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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32화 (3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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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알트렙을 꾸짖는 이솔다 공주의 서슬퍼런 기세가 옆에 있는 나마저 움찔하게 만들었다. 알트렙을 일단 아이스 바운드로 보내려고 짐짓 화난척 내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분노 게이지가 맥스가 되어 터트리는 느낌이였다. 사흉신교 녀석들에게 붙잡혀 있을때도 자기가 할말은 했던 알트렙도 그 서슬퍼런 기세에 기가죽어 순순히 해안쪽으로 나아갔다.

발두인 함장과 비슷한 연배의 소년이였지만 과연 인어족답게 변이 에너지의 파동과 함께 하반신이 물고기처럼 변하더니 너무나 능숙하게 헤엄쳐서 무인도와 멀어져갔다. 저정도 수영 속도라면 해가지기 전에 아이스 바운드로 돌아갈 수 있을것이고 알트렙의 어머니도 안심하고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가장 중요했던 인질 문제는 이외로 협조적인 사흉신교의 도철광이라는 남자덕분에 해결을 봤다. 여기서 내가 인어의 눈물을 가지고 있으니 이솔다 공주님은 보내달라고 말하는건 너무 억지고 저쪽도 순순히 인질을 보내줬으니 우리쪽도 인어의 눈물을 순순히 내놓아야 하나?

아무리 내가 인어의 눈물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엄연히 그 진짜 주인은 이솔다 공주였으므로 나는 이솔다 공주의 입에서 어떤 지시가 나올때까지 기다렸다.

"옥사건 준위 저들에게 인어의 눈물을 넘겨주세요."

한참을 뜸들인 후에야 이솔다 공주가 입을 열었다. 잠시 고민했던것 치곤 너무나 깔끔하게 인어의 눈물을 포기하는 모습이였다. 아 혹시 알트렙이 이 무인도에서 어느정도 멀어질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 뜸을 들인거였나? 나는 품안에서 인어의 눈물을 꺼내는척 하면서 인벤토리에 넣어둔 인어의 눈물을 꺼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는 아무리 별볼일 없는 것이라도 숨길수 있으면 숨기는게 내 철칙이였다. 용린혁 가주님이 나를 이 수왕성으로 워프시키면서 얼떨결에 딸려온 이 인벤토리는 커스텀 아이템이 모조리 재가되어 사라지면서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즉 별볼일 없는 카드가 아닌 내 조커 카드중 하나였으니 적에게 자랑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내 손에 쥐어진 인어의 눈물은 여전히 영롱한 빛을 발하며 은은한 냉기를 내뿜고 있었다.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넘겨주기 아까운 보물이였지만 주인이 넘겨주라는데 넘겨줘야지. 나는 휙하고 인어의 눈물을 도철광을 향해 던졌다. 인어의 눈물이 포물선을 그리며 유유히 도철광의 손아귀에 안착했다.

"도올명 이것보라고! 내가 인질을 잡으면 간단히 얻을 수 있다고 해지? 네 말대로 아이스 바운드 주변 지형을 이용해서 게릴라 전투를 버렸으면 성가신 일이 될뻔 했잖아. 이번 임무는 내 덕분에 쉽게 달성하는 줄 알라구."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군. 고작 일족의 소년 한명때문에 왕가의 보물을 넘긴다니. 혈린검이 소년 한명때문에 전투를 포기한것도 이해하기 힘들군. 아무리 가디언 커뮤니티 관계라고 해도 소년 한명이 사망하는 일로 커뮤니티 단계가 하락하는 일도 없을터인데."

"그래서 도올명 너는 그 악귀같은 용린은리년이랑 또 싸우고 싶냐? 본체가 아닌 아바타라고 방심하지마. 아바타를 속박한 다음 아는 정보를 전부 불때까지 고문할 여자라고."

"그렇다고해서 계속해서 피해다닐 수 는 없는 노릇이지. 언젠가 전장에서 혈린검을 만나기를 고대하며 갈고닦은 비기가 있다."

"우리 명이 새 필살기 만든거야? 굉장해! 무슨 필살기인지 나한테만 귀뜸해주면 안돼?"

"아서라 궁기련. 여기저기 나불대고 다니면 그게 비기냐? 비기라는건 상대가 그 기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때 그 위력이 극대화된다고."

"시끄러 도철광.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우리 명이랑 둘밖에 모르는 비밀을 공유하고 싶어서 그런것 뿐이야. 그리고 내가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거라고 기정사실화 하지마. 나 입 완전 무겁거든."

뭐랄까 흉폭한 무법자들 치곤 나누는 대화들이 아기자기 하다. 그럼 이대로 싸움같은거 없이 아이스바운드로 돌아가면 되는건가? 대혈투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내심 긴장하고 있던 나는 이솔다 공주의 곁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괜히 저 사흉신교의 무법자들이 마음이 바뀌기전에 재빨리 아이스 바운드로 귀환하자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이솔다 공주도 내 제스쳐를 이해했는지 조용히 뒷걸음질을 치며 바닷가쪽으로 이동했다.

