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2화 (2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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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얼티밋 언데드 폼의 육체는 잠을 자지 않는다고해서 그렇게 쉽게 지치지 않는다. 단지 영력으로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언데드 회로망과 내 손의 신경망을 동기화시키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살짝 지친건 사실이였으므로 나는 새벽 4시경 아침 8시까지 쪽잠을 즐겼다. 아직도 손안에 남아있는 몰캉몰캉한 감촉때문에 4시간뿐이였지만 행복한 수면을 이룰 수 있었다.

아침 8시가 됬을때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이 나를 깨우러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님 함내 사생활 보장법칙 때문에 제가 임의로 개인선실의 문을 개폐할 수 없으니 안쪽에서 문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함장님으로부터 아침 점호시간에 주인님을 브리핑 룸으로 안내해달라는 명령을 하달받았습니다. 손님 자격으로 함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인님의 경우 함내의 지휘체계에 따를 필요는 없으나 예외적으로 최고결정자인 함장님의 지시에는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나는 약간 정신이 멍하긴 했으나 육체자체는 만전의 상태였으므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 내 개인선실의 문을 개방했다. 문앞에서 두둥실 떠다니던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이 기다렸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와 내 주위를 선회하며 아침점호 시간까지 26분 32초가 남았으며 이 장소에서 브리핑 룸까지는 도보로 7분 14초 정도가 소모될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온다.

그냥 그 귀여운 목소리로 '오빠 빨리 일어나'라고 해준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텐데 아침부터 함내 사생활규칙이 어쩌고 함내 지휘체계가 저쩌고 하는 말을 들으니 아침기상이 개운치가 않다.

"알았어. 알았어. 어차피 할일도 없는데 미리 가있지 뭐. 안내해줘, 스텔."

미리 가있겠다는 내 말에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이 기뻐하듯 들썩이며 앞장섰다. 어기적 어기적 그 뒤를 따르던 나는 수왕성에 워프된지 일주일만에 실버 스케일의 함장을 만나게 됬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용린춘 장로가 발두인 실버코인이라는 이름을 꺼냈던 것을 떠올리며 처음 대면하게될 함장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다.

일단 이름만 봤을때 용린검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지휘체계상 용린춘 장로나 용린은리 사저보다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은 범상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겠지. 특히나 용린은리 사저의 상관이라는 이미지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친할아버지이자 용린검가의 가주인 용린혁 어르신도 태연하게 영감탱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바로 용린은리 사저였다. 혹시 용린은리 소저는 함장도 그런식으로 호칭하는건 아니겠지? 아무리 용린은리 사저라고 해도 같은 용린검가 사람도 아닌 상관에게 막대하지는 않겠지. 그것도 보통 상관도 아니라 함내의 최고결정자인 함장의 귄위가 얕보이는 일이 발생하면 함내의 지휘체계 전체가 흔들려버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브리핑 룸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나를 여기까지 안내해준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은 함내 보안규정상 브리핑 룸으로 입장할 수 없다며 밖에서 대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나는 새삼 실버 스케일의 최고 우두머리를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되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브리핑 룸안으로 입장했다. 흠흠 거기 누구 계십니까?

"으음? 누구시... 아! 옥사건씨로군요. 안녕하세요. 실버 스케일 함선의 함장이자 함내에 주둔중인 일개 대대의 대대장인 발두인 실버코인이라고 합니다. 아마 옥사건씨와는 지금이 첫 대면인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아직 수왕성에 자리잡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해야할 일이 많았던지라 디파일러 파이터 레벨의 술사를 소흘히 대접한 셈이 됬군요. 아무쪼록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뇨, 별말씀을요. 브리핑 룸은 다양한 크기의 모니터로 가득차 있었고 그 모니터들의 정중앙에 있는 상석에는 초등학생이라고 밖에 표한할 길이 없는 다크 그레이색 머리의 남자 아이가 앉아 있었다. 중령계급이 새겨진 군 제복도 그렇고 스스로도 실버 스케일의 함장이라고 말했으니 분명 저 소년은 함장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편견이라는 장애물이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암 그렇고 말고. 우주적 스케일의 무대에 진입했으면 사고방식도 우주적 스케일에 맞게 해야만한다. 김사건 정신차리자.

"그리고 궁금해하시는 표정이라 말씀드리는건데 제 나이는 12살 입니다."

