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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분명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유부녀 인어들 중에서도 돋보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인어가 소빙결폭풍을 일으킨 주인공이였다. 새하얀 눈처럼 반짝이는 지느러미 귀를 지닌 인어는 양옆으로 허리까지 내려오는 고귀한 은발 생머리를 흰 면사 머리띠로 질끈 묶어 트윈 테일을 이루고 있었다. 진주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는 혼을 빼갈듯 오묘했고 아름다움이 일정 경지 이상을 넘어 경이로움을 전해주고 있었다. 검은색 비키니와 랩 스커트 너머로 저정도 키에 나오기 힘든 볼륨 있는 몸매가 드러나 있었지만 욕정보다는 경외의 감정이 앞선다.
목에 영롱한 빛을 발하는 진주 목걸이를 차고 있었지만 이솔다 공주님이라고 불리운 그 인어의 아름다움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진다.
그녀가 손가락을 팅기자 알트렙이라는 악동 인어 소년의 손발을 묶은 얼음들이 산산조각이나 사라졌다. 알트렙의 어머니는 정중히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곤 알트렙을 안고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길로 나를 향해 다가온 그녀의 그림자가 나를 뒤덮는다. 허허 뭐 이제는 뭐 새삼 놀랄것도 없다. 용린은리 사저나 이솔다 인어공주가 키가 큰것도 있지만 내 키가 작기도 하다. 나를 내려다본 이솔다 공주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이 작업 현장의 책임자는 누굽니까?"
"이 노부가 작업 현장을 감독하는 용린검가의 용린춘이라고 하오, 동해용궁의 공주님이신 이솔다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본 용궁을 대신하여 주민들을 보호할 방벽을 짓고계신 노고에대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나 다소 탐탁치않은 부분이 있어 실무자분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 부분에 관해서라면 발두인 실버코인 함장님과 협의가 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소규모 공사가 아닌만큼 장기적으로도 최대한 인어족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 심려하지 않으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대 디파일러 방벽을 짓는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소박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건축 커뮤니티에서 인증도 받은 벽돌재료와 건축방식에 이 늙은이의 노하우도 조금 들어가 있습니다.
자동화기와 에너지 쉴드가 갖추어진 기계식 방벽보다는 못하겠지만 완공 후에 건출물 전문 강화술사를 초빙해 방어술식을 새긴다면 바다를 등지고 있는 이 도시 아이스바운드는 천혜의 요새가 될것입니다."
"제가 지적하려는것은 그 부분이 아닙니다. 이 방벽의 실용성에 대해선 저 또한 VOT 단말기를 통해 예의 건축 커뮤니티는 물론 백신 옵저버에 올라온 영상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것은 왜 인어족의 인력을 차출하지 않고 은린선의 자력으로만 이 거대한 공사를 진행나고 있냐는 것입니다.
저는 분명 발두인 함장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원조에 기대는 형태가 아닌 대등한 동맹관계를 성립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때문에 방벽 건설 비용 또한 동해용궁의 진주와 어류에 대한 백신마켓의 유통경로가 확보되면 시간을 들여 분납하기로 하는 계약까지 작성한 상태입니다. 헌데 지금처럼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결하시는 모습은 마치 은린선이 인어족을 어린아이와 같이 돌보는 형태가 아니겠습니까?"
"이솔다 공주님의 말씀은 충분히 새겨들었습니다. 허나 보시다시피 대 디파일러 용 방벽의 벽돌은 훈련된 병사들 열이 모여도 옳기기 힘든 부피와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도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는바 현실적으로 인어족분들의 힘을 빌리기에는... 물론 절대 인어족분들의 힘을 무시하는것은 아닙니다.
인어족분들이 물속에서는 그 누구보다 재빠르고 빙결 술식과 창술에 능하다는것은 이미 디파일러들을 상대로 증명되었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디파일러놈들이 바다쪽을 경유해서는 함부로 침투하지 않는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디파일러들을 상대로 이제 막 VOT 시스템을 각성한 토착민이 세력을 규합해 피난민들을 보호한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포장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잊지 않으니까요. 인어족들이 벽돌을 옮기는 일에 적합하지 않다는것에 관해서는 저도 인정합니다. 이 외눈박이 거인이나 용린춘 어르신처럼 타고난 신력과 무위를 지닌자가 아니라면 확실히 이 정도 크기의 벽돌을 직접 옮기는 것은 무리겠지요.