"궁기련 네가 입이 무겁고 말고를 떠나서 비기에 대해서 입밖으로 꺼내는것 자체가 문제라는거야. 네가 가진 생체모듈 천리안처럼 생체모듈 천리청을 가진 사람이 없으리라는 보장있어?"

"흥 내가 명이랑 가까워 질까봐 질투하기는."

"누가 질투를 한다는 거냐! 아니 잠깐만 거기 인어공주씨 아까의 기세는 어디가고 도둑고양이 마냥 어딜 슬금슬금 내빼는거지? 작별인사정도는 하고 가지 그래."

이런 들켰다! 이제 막 바닷물이 발목에서 찰방거리는 지점까지 도달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도철광이 이를 눈치채고 이솔다 공주를 호명했다. 나는 이솔다 공주와 눈을 마주치면서 바닷가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철광이 우리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딛는 것을 신호로 나와 이솔다 공주는 바닷가 쪽으로 내달렸다.

이솔다 공주는 하반신을 물고기로 변신한체 헤엄쳐갔고 나는 이매망량들을 발바닥에 집결시켜 바다 표면을 밀어내면서 뛰어갔다.

"혼돈술사씨 혼돈결계를 발동시켜!"

이 정도 거리라면 상대방이 아무리 뛰어난 경공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뿌리칠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박살내듯 무인도는 물론 근해까지 보랏빛 원진으로 뒤덥혔다.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원진밖으로 나갈 수 있을줄 알았지만 원진을 둘러싼 보랏빛 기둥이 밖으로의 진입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바다안에서 헤엄치던 이솔다 공주도 보랏빛 원진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수면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런 결계 형태의 술식을 처음 보는건 아니지만 이 술식의 근간을 이루는 마력 파동은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을 플레이할때도 겪어 본적없는 괴이한 것이였다. 뭐 마력의 식별은 둘째치고 이정도의 대규모 술식을 무영창으로 펼쳤다는건 이 무인도 주변에 술식을 펼칠 준비를 미리 해놓았다는 건데. 하긴 거래장소를 사신흉교의 무법자들이 결정한 시점에서 이런 개수작이 있을거라고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인어 소년 알트렙은 보랏빛 원진의 범위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야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였다.

"야 도철광 거래도 무사히 끝냈는데 멋대로 혼돈결계를 발동하면 어쩌자는거야? 그리고 우리 조의 조장은 엄연히 우리 명이거든? 왜 허락도 없이 멋대로 구는거야!"

"그 말대로야. 거래가 무사히 끝난 덕분에 인어의 눈물은 우리 손에 들어왔다. 즉 우리는 이미 교에서 내려온 임무를 완수한셈이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행동은 단지 내 개인적인 볼일이야. 혼돈결계를 멋대로 발동시킨건 물론 내 잘못이지만 손쉽게 인어의 눈물을 손에 넣은 것도 내 덕분이잖아? 그러니까 도올명 이건 봐줄 수 있지?"

"도철광 네 멋대로 임무를 끝내지마라. 임무종료 시점은 우리들의 손에 인어의 눈물이 들어온 순간이 아니라 인어의 눈물을 가지고 교에 귀환한 순간이다. 하지만 확실히 이번 임무는 인질을 잡자는 의견을 낸 네 공이 컸다는걸 부정할 수 없는것도 사실이지. 좋아. 도철광 너의 개인적 일탈행위를 용납한다.

허나 교의 행보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빈틈없이 처신해라."

"하하하 교의 행보에 영향을 줄만큼 거창한건 아니야. 그냥 저 인어공주씨 지느러미 귀를 보니까 문득 불랙 마켓이 떠올라서 말이야. 잡아가서 응큼한 성적취향을 지닌 부호들에게 팔아넘기면 모르긴 몰라도 인어의 눈물만큼이나 비싸게 팔 수 있을것 같지 않아?

"우와 도철광 너 완전 악질이네. 용궁의 보물을 갈취한걸로 모자라서 공주까지 납치해서 내다 팔겠다고?"

"궁기련 내가 악질인거 이제 알았냐? 그 돈으로 영약을 사거나 아바타를 개조하면 내가 도올명 너보다 강해져서 교내 서열이 역전될지도 모르지."

"육체의 강함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도전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흥 오기로라도 육체의 강함만으로 도올명 네녀석을 이겨보이겠어. 나중에 저 인어공주를 팔아치우고 난뒤에 나한테 뽀찌나 달라고 하지마라."

온몸에 문신이 새겨져 있는 까닭에 흉악한 인상을 가진 도철광이란 사내는 겉모습과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본성을 지니고 있었다. 등에 있는 도집에서 대도를 꺼내든 도철광이 정말 소름돋는 미소를 지으며 이솔다 공주가 있는 바다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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