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6화 (3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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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이족보행을 하는 황소 괴물인 미노타우르스 좀비들과 사족보행을 하는 황소괴물은 고르곤 좀비들이 서로 앞다투어 야자수 밀림을 밀어내고 있었다. [전진]과 [공격]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말그대로 눈앞에 있는 모든것을 본능대로 파괴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자이언트 웜들과 자이언트 센티페드들이 본능적으로 땅속을 파고들어 한적한 무인도를 난개발지역으로 만들고 있었다. 개중에는 서로 뒤엉켜서 싸우는 녀석들도 있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피아식별같은 간단한 일도 뇌가 썩어문드러진 이 좀비 녀석들에게는 고난이도 수학 증명문제와 같았으니까.

물론 이 좀비들이 피아식별은 못해도 몸에 남아있는 본능때문에 건들지 못하는 상대가 있긴하다. 그것은 바로 오리지널 거인족 좀비 패밀리. 싸이클롭스도 일종의 거인족 계열이긴 하지만 그들의 특기는 투석이였으므로 인파이트에선 이 오리지널 거인족들에겐 한 수 접어줘야만 한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그저 발소리만으로 야자수 나무가 벌벌 떨게 만드는 이 걸어다니는 아파트 형님들은 본능적으로 주위의 야자수 나무를 뽑아들어 무기로 삼고 있었다. 좀비들중 그 수는 일개 소대밖에 안됬지만 전투력로 따지면 이 거인족녀셕들은 사단급이였다. 싸이클롭스 킹과 마찬가지로 특수 약물처리를 했기 때문에 지능은 없어도 생전 육체보다 내구력이나 지구력은 비약적인 랭크 상승을 이룬 놈들이다.

슬슬 도철광을 제외한 나머지 삼인방들이 있던 곳에 도착할것 같은데 역시 기습은 힘들겠지? 무인도 전체가 떠들석할 정도로 언데드 크리쳐들이 진군하는데 상대방이 장님이라 한들 훨씬 예전에 눈치챘을 것이다.

"도철광은 어떻게 됬지?"

아니나 다를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무사보다는 학사에 가까운 곱상한 외모를 지닌 도올명이 도철광의 행방을 물어왔다. 하지만 그 어조에는 이미 도철광의 생사여부따위는 이미 알고 있다는 기색이 다분했다. 도철광의 목은 내가 입힌 블랙탈론의 상처 위로 잘라서 인벤토리에 보관해두었고 도철광의 몸은 아이언 메이든에 따로 보관했다.

목은 발두인 함장이 말했던 무법자들에 대한 현상금을 혹시나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챙겨둔 것이고 몸은 아바타도 엄연히 본체의 무공을 선보일 수 있을정도로 정교한 육체였으므로 듀라한으로 만들기 위해 챙겨둔 것이다.

나는 모든 언데드 크리쳐들에게 일단 [정지] 명령어를 하달하고 인벤토리에서 도철광의 목을 꺼내들고 도올명 일행을 향해 촐싹맞게 흔들었다.

"거울을 보여줬더니 너무 못생긴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죽었어."

"세치혀로 상대방을 농락해서 빈틈을 유도하는 타입인가? 도철광 녀석 성격을 생각하면 아마 간단히 발끈해서 빈틈을 보였겠지. 멍청한 녀석."

"음 일단 같은 조의 동료인데 애도같은건 없는거야? 너무 매정한걸. 그러고 보니 도철광 녀석이 도올명 네 욕을 엄청 하던데?

뒷짐만 지고 서서 아무것도 안하면서 무게감만 잔뜩 잡는다고. 이번 일도 자기가 계획을 꾸미고 협상도 직접 다했는데 리더랍시고 개인적인 일탈을 허락하니 어쩌니 하는게 진짜 재수 없었데.

그리고 궁기련이 아바타에 로그인한 상태일때 몰래 본체에 접근해서 가슴을 만져봣는데 완전 작다고 놀리던데? 빈유도 그런 빈유가 없다는거야. 처음엔 자기가 등을 만지고 있는줄 알고 목이 돌아가 있는지 확인했다나 뭐라나. 어쨌든 사진을 찍긴했는데 혹시나 빈유 취향이라면 1000VP에 사가라고 하더라구."

"뭐! 이 도철광 개자식이 분명 진법으로 본체에 접근을 막았는데 어떻게 그런 개수작을 부린거야? 돌아가면 거기를 화살로 쏴서 고자를 만들어버리겠어!"

"궁기련 적의 세치혀에 놀아나지 마라!"

