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3화 (2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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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망자의 원혼이라니 내 입장에선 너무나 비논리적인 객체야. 물론 실제로 그 음에너지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비생명체를 목격한 이상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로봇공학자가 어설프게 건들여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건 알겠네. 어쨌든 술사중에서도 극히 드물다는 강령술사와 만나서 수박 겉햝기로나마 그들이 다루는 음에너지의 동력전환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어. 너도 로봇공학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다면 언제든지 내 연구실로 찾아와도 좋아.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하루 3시간 취침을 제외하곤 항상 연구실에 있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네가 알려준 정보의 가치만큼의 정보를 제공할 뿐이겠지만.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인들이 접촉할때 그 결과는 두가지로 귀결되지. 서로 어긋나서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거나 우연히 서로의 지식분야가 교차되어 유용한 접점을 발견하던가. 어느쪽이든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내 연구실 위치는 네 VOT 단말기랑 동기화된 스텔리온에 마크시켜 놓을게."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우르사티는 발두인 함장에게 인사도 없이 돌아가 버렸다. 우르사티는 딱히 지구의 과학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힘, 예를 들자면 마력의 소유자가 아닌 말그대로 공학자였다. 공중에 두둥실 떠다니며 주변 현상을 관찰하고 전송하며 유아 수준의 인공지능을 지닌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이 보기엔 간단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직 지구의 기술력으론 택도없는 오버테크놀로지의 결정체였다.

그런걸 설계한 사람이라니 그 지식 수준이 어느정도일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 우르사티의 협력아래에서 로봇 공학을 강령술에 응용한다면 기계화 언데드 부대라는 꿈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내 모행성인 지구의 관점에서 본다면 언데드 부대자체가 꿈에 나올법한 일이긴 하지만 수왕성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아바타 옥사건으로서의 관점에서 보면 언데드는 길가의 비둘기마냥 당연한 존재다.

하지만 우르사티가 말했듯이 로봇공학자가 어설프게 건들여볼만큼 강령술이 만만한 분야가 아닌 것처럼 강령술사가 어설프게 건들여볼만큼 로봇공학이 만만한 것도 아니다. 거기에 내가 지닌 강령술 지식은 수왕성으로 넘어온 시점에서 게임 공략 노하우가 아니라 실제 비전의 지식이 되어 버렸다. 천외천의 일원이였던 내 게임 공략 노하우도 함부로 공개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였지만 지금은 더더욱 공개할 수 없었다.

용린검가가 같은 가문 사람에게조차 함부로 무공을 전수하지 않는것처럼 나 또한 누군가에게 함부로 내가 지닌 카드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굉장해요, 옥사건씨. 우르사티양이 타인을 자신의 연구실로 초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역시 학자 타입의 사람들끼리는 전파가 통하는 모양이군요."

"글쌔? 그건 조금 더 두고볼 일일것 같은데."

"우르사티양이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고 연구실로 초대한 것만으로도 저는 기록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르사티양은 뭐랄까 혼자서 세상 전부를 왕따시키는 느낌이라서 말이죠. 물론 개인 연구에 간섭하지 않는 조건으로 스카웃했었고 옵티컬로이드 관제탑 관리원으로서의 역할자체는 빈틈없이 수행하곤 있지만 리더 입장에서는 조금 불안했거든요.

아무리 혼자인게 익숙하다고 해도 그런 배타적인 생활이 지속되면 우르사티양도 외로워하진 않을까하는 생각에 말이죠 이런저런 사람들과 만남을 주선했지만 우르사티양 항상 묵묵부답이였어요. 특히 용린은리 소령과 만남을 주선했을때는 아무말도 없는 우르사티양때문에 용린은리 소령이 화가나서 칼부림이 나려는걸 간신히 말렸죠."

"타인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특히나 사고방식자체가 완전히 다른 그 두사람이 대화를 해봤자 형식적인 겉치례에 불과할뿐. 그런 관계보다야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태가 오히려 낫겠지. 아 미안 함장, 무심코 설교해버렸네. 못들은걸로 해줘."

"아니요, 못들은걸로 하지 않습니다. 옥사건씨가 해준 마음의 소리를 무시한다면 결국 저 또한 옥사건씨와 형식적인 겉치례뿐인 사무적인 관계가 될 뿐이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옥사건씨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대인관계에 임하는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것은 알았습니다."

