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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VOT(Vaccine Of Things) 접속 캡슐의 구매자가 확정되고 택배기사 아저씨를 부르고나서 나는 혹시나 싶어 VOT(Vaccine Of Things) 게임에 접속해 보았다. 허나 나를 반긴건 '이미 다른 유저에의해 계정이 점유되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 뿐이였다. VOT(Vaccine Of Things) 게임의 경우 무슨 짓을 해도 두개 이상의 계정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VOT(Vaccine Of Things) 게임과는 영영 안녕이라는 소리였다.
이제는 왜 하나 이상의 계정밖에 만들 수 없는지 이해가 되지만 게임 퍼블리싱 초기만해도 세계 각지의 해커들이 두 개 이상의 계정을 만들기 위해 별의 별 짓을 다했었다. 어떤 해커는 정부의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 마저 위조해서 두 개 이상의 계정을 만들려 했지만 결국엔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그 죄로 연방정보부에게 체포된 해커는 재판장으로 향하던 길에 기자들에게 VOT(Vaccine Of Things) 게임은 외계인이 만들었다며 생난리를 피우기도 했었다.
당시 여론은 자신이 해킹에 실패하니 VOT(Vaccine Of Things) 게임을 외계인의 작품으로 만든 그 해커의 오만함을 비웃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왠지 소름이 돋는다.
나는 리퀴드 피지컬 트레이닝 머신에 수건 빨래를 걸어서 유리벽의 외형을 감추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VOT(Vaccine Of Things) 게임 접속 캡슐과 유사하게 생겼기 때문에 택배 기사 아저씨의 의심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대충 우연히 캡슐을 하나 더 얻게 되어서 남은 하나는 팔기로 했다고 둘러되면 되겠지. 문밖에서 노크소리와 함께 '택배요'라는 짧은 외침이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외투를 걸치고 택배기사 아저씨를 맞이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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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학교 생명공학과 3학년 1학기 재학당시 나는 생명공학 분야에 있어서 최고봉 논문저널인 케루빔에 한 논문을 게재했다. 학부생이 그런 기염을 토해내자 당시엔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나는 적당히 지도교수님과 학교에 그 공로를 돌리고 기자들에게 적당히 먹이를 던져주는등 유연한 방식으로 대처했다. 모든 것은 VOT(Vaccine Of Things) 게임 내에서 얼티밋 언데드 폼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도중에 얻게된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어느날 학부 공부와 팔십번대의 네임드 술식인 리치 폼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던 도중 나는 묘한 교차 영역을 발견했다.
당시 VOT(Vaccine Of Things) 게임에서는 하위번대의 네임드 스킬을 발전시켜 상위번대의 커스텀 스킬과 맞먹는 위력을 지닌 스킬로 만드는게 유행이였다. 네임드 스킬의 경우 넘버링과는 별개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으므로 가능한 일이였다. 물론 그게 절대 쉬운일이라곤 할 수 없었지만 리치 폼과 생명공학과의 묘한 연관성을 발견한 나는 굉장한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팔십번대의 네임드 스킬을 개량한다면 혹시나 구십번대를 넘어 Un Optable Numbering에 도달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것이다.
학과 석차보다는 VOT(Vaccine Of Things) 게임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VOT(Vaccine Of Things) 게임의 강령술식이 폼한된 모든 스킬북과 전공도서와 외국 논문을 이잡듯이 뒤지며 리치 폼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밤낮의 경계 없이 노력했다. '단순히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어냈다'라는 한 마디 표현으로는 그 때의 고생을 어필할 수 없었다. '목표에 한 발자국 다가서서 기쁘다'라는 한 마디 표현으로는 얼티밋 언데드 폼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했을때의 희열을 재현할 수 없었다.
케루빔에 학부생으로서 논문을 올린거야 그저 졸업시즌에 취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미리 졸업논문을 쓴것 뿐이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의 한줌을 장황하게 설명한것 뿐이지만 지도교수님은 크게 칭찬하며 외국 논문 저널에 올려야한다고 나를 득달했다.
"선배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요? 미세생물학 실험 강의실은 이쪽인데요."
"아 맞다 그랬지. 우레야 땡큐."
엉뚱한데로 가서 지각할뻔 했네. 1년 만에 보는 화랑대학교의 캠퍼스의 풍경에 너무 감상에 젖어 있던 모양이다. 내 옆에 바짝붙어서 마치 어린아이를 감사하는 어른처럼 구는 이 훈남은 정우레라는 이름의 생명공학과 학생회장이였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봤을때는 아직 솜털도 보송보송했던 후배녀석이 어느새 나보다 키가 커지고 말았다. 왜 나는 군대에 있을때 키가 크지 않았을까? 후우 sad.