도올명의 일갈에 바닷가에 작은 파도가 생기고 야자수 잎이 파르르 떨린다. 내 귀 또한 멍멍해지는게 목소리에 내력을 담는 수법인 사자후의 일종인것 같았다. 도철광이 말하길 자기보다 도올명이 교내 서열이 높다고 했는데 확실히 보통놈은 아닌 모양이다.

"재미있군. 아주 잠깐 사이에 우리들의 대화와 외양을 분석해서 없는 이야기를 짐짓 꾸며내 내분을 도모하려 한거냐? 세치혀로 서열을 정한다면 확실히 네놈은 고수라고 할 수 있겠군. 하지만 생과 사를 가로짓는건 엄연히 설검이 아닌 진검이다. 만약 네놈이 가진 재주가 그 세치혀 하나 뿐이라면 오늘 능지처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에에? 명아 내 가슴 처음 보는 사람이 눈치챌정도로 그렇게 작은거야?"

"궁기련 전투에 집중해! 아바타 또한 엄연히 교의 재산이다. 그걸 잃어버린 지금 인어의 눈물마저 회수하지 못한다면 교에서 엄벌을 내릴것이다. 설사 그렇다 한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지만 일단 지금은 저 거인들로 부터 혼돈술사를 지키는데 전념해. 조장으로서 명령이다."

아아 세치혀로 이득볼 수 있는건 여기까진가? 나는 도철광의 머리를 인벤토리에 다시 집어넣고 도올명과 거리를 벌리면서 전 언데드 크리쳐들에게 명령했다.

[전진] [공격]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좀비들이 도올명 일행을 덮치기 시작한다. 하늘 위라고 땅 밑이라고 안심할 수 는 없었다. 자이언트 윔과 자이언트 센티페드가 땅밑을 파고들어 도올명 일행의 밭밑을 노리고 거인족들이 하늘 위에서 거대한 주먹을 내리꽂거나 야자수 나무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모래사장을 두발로 돌격하는 미노타우르스와 네발로 질주하는 고르곤들도 그 기세가 흉험하기 짝이 없었다. 전부 본능에 몸을 맞긴 마구잡이식 공격이였지만 대대급 병력이 그런 마구잡이식 공격을 가하면 100대에 1대만 얻어 걸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나는 이매망량들을 계단 삼아 한 거인족의 어깨에 올라타 도올명 일행이 발버둥치는 모습을 감상했다.

궁기쇄격전 제 1초식 염왕채(閻王債) 작염기 폭자결 발(拔)

땅밑을 뚫고 도올명을 지나쳐서 혼돈술사와 궁기련을 공격하려는 자이언트 윔과 자이언트 센티페드가 부채살처럼 퍼져나가는 화살을 얻어 맞고 곤죽이 되어 터져 나간다. 오오 생각보다 선전하는데? 하지만 화살같은 소모품을 사용하는 궁사들은 언데드 크리쳐를 대규모로 부리는 강령술사와 상성이 좋지 않다.

아무리 화살 하나에 언데드 하나를 격퇴할 수 있다고 해도 또 그만큼의 언데드들이 그 자리를 채우니 궁사 입장에서는 계속된 화살과 내력 소모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물론 궁기련이 내 아이언 메이든처럼 전이술식으로 저장 공간이 확장된 아티팩트를 지니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나 또한 소모전이라면 자신있었다. 과연 저 궁기련이라는 여자의 화살통에 든 화살이 먼저 떨어질지 내 아이언 메이든 안에 있는 언데드 군단이 먼저 바닥날지는 두고 볼 일일이다.

도올분광도 제 1초식 섬광(閃光) 흉검기 폭자결 발(拔)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오히려 도올명이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올명이 내지른 초식으로 인해 언데드들이 밀려나가 떨어지기는 했으나 직접 초식이 닿은 미노타우르스만이 두쪽이 났을뿐 흉검기의 폭발로 인한 주변 언데드들의 피격 데미지는 제로에 가까웟다.

생명체가 아닌 존재에게는 그닥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흉검기의 한계였다.

물론 주위를 가득 매운 언데드들의 공격을 단 1Hit도 허용하지 않는 도올명의 날쌘 고양이같은 움직임때문에 딱히 언데드 군이 승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하기에도 어려웠다. 흉검기의 폭발로 아주 잠깐 시간을 번 도올명이 뒤로 물러나면서 도를 다시 도집에 꽂는 기수식을 취했다. 뭔가 다른걸 보여줄 생각인가?

하긴 이대로 지루한 소모전으로 계속 체력과 내력을 소모하는게 정대 능사가 아니라는걸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도올분광도 제 2초식 발도(拔刀) 파천흉검기 폭자결 발(拔)

내 동체시력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도올명의 도집에서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주변에 있던 모든 미노타우르스들의 허리가 두동강 난 것이다. 그것뿐이라면 모르겠는데 허리가 두동강 난 미노타우르스를 기점으로 연쇄적인 검은 폭발이 일어났다.

