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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17화 (1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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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용린춘 장로의 특단의 조치는 다른게 아니라 일종의 현수막을 싸이클롭스 킹 좀비에 설치하는 것이였다. 통나무같은 근육에 어울리지 않게 용린춘 장로는 붓글씨를 멋들어지게 쓸 줄 알았는데 병사들을 시켜 커다란 천을 들고오더니 통역병에게 간단하게 배운 인어족 문자로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을 해치지 않아요.'라고 앞뒤로 일필휘지로 써내렸다. 그리고 그 천을 꿰맨 후에 싸이클롭스 킹 좀비가 선거운동 띠처럼 달 수 있게 했다.

어마무시한 외모를 지닌 싸이클롭스 킹 좀비를 단 두 문장의 글로 익살스러운 분위기로 바꾼것이다.

그 후 속행된 작업에서 싸이클롭스 킹 좀비는 일반 병사들 천명이 달려들어야 해낼만한 일을 뚝딱 해치웠다. 딱히 놀랄만한 일은 아니였다. 그냥 기본 사이즈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장정 열이 달려들어야 할 일을 싸이클롭스 킹 좀비는 레고 조립하듯 해냈을 뿐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얘기를 듣자하니 용린춘 장로는 기관진식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고 때때로 요새화작업중에 섬세한 작업을 요구했다.

나는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어께에 올라서서 진땀을 흘리며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언데드 회로와 동기화된 내 손을 신중하게 움직였다. 싸이클롭스 킹 좀비의 사이즈가 남다른만큼 내가 실수하면 사고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집중해서 용린춘 장로의 요구에 따라 기관진식의 묘리를 담은 섬세한 작업을 진행했다.

싸이클롭스 킹 좀비야 지친다는 개념자체가 없는 언데드였지만 다른 병사들은 주기적인 휴식이 필요했으므로 토착민 거주지 요새화 작업장에도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이때 용린춘 장로의 토착민 친화정책의 일환인 '여러분을 해치지 않아요'라는 인어족 문자가 새겨진 선거운동 띠가 예상외로 선전한 까닭에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 인어들이 모여들었다.

"우와아 커다란 외눈깔 거인 아저씨다!"

"외눈깔 거인 아저씨 왜 눈을 다쳤어요? 누가 그랬어요? 나쁜 디파일러랑 싸우다 그런거에요? 내가 혼내 줄까요?"

"외눈깔 거인 아저씨 무릎위에 올라가게 해주세요."

귀에 지느러미가 달린 어린 인어들은 정말로 귀엽고 깜찍했다. 하지만 이런 건설 현장에 아이가 찾아오는것은 굉장히 위험했기 때문에 나는 용린춘 장로에게 어떻게 해야할지를 묻는 제스쳐를 표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 건설 현장의 최고 책임자는 그였기 때문이었다. 용린춘 장로는 수염을 쓰다음으며 고뇌을 거듭하더니 위험한 자재를 뒤로 옮기고 위혐을 표시하는 경고 테이프를 설치하는것은 물론 내게 싸이클롭스 킹 좀비를 건설현장과 떨어진 곳으로 인도해 아이들이 놀이터로 쓸 수 있게 했다.

이제 막 기중기의 시동을 끄고 엉덩이를 땅에 대고 쉬려던 병사들이 불만없이 일어나 용린춘 장로의 지시에 따랐다.

어떤 두려움이나 짜증 한 점없이 기중기 시동을 다시 거는 병사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용린춘 장로의 카리스마때문이라기 보다는 평소에 쌓은 인덕때문에 병사들이 잘 따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군대에서 작업을 해본 결과 간부들이 추가작업을 지시할때 간부의 평소 품행에 따라 병사들이 어떤 표정을 짖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철없는 아이들때문에 괜히 작업이 늘어난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닙니다. 저 나이때의 아이들은 상상력이 정말 풍부해서 신기한걸 발견하면 자기만의 모험의 나래를 펼치죠. 어른이 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을 막고 싶지 않네요."

아이들이 모여들자 자연스럽게 아이의 엄마들이 모여들었다. 항상 물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인어족들이다 보니 모두 비키니에 랩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유부녀 답지 않게 모두 말도 안되게 예술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에겐 수영이라는게 인간이 걷는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저런 몸매가 완성되는 모양이다.

아직 외방인인 우리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한 일부는 도시의 일부가 되어 흐르는 강물에 하반신을 담구고 이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인어들은 하반신이 잉어처럼 되어 있어 물장구를 치고 있었는데 아마 인어족들은 모두 수륙양용이 가능한 하반신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 그들은 태어날때부터 변이 에너지를 다룰 수 있는 종속마력기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술식을 배운것이 아님에도 본능적으로 물에서는 잉어지느러미로 땅에서는 두다리로 다닐 수 있는 거겠지.