"그...그렇군요. 굉장히 유능하신 분이로군요. 어린 나이에 그런 높은 직책에 오르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DF 레벨의 술사에게 존경스럽다는 말을 듣다니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군요. 일단 이쪽으로 앉아주세요. 아침점호를 시작하기 전에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참 그리고 앞으로는 매일 아침 번거롭게 브리핑룸으로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직접 만나서 통성명이나 하자고 부른거니까요.

보통은 개인선실에 비치된 텔레비전의 화상통화기능을 이용해서 인원체크는 물론 지시사항이나 전달사항을 주고받곤합니다.

이 넓은 함내에 흩어져있는 사람들을 매일같이 브리핑 룸에 호출하는 것도 비효율적인 일이니깐요. 저는 조직의 리더로서 비효율적 시스템으로 조직의 에너지를 낭비하는건 최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옥사건씨 저는 DF 레벨의 술사라면 좀더 건방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저자세로 저를 떠받을어주지는 마세요. 제가 이 함선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맞지만 어디까지나 지휘체계의 최적화때문에 중령계급을 떠맡은것 뿐이니까요. 딱히 혁혁한 전공을 세워서 중령이 된건 아닙니다. 여려모로 부족한 함장이니 부디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기탄없이 지적해주세요.

아 그리고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고 했었죠? 맞은편에 계신분은 함선의 로봇공학 전문가이신 우르사티양입니다. 무려 옵티컬로이드 2세대 스텔리온을 개발하신 장본인입니다. 참고로 VOT 함선 커뮤니티의 조사결과 옵티컬로이드 2세대 스텔리온의 정찰형 로봇 마켓 점유율은 50%를 넘는다고 해요. 굉장하죠?

컴퍼니형 로봇공학 커뮤니티에 계신걸 연구에만 전념하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어렵게 모셔왔습니다. 이분을 영입한 것이 제가 실버 스케일의 함장으로 취임한 이래로 최대공적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너무나 유능하신 분이세요."

발두인 실버코인 함장의 존재감때문에 뒤늦게 눈치챈 여성의 신형을 나는 면밀히 살폈다. 부스스한 와인색 단발머리에 의복도 단정하다곤 볼 수 없는 츄리닝 바지에 후두가 달린 패딩 조끼 차림이였지만 눈빛하나만큼은 형형한 여성이였다. 전형적인 건어물녀가 눈으로만 지성적인 과학자 메소드 연기를 하는것 같았다.

어쨌든 나보다 살짝 작은 아담한 체구의 로봇공학자는 분명 귀여운 어른스러움이라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연상의 여성이였다.

"분야가 서로 달라도 일단은 학자타입인 두분이시니 친해질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불렀습니다. 옥사건씨는 실버 스케일에 갓 탑승하신지라 아시는 분이 없고 우르사티양은 연구실에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질 않아서 말이죠. 혹시나 두 분이서 전파가 통해 친분을 다질 수 만 있다면 함장으서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같아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후후 제가 쓸데없는 짓을 했으려나요?

우르사티양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의 전투 장면 및 방벽 건설 작업을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을 통해 기록해서 수십번 정도 돌려 봤어. 하지만 역시 그 정도 덩치의 비생명체가 무슨 에너지로 동작하는지 도무지 알 수 가 없더군. 분명한건 옵티컬로이드 처럼 전력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비생명체는 아니라는 거지. 무슨 동력원을 사용한거지?"

"그 비생명체를 저희 강령술사들은 포괄적으로 언데드라고 칭합니다. 각각의 언데드 개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망자의 원혼이 내뿜는 음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죠."

"음에너지라고? 음에너지는 사물이 동작하는데 필요한 동력으로 전환하기 적합한 에너지는 아닐텐데? 화염술사의 경우 마력으로 정제한 불꽃 에너지로 물을 증발시켜 팽창하는 수증기의 힘을 이용해 원시적인 전력 발전을 구현하는게 가능하다지만 생명력을 쇠하게 만드는 음에너지로 어떻게 동력을 만들어 내는거지?"

"음에너지가 고도로 집중되면 윈혼의 의지가 물리적으로 실체화됩니다. 제 모행성에서는 폴터가이스트 라고 해서 우연히 풍수지리적 이치에 따라 음에너지가 모여들어 지박령의 의지가 실체화되는 현상을 귀신의 짓이라며 두려워하곤 합니다. 아 물론 실제로 귀신의 짓이 맞긴 합니다만 그 원리를 꿰뚫고 응용하면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유용한 에너지 자원으로 변모하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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