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1화 (31/599)

0031 / 0316 ----------------------------------------------

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꽉잡아요. 옥사건 준위. 중간에 바다에 빠지시면 두고갑니다."

아 혹시 이솔다 공주는 운전대를 잡으면 성격이 변하는 타입인건가? 이솔다 공주의 말투가 왠지 고결한 귀족 이미지에서 터프한 여전사로 바뀐 느낌이였다. 어설프게 이솔다 공주의 허리를 짚고 있던 나는 본인도 허락했겠다 이솔다 공주의 허리를 크게 둘러싸서 새하얀 피부의 복근을 매만졌다. 우왓! 이거 뭐야! 장난아니게 부드러워.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놀랄만큼 따듯하고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에 놀랄 새도 없이 잠깐 사이에 호버 크래프트의 운전법을 익힌 이솔다 공주가 주변에 물보라가 생길정도로 엑셀을 밝아 버렸다. 나는 삿된 마음을 품은게 아니라 정말로 튕겨져 나가버릴것만 같아 이솔다 공주의 새하얀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왠만한 교통사고로는 몸이 상할 일이 없는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니고도 나는 호버크래프트의 가공할 수상 주행속도에 벌벌 떨 수 밖에 없었다.

이솔다 공주의 투명한 살결에 볼을 맞대고 달콤한 살내음을 맞고 있자니 두려운 마음이 어느정도 진정되었다.

디파일러 폰 2개 중대병력을 앞에두고도 코웃음을 쳤던 내가 이렇게 무너지걸 보면 저번에 연단철 대위가 나를 동부전선까지 데려다 줄때도 그렇고 나는 정말 빠른 탈것에 약한 모양이다. 곧 있으면 흉악한 납치범들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그 앞에서 멀미라도 하는 날에는 이솔다 공주를 볼 낯이 없을 것이다.

"옥사건 준위, 저기 멀리 거래 장소인 무인도가 점처럼 보입니다. 뛰어내릴 준비하세요."

"네? 중간에 정차해서 평범하게 무인도에 오르면 안되나요?"

"이 탈것을 멈추는 방법을 저는 모릅니다. 연단철 대위가 분명 가르쳐줬지만 저는 오직 엑셀을 밟는 법만 기억했습니다."

"히익! 저...저기 혹시 여기 물깊이가 어느정도 되죠?"

"전에 소환하신 외눈깔 거인이라면 까치발로 서있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깊지는 않은 편이죠. 수영을 못하신다고 하셨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공주인 저 또한 엄연히 인어족이고 옥사건 준위 한 사람정도 업고 헤엄치는건 일도 아닙니다. 준비하세요."

이대로 직진한다면 호버 크래프트가 무인도로 쳐박히기 직전인 상황에서 이솔다 공주가 핸들을 급하게 꺽은 뒤 바다로 뛰어들었다. 사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육체가 몇천미터 심해에 가라앉는다고 한들 죽을리는 없었지만 나는 아직 VOT 온라인을 플레이하던 게임 폐인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숨좀 안쉰다고 이상이 생길 육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물이 두려웠다. 물이 너무나 맑아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나 산호초들이 훤히 보이니 스킨스쿠버들이 보았다면 환장할정도로 좋아할 장면이었지만 나는 밖으로 뛰어내리는 이솔다 공주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면 두발 딛고 서있을 수 있는 무인도에 도착해 있기를! 내게는 익숙한 변이 에너지의 파동이 느껴지며 이솔다 공주의 하반신에서 매끈한 물고기 비늘의 감촉이 느껴졌다. 변이 후 이솔다 공주는 놀랍도록 빠르고 유연하게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나갔다. 이솔다 공주가 호언장담한 대로 등에 달려 있는 나라는 짐덩어리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 모양이였다.

찬 바닷물이 용린은리 사저가 빌려준 군복을 적시는것으로 모자라 속옷까지 축축하게 적셔왔다. 으이익 평화롭게 인어의 눈물을 건네주고 알트렙군을 돌려받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돌발상황이 발생해 교전이 펼쳐진다면 이렇게 축축한 상태에서 싸워야 하는건가? 사흉신교 녀석들한테 찝찝하니까 모닥불에 옷좀 말리고 싸우자고 말해볼까?

"옥사건 준위 무인도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그만 제 등에서 내려와 주시죠."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드넓은 모래사장과 야자수 나무에 저물어가는 해가 어우려져 제법 운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장소로 이솔다 공주같은 신부와 함께 신혼여행을 왔어야 했는데... 교전 가능성이 다분한 납치범들과 협상을 해야하다니. 쯧쯧 나는 혀를 차며 이솔다 공주의 등에서 내려왔다.

다 큰 성인 남자가 여자등에 엎혀있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였지만 이솔다 공주의 등은 너무 포근하고 안락해서 내려오기 싫을 정도였다.

