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3화 (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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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Oxogan The Little Mermaid

"용린혁 어르신 당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영감탱이가 정체불명의 실 즉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의 제어망을 내 전 육체의 머리카락과 엮고나자 축 늘어져있던 시체가 차렷자세로 바로선다. 허나 그 자세로 아무런 미동도 없이 멈춰서 있을뿐 딱히 새 생명을 얻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였다. 그렇게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나서야 영감탱이는 내 질문에 답해주려는듯 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한쪽 팔 소매를 걷더니 스마트폰 터치 동작 중 줌 인(Zoom In)에 해당하는 손동작을 팔목에 취했다.

그러자 현대적인 아니 미래적인 형태의 홀로그램 영상이 출력되며 예리한 명검과 같은 눈매를 지닌 여성이 등장해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친다.

"이 망할 영감탱이가 빨리 그 강령술사인지 강냉이술사인지 보내지 못해? 지금 간신히 터를 잡은 수왕성을 디파일러 놈들한테 내주고 싶어?"

"아이고 은리야 할애비한테 영감탱이가 뭐니 영감탱이가. 마침 그 강령술사분하고 협의가 됬으니까 곧 보내마."

"그 곧이라는 단어가 5분을 의미하는게 아니면 호적에서 아주 파버릴줄 알아!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야 지원 보내달라고 한지가 언젠데 이제야 협의가 된거야! 항성간 통신 비용 아까우니까 이제 끊어."

아니 보통 손녀가 할아버지를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나?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지는 않겠지만. 나는 전통적인 복장의 노검사와 미래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조합에 벙쪄서 그게 대체 무엇이냐고 묻지도 못한체 멀뚱멀뚱 혁 영감을 쳐다보았다.

"허허허 천천히 차라도 마시면서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싶네만 방금 보았다 싶이 당장 옥사건 자네를 전장으로 보내지 않으면 내 귀여운 손녀딸과 생이별을 하게 생겼네.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수왕성으로 가줘야겠네. 여기 자네에게 주려고 했던 용린검을 다시 살펴보게나. VOT 시스템의 제어망이 끊어졌으니 이 용린검의 진짜 역할을 알 수 있겠지."

[No.24 용린검 TM2]

-용린검가의 일원임을 상징하는 검. 내구성이 뛰어난 것 말고는 크게 장점이 없다.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웨어러블 단말기 2세대

내구도(100/100)

VOT((Vaccine Of Things)내에서 네임드 아이템의 숨겨진 옵션을 발견하는 경우는 정말 흔하지만 이런식으로 아예 아이템의 넘버링과 이름이 바뀌는 경우는 처음이다. 허나 기존의 관념을 뒤흔다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아 그러니까 혁 어르신 이 용린검이 사실은 아까 혁 어르신이 홀로그램을 뛰운 웨어러블 디바이스 역할을 한다는 말씀이시죠?"

이 검이 어떻게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바뀔 수 있냐는 질문은 구태여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아할때 분명 내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매커니즘으로 어어 뭐야이거?하다보면 그렇게 되있을테니까.

"호오 역시 젊은 친구라 그런가 적응이 빨라서 좋군. 내가 처음 이 VOT 단말기를 접했을때는 놀라서 까무러칠뻔 했는데 말이야. 나는 아직도 이 녀석을 다루는데 애를 먹고 있지만 자네라면 금방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겠군. 아이쿠 이렇게 잡담할 시간이 없는데 말이지. 우리 손녀가 융통성이란게 없어서 말이야. 아마 지금쯤 정말로 VOT 단말기로 5분의 시간이 흘러가는걸 지켜보고 있을거야.

사용법은 간단하네 용린검을 자네가 조작하기 편한 곳에 찔러넣게나. 아마 팔목에 하는 것이 가장 나을걸세. 최신 세대의 단말기들은 각막에 설치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본 검가의 재정상황이 넉넉치 않아서 말이야."

나는 팔목에 검을 찔러 넣으라는  영감탱이의 주문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대로 행했다. 시간이 촉박해 보이는 영감탱이가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 정도의 검상은 내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으로 금방 수복할 수 있었다. 과연 검을 팔목에 찔러넣자 내 시야를 감싸는건 얼티밋 언데드 폼의 녹색 피가 아니라 팔목을 문신처럼 휘감은 시스템 메시지였다.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 아바타의 영혼과 동기화 중입니다.(1/100)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 아바타의 영혼과 동기화 중입니다.(27/100)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 아바타의 영혼과 동기화 중입니다.(61/100)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 아바타의 영혼과 동기화 중입니다.(100/100)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 아바타의 영혼과 동기화 완료.

