것이였다.
나는 이 이상 진도를 나가면 궁기련한테 정말로 미움받겠다는 생각에 키스도 중단하고 둔부를 더듬던 손도 때버렸다. 그 후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궁기련을 일으켜세워 내 무릎에 않히고 적발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렇게 귀여운 애를 도올명은 왜 돌보듯이 하는지 모르겠네.
"련이야 도올명이는 너 별로 안좋아하는 눈치던데 그냥 이 오라버니한테 시집와라."
"흐으윽 이 개자식아 멋대로 첫키스를 가져가 놓고 헛소리 지꺼리지마!"
"도철광이 그러는데 미인을 얻는건 잘생긴 남자가 아니라 강한 남자라던데? 근데 나는 도올명보다 얼굴도 잘생겼지 싸움도 더 잘하지. 이만한 신랑감이 어디있냐?"
"헛소리 하지 말랬지! 명이는 노력파라서 이번 패배를 계기로 너같은것보다 훨씬 더 강해질거고 얼굴은 말할것도 없어. 어디서 그 어줍잖게 생긴 얼굴을 명이랑 비교하니!"
"그러면 다음에 만났을때 내가 도올명을 쓰러트리면 이 오라버니한테 올거냐? 평생 손에 물한번 안묻히고 호의호식하게 해줄게."
"너랑 사느니 차라리 두더지한테 시집을 가겠어. 그리고 나는 명이랑 살 수 만 있다면 손이 물에 텅텅 불어도 상관없거든!"
"하하하 이 오라버니는 련이처럼 지조있는 여자가 그렇게 좋더라!"
"너 좋으라고 지조있는거 아니야 이 벽창호야! 진짜 말이 안통하네."
하루종일 이 무인도에서 궁기련과 투닥투닥거리고 있을수만은 없었으므로 나는 마지막 작별 인사인셈 치고 궁기련을 있는 힘껏 끌어않았다.
"ㅅ수숨막혀 이 개자식아! 술사 주제에 왜 이렇게 힘이 쌘거야."
"그럼 련아 다음에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자. 그리고 사흉신교의 수뇌부를 제거해서 너희들을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말은 진심이야. 하지만 맨입으로는 안되고 봉사시간 천일 정도는 부과해야겠어. 특히 도철광 그 자식은 제일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지. 너희 사정이 딱하다는걸 알지만 지금까지 지은 죄가 있다는것도 사실이니까.
물론 봉사시간 천일이 너희들의 죄를 참회시켜줄 순없어..
단지 습관이라는게 무서운 거니까 말이야. 나쁜짓 하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쁜짓을 하게 되있거든. 착한짓을 천일 정도 하다보면 도철광도 착한짓이 습관이 될 수 있겠지."
"개똥철학은 집어치워. 아녀자를 강제로 희롱하는 것도 니 습관이야?"
"히히히 들켰다. 그러면 아녀자를 희롱한 벌로 나는 우리 련이한테 천일 아니 천년동안 봉사하도록 할까?"
"멘트 구려. 아무튼 빨리 놔줘."
손에 힘을 풀고 궁기련을 놓아주자 궁기련은 그 길로 해안가 근처에 있던 한 바위에 다가가 들어 엎었다. 역시 여자라고 해도 내력을 사용하는 무인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내 힘이 술사치곤 무식하게 쌨던거지.
보통의 술사가 궁기련이 궁사라고 해서 접근전을 유도하는건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예의 바위 아래에는 혼돈결계의 축소판처럼 생긴 보라색으로 그려진 원진이 있었다. 그 원진 위에 자리잡은 궁기련이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리자 혼돈결계가 처음 발동되었을때 처럼 보라색 기둥이 올라온다.
"이걸로 무영선을 착륙시켜둔 멀리 있는 다른 무인도로 갈 수 있어. 우리 사정을 고려해서 적인 나를 그냥 보내준거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시집을 오라느니 사흉신교 수뇌부를 박살내주겠다느니 그런 말을 너무 쉽게 하진 말아줘. 여자 입장에서 그런 부질없는 희망의 씨앗이 마음에 심어지면 오히려 더 괴로워지니까.
그러고보니 그렇게 사단을 떨었는데 니 이름도 모르네. 이름도 가르쳐주지 않고 시집을 오라고 떠들다니 너도 도철광처럼 진짜 뒷 일 생각 안하는 타입이구나."
"옥사건 아니 김사건이야. 김사건이라는 이름은 이쪽 세상에 넘어오고 나서 아무한테도 안가르쳐준 오라버니의 진짜 이름이니까 련이 너만 알고 있어라."
"옥이나 김이나."
그 말을 끝으로 궁기련은 보라빛 섬광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무인도를 감싸고 있던 혼돈결계도 유리 마냥 조각나며 무너지고 있었다. 아하 무영선으로 돌아가는 귀환진을 타고나면 혼돈결계도 자동적으로 무너지게 설계해 놓은 모양이군. 무너지는 혼돈결계 너머로 익숙한 신형들이 보이고 있었다.
하얀색 해군제복의 인어족 자경대원들은 물론 급조한 티가 역력한 땟목 위에서 검기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 용린은리 사저.
"에에에에? ㅈ자잠깐만 혼돈결계는 이미 무너져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