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3화 (3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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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옥사건 준위 저기 커다란 활을 든 붉은 머리를 한 여자 보여요? 아까 아이스 바운드의 해안에서 출발하기 전에 자경대원들에게 들은건데요. 경계수역 주변을 수색할때 반파된 옵티컬로이드을 발견했는데 화살이 박혀 있었대요. 저 여자는 말도 안되는 거리에서 활을 쏠 수 있다는 소리에요.

그리고 아까부터 아무말도 없는 보라색 후드 로브를 입은 존재도 술사이니 경시할 수 없어요.

지금 당장은 저 도철광이라는 남자만 움직이고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일단 저 도철광이라는 남자는 제가 상대할테니 옥사건 준위는 붉은 머리를 한 여자와 보라색 후드 로브를 입은 존재를 계속해서 주시하면서 여차하면 엄호해주세요."

바닷가를 유영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이솔다 공주가 이매망량을 사용해 수면위에 떠있는 나한테 바짝붙어서 귓속말로 속삭였다. 흰 비늘에 붉은 무늬가 새겨진 이솔다 공주의 비단잉어같은 하반신이 둥굴게 내 몸을 감싸자 뭔가 묘한 기분이였다.

당장이라도 이 보랏빛 원진이 있는 장소를 언데드 크리쳐로 가득 채울 생각이였던 나는 탐색전을 펼치려는 이솔다 공주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자신이 지닌 카드는 최대한 숨긴다는 내 철칙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보랏빛 원진으로 인해 주위의 환경과 단절되어 수면이 잠잠해진 바다 위를 도철광이 태연스럽게 걸어오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뭐야? 너 등평도수의 수법을 쓸줄 알면서 왜 인어공주씨의 등에 업혀서 바다를 헤엄쳐 왔던거냐? 여자 등에 업히는걸 좋아하는 어부바 성애자같은거냐?"

"문신 성애자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은데? 못생긴 외모를 숨기려고 그렇게 온몸에 문신을 쳐 둘른 모양이지? 미안한데 아무리 문신으로 가리려고 해도 여자들이 정말 질색할것 같은 타입의 네 얼굴은 숨길 수 없을것 같아."

"아니 이 문신은 겉치례용이 아니라... 아니 내가 왜 변명을 하고 있지? 흥 갑자기 왜 내 외모를 지적하는지는 모르겠군. 좋은 여자를 얻는건 잘생긴 남자가 아니라 강한 남자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널 쳐부시고 그쪽의 인어공주씨를 강제로 품에안는 과정에서 도대체 얼굴이 무슨 소용이지?"

"니 얼굴이 하도 역겨워서 공주님이 허깨물고 자살할 수 도 있잖아? 즉 니 얼굴은 그 정도로 형편없다는 소리야. 차라리 문신을 할때 얼굴을 완전히 덮어서 아예 형체도 못알아볼 정도로 만들지 그랬냐?"

"뭐라고 이 개자식아! 으어억"

창! 창! 창! 창! 창!

딱히 서로 호흡을 맞춘것도 아닌데 내가 세치혀로 도철광을 도발시켜 녀석의 주의를 내게로 돌리자 바닷속에서 숨을죽이고 있던 이솔다 공주가 무영창으로 빙경술식을 연달아 발동시켰다. 바닷물 아래에서 쏘아올려진 얼음 송곳 5개가 도철광의 발밑으로 사정없이 밀어닥쳤다.

도철광은 내력을 사용하는 무인답게 호신강기로 유효타격을 피했지만 등평도수 수법의 균형이 깨져 엉거주춤한 자세로 한쪽 발이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솔다 공주가 냉기 에너지를 끌어모아 도철광의 발 부근을 꽁꽁 얼려버렸다. 공주라는 이미지때문에 내심 무시하고 있었던 나는 이솔다 공주의 빙결술식 연계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 도철광이 유효타격을 입은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

하지만 잠시 발을 묶어둔 것으로 영창 시간을 번 이솔다 공주가 수면위로 올라 왔다.

북풍(北風)에 아로새기는 혹한의 맹세(猛勢)

맹세(盟誓)를 침범하는 위선자들을 단죄하는 창(槍)

동해용궁 비전술식 3형 프로즌 쏜(Frozen Thorn)

젓가락 정도의 굵기를 지닌 수십 개의 얼음 창들이 도철광의 전방위를 선점한채 소나기처럼 내리 꽂힌다. 도철광은 자신만만한 태도에 걸맞게 제법 견고한 호신강기를 지니고 있어 대부분의 얼음 창들이 살갖에 닿지도 못한채 바스러졌지만 타격이 아예 없진 않았다.

동일 지점을 찰나의 시간에 연달아 공격해 들어간 얼음 창의 경우 호신강기가 약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가 도철광의 피부를 찢고 박혀 들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도철광의 근육이 어찌나 단단한지 아예 몸 자체를 꿰뚫고 들어간 얼음창은 없었다. 이솔다 공주 또한 방금 공격으로 도철광을 끝장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바닷속으로 잠영하며 다음 공격을 위해 마력을 정돈했다. 도철광은 얼음 창에 피부가 찟긴탓에 군데군데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아랑곳 않고 대소했다. 저 자식이 실성을 했나 왜 갑자기 쳐웃고 난리지.

