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4화 (3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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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차차챠챠챠챠챵창!

도철광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내게 소리쳤지만 결국 돌아온건 후미를 점한 이솔다 공주의 얼음 송곳이였다. 도철광은 자기 입으로 같은 수법에 두 번당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런 흐름이라면 아마 앞으로 몇번이고 내 도발에 응수할것 같았다. 10개나 되는 얼음 송곳이 등뒤를 노려오자 도철광이 몸을 뒤틀면서 내 몸통만한 대도를 엑스자로 휘둘러 얼음 송곳들을 모조리 박살내 버렸다.

내 도발에 아둔한 짐승마냥 계속 걸려들긴 해도 전투센스 자체는 야생의 짐승마냥 날카로운 도철광이였다.

"무영창으로는 이딴 시시한 공격밖에 하지 못하는건가? 이래서 술사 혼자서는 무사를 상대할 수 없다는 통설이 있는거다. 술사놈들은 1초라는 시간동안 경지에 이른 무사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꿈에도 모르지. 어이 거기 입만 산놈 슬슬 새치혀로 내 주위를 돌리는건 그만하고 직접 무기를 맞대고 시간을 끌어서 인어공주씨가 영창을 외울 시간을 좀 벌어주지 그래? 슬슬 도발 레파토리도 다 떨어지지 않았나?"

"하아 이 지 분수도 모르는 놈.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그림자 용이 깨어나면 너 같은건 한 주먹거리도 안되 임마. 하지만 네 동료중에 궁기련이라는 여자가 보고 있는데 너도 한 주먹에 쓰러지면 쪽팔릴것 아니야? 그래서 이 형님이 너를 걱정해서 네가 지닌 재주를 충분히 펼칠 기회를 주는거야. 부탁인데 더 이상 나를 자극하지마, 그건 곧 네 명을 단축하는 길이 될테니까 말이야."

"크으윽 내가 언제 한방에 쓰러지면 쪽팔리니까 살살 싸워달라고 말이나 했냐! 닥치고 그림자 용이든 뭐든 네가 지닌 힘을 어서 보이란 말이야!"

도철광이 정말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차올랐는지 얼굴을 붉히며 대도를 양손으로 잡은채로 허리를 뒤틀었다. 어라? 요번건 조금 위험할지도. 나는 사령안을 통해 도철광의 영혼이 속삭이는 소리를 엿들었다. '공간 자체를 터트려 버린다!' 아니 이녀석 중2병인가 무슨 공간을 터트려 버린데?

물론 사령안으로 꿰둟어본 영혼의 속삭임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매망량의 부유력을 척력으로 바꾼뒤 팅겨져 나가듯 제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변이 에너지를 통해 겉피부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어술식을 펼쳤다. 무영창으로 펼칠 수 있는 방어술식은 이것 뿐이였다. 이솔다 공주 또한 심상치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꼬리를 쉼없이 흔들며 도망쳤고 빙결 에너지로 간단한 방어술식을 펼쳐 후미를 보호했다. 이솔다 공주도 부지불식간에 펼친 빙결 방패라 그리 튼튼해 보이지는 않았다.

등뒤로 어마어마한 기운이 대도에 집중되는게 느껴지고 있었다. 여기선 내가 좀 몸으로 이솔다 공주를 감싸서 충격을 흡수해줄 필요가 있을것 같은데.

도철무흔도 제 1초식 건곤일척(乾坤一擲) 흉검기 폭자결 발(拔)

나는 이솔다 공주가 있는 장소의 수면위에서 이매망량을 흩어지게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솔다 공주를 바닷속에 끌어안은 순간 등뒤로 '공간 자체를 터트려 버린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폭발력은 물론 익숙한 에너지가 내 등뒤를 덮쳐오고 있었다. 폭발력에 의해 계속해서 바다 밑으로 밀려나다 밑바닥의 모래더미에 얼굴을 쳐박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이봐요 옥사건 준위 몸은 괜찮아요?"

물론 괜찮지요, 이솔다 공주님. 재빨리 몸을 피한덕에 폭발의 중심점에서 벗어난데다가 폭발의 여파로 인한 충격자체도 바닷속에서 밀려나는 과정에서 모두 해소되었다. 설사 폭발로 인해 몸 어딘가에 구멍이 뚫렸다 한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이면 눈깜짤할 사이에 재생됬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몸이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철광이 사용한 초식의 근간이 되는 흉검기가 암흑 에너지 계열이었기 때문이었다.

