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68화 (368/374)

인아와 에밀리가 좀비를 잡고 온 병사들에게 시원한 물과 아이스티를 건네줬다.

김준은 핏물과 뇌수가 튀는 끈적한 아스팔트 바닥을 거닐면서 코가 떨어질 것 같은 격한 악취에 마스크를 두 겹으로 쓰고 둘러봤다.

시체를 한 곳으로 밀어서 저 멀리 아연 난간 밖으로 밀어치운 뒤로 다시 움직일 준비했다.

“김 중사.”

“아, 네.”

임 상사는 예비역 부사관인 김준을 향해 직책으로 말하면서 물었다.

“어디까지 가야 해요?”

“여기서 20분은 더 가야 해요. 외곽도로 타는 건데, 이런 군락이 얼마나 더 나올지는….”

김준이 쓴웃음을 짓자 양근태가 달려와서 자신도 상황을 보고 거들었다.

“이거, 일단 이만큼 퇴치 했으니까 앞으로는 쭉 갈수 있을가요?”

“그게 군락이 몇 개 더 있을지가 몰라요.”

“이런… 탄은 한정된데.”

임 상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차를 바라봤다.

이들은 이미 1년간 견뎌오면서, 어디 탄약공장에서 수급한 것도 아니고 51사단 보급 전체로만 나가야 했다.

“다른 무기는 뭐 없나요?”

“슬링이나 석궁 등이 있긴 합니다만….”

“별수 없네요. 일단은 그거라도 챙겨야겠네요.”

김준은 정 안 되면 자신이 나서서 가진 무기로 뭐든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다시 셋이 출발하면서 무전기를 가지고 서로가 교신하면서 출발했다.

[치직- 앞에 좀비!]

“앞에 막거나, 뛰는 놈 아니면 그냥 지나치죠!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썼다간 한나절 걸려요!”

[치직- 확인! 가드레일 너머의 좀비는 지나치겠습니다.]

김준은 양쪽에서 무전을 받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준, 좀비 지나간다.”

“응, 지나치기로 했어.”

“쳇-”

에밀리는 공기총을 들고 설레하다가 그냥 가는 모습에 김이 샜다.

무슨 미국 오프로드 달리는 사슴 사냥꾼도 아니고, 차를 타고 달리다가 좀비 움직임만 보면 눈에 불이 들어오면서 바로 쏴죽이려고 한다.

쏘는 것에 대한 욕구 불만이 강해 보이는 에밀리를 두고서 김준은 겨우겨우 신릉면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아, 신릉면!”

“여기가 거기야? 웬 가라오케가 이렇게 많아?”

“공단 사람들 유흥가로 발달한 동네니까.”

“으으으….”

에밀리가 주변을 둘러볼 때, 인아는 ‘신릉’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아직도 등골이 서늘한지 뒷자리에서 부르르 떨고 있었다.

“저기가 거기야. 제일파 깡패들 건물.”

“오~ 저기를 돌입해서 잡은 거구나? 스페셜 포스!”

“칼도 맞았고.”

김준 역시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배와 등이 쑤셔진 곳이 떠올랐다.

김준은 신릉면의 제일파 건물을 자연스럽게 지나치면서, 양근태가 말했던 그 농협 창고를 향했다.

[치직- 여기서 쭉 가면 농기계 부품 유통단지가 있어. 거기서 600m만 쭉 가면 농협 창고야.]

“농기계 부품이요? 트랙터나 이앙기 부품같은 거 파는 곳이예요?”

[맞아. 그거! 베아링이나 핀 같은 것도 있고. 모터도 많을 걸?]

[치직- 그거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저희도 좀 챙겨 갈수 있을까요?]

농기계 엔진이나 각종 모터가 있다는 말에 행보관인 임 상사가 번득였나보다.

“일단 여기 온 이유는 종자하고 쌀이랑 밀이예요. 가봅시다.”

김준은 초대형 건물 안에 들어가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팔려고 모아 놓은 공구를 찾는 건 좋았지만, 뭔가 찝찝했다.

“좋은 곳이긴 한데 대낮에 들어가도 수상하단 말이야.”

확실하게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쌀 창고부터 가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가자 정말로 농협 창고가 보였다.

“저기야.”

“저렇게 낡았어? 먼지만 쌓이겠다.”

“농협창고가 다 그렇지.”

“뭐, 사실 저런 곳들 예전에 컨셉 카페로 가 본적 있었어. 앤티끄! 한 곳이라고.”

“농협창고 매입해서 감성카페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어쨌건 도착은 했고, 누가 먼저 돌입하냐는 상황에 양근태의 차에서 바로 드론이 움직였다.

위이잉- 위이이잉-

드론이 날아가서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김준은 피식 웃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주변은 탄탄하게 막혀 있었다.

김준은 그 모습을 보고는 혹시나 해 물었다.

“근태 형님! 하나 여쭤볼게 있습니다.”

[치직- 말해.]

“여기 힘들게 왔는데, 안에 들어가는데 쥐가 잔뜩 꼬이면 어떡하죠?”

[치직- 걱정하질 말어! 거기는 진공보관이라 들어가는 순간 쥐 새끼가 질식해.]

“으으, 쥐….”

마트나 편의점 같은 곳을 갔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1순위가 숨어 있는 좀비고 1.5순위가 쥐였다.

특히 공단면 방앗간에 갔을 때, 안에 스테인레스 창고에 있는 것을 빼고 바깥의 곡식들은 죄다 쥐가 파먹고 분쇄기에 쥐똥이 가득하던 것이 떠올랐다.