단 일검에 일개 소대에 해당하는 미노타우르스 좀비들이 쓸려 나간 것이다.

에이 잠깐만 이건 아니잖아. 흉검기는 생명체가 아닌 언데드들한텐 효과가 없는거 아니였나? 검은 폭발이 일어난 순간 퍼진 에너지는 확실히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암흑 에너지 였다. 하지만 뭔가 다른 기운이 첨가되어 순수한 암흑 에너지에서 변질된 느낌이였다. 뭐 이 우주라는 무대에는 굳이 언데드가 아니라도 비생명체인 크리쳐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옵티컬로이드도 따지고 보면 비생명체였다.

즉 사흉신교 녀석들도 자신들의 흉검기가 지닌 약점을 알테니 뭔가 개량을 한 모양이다. 두 가지 다른 기운을 섞는건 사실 말이 쉽지 간단한 일이 아닐텐데 과연 도올명은 정신적인 면에서나 기술적인 면에서나 도철광과는 비교도 안되는 강자였다.

도올분광도 제 1초식 섬광(閃光) 파천흉검기 폭자결 발(拔)

또 다시 도올명이 일직선으로 뻗은 도격에 일개 소대의 고르곤 좀비들이 두쪽으로 갈라지거나 곤죽이 되어 버렸다. 물론 언데드 군도 놀고만 있는것은 아니였다. 자이언트 윔과 자이언트 센티페드가 도올명의 발을 휘감는 한편 거인족들이 거대한 주먹을 내질러 왔다.

절대 서로 호흡을 맞춘 연계기가 아니라 우연히 서로 공격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뿐이지만 위협적인 공격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도올명이 자이언트 윔과 자이언트 센티페드를 베어버리고 아슬아슬하게 거인족의 주먹을 피하는 것은 물론 거인족의 팔에 올라탔다. 그리고 신묘한 경공으로 그 위를 타고 오르더니 어느새 거인족의 어깨에 도착해 다른 거인의 어깨에 있는 나와 마주보게 되었다. 내가 타고 있는 거인이야 [정지] 명령으로 미동도 없는 상태라지만 어깨의 이물질때문에 발광을 하는 거인족의 위에서도 도올명은 태연히 서 있었다.

오 도올명 이 친구 로데오같은거 시키면 잘할거 같은데.

"네 녀석 용린검가 소속이였냐?"

"뭐 일단은 그렇지만 여기에서 담화나 나누고 있어도 괜찮겠어? 궁기련이라는 여자 슬슬 위험해 보이는데."

"어차피 본체가 아닌 아바타다. 물론 아바타 또한 교의 귀중한 재산이지만 여차하면 내 사비를 전부 털어서 변상하면된다. 인어의 눈물을 회수하지 못한 임무 실패의 책임은 톡톡히 치뤄야 하겠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는것 같군."

"글쌔다? 내가 죽어도 저 녀석들은 멈추지 않을걸?"

"나 또한 굳이 저 멍청한 녀석들과 계속 싸워줄 의무는 없다. 이번 임무의 목적은 오직 인어의 눈물을 회수하는것 뿐이니까. 그런데 처음 네녀석을 봤을때부터 거슬렸던 부분이다만 왜 혈린검 용린은리의 군복을 입고 있는거지?"

도올명이 뜬금없이 내가 입고 있는 군복에 대해서 지적해왔다. 이거야 용린은리 사저가 주먹으로 내 명치를 칠때 장의사복을 완전히 피범벅에 넝마로 만들어서 용린은리 사저가 빌려준 옷을 계속 입고 있는것 아닌가. 혹시 도올명 녀석... 흐음 이 녀석은 도철광과는 달리 정신적으로 가드가 단단한것 같긴하지만 밑져야 본전인셈 치고 장난좀 쳐볼까.

"아 이거? 그냥 용린은리 소저의 방에서 서로 살을 맞대다가 내 옷이 더러워지는 바람에 용린은리 소저가 빌려준건데?"

"또 네 녀석의 세치혀가 날뛰기 시작했군.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거냐?"

"아니 믿기 싫으면 말던가. 왜 역정을 내시고 그러세요? 하지만 용린은리 사저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남한테 자기옷을 빌려줄 사람은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만나봤다면 알텐데? 뭐 내가 용린은리 사저의 옷을 훔쳐입었다는건 더 말이 안되고 말이야."

"후우우 그게 사실이던 아니던 너는 도철광과 비슷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원래는 혈린검을 쓰러트리기 위해 준비한 비기이지만 특별히 네녀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써주도록 하지. 어디 한번 그 세치혀로 막을 수 있다면 막아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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