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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일순 주변 간부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가 헛기침을 하면서 각자 고개를 돌렸다. 나는 딱히 사흉신교의 무법자들이 무섭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발벗고 나서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일족의 규율을 깨고 멋대로 경계수역밖으로 나가버린 알트렙이라는 꼬마가 응당한 대가를 치룬다는 생각이 들 뿐이였다. 이런 냉정한 생각이라니 내가 인어족이 아니라서 그런가?
하지만 자신이 한 행동의 여파를 생각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타입은 원래 질색이였다. 아직 나이가 어리다라는건 절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직접 그들과 겨뤄본 경험이 있는 용린은리 소령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옥사건씨가 사흉신교의 무법자로 구성된 4인 1조 파티를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녀석들이 사흉신교 내에서 어느정도 서열을 지니고 있는가가 중요할거야. 일단 도철광 녀석은 가장 최근에 만났을때 21위였어. 그 녀석의 원래 조원들은 내가 아바타가 아닌 본체를 찢어버렸기 때문에 나머지 조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확실한건 도철광 한 명의 무력도 디파일러 나이트정도는 아이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거야.
워낙 집념이 강한 녀석이라 지금은 더 서열이 높아졌을 확률이 높은데다가 만약 생체 개조된 아바타를 가지고 있다면 상황은 더 나빠. 간혹 생체 개조를 통해 아바타의 힘이 본체를 앞지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거든. 물론 옥사건 녀석이 디파일러 룩 저리가라 할만한 부하 언데드들을 부린다는 건 알고있어. 하지만 사흉신교 녀석들은 철저하게 대인 전투능력에 집중해서 훈련된 녀석들이야.
그녀석들이 술사를 상대할때 소환 크리쳐를 무시하고 술사를 직접 공격할건 너무 뻔한 일이라 솔직히 내 입장에선 회의적이야."
"옥사건씨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디파일러 나이트를 아이처럼 가지고 노는 실력에 대인전투에 특화된 4인이 있을때 옥사건씨는 어느정도 까지 대적할 수 있습니까?"
발두인 실버코인 함장의 냉정한 눈이 내게로 향했다. 너 따위가 그들과 상대할 수 있겠느냐란 의미가 담긴 물음이 아니라 정말로 객관적인 내 전투력 정보가 필요하다는 뉘앙스였다. 과연 여기서 내가 지닌 카드를 전부 공개해야 할까? 물론 정답은 두 말할것 없이 엑스였다. 내가 지금 결정해야할 것은 내가 지닌 카드를 일부 공개하되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였다.
"죽지 않을 자신은 있어."
"옥사건 잠깐만 설마 너 네 재생력을 믿고 그러는거라면 생각을 다시 해야되."
"재생력말고도 저한테는 나름 숨겨진 한 수 가 있습니다. 물론 그 한 수를 여기서 공개할 수 는 없지만 최소한 그 어떤 경우에도 죽지는 않을 수 있다는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제 한 몸 지키는데 벅차서 이솔다 공주님을 지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를 지켜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몸은 제가 지킵니다. 설사 돌발상황이 벌어져 제가 비명횡사하는 일이 벌어져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 책임일뿐. 여러분들의 책임이 아닙니다. 거래장소로 향하기 전에 그 사실을 아이스 바운드의 모든 인어족들에게 충분히 인지시킬테니 여러분께 폐가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 생각에 그건 조금 위험한 발상인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아이스 바운드에 거주중인 인어족들의 구심점은 누가뭐라고 해도 이솔다 공주님이십니다. 같은 동해용궁 출신의 인어들도 있지만 개중에는 자유롭게 방랑을 하던 인어족은 물론 다른 용궁의 인어족들까지 있었습니다. 그들을 규합할 수 있었던건 순전히 이솔다 공주님덕분입니다.
이솔다 공주님이 큰 변을 당하신다면 그것은 곧 아이스 바운드의 붕괴로 이어질겁니다. 저희 실버 스케일은 어디까지나 이방인.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도저히 손을 댈 수 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두 어깨에 인어 일족의 운명 실려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러니 이렇게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옥사건씨가 인어의 눈물을 보관하게 하는겁니다. 도철광이라는 자와 거래할때 먼저 알트렙군과 이솔다 공주님을 아이스 바운드로 되돌려 보내달라고 제안하십쇼. 그 후 남아있는 옥사건씨가 인어의 눈물을 도철광에게 건네주는겁니다. 이때 돌발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옥사건씨라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겠죠."