생명을 쇠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 암흑 에너지가 폭사되었을때 나는 눈꼽만큼의 데미지도 입지 않았다.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에 서있는 얼티밋 언데드 폼의 소유자인 내게 암흑 에너지는 솜방망이만도 못한 공격수단이었던 것이다. 허나 만약 저 공격을 받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 이솔다 공주였다면 아마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물론 만만치않은 마력의 소유자인 이솔다 공주였라면 몸안으로 침색해 들어오는 암흑 에너지를 빙결 에너지로 밀어내 죽음에 이르진 않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부하를 받았을 것이다. 살아있는 자들에겐 폭발력으로 인한 물리 데미지 보다 무서운게 저 흉검기가 발하는 암흑에너지였다.

나는 실제로 암흑에너지를 통해서 발현한 술식으로 생명체에 속하는 네임드 보스 몬스터를 손쉽게 공략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도철광이 대도에 내력을 집중시킬때 본능적으로 이솔다 공주를 보호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것이다.

"옥사건 준위 뭐라고 말좀 해봐요. 아까 그 자신만만한 언변은 어디간거에요?"

나는 정신을 잃은 척 연기하면서 은근슬쩍 이솔다 공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이솔다 공주의 주의를 돌리고 비키니 위로 만져지는 탄력적인 감촉을 즐겼다. 하하하 언데드를 소환해서 방벽을 세울 수 도 있었는데 내가 왜 이솔다 공주를 껴안으면서 직접 고기방패가 되었겠는가? 모든건 자연스럽게 이솔다 공주의 가슴을 만질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이이상 너무 노골적으로 가슴을 만지면 틀킬 위험이 있었으므로 나는 눈을 뜨면서 이솔다 공주를 안심시켰다.

부글부글부르르르르

'이...이솔다 공주님 괜찮으십니까?'라고 말하기 위해 입을 벌리는데 바닷물이 쉴새없이 밀려들어온다. 이런 낭패가있나! 이솔다 공주가 하도 자연스럽게 말을 하길래 나도 되는 줄 알았다. 인어족들만 할 수 있는거였구나. 물론 바닷물좀 삼켰다고 폐에 물이차지도 숨 좀 안쉬었다고 호흡곤란이 오는 몸둥어리가 아니였지만 식도로 밀려오는 바닷물이 너무 짜고 불쾌했다.

"옥사건 준위 조금만 참아요. 육지로 올라갈게요."

'아니 저는 괘찮습니다만'이라고 말할려는데 바닷물이 또 다시 밀려들어온다. 나라는 녀석은 학습능력이 없는건가? 물속에서 말하는건 인어족들만 되는거야 이 멍청아. 나는 일단 순순히 이솔다 공주의 손길을 따라 육지로 올라 가기로 했다. 도철광의 일격으로 얼마나 많은 거리를 밀려왔는지 수면위로 올라와 도착한 장소가 처음 무인도 올랐던 모래사장의 반대편이였다.

도철광의 추가 공격을 잠깐이지만 지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모래사장에 나를 눕힌 이솔다 공주가 다짜고짜 내 흉부를 억척스럽게 누르기 시작했다. 허억! '공주님 저 바닷물좀 먹었다고 안죽는다니까요!'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흉부가 강하게 압박되어 말을 할 수 없었다. 잠깐만 지금 이 패턴은 설마 인공호흡인가? 나는 돌아가는 상황을 깨닫고 발버둥치는걸 포기하고 축늘어진채로 이솔다 공주의 흉부압박을 받아들였다.

"옥사건 준위 죽으면 안되요! 제길! 인어족의 일에 외부인을 끌어들이는게 아니였는데."

아무리 흉부압박을 해도 내가 바닷물을 토해내지 않자 다급해진 이솔다 공주가 결국엔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 포겠다.

쪼옥

ㅈ...자잠깐만 이거 너무 감미롭잖아.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내 심장을 거세게 뛰게하고 코끝에 느껴지는 이솔다 공주의 숨결이 내 애간장을 녹인다. 전투중에 이렇게 긴장을 풀면 안되지만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도철광 이 자식 조금만 더 늦게 와라. 아니지 우리가 그냥 뒈진지 알고 자기네들 동네로 돌아가면 그것이 베스트일 것이다.

나는 식도로 바닷물이 넘어올려는걸 간신히 참아가며 이솔다 공주의 인공호흡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이 개자식들이 싸우다말고 어디서 키스질이야!"

아 내 소망이 산산히 부서지는 소리가 야자수 숲 너머에서 들려왔다. 이솔다 공주가 황급히 입술을 때며 빙결술식을 발동할 준비를 했다. 어쩔 수 없이 나 또한 참아왔던 토악질로 바닷물을 한 바가지나 토해냈다. 아 진짜 도철광 너 이자식 죽었다고 복창해라. 나는 정말 화가나 참을 수 가 없었다.

