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0화 (3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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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옥사건씨 함장인 저는 믿고 있습니다. 게다가 애시당초 옥사건씨가 따로 보관해두지 않았다면 분명 전투중에 손상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요. 그러니 설사 옥사건씨가 제가 사비를 들여서 구입한 호버크래프트의 소유권을 주장한다고 해도 아주 경우없는 행동은 아닌셈이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함선 소유의 물자는 하찮은 것이라도 제대로 신고해주세요. 대신 실버 스케일 함선이 작전 목표로 설정한 전략물자나 민간인에게 수탈한 것이 아닌 전리품의 경우 옥사건씨가 가지셔도 좋습니다."

"발두인 함장 그거 비꼬는거 아니지?"

"물론 아닙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전투중에 습득한 물자 처리에 관한 규율을 읊어드렸을 뿐인걸요. 그리고 우르사티양과는 다르게 상시 전투 투입가능성이 있는 옥사건씨를 단순히 연구직으로 두었더니 역시 호칭이 애매해졌군요. 지금부터 옥사건씨를 준위 계급으로 임명하고 수송참모로 임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임명해도 되는거야?"

"물론입니다. 어차피 이런 계급은 어디까지나 실버 스케일 함선내에서만 유효한 임시직일뿐이니까요. 별이 한개가 됬던 별 다섯 개가 됬던 함장인 제가 만들어내기 나름이랍니다. 일단 함장이니까 그 정도의 특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옥사건 준위?"

"뭐랄까 머리에 맞지않는 감투를 쓴 기분이라서 말이지."

"후후 제가 전쟁놀이를 하는것처럼 재미삼아 임명한건 절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지휘체계의 최적화를 통해 임무수행에 원할함을 더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자리를 만든것이니 부담을 가지시지는 마세요. 그럼 오늘 긴급소집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돌아가서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세요.

그럼 옥사건 준위 멀리까지 배웅나가지 않겠습니디만 옵티컬로이드로 관찰할 수 있는 범위까지는 계속해서 지켜보면서 응원하겠습니다."

그렇게 활로가 없어 보였던 사흉신교 무법자들의 인질극에 약간의 숨구멍이 트였다. 연단철 대위를 선두로 격납고로 향한 나와 이솔다 공주는 일단 뒤에 탑승해서 해안가로 출발하기로 했다. 호버 크래프트의 운전법이야 해안가에 가서 배우면 될 일이였으니. 내가 먼저 탑승하고 나서 이솔다 공주가 내 뒤에 앉았는데 호버 크래프트가 출발하자 무지막지한 스피드에 놀란 이솔다 공주가  내 등을 껴안았다.

몰캉몰캉

단언컨데 내 손톱, 블랙탈론을 이루고 있는 언옥타늄을 제외하면 지방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물질이였다. 일주일 전 2개 중대 병력에 해당하는 디파일러 폰들을 손쉽게 격퇴한 나였지만 무법자들이라는 미지의 존재와의 싸움은 나를 다소 긴장시켰다. 하지만 그러한 긴장감이 부드러운 살덩이가 등을 압박하자 모조리 녹아내렸다.

사흉신교고 나발이고 단숨에 쓸어버린 다음에 알트렙이라는 이름의 인어 소년을 구출한뒤 이솔다 공주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서 의기양양하게 아이스바운드로 귀환하는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출발하기 직전에만 해도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였는데 백허그 한방에 모든게 변해버렸다. 간악한 사흉신교 녀석들 아크 리퍼(Arc Reaper) 옥사건님이 나가신다. 긴장타라.

일을 잘 마무리 지으면 이솔다 공주님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지 않을까? 그때 뽀뽀를 해달라고할까 아니면 조금 욕심내서 키스를 해달라고 아니 미친척하고 딥키스를...

"해안가에 도착했습니다. 인어족 자경대원분들이 모여 있는데 이솔다 공주님 어떻게 할까요? 아직 해가 지기전까지는 시간에 여유가 있습니다."

"잠깐만 얘기를 나누고 올테니 기다려주세요."

등뒤에 몰캉몰캉한 감촉을 재료로 망상을 폭발시키고 있던 나는 어느새 해안가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아쉬운 표정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냈다. 호버 크래프트에서 하차한 이솔다 공주는 밀집대형으로 모여있는 인어족 자경대원들을 상대로 간단한 연설을 하고 있었다. 과연 이솔다 공주가 난사람 아니 난인어라는게 느껴지는게 그 짧은 연설에 인어 자경대원들이 온갖 희노애락을 표정으로 노출시키고 있었다.

