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58화 (358/374)

긴 수술이 끝나고, 군의관들이 앰뷸런스에서 나왔다.

“앗!”

매튜 리 대위와 같이 담배를 태우던 양근태는 황급히 다가 갔다.

“써전!”

매튜가 먼저 물어보자 군의관은 마스크를 벗고서 김준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사이 앰뷸런스 차량이 움직이면서 김준을 아예 군 병원 안으로 입원시킬 준비하고 있었다.

양근태는 초조한 얼굴로 기다렸다.

잠시 후 매튜 리 대위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양근태에게 다가왔다.

“미스터 양?”

“잉, 그래! 어떻다고 합니까? 살아는 있는 거요?”

“칼이 인테스틴… 어, 그러니까 여기 장 부분. 거기까지 들어간 상태인걸 꿰맸대요.”

“어휴.”

“다행히 바이탈은 양호하고, 수술도 잘 됐으니 수혈 받으면서 기다리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여기 페니실린은 많이 있어요. 감염만 치료하면 돼요.”

“어, 얼마나 됩니까?”

“최소 6주는 걸리겠죠.”

“에휴- 젊은 놈이….”

양근태는 한숨을 푹푹 쉬면서 김준이 떠나가는 자리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래도 여기 미군들이라도 있어서 어떻게 칼에 맞은 상태로 치료는 받지만, 그만한 시간까지 견딜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그 친구 먹여 살리는 식구도 있는데.”

“식구? 아, 미스터 킴과 같이 있는 아이돌 싱어들 말이군요?”

“아, 그게….”

“혹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쉘터를 알려줄 수 있습니까?”

“뭐, 뭐요?”

매튜 대위는 양근태를 통해 김준과 사는 아가씨들이 있는 위치를 물었다.

양근태는 순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들하고는 무전을 통해서 대화를 하던 사이입니다. 혹시 미스터 킴이 없어서 문제라면 그녀들도 전부 이곳에 데려와서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어, 음….”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그 이야기를 들은 미군 병사들 몇몇이 수군거렸다.

“에밀리아~ 마이 스윗 걸~”

“미스터 킴, 시스터스~ 전부 여기 와도 돼!”

에밀리 외에 다른 아가씨들을 두고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미군들을 본 양근태는 헛기침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미, 미안 해요. 내가 중간지점에서는 만나도 자세한 위치는 몰라.”

“아, 그렇습니까.”

“크흠! 나도 사실 쉘터 있는 곳이 따로 있거든. 가만 있어보자. 얼른 그곳에 가야 하는데 말이야.”

양근태는 피던 담배를 황급히 던지고는 곧바로 늦은 밤에 뛰쳐나갔다.

미군들은 황급히 돌아가는 양근태를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돌아갈 준비했다.

“일단 환자가 둘이니까 케어 잘하고, 저 친구는 앞으로 ‘우리 동료’니가 가자고.”

“흠~ 저 친구가 여기 있으면 에밀리아가 와서 간병하지 않을까요?”

“난, 그 쪼끄만 친구도 보고 싶어. 루나? 아니, 라나였나?”

“노래도 잘 부르던데~”

매튜는 병사들을 두고 딱 잘라 말했다.

“돌아갈 준비나 해!”

***

한편 양근태는 차에 타자마자 불빛 하나 없는 밤길을 급하게 달렸다.

“아이고, 몇 시냐? 저것들이 들어가서 애들한테 물어보면 안 될 텐데….”

남일 같지가 않아서 다급하게 액셀을 밟는 양근태.

늦은 밤이었지만, 어떻게든 김준의 집으로 찾아가서 거기 사는 아가씨들에게 알릴 참이었다.

***

“안 되겠어!”

밤늦게까지 김준을 기다리던 에밀리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아이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중에서도 은지는 차분했다.

“도경아, 마리야.”

“!?”

“쟤 막아.”

은지의 말을 들은 도경과 마리가 달려들어 에밀리의 두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왓?! 뭐야, 이거 놔.”

“멋대로 거기다 연락하지 마.”

“니가 뭔데!”

“나, 리더야. 준이 오빠가 인정한.”

“!”

그동안 리더라는 것에 대해서 자각하지 않았지만, 은지는 그 한마디로 주변을 조용히 만들었다.

