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71화 (371/374)

안산에서 온 51사단 병력이 먼저 샛길로 빠지면서 인사했다.

초대형 탑차 안에 도정 안 된 쌀과 밀, 보리 등의 각종 곡물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보는 사람이 다 위태위태할 정도였다.

과연 저걸 가져가서 며칠이나 먹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건 그쪽 사람들의 사정, 김준은 핸들을 돌리고서 졸린 몸으로 공단면까지 향했다.

“오빠, 진짜 괜찮으세요?”

“바로 저기 앞인데 뭐.”

“준~ 운전하다 자면 안 돼.”

“안 자….”

이제까지 밤샘 경계서고서 운전 몇 번 한 적은 있었는데, 오늘은 하도 많은 일이 많아서 조금 더 피곤한 것 같았다.

천만다행인 점은 이 상황에서 좀비가 보이지 않았고, 공단면까지 시속 60km로 달리는데도 어찌어찌 도착했다는 거다.

부르르릉- 툭-

김준은 바로 시동을 꺼버리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푸하-”

아침 해가 뜨고, 딱 오전부터 정오까지 서서히 달궈지는 여름의 아침이었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에어컨을 켜고는 뒷좌석을 밀었다.

그 상황에서 양근태는 차에서 내려 김준을 부르려 했다.

“김 사장! 아, 한숨 자게?”

“형님. 저 딱 두 시간만 잘게요.”

“그럼 들어와 자. 안에 시원해.”

“….”

그러자 에밀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준! 차 안보다 안에 있으면 뭐 할 거 있을 거야.”

“후우, 그럼 인아도 나갈래?”

“아, 네. 전 오빠 따라 갈게요.”

김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차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양근태를 따라서 공단면 2층 노래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어서 와! 고생했어.”

“사장님. 저 좀만 쉴게요.”

“그래, 그래! 선풍기 가져다 놓을게.”

김준은 대형 홀에 들어가서 소파까지 비틀거렸다.

그러자 에밀리가 잽싸게 소파에 앉아서 자기 허벅지를 두들겼다.

“준~ 이거 배고 자.”

“아 치워~”

“특급 포상이야. 아까 아미들이었으면 눈물 흘리면서 머리 댔을 거라고.”

“….”

김준은 사양 말고 무릎을 배고 자라는 에밀리를 향해 다가가 조용히 머리를 댔다.

새하얗고 육덕진 허벅지가 베개만큼이나 푹신했고, 고개를 돌리자 바로 그녀의 아랫배가 보였다.

“착하지~ 착해~”

에밀리는 아기를 달래듯이 김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면서 토닥거렸다.

중간중간에 인아나 양근태, 황 사장이나 그 안에 있던 다른 바텐더들이 들어왔다가 남녀 간의 그런 광경을 보고 황급히 문 닫고 간게 여러 번이었다.

***

“흐아암~”

제대로 잔 것 같지도 않고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두들기면서 세수하는 김준.

에밀리는 연신 자기 허벅지를 주먹으로 두들기면서 뻐근해했다.

“그러니까 중간에 빠지지.”

“아냐. 그래도 좋았어~”

바지 안쪽에 새빨갛게 자국이 남고, 다리가 저려서 힘이 안 들어갔지만, 그래도 좋다고 김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포획틀은 어디에 설치한 건데요?”

“저기 가든 식당하고, 방앗간 위에 놨어. 천천히 가 보자고.”

“갑시다.”

김준은 두 시간 정도 잔 뒤에 물을 들이켜면서 나갈 준비했다.

그리고 양근태를 따라 찾아간 포획틀에는 어마어마한 게 잡혀 있었다.

“어이구, 이거 보라고.”

“어머머! 어머?!”

김준의 뒤를 따라온 인아와 에밀 리가 화들짝 놀랐다.

쥐틀을 한 100배는 키워 놓은 것 같은 크기라 멧돼지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틀 안.

그 안에는 수많은 토끼와 닭들이 상황을 모르고 우리 안에 가축처럼 노다니고 있었다.

“엄청 잡혔네요?”

“이거 다 잡아야지!”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포획틀에 그냥 깔아만 놔도 닭하고 토끼무리가 한가득이었다.

양근태에게 여는 법을 배운 김준은 곧바로 한 곳에 들어가서 안에 있는 토끼들을 마구 잡았고, 닭도 손에 집히는 순간 바로 목을 틀어 버렸다.

꼬꼬- 꿰에엑- 꿱-

우두둑-

“꺅….”

김준이 닭한 마리를 잡고 그 자리에서 목을 비틀어 버리자 도저히 못보겠는지 인아가 고개를 휙 돌렸다.

토끼들 역시도 귀를 잡아다가 자루에 산 채로 그냥 담아버렸고, 그런 식으로 죄다 잡고 보니 포획틀 다섯 개에서 수십 마리의 동물을 잡았다.

“여기다 줘!”

“잠깐만요! 끄으응!!!”

김준은 자루 안에서 계속 날뛰는 토끼들을 발로 툭툭 쳐서 진정시킨 다음 그대로 들어 올려서 양근태에게 넘겼다.

그런 자루 여러 개를 넘긴 김준은 다시 한번 틀을 다듬어서 다음에 잡힐 것을 기다리며 떠날 수 있었다.

“확실히 군락 하나 날려 버리니까 좀비가 거의 안 나오잖아.”

“그러네요? 여기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나?”

군락화가 된 좀비 무리를 쓸어 버리니 세상 조용할 수가 없는 공단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보이는 가게마다 문을 따고 들어가서 숨어 있는 좀비를 끄집어내지 않고서는 여기저기 다니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공단면에 들어온 김준 일행은 자루에 산 짐승이 잔뜩 담겨 있는 것을 메고서 위로 올라갔다.