제가 원하는 것은 최소한 자질구레한 일이라도 인어족들이 직접행해 그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행위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인어족들은 너무 평화에 익숙해져 스스로를 지키려는 자립심이 부족합니다. 누군가가 튼튼한 방벽을 세워주고 누군가가 디파일러들과 대신 싸워주는 일이 계속된다면 그러한 문제점은 계속 심화되겠지요. 저는 언젠가 그들에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싹트길 원합니다. 허니 용린춘 어르신께서는 하찮은 일이라도 좋으니 제게 배분해주십시요. 건설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도 좋습니다. 병사들의 끼니를 챙기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건설 작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성심을 다해 돕겠습니다."
"흐음 이솔다 공주님께서 당장 내일이 아닌 먼 미래를 바라보며 인어족을 지탱할 백년대계를 새우고 계셨을줄은 노부가 미처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대량의 벽돌을 24시간에 걸쳐 수작업으로 반죽해야하니 팔힘이 좋은 인어족들을 최대한 많이 제게 딸려주시고 군용식량만 챙겨먹느라 입맛이 없는 은린선의 병사들을 위해 단촐하나마 집밥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준비해 주신다면 이 노부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어릴적부터 창을 휘둘러온 인어족 전사들 중 그 신력이 타고난 자들을 선별해 용린춘 어르신 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사전에 교육하긴 하겠지만 용린춘 어르신의 말을 따르는데 있어 게으름을 피우거나 반항을 하는자가 있다면 필히 제게 귀뜸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음식 준비에 관한 얘기입니다만 절대 요리재료 수급이나 조리가 곤란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모자람없이 드셨으면 해서 여쭙는건데 이 외눈박이 거인은 한번에 얼마나 먹습니까?"
"으흠 그것이..."
용린춘 장로가 특유의 우락부락한 구리빛 근육으로는 다소 벅차보이는 팔짱자세를 하고 내게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용린춘 장로라면 저 싸이클롭스 킹 좀비가 언데드이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만 이솔다 공주정도의 지위에 있는 인물에게 지식적인 부분에서 잘못 알고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지 않아 내게 바톤을 넘기는 모습이였다.
아니 그냥 이 외눈박이 거인은 언데드라서 안먹는다고 하면되지 가끔보면 나이와 직위에 따른 체면이라는게 행동에 많은 제한을 주는것 같다.
"아 그러니까 이 외눈박이 거인은 싸이클롭스 킹이라는 녀석의 죽은 시체인데 제가 강령 술식을 통해서 제 하수인으로 만든겁니다. 그러니까 음에너지 핵이라는 것을 동력원으로 하는 일종의 인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녀석을 고려해서 배식량을 늘릴필요는 없다는거죠."
"한 때 왕이였던 자가 죽어 자네의 노예가 되었단 말인가?"
"뭐 그런셈이죠. 그런데 일국의 왕이라기 보다는 한 부족의 우두머리같은 녀석이였고 거기에 그렇게 착한 우두머리도 아니였어서 말이죠."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 크기의 거인이 먹지도 않고 움직인다는게 놀랍군. 자네 정도의 술사가 은린선에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소개를 들을 수 있겠나?"
"일단 용린검가의 1대 제자라고 할 수 있는 강령술사 옥사건이라고 합니다."
"용린검가 사람였던건가. 용린검가에는 정말로 유능한 인재들이 한둘이 아니군. 참으로 부러운 일이야. 혹시 대가를 지불하고 이 외눈박이 거인을 인어족에서 사들일 순 없겠는가?"
"아 그게 나름 비전의 술식이 담긴 녀석이기도 하고 제어권을 이전한다는게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도 아닌지라 조금 힘들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 정도의 거인을 부리는데 사용된 술식이 보통의 것은 아니겠지. 내가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했군. 방금 했던 말은 잊어 주게."
"뭐 별말씀을."
이솔다 공주는 아쉬운 표정으로 싸이클롭스 킹 좀비를 일견한 뒤 용린춘 장로에게 가벼운 목례를 한 후 물러갔다. 여신의 현신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아름다운 외형와는 별개로 일족의 지도자 답게 강단과 말발 그리고 실행력이 장난이 아닌 여자였다. 아무튼 잠시 아이들로인해 지체되었던 건설 작업은 용린춘 장로의 지휘아래 계속해서 속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