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5화 (3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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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그럼 싸우기전에 인어공주씨 이거 받아."

도철광이 품안에서 뭔가를 뒤적이자 나는 그것을 잔뜩 경계하며 사령안으로 도철광이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는지 관찰했다. 허나 공격적인 의사는 느껴지지 않았다. 도철광이 꺼낸건 인어소년 알트렙을 돌려받기 위해 넘겨주었던 인어의 눈물이였다. 휙하고 던져져 포물선을 그리며 이솔다 공주의 품에 도착한 인어의 눈물은 영롱한 빛과 은은한 냉기를 지닌 진품이였다.

아니 애시당초 그 짧은 시간에 모조품을 만들 수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인어의 눈물을 지금 다시 되돌려주는 이유가 뭔지 당최 알 수 가 없다.

"무슨 개수작이지? 설마 그 잠깐 사이에 폭발술식같은걸 인어의 눈물에 새겨둔건가?"

"헛소리하지마. 그런 어줍짢은 수를 쓰면서까지 쓰려트려야할정도로 네 녀석들이 대단한 놈들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단지 나중에 인어의 눈물이 있었다면 너따위에게 지진않았을텐데 같은 시덥잖은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어디 한번 빙결술식을 증폭시켜준다는 그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인어공주씨가 펼칠 수 있는 최강의 술식을 펴쳐보지 그래. 선공의 기회를 주도록 하지."

"그거야말로 개수작이군. 영창 시간은 술사에게 있어 가장 취약한 때이다. 하물며 내게 있어 최강의 술식이라는걸 펼치는데는 보통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아니지. 도대체 내가 뭘믿고 네 말을 따라야하지?"

"남녀가 서로 키스를 하는 순간도 충분히 취약한 때라고 생각하는데? 설마 내가 기습할 타이밍이 없어서 너희들을 큰 소리로 부른것 같아? 너무 허술한 자세로 있길래 나는 함정이라도 꾸민줄 알았지. 그런데 부모에게 키스장면을 들킨냥 허겁지갑 자세를 바로하는걸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구."

"닥쳐! 너때문에 옥사건 준위가 바닷물을 삼킨 바람에 인공호흡을 했던것 뿐이야."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게 기습을 할 타이밍이 있었던건 사실이지. 내가 인어공주씨에게 선공 기회를 주는건 격의 차이를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일 뿐이야. 혹시 모르지 내 진정한 힘을 깨닫고 나면 인어공주씨가 내게 반해버릴지도. 뭣하면 저 옥사건이라는 팔푼이한테 영창 시간동안 지켜달라고 하던가. 물론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자 그러면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하는 것으로 마지막 전투의 시작을 열도록 하지. 나는 사흉신교 서열 11위 도철무흔도의 계승자 도철광이다. 약자에 대한 강자의 배려로 선공을 양보하도록 하지. 단 1분내에 들어오지 않으면 내가 간다. 운좋게 내 건곤일척을 맞고도 바다를 쿠션삼아 치명상을 피한 모양인데...

다음 일격에도 그런 행운을 기대하면 안될거야."

이솔다 공주가 입술을 깨물며 도철광을 노려봤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 도철광이라는 남자의 오만함이 아주 얼토당토않는 만용이 아니라는걸 바로 직전에 목격했던 일격으로 인해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이솔다 공주에게 다가가 인어의 눈물을 손안에 쥐어주며 윙크를 했다.

설사 이솔다 공주가 지닌 최강의 술식이 무위로 돌아간다 한들 이솔다 공주가 블랙 마켓에 팔려가는 미래따윈 오지 않을 것이다. 그딴 미래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을 생각이니까 아크 리퍼(Arc Reaper) 옥사건은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아직 1푼의 힘도 발휘하지 않았고 잠자는 그림자 용을 깨우지도 않았다.

"끝까지 염장질이냐? 빌어먹을 자식들. 어쨌든 너희들 덕분에 멘탈 훈련을 제대로 하고 가는군. 앞으로 왠만한 도발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을것 같다. 일단 고맙다고 해두지. 물론 옥사건 네녀석만큼은 사지를 찢어버릴 생각이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인어의 눈물을 목에건 이솔다 공주가 인어의 눈물 즉 천빙패의 진주를 손아귀에 쥐고 마력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과연 인어의 눈물 없이 빙결술식을 펼칠때와는 차원이 다른 마력의 파동이 내 심장을 들끓게 한다. 매서운 빙결 에너지가 거칠게 휘몰아 치느라 머리끝에 서리가 끼기 시작한다.

