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은 밖으로 나갈 준비했다.
상록에서 온 군인들이 준비하고 있을 때, 김준은 황 여사와 은별, 나미가 챙겨 주는 게 있었다.
“중사 삼촌. 혹시 신릉면 다녀오고 바로 갈 거야?”
“네? 뭐, 그렇게 되겠죠?”
“여기서 하룻밤 묵고 갈 수 있어?”
“네?”
황 여사는 헛기침하면서 김준 일행에게 남아달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물을 때, 황 여사는 뒷이야기를 해줬다.
“사실 말이지. 양 과장… 아니, 양사장이 와서 틀을 여러 개 만들었어.”
“틀?”
“그, 뭐냐. 덫 말이야. 짐승 잡는다고.”
“아, 포획틀 같은 거요?”
“응, 그래 그거!”
황 여사는 그 이야기하면서 창밖에 있는 언덕을 가리켰다.
저곳은 과거 황 여사의 가게였던 영양탕 집이 있는 곳이었다.
좀비 사태 이후로 방치된 가든에 동물들이 탈출하고 저곳은 야생화된 닭과 염소, 토끼가 가득했다.
“거기 야생 동물 엄청 많긴 하겠네요.”
“장난 아니야. 발에 채이는 게 토끼고 닭이고, 싹 다 갉아먹고 있대.”
“예전에 한 번 고추장독이랑 된장독 가지러 갈 때 염소랑 토끼 좀 잡긴 했죠.”
김준은 그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 들어 보니 저기 상록에서 온 군부대 말로는 저기는 양계장하고, 양돈장이 있대. 닭이랑 돼지를 직접 키워서 먹는다고 하더라고.”
농사에 축사에 아주 현역 군인들이 아포칼립스에서 둔전하면서 먹고 사나보다.
안 그래도 수 만 명 단위로 생존자가 있다고 하니, 먹는 양도 장난 아닐 거고, 그걸 관리하는 것도 힘들 거다.
“일단 설치는 해 놓고서 내일 확인하러 갈 거거든? 양 사장하고 같이 가서 잡아가.”
“준, 우리 또 사냥하는 거야?”
뒤에서 듣고 있던 에밀리가 활짝 웃으면서 김준의 등 뒤에서 매달렸다.
인아 역시도 사냥감 잡아 오는 건 좀 께림칙 하지만 고기만 손질하면 뭐든 만들 수 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뭐, 집에 고기도 거의 다 떨어져 가니. 그러죠. 많이 잡히면서.”
“고마워. 그래 맘껏 잡아가. 살아 있는 거 있으면 가져가 키우던지.”
“토끼나 닭같은 거 잘 잡히면요.”
김준은 그것을 약속하고는 내려갈 준비했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군 장병들은 5톤 트럭 안으로 들어가 대기했다.
“저길 저렇게 개조했구나.”
“준, 캠핑카 같다.”
원래면 톤 단위의 화물을 나르는 탑차 안에는 병사들이 머물수 있는 각종 장비가 있었다.
적게는 침구류부터, 그 안에 총기함과 투시경, 야전삽, 벽에 걸린 군복 등이 있었다.
“저걸 타고 다니네… 힘들겠다.”
병사들이 전부 탄 다음에 탑차 문이 닫히는 걸 기다릴 때, 양근태의 차가 먼저 신릉면에 가기 위해 앞장섰다.
김준이 거기에 맞춰서 출발하려고 할 때, 또다시 에밀리와 인아를 보고서 손을 마구 흔들었다.
“와아아!!! 와아아아아!!!”
“에밀리! 샤인!!!!”
에밀리와 인아를 보고서 환호하는 병사들을 보고서 그녀들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동료인데, 힘내라고 해 줘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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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모자를 고쳐쓰고 그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거기에 맞춰 인아 역시도 모자를 쓰고서 그들 앞에 미소를 보냈다.
두 명의 아이돌의 미소에 더욱더 열광하는 장병들이었고, 김준은 그쯤 하면 됐다면서 차에 올라탔다.
“자, 가자!”
김준은 괜스레 자기 군 시절이 떠 올라서 시동 걸고 출발했다.
공단면에서 신릉면까지 가는 길은 직선으로 쭉 가면 20분이면 갈 거리였다.
가는 길에 보이는 국도에는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죄다 불타버린 상가 아니면, 여기저기에 장애물처럼 놓인 폐차들을 보고서 장애물 달리기로 쭉 가는 일행이었다.
그때 앞에서 잘 가던 양근태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
“어, 멈췄다!”
조수석에 앉은 에밀리가 말한걸 보고 김준은 곧바로 클락션을 울렸다.
빵- 빵- 빠아아앙-
“인아야! 뒤에 차 멈추나 봐라!”
김준이 비상등을 켜고서 속도를 줄이자, 뒤에 있던 5톤 트럭도 그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어, 속도 줄인다! 멈추려나 봐요.”
쿠우우우- 끼이이이익-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를 옆으로 틀어버려서 서서히 속도를 줄인 트럭.
김준은 그 앞에서 자신도 방향을 틀고는 무전기를 들었다.
“사장님, 좀비죠?”
[치직! 그래! 장난 아니게 많아! 큰일이닷!]
“얼마나 있… 어우-”
김준은 차를 틀어서 시야를 확보하자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무리의 좀비 군락을 발견했다.
지난날 미군부대의 레이드 이후로 저만한 규모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랄 났네.”