"아직 해가 지기전까지는 여유가 있는데 꽤나 밟아서 와줬잖아. 솔직히 지루해하던 참이였는데 고맙군. 그러니까 그 쪽의 착한 몸매를 지닌 아가씨는 지느러미 귀를 보아하니 동해용궁의 리더겠고. 옆에 있는 팔푼이는 실버 스케일에서 보낸 보좌역이라는 건가? 정말이지  여자 등에나 엎혀서 빌빌되는 팔푼이를 보내다니 실버 스케일에는 용린은리년을 제외하면 인재가 없는거냐?"

아니 이 녀석이 누굴보고 팔푼이래! 이솔다 공주님의 등이 얼마나 포근한지 모르는 녀셕은 닥치고 있는게 좋을걸. 그리고 온몸에 문신을 쳐한 네놈은 사회부적응자처럼 보인다고. 사회부적응자 보다는 팔푼이가 낫지, 암 낫고 말고. 납치범을 자극해봐야 좋을게 없었으므로 나는 하고싶은 말을 속으로 삼켰다. 용린은리 사저의 말대로 사흉신교 녀석들은 4인 1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방금 나를 팔푼이라고 칭한 온몸에 문신이 새겨진 남자. 아마 이름이 도철광이라고 했지? 그리고 거대한 활을 든 적발의 여자. 얼굴을 보라색 로브에 달린 후드로 가린 성별불명의 인간. 그리고 무인보다는 선비에 가까워보이는 남자. 겉모습으로 전투력을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하나같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자들이였다.

도철광이 대표로 말을 하기에 은연중에 그가 리더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들 사이의 분위기에는 그 어떤 상하관계도 느껴지지 않았다.

"잡설은 생략하고 일단 그쪽에서 잡고 있는 인질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은데?"

"이야 인어공주씨 화끈한게 완전 내 스타일인데? 혼돈술사씨 그 인어 소년을 여기계신 인어공주씨한테 보여드려."

보라색 로브를 입고 있던 성별불명의 인간이 혼돈술사라는 호칭에 반응해 자신의 로브를 걷어내 알트렙의 신형을 드러냈다. 아니 저런데다 숨기고 있었다니 무슨 매니악한 취미냐.  알트렙은 온몸이 결박되어 있긴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 딱히 멍자국은 없어 보였다. 정신도 말짱한듯 이솔다 공주를 보자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발버둥을 친다.

"조금 소란스럽게 굴어서 말이야 묶어두긴 했지만 몸에는 손대지 않았어. 일단 인어의 눈물이라는 동해용궁의 보물과 교환할 귀한 인질이니 나름 신경썼다구."

"좋아. 그럼 그 소년을 먼저 아이스바운드로 되돌려 보내라. 인어의 눈물은 그 후에 건네주겠다."

"어이 잠깐 인어공주씨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구는거지? 나는 거래의 우선권은 우리쪽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 소년은 흔해빠진 인어족의 아이들중 한 명일뿐이지만 나 이솔다 공주는 죽은 동해용왕의 유일한 적통 후계자지. 그런 내가 여기에 온 시점에서 그 소년의 인질로서 가치는 없는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인어공주씨가 이 인어 소년을 대신해서 인질이라도 되주겠다는 건가?"

"용린은리 소령을 제외하곤 그 누가 온다고 하더라도 무력을 제압할 자신이 있었던것 아닌가? 이 무인도에 발을 들인 시점에서 나는 너희들의 인질이 된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큭큭큭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런데 인어공주씨 우리가 용린은리년을 무서워하는걸 교묘하게 디스하고 있네? 정말로 재미있어. 볼 수 록 완전 매력폭발이라니까. 좋아 이 인어 소년은 보내주도록 하지. 어이 도올명 그래도 되겠지?"

확실히 저 도철광이라는 자는 리더가 아니다. 만약 그가 리더였다면 다른 멤버에게 알트렙을 풀어주는 건에 관하여 허락을 구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무인보다는 선비에 가까운 남자가 실직적인 리더라는 말인가? 도올명이라는 사내가 돌철광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어서 도철광이 혼돈술사에게 눈짓을 했다.

온몸을 구속하고 있던 밧줄과 입에 물린 재갈에서 해방되자 알트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온다.

"이솔다 공주님 이녀석들에게 인어의 눈물을 넘겨줘서는 안되요! 그건 동해용왕님의 유일한 유품이잖아요. 차라리 저를 내버려두고 지금이라도 아이스바운드로 돌아가세요."

"닥쳐라 알트렙!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내 명령을 어기고 경계수역밖으로 벗어난 죄는 나이불문 아이스 바운드로 돌아가서 엄중히 벌할생각이니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헤엄쳐서 아이스 바운드로 귀환해라. 이것은 명령이다! 만약 네가 이 명령마저도 어긴다면 너를 인어족에서 영구추방하고 네 어미도 그 죄를 엄히 물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