솔직히 말해 도철광이 도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허세를 부린것 같다. 영창을 중지해라!'라고 말할정도로 강맹한 빙결술식의 징후였다. 하지만 도철광은 그저 예의 오만한 미소로 이솔다 공주의 영창 준비를 지켜볼 뿐이다.

북풍(北風)에 아로새기는 혹한의 맹세(猛勢)

맹세(盟誓)를 침범하는 위선자들을 단죄하는 창(槍)

창(槍) 끝에 위태롭게 걸린 물거품의 운명(運命)

운명(運命)을 뒤바꿀 타르타로스의 속죄(贖罪)

속죄(贖罪)하지 않는 필멸자들의 지평선(地平線)

지평선(地平線)끝에 저문 희망이 떠오르지 않는 그 지옥(地獄)

동해용궁 비전술식 7형 프로즌 헬(Frozen Hell)

이솔다 공주로 부터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산사태와 같은 냉기의 물결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도철광도 그 기운을 맨몸으로 받아낼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대도를 꺼내들어 기수식을 펼쳤다.

도철무흔도 제 2초식 임전무퇴(臨戰無退) 흉검기 단자결 발(拔)

도철광이 흉검기로 코팅된 대도의 도면으로 산사태처럼 밀려오는 냉기의 물결을 정면에서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암흑 에너지의 본질은 생명을 쇠하게 만드는 것. 자연 그 자체인 냉기 산사태를 막기에 적합한 힘은 아니였다. 조금씩 도면이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어느순간 산사태처럼 밀려오는 냉기때문에 도면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결국 흉검기를 응집시킬 매개체인 대도가 손상되자 그 틈으로 사정없이 냉기가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그 냉기 산사태를 받아내는 도철광의 표정은 아직 여유로웠다. 뭐? 여유롭다고? 누가봐도 도철광의 패배인 상황이였다. 허나 도철광은 조각난 대도를 던져버리더니 내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도철광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문신이 붉게 타오르더니 전신의 옷을 태워버리는것 물론 냉기 산사태 마저 밀어내고 말았다.

그 광경을 목격한 이솔다 공주가 힘없이 무너졌다. 아무리 인어의 눈물이라는 보물의 힘을 빌렸다고 해도 이 정도 대규모 술식을 지속해서 펼치는 것이 그녀에게 너무 큰 부하를 안겨줬던 것이다.

"거짓말... 그걸 막아내다니."

"크하하하하하 인어공주씨가 보물의 힘을 빌렸듯이 나도 항마술식이 새겨진 문신의 힘을 빌린거지. 이걸로 인어공주씨는 내 소유야. 오늘 밤이 정말로 기대되는군. 뭐 지금이라도 서방님이라고 부르면서 애교를 부린다면 블랙마켓에 팔아버리진 않겠어. 거기에 옥사건이란 녀석도 원래라면 사지를 찢어버려야 하지만 팔 하나로 끝내줄게.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도법뿐만 아니라 박투술에도 능하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저 녀석 정말로 7절에 해당하는 대규모 술식을 얻어 맞고도 멀쩡한건가? 나는 그 사실이 너무나 미심쩍어 사령안을 발동시켰다. 도철광의 영혼은 '어서 끝내버려야지'라는 다급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급하다? 왜 다급한걸까? 아직도 붉게 타오르는 문신을 두르고 있는 도철광을 바라보며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내력을 집중하자 냉기를 맞받아치는 항마술식이 발동되었어. 7절 영창에 인어의 눈물이라는 보물의 힘을 빌린 빙결술식을 맞받아치는 항마술식이 노코스트로 발동할리가 없어. 그렇다면 내 짐작이 맞다면 지금 저녀석은...

푸우우욱

"어어어어어억 이...이게 ㅁ무무슨...쿨럭쿨럭"

푸우우욱 푸우우욱 푸우우욱 푸우우욱

역시나 호신강기가 약해진 상태였나? 나는 내 손톱, 블랙탈론에 변이 에너지를 주입하여 각각의 다섯 손톱을 차례차례 날카롭고 길다란 송곳으로 변이 시켰다. 무영창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전개된 변이술식의 기습을 받은 도철광이 억울한 표정으로 목과 입에서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도철광은 항마술식 문신에 내력을 주입하느라 호신강기가 약해진 상태였고 베히모스의 발톱이라는 심볼무장과 언옥타늄이라는 외관무장으로 구성된 내 손톱, 블랙탈론이 섬전처럼 쭈욱 뻗어나가 도철광의 목을 꿰뚫어 버린 것이다.