-2세대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 패치로 영혼과 연결된 아바타 및 본체에서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을 쾌적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용린검 TM2 커스텀 단말기의 디폴트 설정을 통해 용린검가 커뮤니티에 가입되셨습니다.

"그럼 옥사건군 지금까지는 튜토리얼이었다고 생각하고 진짜 전장으로 가서 자네의 실력을 한번 뽐내 보시게. 아 참고로 커몬 아이템이나 커몬 스킬들은 진짜 전장에 나가면 다 무용지물이니 주의하시게. 적의가 없는 상대라고 해도 일단 칼을 뽑아들면 제빨리 자신에게 유리한 거리를 벌리는 자네의 신중함이라면 첫 실전도 잘 해낼거라고 믿네."

-커뮤니티 운영자인 용린혁님께서 커뮤니티 스킬인 '항성 도약'을 사용하셨습니다.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 보호구역에서 디파일러 개체와의 교전 가능성이 존재하는 수왕성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은 보호구역이 아닌 지역에서의 아바타 손상이나 본체의 정신오염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습니다.(Y/n)

혁 영감이 독수리 타법으로 더듬더듬 자신의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더듬자 내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로 어떤 시스템 메시지가 발송되었다. 찬찬히 읽어보니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이미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미지의 구역으로 발을 내딛었다. 이제와서 n을 고르는건 무슨 추태란 말인가? 나는 얼티밋 언데드 폼의 프로토 타입을 완성할때와 같은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홀로그램 상의 Y버튼을 클릭했다.

*    *    *    *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 보호 구역을 벗어나셨습니다.

-스킬 포인트 1000개가 소멸되었습니다.

-스텟 포인트 1000개가 소멸되었습니다.

-커몬 장비와 아이템의 기능이 모두 소실됩니다.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혁 영감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캐물었어야 했지만 세로운 세상에대한 기대감으로 이성이 마비된 모양이다. 새하얗게 물든 시야가 다시 회복되었을때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가장 먼저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를 반긴다. 세로운 세상으로 처음 발을 내딛은 기념으로 이런 불쾌한 시스템 메시지를 보내오다니 뭐야 외방인이라고 텃세를 부리는건가?

시스템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몸에 느껴지는 감각도 뭔가 이상하다. 마치 세포 하나하나가 녹슨 톱니바퀴처럼 삐그덕 삐그덕 거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 몸을 숨쉴 틈도 없이 감싸고 있는 스펙트럴 크리쳐, 이매망량들로 부터 기이한 냉기와 사기가 전해져 온다. 물론 이전에도 사령안을 사용해 이매망량들로부터 '원망스럽다'라는 감정의 편린을 전해 들은적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소름돋는 냉기와 사기가 전해져 온적음 처음이다.

혹시 처음부터 이매망량들은 이런 상태였지만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 보호 구역에 있었기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건가? 혹시 항성 도약 당시 약관에 나와있던 본체의 정신 오염이란게 이런걸 의미하는건가?

누군가 속시원하게 내게 말해주었으면 했지만 혁 영감은 떠넘기듯 나를 여기로 보냈다.

"혹시 용린혁 어르신이 보내신 용린검가분이십니까? 아 그렇군요. 이거 살았습니다. 일단 상황이 급하니 이동하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혁 영감도 그렇고 이 사람도 그렇고 왜 다들 뭐가 그렇게 급한거야? 좀 차분하게 주변 돌아가는 상황좀 알려줄 사람은 어디 없는건가. 나는 속으론 불만을 토했지만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한 미래적인 슈트를 입은 군인이 워낙 급해보였기 때문에 일단 따라나섰다. 그래 이제는 미래적인 슈트를 입은 군인과 함선의 격납고처럼 보이는 장소를 보는것 정도로는 놀라지 않는다. 나도 많이 발전했군.

"전선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가지고온 탄약은 다 떨어져가고 에너지 웨폰의 탄약인 에너지 쉘을 충전할 전력은 모두 토착민인 인어족들의 피난시설 실드쪽으로 돌리고 있는 중이라... 용린은리 소령님께서 홀몸으로 서부 전선을 지키고 있긴하지만 동부 전선쪽은 시시각각 디파일러들에게 진지를 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말씀드리는게 뻔뻔하다는것은 알고있지만 토착민들을 위해 부하들을 잃고 싶진 않습니다.

제대로 된 진지를 재 구축할때까지 동부 전선에서 시간을 끌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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