드론으로 주변을 살핀 양근태는 주변을 확인하고는 무전을 보냈다.

[주변엔 문제없어.]

[돌입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할게요.”

김준은 자신이 하겠다면서 차를 돌렸다.

“인아랑 에밀리는 차에 조용히 있어. 위에 체인 꺼내서 채워야 하니까.”

“나 도울래!”

“안에서 공기총이나 손질해.”

김준은 차에서 나와서 바로 사다리를 타고 캠핑카 위의 캐리어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자동차 수리공구가 있었고, 그중에서는 견인용으로 쓰는 체인이 있었다.

김준이 그것을 챙기고서 쇠사슬을 바닥에 던지고 뒷좌석에 걸어 버린 다음에 차 문까지 다가가는 길에 군인들이 나와서 김준을 엄호했다.

김준은 농협 창고의 철문을 한번 보고는 일단 워커발로 몇 대 차 봤다.

쾅- 쾅- 콰앙!

격한 소리를 일부러 내면서 안에 뭐가 있나 확인해봤고, 귀를 기울여 봤을 때, 반응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쇠사슬을 채운 다음에 철문밖으로 뭔가 두들긴다면 바로 전기충격기를 가져다댈 셈이었다.

끼긱- 끼기기긱-

김준은 차에 시동을 걸고서 그대로 당겼고,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안에 있는 걸쇠가 당겨지면서 점점 철문의 경칩에 분열이 생겼다.

끼이이이이이익!!!!

우우웅- 우우우우우우웅!!!

“런! 준! 런~ 런!!!”

에밀리는 옆에서 좋다고 재촉하면서 계속 백미러를 바라봤다.

“슈링!!!!!! 예아!!!!”

끼기기긱- 끼이이익!!!

쩌저적- 쨍!!!

“됐다!!!”

쇠사슬에 채워진 철문이 경칩이 찢어지면서 육중한 소리를 내면서 넘어갔다.

에밀리는 어린애처럼 기뻐하면서 조수석에서 방방 뛰었고, 김준은 차를 돌려 확인한 다음 내부를 멀찌기서 바라봤다.

[치직- 수고했어!]

“안에 드론 넣어봐요! 완전 컴컴하네!”

양근태는 그 안으로도 다시 한번 드론을 띄웠고, 이후 소리를 내거나 이전에 보여줬던 대로 좀비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는 썩은 까나리를 뿌려댔는데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찌직- 찍!

“엄맛! 오빠!!!”

“쥐 없다면 시팔…”

입구에 있다가 후다닥 도망치는 자그만 생물체를 본 김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쌀창고 내부는 수많은 컨테이너가 가득했고, 거기 있는 건 모두 농협이 매수한 쌀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몇십분에 걸쳐서 조용해진 뒤로 군부대가 안으로 진입했다.

잠시 후 무전기를 통해 안에 목소리가 들렸다.

[클리어!]

[클리어!]

[치직- 클리어! 내부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거 내부를 뜯어야 할 것 같은데요?]

“좀만 기다려요. 안에 장비 있으니까!”

김준은 뜯어낸 대문짝 앞에 차를 대고는 애들을 내리게 했다.

***

이이잉- 이이이이잉-

기기기기기긱-

“어우-”

김준은 바이저캡을 쓰고서 그라인더로 컨테이너의 자물쇠와 철근을 잘라 냈다.

길 안내는 양근태가, 좀비 무리와 전투는 51사단의 군대가 했다면, 각종 장비를 가지고 문을 따는 건 김준이 다 하기로 했다.

이이이이잉- 이이이잉- 끼긱!!

콰앙-

“됐다!”

김준이 바이저를 벗고서 문을 잡아당기자 그 안에 있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

“와 미친!”

“제대로 열었구만! 엄청난 성과입니다!”

농협 마크가 달린 톤백이 있었고, 그것을 김준이 도끼를 꺼내 반 가르자 그 안에 마대자루로 밀봉된 쌀이 드러났다.

하나 찔러서 뜯어보니 안에는 아직 도정 처리도 안 된 껍질 채 있는 쌀이 가득했다.

마대에 담아 막고, 톤백으로 감싸고, 그걸 또 비닐로 밀봉한 다음에 컨테이너에 집어넣으니 정말 물샐틈이 없었다.

“구르마 준비해! 이거 전부 싯고 돌아간다!”

“김 병장! 하 병장! 애들 데리고 구르마 싹 가져와!”

“네, 반장님!”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 김준은 자신이 뜯어본 쌀 자루를 노끈으로 꽁꽁 묶고서 번쩍 들어 올렸다.

“끄응-”

“오, 준! 힘 세!”

“에밀리 너보다 가벼워.”

“히잉~”

40kg짜리 마대를 들고서 가까이 있는 차에 다가가는 김준.

그때 입구 근처에 있던 인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저앉았다.

“꺄아앗! 꺄아아악!!”

“!?”

“뭐야!”

“샤인! 샤인씨!”

인아의 비명에 김준도, 양근태도, 군인들도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 순간 인아가 가리키는 곳에는 수많은 좀비가 있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수백? 아니 수 천마리까지 되 보이는 엄청난 수였다.

으어어- 으어어어어-

크으으으-

“미친! 뭐 저리 많아!?”

그동안 봤던 군락의 규모와는 차원이 다른 수였다.

게다가 놈들은 일제히 농협 창고를 위해 서서히 다가왔다.

독 안의 든 쥐처럼 창고 안에 든 인간들이 빠져나갈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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