약화된 호신강기에 방어력 일부 무시라는 베히모스 발톱의 실볼무장 효과 때문에 사흉신교 서열 11위의 도철광은 지닌힘에 비해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했다. 물론 저건 아바타니까 나중에 본체와 다시 만날 수 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승리자였다.

뭐 오만함의 대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워낙 허접한 모습만 보여줘서 방심한 탓도 있었겠지만 어차피 서로 방심하지 않고 전력으로 붙는다고 해도 내 승리는 기정사실이였다. 이건 오만함같은게 아니였다.

나는 발톱을 숨길 수 있으면 최대한 숨기는 타입으로 확실하게 적의 목줄기를 물어뜯을 수 있다고 판단된 순간에만 발톱을 들어낸다. 즉 치밀한 계산을 통해 도출된 승리 예측일뿐 도철광처럼 스스로의 힘을 자신하는게 아니였다.

"후욱후욱 옥사건 준위 끝난겁니까?"

"아직 세 놈 더 남았지요."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아직 세 놈 더 남았군요. 저 도철광이라는 사내처럼 멍청하게 '기다려줄테니 네 필살기를 내게 보여봐라'라고 떠드는 인간은 더 이상 없겠지요? 뭐 있다고 해도 더 이상은 프로즌 헬을 쓸 수 없겠지만... 너무 무리해서 고위술식을 운용했어요. 당분간은 조용히 집에서 요양을 해야겠군요. 이번 기회에 아티팩트의 힘을 빌리는것도 한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어쨌든 알트렙군도 구해내고 동해용궁의 보물인 인어의 눈물도 회수하지 않았습니까? 이솔다 공주님은 잘하신겁니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할테니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겁니까?"

"뭐 숨기고 있었다기 보다는 상대방이 자신의 카드를 드러낼때까지 제 카드를 숨긴거지요. 확실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요. 하지만 저치들이 도철광이 사망했다는걸 깨달은 순간 이제 그런 전법은 통하지 않을것 같네요. 그렇다면 탐색전 없이 전력을 다해서 상대를 몰아부치는게 최선이죠. 일단 호위용 언데드 거인 세 마리를 두고 가겠습니다."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텐데 세 마리씩이나 두고 가셔도 되나요?"

"뭐 일단 모자라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언데드 크리쳐들이 도철광이 혼돈결계라 칭한 이 보라색 원진을 가득채우고도 좀 많이 남아서요."

그 말과 함께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언 메이든을 꺼내들고 싸이클롭스 킹 좀비와 싸이클롭스 좀비 두마리를 소환하는 한편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언데드 군단들을 모래사장에 도열시켰다. 비록 지능이 있는 녀석들은 아니지만 내부에 프로그래밍된 언데드 회로망이 아주 단순한 형태의 전투 인공지능 역할 해줄 것이다.

일단 조금이라도 이솔다 공주와 면식이 있는 싸이클롭스 좀비 삼형제로 하여금 이솔다 공주를 철저히 호위하게끔 명령어를 전달했다.

[정면] [영혼] [파장] [기억] [우호적] [설정] [나머지] [공격] 영력 랭크가 하락한 까닭에 조금만 거리가 벌어져도 영력을 링크시켜 싸이클롭스 좀비를 조종하는 일은 불가능 할 것이다. 때문에 나는 무리한 술식 운용으로 그로기 상태인 이솔다 공주가 인질로 잡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신중히 명령어를 전달했다.

"디파일러 룩을 처음 봤을때 너무 무서웠는데 막상 이런 외눈박이 거인들이 저를 지켜준다고 생각하니 든든하군요. 한잠 자고 일어나면 모든게 끝나 있겠죠?"

"물론입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혼자 왔었다면 정말 험한 꼴을 당할뻔 했군요. 이 일을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별말씀을 실버 스케일은 인어족의 가디언 커뮤니티인걸요. 정 보답하고 싶으시다면 하루라도 빨리 디파일러나 무법자들로 부터 일족 전체를 지키실 수 있을만큼 강해지시면 됩니다."

"돌아가면 창술부터 연마해야겠어요. 도철광처럼 멍청하고 허세 많은 적은 다시 만날 수 없을테니까요. 영창 시간은 누가 벌어주는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솔다 공주에게 싱긋 웃어주고 돌아서서 표정을 굳힌 상태로 언데드 군단에게 두 가지 명령어를 하달했다.

[전진]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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