과연 그들이 알트렙은 둘째치고 이솔다 공주를 쉽게 보내줄까? 이솔다 공주는 그들에게 일종의 실버 스케일 함선이 총력전을 걸어오는걸 억제하는 일종의 보험이였다. 하지만 인어의 눈물을 내가 보관한다는 발상자체는 괜찮아 보였다. 내게는 인벤토리가 있었으므로 설사 내 신병이 구속되는 일이 있어도 뺐길일이 없으니 언제나 유효한 거래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좋습니다. 현실적으로 옥사건이라는 분처럼 강력한 강령술사분이 보좌할 경우 알트렙군을 무사히 돌려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 말에 따르겠습니다. 여기 인어의 눈물을 받으십쇼."
[No.78 인어의 눈물]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는 심해에서 천년에 걸쳐 진주를 만든다는 천빙패가 물고 있던 진주 를 가공해 만든 목걸이
-빙결술식의 위력을 증폭시킨다.
-빙결술식의 마력소모를 감소시킨다.
-병결술식의 주문 시전 시간을 감소 시킨다.
내구도(99763/100000)
과연 동해용궁의 보물답게 넘버링이 무려 칠십번대다. 상징적인 의미를 떠나서 빙결술사에게 이 아이템이 얼마나 중요할지는 아이템 설명에 있는 빙결이라는 단어를 강령으로 바꾸면 알 수 있다. 대단한 장신구이긴 하지만 내게는 쓸모가 없었다. 어떤 계열의 술식을 계속해서 익히고 사용하다보면 마력을 정제하는 정신망 섬유가 해당 술식의 계열색으로 물들게 된다.
강령술의 경우 검은색 변이술의 경우 무지개색이였는데 이미 내 모든 정신망은 검은색과 무지개색으로 가득차 다른 술식을 익히키는데 어려움이 있는건 둘째치고 내가 익히고 있는 술식의 숙련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아마 이솔다 공주정도라면 모든 정신망이 이미 빙경술식의 계열색인 파랑색으로 물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솔다 공주에게 있어 인어의 눈물의 가치가 어느정도일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인어의 눈물 목걸이의 실제 무게는 가벼웠지만 나는 그 가치를 알기에 무겁게 받아들였다. 과연 나라면 실버 스케일의 누군가를 위해 이 정도의 아티팩트를 남에게 넘겨줄 수 있을까? 당연히 대답은 엑스였다. 물론 나는 그러한 내 삶의 방식이 잘못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말썽장이 꼬마 인어 녀석을 위해 서심없이 이런 아티팩트를 넘기려하는 이솔다 공주에게 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그럼 해가지기전에 어서 거래장소인 무인도로 이동하도록 하지요. 옥사건씨 혹시 수영하실줄 아십니까?"
"아니 해본적 없는데."
"그러면 이솔다 공주님이 헤엄치면서 끌고가셔야 하는건가? 아이스 바운드는 현재 계절상 겨울이라 해가 빨리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면 안되는데 말이죠."
문득 이솔다 공주가 하반신을 잉어처럼 변이하고 내 머리끄트머리를 잡고 헤엄쳐가는 모습을 상상해버렸다. 뭐랄까 조금 코미디지 않아? 아니 그건 둘째치고 계절상 겨울인 바다를 맨몸으로 헤엄쳐갔다간 거래장소인 무인도에 도착했을때 입이 얼어서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러고보니 격납고에 수륙양용인 호버크래프트가 있었죠. 연단철 대위에게 간단한 조작법을 배운 후에 그걸 타고 가면되겠군요."
"죄송합니다. 발두인 함장님. 저번 디파일러 침공때 옥사건씨를 동부전선까지 데려다 주고 후퇴하는 과정에서 그 호버크래프트를 동부전선에 두고 왔습니다. 적지않은 가격으로 구입하신걸로 알고 있는데 면목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괜찮습니다. 돌발 상황에서의 유연한 대처는 지휘관의 핵심 덕목이라고 볼 수 있죠. 오히려 그 상황에서 어물쩡거리며 시간을 지체하셨다면 보병 1중대에서 사상자가 나올 수 도 있는 상황이였으니까요. 전투 상황 보고를 들었기 때문에 저도 그게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 호버크래프트라면 옥사건이 전이술식 계열의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챙기는걸 내가 옵티컬로이드로 봤는데? "
첫 상황보고 이후에는 꾹 입을 다물고 있었던 우르사티가 입을 열었다. 주위 간부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꽂혔다. 이번에는 일종의 기대감이 아닌 불신의 눈빛이였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나를 뭘로 보고?
"잠깐 잠깐만 지금 다들 무슨 생각하는겁니까? 절대 군수물자를 빼돌리거나 할 생각이 아니였어요. 어디까지나 전투 중에 파손될게 뻔해서 챙겨둔겁니다. 기회가되면 돌려드리려 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