나 또한 그 열기에 감화되어 말의 높낮이가 변할때마다 오르락 내리는 이솔다 공주님의 비키니로 감싸진 가슴을 지켜보는데 운전대를 잡고 있던 연단철 대위가 말을 걸어왔다.

"무섭지 않으십니까? 그 악명높은 사흉신교의 무법자들을 만나러 가시는데."

"일단 제 한 몸은 간수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어떻게든 도망쳐서 실버 스케일 함선으로 복귀하면 용린은리 사저가 알아서 해주지 않겠습니까? 아 물론 이솔다 공주님을 두고 도망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가능하면 이솔다 공주님 또한 호위하면서 후퇴하는게 최선이겠지요. 아니 꼭 그렇게 할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알트렙이라는 인어 소년의 안전까지 책임질 자신은 없습니다.

저는 이솔다 공주님과는 달라서 알트렙군과 이솔다 공주님을 두고 아무리 저울질을 해봐도 압도적으로 이솔다 공주님쪽으로 기울뿐이더군요. 저 분이 안계시면 아무래도 실버 스케일의 행보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러고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실버 스케일이 인어족분들을 돕는데는 도의적인 이유뿐입니까?"

"물론 도의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디파일러들때문에 고향별을 잃은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의적인 목적만으로 움직이기엔 그 놈의 돈이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VOT 시스템은 그런 부분조차 감안하고 있죠. 가디언 커뮤니티라는게 있습니다. 일단 두 커뮤니티가 가디언 맹약을 맺고나면 수호받는쪽에 해당하는 커뮤니티의 단계가 올라가면 올라갈 수 록 가디언에 해당하는 커뮤니티에 성과급이 나오게 되있습니다.

즉 실버 스케일이 인어족들에게 배푸는 호의가 언젠가는 엄청난 보상으로 돌아옵니다. 정확히는 인어족들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디파일러들에게 저항할 수 있는 커뮤니티 단계에 도달하게 됬을때 그 보상의 정도는 상한가에 도달하죠.

절대 발두인 실버코인 함장님을 욕보이려는 의도는 아닙니다만 발두인 함장님이 본가인 실버코인가에서 돈을 빌려오면서까지 은린선의 유지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는데에는 가디언 커뮤니티에 대한 계산도 깔려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간에 애매하게 지원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인어족들이 자립할 수 있을때까지 확실히 지원하는게 결과적으로는 이득이니까요."

"그러면 남을 돕는 일을 통해서 부를 쌓을 수 있음에도 그 사흉신교의 무법자놈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겁니까?"

"무법자들은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재단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니까요. 확실한건 그들이 최소한 돈이 부족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자는 아니라는겁니다."

이솔다 공주님의 예정에 없었던 임시 연설은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연단철 대위로부터 뜻밖의 사실을 전해듣고 벙찐표정으로 바다 너머를 응시하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용린은리 사저는 다른 이가 고향별을 잃는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인어족들을 돕는다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남을 돕는 일이 비지니스의 일환일 수 도 있는 거군.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보고 응용한 통찰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도대체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을까? 인간들을 자신의 손바닥위의 말처럼 헤아리는 초월적인 존재. 역시 신(God)일려나? 같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하기엔 VOT 단말기와 같은 기술력의 깊이가 너무 깊어 헤아릴 수 없는 심연과 같다.

하지만 신이란건 인간이 이해할수 없는 영역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난 가상의 존재에 불과한것 아닌가? 에이씨 집어치자. 이런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해서 뭐하겠는가? 지금 내게 중요한건 사흉신교와의 거래장소인 무인도로 향할때 내가 앞에 탈것인가 이솔다 공주가 앞에 탈것인가였다.

만약 이솔다 공주가 앞에 타고 내가 뒤아 탄다면 어쩔 수 없이 나는 이솔다 공주를 뒤에서 안게 된다. 이솔다 공주는 비키니에 랩 스커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맨살에 손이 닿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나는 의도치 않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니 어쩔 수 없이라는 정당성을 가진채 만질 수 있는 것이다.

"좋아요. 연단철 대위님 어서 호버 크래프트라는 탈것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세요. 어차피 옥사건 준위님이나 저나 사용법을 모른다고 한다면 제가 배워서 거래장소로 향하겠어요."

의욕만만의 이솔다 공주가 호버 크래프트의 운전석을 자청했다. 나는 이솔다 공주의 앞이냐 뒤냐라는 고민을 할 것 없이 자동적으로 뒷자석에 앉게 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현대 문물 아니 미래형 탈것에 빠르게 적응한 이솔다 공주가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 나는 천역덕스럽게 이솔다 공주의 허리를 감쌌고 질서정연하게 자리잡은 자경대원들의 경례까지 받으며 사흉신교 무법자와의 거래장소인 무인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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