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63화 (363/374)

김준은 차를 돌리면서 또 다른 길에서 좀비를 발견했다.

크어어어-

“오른쪽에 둘, 가운데 하나.”

“오른쪽은 제가 잡을게요.”

마리는 그동안 손이 근질근질했는지, 석궁을 들고 화살을 장전했다.

“뛰는 놈인지 걷는 놈인지 확인하고.”

빵- 빵- 빠아아아아앙!!!!

김준이 힘껏 클락션을 울리자 거기에 반응한 좀비들이 달려들었다.

다행히도 셋 모두 걷는 녀석들이었고, 김준은 차를 조심스럽게 뒤로 뺀 다음 거리를 벌렸다.

“뒤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쭉 빠지면 될 거예요!”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다, 다시 한번 볼게요!”

뒷좌석에 있던 가야가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앞뒤옆으로 살폈다.

김준의 말대로 두 번 세 번 확인하고서, 확인했을 때 가야가 자신 있게 외쳤다.

“확실히 없어요! 진짜로요!”

“오케이! 마리는 딱 하나만 잡아.”

“네. 오빠!”

마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었다.

석궁에 장전된 화살이 번득였고, 좀비를 향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파아아앙!

콰직!

육중하게 날아간 화살이 좀비의 이마부터 뒤통수까지 단번에 꿰뚫어 버렸고, 뒤이어 김준의 엽총이 발사됐다.

탕- 탕!!!

원샷 원킬로 세 발이 좀비 셋을 거꾸러 트렸다.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게 세 발 모두 머리를 맞췄고, 좀비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못했다.

“후우-”

“산까지 올라가는데 좀비가 있진 않겠죠?”

“가 봐야지.”

걸어가는 길은 안 되겠지만, 차를 타고 산 중턱까지는 갈 수 있었다.

김준은 핸들을 돌려서 바로 오르막길로 향했고, 덜커덩거리는 차가 쭉 올라가 멈춰 섰다.

“음?”

“어머- 저게 다 뭐죠?”

“바리케이드 오밀조밀하게도 설치했네.”

김준은 앞에 깔린 목책을 보고서 피식 웃었다.

원래는 산을 타고 올라가는 길목중 하나였지만, 언제 이렇게 만들어 놨는지 나무를 깎고, 철사를 휘감은 목책이 바리케이드로 쳐져 있었다.

전부 이전에는 없던 것들이었다.

이런 걸 설치했다는 것은 아직 안에 사람들이 무사히 있다는 거다.

“내리자.”

“네, 오빠!”

가야와 마리 모두 차에서 내리고는 총을 챙긴 채 절 안으로 향했다.

이미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는지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있었다.

“준아!”

“잘 있었냐?”

반갑게 맞이해주는 친구 은기와 악수하고 성정, 영기, 명진 등의 다른 스님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오시는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문제 없죠.”

그때 대웅전에 있던 큰스님도 나와 잔잔한 미소로 김준을 맞이했다.

스님들과 친구를 만나 인사한 뒤로 김준은 입원한 환자를 찾아왔다.

덜컥-

“아!”

“어머, 오셨어요?”

“좀 어떻습니까?”

한 달 만에 만난 신릉면 생존자.

예명이 미미라고 했던 그 안마시술로 마담은 한결 좋아진 얼굴로 김준에게 인사했다.

그 옆에 있는 치과의사 김원장 역시 김준을 반갑게 맞이했다.

“많이 좋아졌어요. 이도 새로 다 했고.”

김 원장이 가리키자 미미가 입을 벌렸다.

여기저기 깨지고, 잇몸이 무너져 빠졌던 치아에 금니가 여러 개 채워졌는데 음식 씹는 것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신릉면에 제일파 새끼들 싹 다 쓸어 버렸어요.”

“!”

“미군들이 들어가서 그놈들 다 처리하고, 거기 있던 아가씨부터 의사랑 약국 사장 전부 부대로 데려갔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얘기 못 들으셨나요?”

“저기 그… 요샌 그 트럭장수 아저씨도 안 오고, 전혀 들은 게 없어서….”

양근태를 말하나보다.

“마담도 가신다면 안내는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 그… 더 이상 어디 가기가 무서워요. 여기… 있을게요.”

김준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고, 이 절 안의 생존자들은 상관없다는 투였다.

“나중에 어떻게든 다시 보겠죠.”

“네, 그러세요. 그러면….”

김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에 있는 쌀과 통조림을 시주하기로 했다.

그것을 가지고 들어왔을 때, 김준은 은기와 함께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확실해.”

“뭐가?”

“또 다른 생존자 말이야. 이번엔 아예 녹음했어!”

“!”

은기는 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앨범을 열었다.

[USIM칩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고 뜨는 휴대폰 안에는 최근에 동영상 촬영 용도로 남겨 놓은 것을 재생했다.

[투투투- 투투투퉁!!! 탕- 탕!]

“!?”

이건 확실히 총소리였다.

기관총과 소총의 소리, 그 뒤로도 다양한 게 녹음됐다.

[애애앵- 애애애애애앵-]

[이거 찍히는 거 맞지? 밖에 내려가서 찍고 올게!]

[안 돼요! 위험해요!]