이 꼬맹이 정체가 뭐지? 나는 어느새 무심코 말을 놓고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낸 스스로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모든 것은 눈 앞의 꼬마 함장의 언변과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였다. 역시 어떤 단체의 우두머리라는 것은 짬밥으로만 밀고 갈 수 는 없는 것이다. 이 꼬마 함장의 언변이 꾸며낸것이든 진심이든 겉모습만으로 그 역량을 재단해서는 안되겠다는 사실이 머리속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아침 점호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이번에 새롭게 실버 스케일의 일원이 되셨으니 항법사와 기관사를 포함해 500명 가량되는 대대급 인원들에게 정식으로 옥사건씨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옥사건씨의 함내 계급이나 연봉도 결정되겠군요."

"여...연봉이요?"

"왜 당황하시나요? 설마 제가 돈도 주지 않고 부려먹을 정도로 부도덕한 함장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세 달치 월급이 VP로 일시불 지급될 것입니다. DF 레벨의 술사이신 만큼 섭섭치 않게 챙겨드릴테니 걱정하진 마세요."

발두인 함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브리핑 룸의 전자시계가 8시 30분을 가리켰고 각양각색의 모니터들이 기다렸다는듯이 화면을 밝혔다. 신기한 표정으로 각각의 모니터들을 훑는데 인간이 아닌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적잖이 있었다. 아니지 방금 생각은 굉장히 종족차별적인 사고방식이였다. 그들 입장에서는 인간들이야 말로 독특한 외모의 외계인이였다.

인어족들을 집적 보고도 아직 지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 보아하니 고정관념이라는건 정말로 무서운 놈이다.

"정비중대장 티베타르 원사다. 어제밤에 신참 한놈이 생일이라 술파티를 해줬는데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기중기 조종은 힘들것 같고 벽돌 재료로 쓰일 우주 쓰레기 잿더미나 옮겨야할 것 같다.

그리고 보병 2중대 녀석들도 방벽건설 작업 좀 도우라고 해! 기중기 운전을 못하면 우주 쓰레기 잿더미 포대라도 옮기면 될꺼 아니야? 보병 1중대야 최근에 동부전선에서 탄약을 모두 바닥내면서까지 2개 중대 병력의 디파일러 놈들을 아작냈다지만 서부전선에 있던 보병 2중대는 용린은리 소령이 날뛰어서 탄약소모도 없었다면서?

공수중대야 탄약수송때문에 보급함 호위병력으로 빠졌다쳐도 보병 2중대는 아주 놀고 먹을 셈이야?"

"아니 이 난쟁이 영감탱이가 우리 보병 2중대가 디파일러 놈들이랑 싸우기 싫어서 안싸웠어? 혹시라도 전선을 우회해서 아이스바운드로 침입하는 다파일러 나이트가 있을까봐 함선의 전력을 모조리 실드로 돌려버린 상황에서 에너지 무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까 대 디파일러용 탄환을 아낀것 뿐이잖아. 용린은리 소령님을 홀로 1개 대대급의 디파일러 무리들 사이로 보낸 내 마음은 편했을것 같아?

그리고 말은 바로해야지 난쟁이 영감탱이도 용린춘 상사한테 건설 감독일 짬때렸으면서 어디 엄한 보병 2중대를 끌어들여!"

"아니 이 여자가 누가 짬을때렸다는거냐! 아이스바운드의 주변지형에 맞게 밤새 방벽을 설계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거냐? 게다가 내 비전의 배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주쓰레기 잿더미로 만든 벽돌따윈 디파일러 룩의 공격앞에서 과자처럼 부스러질거다."

"두분 다 거기까지 함장인 제가 중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방벽 건설작업의 병력차출건 말입니다만 시급한 사안인건 사실이므로 그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까 티베타르 원사가 말했듯이 탄약소모가 없는 보병 2중대는 언제 공격할지 알 수 없는 디파일러들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상시 전투 대기 상태여야만 합니다. 디파일러 파이터를 새로 영입했다고 해서 보병 병력을 도외시 하는건 위험한 발상이니까요.

그러니 방벽 건설 작업을 돕는건 보병 1중대가 하기로 하죠. 일주일의 시간이라면 전투 피로를 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였다고 생각합니다만 연단철 중대장 가능하겠습니까?"

"보병 1중대장 연달철 대위입니다. 물론 가능합니다. 함장님. 언제라도 명령만 내려주십쇼. 녀석들도 너무 함선안에서 쉬고만 있어서 몸이 근질근질 할겁니다."

"그러면 방벽 건설을 위한 인원차출에 관한 구체적인 부분은 티베타르 원사와 연단철 대위 두 분이서 협의해 주세요. 이어서 각 중대별 인원체크를 계속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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