“와 많아! 에어건 꺼내야겠어.”
에밀리가 공기총을 꽉 잡고 대쉬보드에서 깡통에 담긴 연지탄 뭉치를 꺼내자 김준은 그녀를 제지했다.
“있어 봐. 뒤로 물러나고, 쟤들 상대할 수 있게.”
“너무 해!”
아무리 그래도 먼길 왔던 병사들에게 소사벌의 좀비 무리를 짬때리는 김준을 보고 에밀 리가 한마디 했다.
“쟤들은 라이플 쓸 거고! 그럼 난 못 잡잖아!”
“아, 서운한 이유가… 그거?”
에밀리는 공기총을 든 채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만약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에 칸막이가 없었다면 바로 그녀의 금발 머리를 잡아당겼을 거다.
“좀비요! 좀비!”
창밖으로 외치자 그들 역시도 그걸 발견한 듯 차를 멈췄다.
그러고는 짐칸 문이 열리면서 무장한 병사들이 튀어나왔다.
“오우!”
뛰쳐나온 병사들은 K2 소총을 메고서 곧바로 자신들이 나온 컨테이너의 위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러고는 자세를 잡은 상태에서바로 사격 자세를 준비했다.
“우리도 잡아야지!”
“가만있어봐.”
김준은 조용히 품 안에서 귀마개를 꺼내는 뒤에 있는 인아와 조수석 에밀리에게 외쳤다.
“귀마개 준비해! 큰 거 온다!”
“네, 넷!”
“건파우더 사운드!”
세 명이 모두 귀마개를 꼈을 때, 탑차 위에 병사들의 총구에서 불꽃이 일었다.
탕- 타타탕-
탕- 탕- 탕!!!
단발과 점사의 총성이 울리면서, 앞에 다가오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쓰러트려 나가는 군인들이었다.
캬아아악- 캬악-
크아악- 칵!!!
탕- 탕- 탕-!!!!
미군때도 그랬지만, 아무리 많은 수의 좀비 무리가 있어도 소총으로 무장한 군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동안 당해왔던 건 대처할 수도 없이 갑작스럽게 좀비화 된 동료들 때문, 그것만 아니라면 좀비 사태는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김준은 그 앞에서 조용히 차를 빼면서 양근태와 같이 차를 뺐다.
타탕- 탕! 탕!!!
철컥- 철컥-
탄창 한 개 분으로 한 명당 30발을 발사하자 곧바로 사격을 중지하고 빠르게 일어나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병사들.
거기에 맞춰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병사들이 재빠르게 올라가 교대했다.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모습에 김준은 굉장히 훈련이 잘 됐다면서 흡족해했다.
“잘 싸우네. 그냥 지켜만 봐도 되겠다.”
에밀리는 그 상황에서도 손이 근질거리는지 공기총을 계속 어루만지면서 당장에라도 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김준은 아예 창문과 문을 잠가서 에밀리가 딴 짓 못하게 철저하게 막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 때, 눈앞에서는 어육이 된 채 쓰러진 좀비들이 있었다.
정말 시원하게 갈겨 버리고서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쓰러진 모습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부사관들이 곧바로 총을 들었다.
“조종간 안전!”
“조종간 안전!!!”
실컷 쏴댄 다음에 바로 조종간을 안전으로 돌리고, 총기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 멈췄다.
“휘유-”
김준은 슬며시 귀마개를 빼 버리고는 어육이 된 길을 바라봤다.
어떻게 치우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미군처럼 대형 호스는 없는 것 같고, 대신 다른 걸 했다.
“어?”
“오빠, 저거 뭐예요?”
고무로 된 방호복을 갖춰 입고, 거기에 웃옷을 걸치고, 방독면을 쓰는 모습을 본 김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걸 진짜 실전에 쓰네….”
한국 남자들이 예비군 가면 볼 수 있는 시커멓고 통풍 안 되는 화생방 방호복, 거기에 방독면까지 쓰고는 새카만 핏물이 새겨진 제설용 눈가래를 꺼냈다.
“빡세겠네.”
“그냥 봐도 돼요?”
“시원한 거라도 준비해야지.”
김준은 땡볕에 앞길을 뚫기 위해 고생하는 장병들을 보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에밀리도 같이 따라 내렸고, 캠핑카 뒷좌석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었다.
안에는 시원한 얼음부터 커다란 아이스박스가 있었다.
“물 채워. 에밀리는 아이스티 가루 꺼내고.”
“예스~ 예스~”
자기들이 싸우진 않았어도 소총탄으로 좀비들을 잡아낸 대한의 건아들이었다.
김준은 샤워기를 통해 시원한 물을 쏟고 거기에 얼음을 띄우고, 인아가 병에 달콤한 가루주스를 담아 타줬다.
그렇게 모두가 정리를 힘겹게 할 때, 김준 일행은 밖으로 나왔다.
“아, 김 중사님!”
“수고하십니다! 저거 치우느라 고생하시는데 드시면서 하세요!”
좀비 시체 무더기를 밀어내서 국도 바깥으로 던져 버린 병사들을 향해 인아가 다가왔다.
“여러분!!!”
“!?”
“와 샤인!”
“시원한 거 드시고 하세요
인아가 나와 화사한 미소로 물병을 들자 그들은 후다닥 달려와서 방독면을 벗었다.
더운날에 온몸이 푹 젖어 있는 이들이 인아가 종이컵에 따라주는 아이스티를 성수처럼 받아마셨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주스 한 잔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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