원래 달콤한 꿈일 수록 깨어났을때의 허망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이 인어공주씨 도대체 그 입만살은 녀석의 어디가 좋아서 입을 맞춘거지? 차라리 내 여자가 되지 그래? 내 초식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팔푼이 따윈 눈을 파낸뒤에 광산 노예로 팔아버리고 그 돈으로 나랑 신혼여행을 가는거야. 어때? 여자는 강한 수컷에게 끌리는 법이잖아. 나 밤일도 정말 끝내주게 잘할 자신 있다구."

"마력기관을 봉인하고 블랙마켓에 팔아버리겠다는 사람은 어디갔지?"

"도중에 생각이 바꼈어. 나는 순종적인 여자보다는 반항적인 여자를 좋아하거든. 얼음 창이 내 몸에 박혀서 피가 흐른 순간 나도 내 창을 인어공주씨한테 박고 싶어졌어."

"큭큭큭 미안하지만 인어족이라고 해서 사람 얼굴을 안따지는건 아니거든? 너 더럽게 못생겼어. 아까 옥사건 준위가 말한대로 문신으로 아예 얼굴을 못알아볼정도로 덮어버렸으면 솔직히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너무 못생겨서 너랑 자느니 입술을 깨물고 자살하는게 낫겠다는게 지금 내 심정이야."

"하아 저 입만산 녀석의 이름이 옥사건이였나? 잠깐 사이에 저 녀석의 독설을 잘도 흡수했군. 혹시 키스하는 사이에 독설 바이러스같은게 옮은거 아니야?"

"정말 재미없는 농담이로군. 진짜 최악의 남자야. 얼굴도 못생기고 유머감각도 없다니."

달콤한 꿈을 방해한 도철광을 당장이라도 도륙낼 생각이였던 나는 이솔다 공주의 신랄한 독설에 도철광을 동정하는 마음이 싹텄다. 내가 독설할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여자인 그것도 여신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이솔다 공주가 독설을 하니 정신적 데미지가 훨씬 더 커보였다.

도철광을 향한 분노가 한순간에 동정으로 바뀌었으니 이솔다 공주의 어조와 얼굴 표정이 얼마나 상대를 비참한 기분으로 만들었는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도철광 너 이자식! 화이팅!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래 인정할게. 내가 못생겼다는것을. 깔끔하게 인정하도록 하지. 그러니까 너희들도 슬슬 인정해라. 네녀석들과 나의 실력 차이가 그런 싸구려 도발로 매꿀 수 없을정도로 현격하다는걸 말이야. 내 초식 하나도 제대로 막아낼 수 없는 머저리들이 처음 부터 끝까지 얼굴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되기는 같잖아서 정말.

생각이 또 다시 바뀌었다. 제법 날뛰는 모습이 귀여워서 신부로 받아주려 했는데 말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안되겠군.

인어공주씨 점혈법이라는 기술을 알고 있어? 그걸로 인어공주씨를 자살도 못하게 혀를 마비시킨 다음 미친듯이 범할꺼야. 그것도 저기 옥사건이라는 녀석 앞에서 말이야. 저 옥사건이라는 녀석은 사지를 찢어버리고 두 눈과 귀로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이 제일 증오하는 남자한테 당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게 할거야. 그러다가 인어공주씨가 실증나면 사지가 찢겨진 옥사건이라는 녀석이 디파일러에게 산채로 먹히는걸 보여줄거고.

마지막으로 너덜너덜해진 인어 공주씨를 블랙 마켓에 싸게 처분하면 완벽하겠군."

이 녀석 막장 아침 드라마 작가같은거 하면 성공할것 같은데? 나는 잠깐 싹퉜던 도철광을 향한 동정심이 완전히 사라지는걸 느끼며 본격적인 전투를 준비했다. 이제부터는 새치혀로 도철광을 도발하는건 무리인것 같고 진짜 힘대 힘으로 맡붙어서 찍어눌러야할 시간이 온것 같다.

저녀석은 내가 완전 너덜너덜한 상태인줄 아는 모양인데 툭까놓고 말해서 피격 데미지 제로였다. 오히려 도철광과의 격전이 가볍게 몸을 풀어줘 컨디션이 평소보다 좋았다. 게다가 이 멍청한 도철광이 우리들을 수색하면서 같은 조원들과 멀어졌으니 지금이야 말로 도철광을 쳐부술 절호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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