“설마… 이걸 그 노래방에 데리고 가요?”

“아냐, 거기 말고 밑에 층?”

“네?”

인아의 물음에 양근태는 한 번 보라면서 다른 층을 가리켰다.

그리고 오랬동안 잠겨 있는 철문을 양근태가 아무렇지 않게 따 버리고는 그대로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와우….”

김준은 그 안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실내 농장을 만드시게요?”

“한번 시도해 봤지.”

“이거는 그 뭐야… 인조 잔디요?”

“어, 실내체육관에서 퍼온 거.”

실내에 인조 잔디를 깔아 놓고 거기에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거기에 안에는 밥그릇과 물그릇을 여기저기 설치하고, 개집을 여러 곳 만들어 놓아서 정말 실내 동물카페라도 해도 될 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 양근태와 김준이 자루를 하나하나씩 풀자 그 안에서 숨이 막혀가던 토끼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쥐처럼 찍찍거리면서 튀어나온 토끼들은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마구 날뛰다가도 양근태가 미리 깔아 놓은 알곡사료를 보자 달려들어 미친 듯이 갉아먹어댔다.

“이걸 여기서 키우신다고요?”

“실내에서 농장을 만들 거야. 근처 사료점에서 알곡사료도 잔뜩 구비했고, 이것들 놔둔다음에 내 거처로 가져가서 제대로 사육하려고.”

“아, 그 빈 창고….”

“지금 거기도 울타리 만들고 있어. 잘되면 1년 안에 농장을 크게 지을수 있을 거야.”

양근태의 계획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토끼들을 바라봤다.

물론 그 상황에서 움직이지 못하거나 부르르 떨면서 바닥을 기는 놈들도 상당했는데 그것들의 운명은 똑같았다.

“여기서 멀쩡한 건 남기고 나머지는 도축하면 될 거야.”

“저도 돕죠.”

인아와 에밀리는 김준과 양근태의 움직임을 보다가 토끼 한 마리를 두고서 그 자리에서 목을 부러트려서 확실하게 죽인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

“닭이랑 오리 잔뜩 챙겼으니까 가는 길은 문제 없네요.”

“부족하면 언제든지 와. 저것들 키워서 아주 푸짐하게 만들 거야.”

“미군 부대 쪽도 거래용으로 써 보세요. 거기 이제 막 병아리 키우던데.”

“응~ 응~ 그것도 있지. 암튼 조심히 들어가라고!”

김준은 황여사와 양근태 부부와 인사하면서 공단면도 떠났다.

“자~ 이제 끝이다.”

에밀리가 후련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면서 편하게 눕자 김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아니야.”

“응? 뭐야? 우리 못한 루팅 있어?”

에밀리는 어느 쪽이건 좀 더 밖을 돌아다닐 수 있단 말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뒤에 있던 인아 역시도 출발 전에 들은 게 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또 가실 곳이 있다고 하셨죠?”

“응, 맞아.”

“어딘데?”

에밀리가 계속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어보자 김준은 조용히 내비게이션을 작동했다.

“신릉면… XXX-XXX번지….”

띠링-

[안내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그렇게 머지않은 거리.

김준은 다시 한번 신릉면의 외곽으로 가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좀비 무리를 잡아 댔던 곳이었는데, 거길 다시 가는 김준의 움직임에 인아의 등골이 서늘했다.

“거, 거길 다시 가요?”

“어.”

“괜찮을… 까요?”

“정 안 되면 나 혼자라도 올라갔다 올게.”

“준! 나는 같이 갈 수 있어!”

에밀리는 어딜 가는지 상황 파악도 안 하고 그냥 따라가겠다고 헥헥거렸다.

요새 들어 정말 사냥 갈구하는 암사자가 되어가는 에밀리의 모습에 김준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건 그렇게 다시 신릉면에 돌아온 김준은 내비에 맞춰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구석의 골목길들을 누볐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띠링- 띠링-

“여기구만?”

김준은 가정집으로 보이는 낡은 가옥을 슬그머니 바라봤다.

붉은 벽돌에 깨진 지붕이 전형적인 언덕빼기 달동네의 반지하 딸린 시골집이었다.

그러면서 그곳 철제 대문 위에는 자그마한 간판으로 [제일금고]라고 쓰여 있었다.

“사금고를 만들어 놓은 거였구만.”

김준이 내리려고 하자 에밀리와 인아 역시 반사적으로 무기를 챙기고 내렸다.

김준은 총을 겨누면서 이곳저곳 살피고, 이 안에는 생물체의 존재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준은 사금고가 있는 옥탑방 쪽으로 서서히 올라갔다.

“예~전에 제일파 두목이 절에서 죽었을 때, 남긴 게 있었대.”

“뭐야? 마피아 보스 금고인가?”

“주소대로 따라오긴 했는데, 안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어.”

안을 살펴보니 확실히 외부와는 달랐다.

하나하나가 무슨 낡은 고시원처럼되어 있었는데, 철문마다 자물쇠가 굳게 잠겨 있었다.

김준은 그중에서도 제일파 두목이 남긴 방 [XXX호]를 살폈다.

혹시라도 도어락이 방전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웃기게도 아날로그식으로 버튼을 누르는 철제 자물쇠였다.

“어디 보자… 비밀번호가….”

김준이 자물쇠를 들고 달그락 거리자 에밀리는 그걸 보고 물었다.

“안에 뭐 들어 있을까? 조폭 두목이니까 무슨 크랙이나 달러가 잔뜩 있을까?”

“안에서 뭐… 튀어나오진 않겠죠?”

“좋은 거 있었으면 좋겠어. 역시 골드! 금이 최고일 텐데!”

달그락- 딱-

“열렸다.”

끼이이이익-

제일파 보스 박제혁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물.

그것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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