아무튼 오랜만에 학교에 복학해서 수업을 듣는데 어느 순간 이녀석이 귀신같이 달라붙어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때문에 그런건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내가 3학년 재학당시 1학기 만해도 케루빔에 논문을 게재해 한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던 유망주가 2학기가 되자 모든 과목에서 F를 받고 학사경고를 받았다. 거기에 1년 휴학까지. 굉장한 기대감을 갖고 나를 지켜보고 있던 화랑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님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유망한 인재를 학교가 과도한 부담감을 주어 망쳤다는 루머까지 나돌기 시작하자 내가 복덩이였던 내가 혹덩이가 된셈이다.
정말이지 교수님들한테는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프로토타입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정말 궁극에 가까운 육체를 완성시키기 위해 학과 공부를 내팽겨친것 뿐인데 그런식의 언론 플레이가 펼쳐질 줄은 몰랐다.
"메일에 이번에 들으시는 과목들 족보랑 팀 과제 발표자료들 보내놨으니까 최소한 A이상은 맞을 수 있도록 해보세요. 4.0이상 받아야 다음 학기에 추가학점 받을 수 있는거 아시죠?"
전공 과목이 너무 어렵다고 그룹스터디좀 해달라고 졸라대던 후배가 이런식으로 나를 돌보게 되다니 세월이 지나긴 지난모양이다. 사실 행정 서류상으로는 4학년이긴 하지만 아예 한 학기를 완전히 펑크냈기 때문에 정말로 이 번해에 졸업하는게 간당간당했다. 계절학기까지 풀로 돌려야 간신히 졸업할 수 있을정도였으니. 어찌됬든 사건이좀 걷돌지말고 잘 졸업할수 있게 돌봐달라고 교수님들이 우레에게 언질을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때는 정말 촉망받는 인재였는데 이제는 졸업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니. 솔직히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때 당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것이고 지금도 솔직히 학과 공부보다는 백신 마켓에서 산 리퀴드 피지컬 트레이닝 머신으로 몸짱이 될 생각으로 가득하다.
고등학교 때는 화랑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매일 야자를 했고 화랑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학과공부에 쫓겨 제대로 놀지 못했다. 즉 나는 제대로 청춘을 즐겨본적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얼티밋 언데드 폼이야 내가 좋아서 오랜 시간을 걸쳐 개발한것 뿐이지만 뭔가 청춘의 싱그러운 내음이 나는 이벤트가 내 인생에선 너무 없었다.
어쩌다보니 시간이 흘러 벌써 취업에 목매야하는 4학년생이 됬지만 알게 뭔가? 적당히 출석만 해서 C+정도만 받고 초과학기를 듣는 한이 있어도 나는 내 인생을 즐길란다.
"혹시 아직도 그 VOT라는 게임 하시는거에요? 그 게임이 정말 재밌다는거 저도 아는데 이제 선배도 4학년인데 취업 준비하셔야죠. 그에 아니라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하세요. 아직 교수님들중에 선배님 연구실에 들이고 싶어하시는 분 많아요."
딱히 비꼬는 어투로 말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걱정된다는 듯이 우레가 말했다. 뭐 원래부터 이런 녀석이였다. 외형만 훈남인게 아니라 마음도 훈내가 나는 진짜 킹카중의 킹카였다. 내가 휴학하기전 우레 녀석과 친하다는 소문이 나자 얼마나 많은 여학우들이 내게 소개팅을 부탁해왔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 녀석의 말이 일반적으론 정론이지만 한 가지 고려하지 못한 요소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레벨 1000에 도달한 유저중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을 지닌 천외천의 일인이라는 사실이였다.
그야말로 거래하는 아이템들이 기본으로 억소리가 나는 고수익직종에, 전 세계에서 단 1000명 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나였단 말이다. 즉 나에게는 게임이 취미가 아니라 화랑대학교 생명공학과 학생이라는 직위가 취미라는 소리다. 나는 그러한 선배의 위대함에 대해 열변을 토해낼려다 문득 이제는 VOT(Vaccine Of Things) 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아 모두 모래가루가 되어 스러져간 내 억소리나는 커스텀 아이템들...
"알았어. 우레야. 1년 정도 쉬어서 그런지 캠퍼스가 아직 적응이 안되는데 조금씩 힘내서 최소한 너보다 늦게 졸업하는 일은 없도록 해볼게."
있는 힘껏 내 자랑을 할려던 나는 꼬리를 말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