[처사님, 밖에 불빛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녹음만 해 두시지요!]

[저거 백퍼 군대야! 근처에 있는 거 맞다니까?]

삑-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찍힌 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김준은 그것을 보고서 말을 잇지 못했다.

“언제 찍힌 건데?”

“지난 주. 여기 촬영 날짜를 보니….”

휴대폰 시계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맞지? 분명 진성시까지 가면 뭐가 있어.”

“총소리가 이 정도인 거면, 군대가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니까! 이제 이 지긋지긋한 좀비 시대도 끝이야!”

김준은 은기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갑자기 또 다른 클락션 소리가 울렸다.

빵- 빵- 빠앙-

“!?”

김준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바깥에 있던 마리와 가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트럭 아저씨 오셨어요!”

“오빠! 오빠!”

“오늘이 무슨 날이긴 한가 보네.”

“부처님의 은덕으로 많은 손님들이 오시는군요? 차를 더 끓이겠습니다.”

주지스님은 빙긋 웃으면서 김준과 같이 나갈 준비했다.

툭- 투툭-

“읏차! 이게 미군부대에서 받아온 통조림이요.”

양근태는 박스 안에 가득 담긴 통조림을 보여줬다.

“나도 한 번 까 먹어 봤는데, 안에 있는 게 스파게티 케찹 버무린 거하고, 콩이랑 옥수수더구만. 고기는 알아서 뺐어요.”

“감사합니다. 시주.”

“형님!”

“어이구, 김 사장도 와 있었네? 이제 괜찮아?”

양근태 역시도 반갑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덕분에 절 안에는 많은 손님들이 모여서 수많은 식량이 쌓이게 됐다.

그러고는 치과의사 김 원장을 찾아가 입을 벌리고 어금니를 보였다.

“원장님. 나 전에 갉아낸서 영 시큰거리는데, 빠진 거 아뇨?”

“충전재를 다시 채워야겠네요. 금방 끝나니까 들어오세요.”

양근태는 식량을 가져온 대가로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양근태가 나왔을 때, 김준은 은기의 폰으로 그 영상을 보여줬다.

“뭐야, 이거?”

“지난주에 여기서 찍힌 거래요.”

“허- 미군 말고 어디서 또 총 쏘는 곳이 있나?”

“그러게나 말이죠.”

양근태 역시도 처음 보는 광경인지 그 영상을 몇 번이나 돌리면서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러고는 은기와 양근태, 김준이 밖으로 나와 담배 타임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진성시로 가면 뭐가 나올 것 같아.”

“김 사장. 직접 가려고?”

“몸 다 나아지면 갈 곳이 많죠. 그러고 보니 형님이 말해주신, 신릉면 농협창고도 못 가 봤잖아요?”

“아, 거기?”

양근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제 다 말하기로 했다.

“종묘창고야. 농촌진흥청인가하는 곳에서 지역 농협 창고를 통해서 맡긴 곳이거든? 전쟁나면 대비할 수 있게 만든 거래.”

“종묘창고…”

“비료, 농약, 민방위때 있는 구호물자 거기 죄 있을 거야. 아직 나도 안 가 봤어.”

양근태는 김준과의 의리를 생각해서 그 위치를 알고도 혼자만 가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몸 나아지면 언제든 말하라고, 황 여사네 가면 알아서 기다릴 테니까.”

“네, 형님.”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양근태와 같이 종묘 창고 털이도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김준이 신릉면에 가야 할 곳이 거기 하나뿐이 아니었다.

‘제일파는 다 끝났고, 생존자들끼리도 서로 합치고… 이제 가 봐도 되려나?’

과거 제일파 두목이 이곳에 왔을 때 남겼다는 자기 유산.

그것을 담은 쪽지를 주지스님에게 건네줬고, 주지스님은 말없이 김준에게 그걸 전달해줬다.

김준은 그것을 잘 가지고 있었다.

‘한 번 가 봐야겠지. 설마 하니 제일파 두목이 숨겨놨다는 사금고에 엄한 게 있을라고.’

일단은 살펴봐야겠지만, 좋은 게 나온다면 챙길 만큼 챙기고 주변에 다른 생존자들에게도 조금씩 나눠줄 셈이었다.

적어도 좀비 사태가 끝난다면 다들 먹고 살 문제가 급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절에 다녀와서 정보 교환과 시주를 하고서 식사까지 대접받은 뒤로 돌아가는 길이 되었다.

“다음에는 명국이네도 가 보고, 신릉면 가 본 다음에 진성시로 가야겠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오빠,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셨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가야와 마리가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김준은 문제없다는 듯이 배를 탕탕 쳤다.

“오래 쉴 새가 어딨어? 어쩌면 진짜 이 동네에서 좀비를 다 쓸어버릴 수 있는데 말이야.”

마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김준을 보고는 다른 쪽도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괜찮으신 거예요?”

“그래.”

“그럼 밤일도?”

“….”

마리는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김준 들으라는 듯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도 좀비 처리하기 전에 애라도 생기면 확실할 텐데.”

“….”

“전 언제든 낳을 수 있어요.”

여유가 생기니 또다시 슬금슬금 다가오는 애들이 생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