나는 싸이클롭스 킹 좀비를 제어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 곁에 붙어 몸매가 모델급인 어머니들을 마음껏 감상했다. 세밀한 조정을 하느라 피곤해진 정신의 피로가 말금하게 풀리는 느낌이였다. 다른 병사들은 뭐하고 있나 살펴보는데 이 쪽으론 단 한명도 눈길을 주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고자는 아닐진데 저렇게 자신들을 제어하는걸 보면 정말 훈련이 엄격하게 잘된 부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용린은리 사저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런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도 병사들을 단호히 교육시켰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잠깐만 그러면 지금 내가 이렇게 유부녀들이랑 시시덕 거리는게 용린은리 사저 귀에 들어가면 또 난리 나는거 아니야? 나는 뒷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소름이 쫘아악 돋아서 인어 아이들을 정중히 설득했다.

"저어 애들아 정말 미안한데 이 외눈깔 거인 아저씨가 열심히 일해야 병사 아저씨들도 빨리 작업이 끝나서 쉴 수 있고 또 디파일러들이 접근할 생각도 못할 튼튼한 성벽을 지을 수 있거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또 놀게 해줄테니까 오늘 이만 돌아가자 알았지?"

"싫어 싫어어어 외눈깔 거인 아저씨랑 더 놀거야. 아아아아아앙"

"우와아아아앙 더 놀거야. 외눈깔 거인 아저씨 데려가지마!"

"외눈깔 거인 아저씨 눈도 다쳤는데 혹사 시키지마 나쁜놈아!"

그냥 울어재끼는 인어 아이들은 양반이었다. 갈색 점박이 무늬 지느러미 귀를 지닌 한 아이는 내게 돌진하더니 하반신을 지느러미로 변이시키고 꼬리치기로 내 뺨을 가격했다. 찰싹. 제법 매서운 타격에 볼이 얼얼해진 나는 당연히 인어 아이들을 꾸짖을 수 는 없는 노릇이였으므로 인어 어머님들에게 살살 빌기 시작했다.

"저기 어머님들 죄송한데 아이들좀 어떻게 해주실 수 있나요?"

"알트렙 애가 정말 이렇게 버릇없게 이럴거야? 병사분 죄송해요. 우리 애가 아직 철이 안들어서. 집에 가서 따끔하게 혼낼게요."

"이거놔 엄마 저녀석이 눈도 아픈 외눈깔 거인 아저씨를 노예처럼 부려먹잖아."

노예처럼 부려먹는다라 아주 틀린말은 아니였다. 사망에 이르게 한다음에 걸어다니는 시체로 만들어서 영원히 내 종으로 만드는거니까. 그런데 애시당초 싸이클롭스라는 종족은 커다란 바위를 마을에 투척해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였다. 지금 눈을 감고 얌전히 있으니 싸이클롭스 킹이 무슨 산타클로스인줄 아는 모양이로구만. 뭐 그렇다고 해서 애들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는건 어른으로서 못할짓이다.

나는 묵묵히 인어 어머니가 아이를 달랠때까지 기다렸다.

헌데 인어 어머니 품에서 버둥거리던 갈색 점박이 무늬 지느러미 귀를 지닌 아이가 그 품을 빠져나와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백날 용을 써봐라 네가 나한테 유효데미지를 줄 수 있나.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아이가 달려드는 것을 지켜봤는데 어디선가 냉기 돌풍이 밀려와 알트렙이라는 이름을 지닌 아이의 손발을 꽁꽁 묶어버렸다. ㅈ...자잠깐만 내가 안그랬어. 내가 안그랬다고! 나는 빙결술식같은건 구경도 못해봤다고! 토착민인 인어족의 아이를 건드렸다는 소문이 용린은리 사저 귀에 들어가면 내 창자를 갈아마시려 할텐데.

"알트렙군. 인어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은 그만두세요. 부족의 힘만으로 외적을 막아내지 못하는것만으로 이미 우리 인어족은 충분한 굴욕을 맛보았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힘을 키워서 동맹군의 도움없이도 부족을 지키려는 생각은 못할망정 동맹군의 행보를 방해하는 일을 하다니요. 어린아이의 투정으로 봐주는것도 정도가 있는겁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눈이 불편한 외눈깔 거인 아저씨를 노예처럼 부려먹었단 말이야! 용왕님이 몸이 불편한 사람을 괴롭혀선 안된다고 했단 말이야."

"이솔다 공주님 죄송합니다. 알트렙 이 녀석 너 진짜 집에 들어가면 아주 혼구멍을 내줄거야. 이 눈치없는것이 이솔다 공주님 앞에서 용왕님 애기를 하면 어쩌자는거야!"

"신경 써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것이 인어족의 무력함을 드러낸 부끄러운 역사이긴 하지만 숨길일도 아니지요. 오히려 그 부끄러운 역사를 딛고 일어서 디파일러들을 자력으로 이 수왕성에서 몰아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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