"흐하하하하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뜬금없이 외모지적을 하길래 무슨 꿍꿍인가 싶었는데 술식 연계를 펼치기 위해 나를 도발한거였나? 큭큭큭 인어공주씨도 꽤 제법이잖아? 블랙마켓에 팔아치울때 마력기관을 봉인할 아티팩트도 하나 사야겠구만. 자 그럼 오랜만에 제대로 놀아볼까?"

"너가 못생겼다고 말한건 진심이였는데? 도발할려고 지어낸 말이 아니라 너 임마 정말 못생겼어. 거울은 보고 댕기냐?"

"하아 너 이 자식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아까부터 싸움은 인어공주씨한테 맡기고 뒤에서 씨부렁 씨부렁 거리기나 하고 말이야. 여자 치마폭 뒤에나 숨는 남자는 뭐 여자한테 인기 있을것 같냐?"

"적어도 너처럼 못생긴것 보다야 낫지. 저기 모래사장에 있는 궁기련이라는 여자도 네가 하도 못생겨서 도올명이라는 애를 선택한거 아니야? 아까보니까 너 도올명이라는 녀석보다 교내 서열도 낮다면서? 아이구야 여자도 없고 실력도 딸리고 얼굴까지 못생기다니 삼박자를 고루 갖쳤구나. 용캐 지금까지 자살안하고 버텼네. 아유 철광아 장하다 장해. 그래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너도 언젠가는 네 짝을 만날 수 있겠지. 그러니 열심히 살아라. 살다보면 언젠가 인생에 볕들날이 있겠지."

"큭큭큭큭큭 네 녀석 세치혀로 싸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뭐 괜찮은 도발이였어. 그런데 내 이름은 철광이 아니라 광 외자다. 서로 싸우는 상대끼리 최소한 이름정도는 제대로 불러줬으면 좋겠군. 그리고 상대를 화나게 해서 평정심을 잃게 하는 수법은 어디까지 상대와 대등한 실력을 갖추었을때나 유효한 거야. 분수를 모르고 세치혀를 멋대로 놀리다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똑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인석아 원래 상대가 똑같은 수법에 두번 당할까 미심쩍어 하면서도 어떤 전략으로 한 번 재미를 보면 두번 세번 계속 써먹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다. 프로즌 쏜 공격을 받은 이후 도철광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으므로 나는 이미 사령안을 발동시킨 상태였다.

덕분에 나는 물론 바닷속에서 또 다시 얼음 송곳을 쏘아올리려 했던 이솔다 공주를 동시에 훑는 매서운 대도를 미리 피할 수 있었다.

확실히 용린혁 가주님에 비하면 도철광의 영혼의 속삼임을 꿰뚫어 보는건 손쉬웠다. 뭐 그렇다고 해도 결국 '저 둘을 대도로 동시에 벤다'라는 단편적인 정보밖에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결국 내가 있던 자리에서 비키면 되는 일이였으니. 이솔다 공주 또한 바다라고 하는 지형적 이점을 살려 대도를 여유 있게 회피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악

히이익! 비록 내 털끝도 건드리진 못했지만 도철광의 대도에 바닷물이 갈라지고 밑바닥이 들어 났다. 여유롭게 피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던 나는 정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일격필살의 위력이 담긴 대도가 모세의 기적도 아니고 바다를 갈라버린 것이다. 물론 근해라 수심이 깊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입이 딱 벌어지는 일격이다.

이솔다 공주도 바닷속이라는 장소가 더 이상 자신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걸 깨닫고 빠르게 지느러미를 놀리며 도철광과 거리를 벌렸다.

"나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꽁무늬가 빠져라 도망치는 그 꼬라지는 뭐란 말이냐? 정말이지 김새는구만. 조금은 즐겁게 해줄줄 알았는데 결국 자랑할만한건 그 알량한 세치혀 뿐이었던 거냐?"

"하아? 우리가 너를 즐겁게 해주는 기쁨조라도 되냐? 왜 너 혼자서 기대했다가 실망하면서 과대망상을 꽃 피우는데? 그리고 위력은 봐줄만 하다만 스피드가 그렇게 느려터져서야 어디 내 그림자나 건들 수 있겠냐? 그리고 사실 나도 아직 내 전력의 1푼도 쓰지 않았거든. 조금만 더 분발해줄래?

나야말로 큰소리 뻥뻥쳤던 놈이 도를 굼벵이처럼 휘둘러서 완전 김샜으니까 빨리 다른 재주나 좀 부려봐."

"후우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면 오랜만의 상대가 허무하게 쓰러질것 같아서 맛보기로 내 도철무흔도의 초식을 보여줬더니 그딴식으로 나오는거냐? 그리고 더 이상 네녀석의 세치혀에 놀아나고 싶진 않지만 한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군. 전력의 1푼도 쓰지 않았다고? 애시당초 네녀석이 전투가 개시된 이후로 한일이라곤 그 세치혀를 나불거리는것 뿐이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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