“소란 좀 떨지 마. 하루 이틀 늦게오는 거 몇 번 봤으면서.”

“혼자 나갔잖아! 차 안에서 하는 것도 아닐 거라고!”

“쫌!”

은지는 미군용 무전기 코드를 확 뽑아버리고, 아예 배터리까지 분리 시켜서 품 안에 넣었다.

“Fuck!! Shit!!!!”

에밀리가 은지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붙잡고 있던 마리와 도경이 바로 제압해서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후-”

은지는 코드를 뽑아버린 뒤로 거실로 달려가 물 한 잔을 쭉 마셨다.

“준이 오빠 괜찮겠지?”

뒤따라온 가야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은지는 거실 탁자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봤다.

김준이 오면 주려고 잔뜩 차려놨던 진수성찬이었는데 다 식어 버렸다.

“내일은 오겠죠. 최대 나흘까지도 걸렸으니까요.”

“아, 지방까지 갔던 거기 일처럼?”

“….”

은지가 그때 다녀온 일을 생각하며 중얼거리자, 가야는 오늘 낮에 부쳐 놓은 전 하나를 집어서 우물거렸다.

그렇게 그날 하루는 조용히 지나가려고 할 때였다.

빵- 빵- 빠앙-

“!?”

“왔다!”

새벽이 되어서 찾아온 차 소리에 아직 깨어 있던 애들이 두세 명 있었다.

라나와 가야가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갔고, 은지 역시도 내색은 안 했지만 슬며시 신발을 신고 뒤따라나섰다.

“오빠~ 왜 그렇게 늦었어요? 금방 열어 줄….”

“어?”

라나가 열어 주려고 하고, 뒤따라 가야도 나섰지만 그녀들은 지금 찾아온 게 김준의 차가 아니라는 것을 보고서 멈칫했다.

뒤늦게 따라온 은지 역시 양근태의 행상 트럭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 아가씨들! 안에 다 있어?”

“왜 그러시죠?”

은지는 가야와 라나를 두고서 자신이 직접 나서 양근태에게 물었다.

양근태는 오자마자 한숨을 푹푹 내쉬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혹시 여기 무전기로 그 미군부대 연락한 거 없지?”

“왜 그러시는 지 말해주세요. 뭔데요?”

“에휴-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

은지는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양근태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준이 오빠… 다쳤어요?”

“어? 으, 으음!”

“많이 다쳤어요?”

“그, 조금 있잖아. 아니 거 좀비 물린 거는 아니고… 아휴,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제일파라는 그 조폭들하고 싸우러 간 거잖아요. 싸우다 다친 거겠죠?”

“어, 어어… 김 사장이 칼을 맞았어.”

“!”

“어머!”

“많이 다쳤어요? 지금 어딨는 대요?”

가야와 라나도 그 사실을 듣고서 창밖 너머로 외칠 때, 양근태는 씁쓸하게 말했다.

“좀 다쳤는데, 미군부대에서 수술받고 치료 중이야. 그래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놈들이 여기 위치를 물어보더라고.”

“!?”

“그래서 모른다고 했어. 일단 내가 이렇게는 말 하니까,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내가 구해다 줄 테니까 이거 무전기 챙겨.”

양근태는 문도 열지 않고 담벼락 너머로 김준이 가지고 있던 무전기 한 개를 넘겨 줬다.

은지가 그것을 받았을 때, 끈적한 액체가 손에 묻어 있었다.

김준의 품 안에 있던 무전기가 피에 젖어 있었다.

“아, 그리고 이거… 무거워! 조심해!”

“!”

양근태는 묵직한 가방 하나를 추가로 건네줬다.

라나와 가야가 그것을 집고 열어 보자 그 안에는 권총 세 자루와 김준의 공기총과 엽총이 있었다.

양근태는 마지막으로 내민 짐.

그것은 원래 캠핑카 안의 냉장고에 담아 놓은 각종 반찬하고, 통조림이었다.

“그 차는 미군 부대에 있으니까, 그 친구 나으면 다시 올 거야. 좀 괴롭겠지만, 아가씨들끼리 있어야겠어.”

“아, 네. 그래도 이거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은 밤에 놀랐을 텐데 편히 쉬어. 뭐든 필요한 거 있으면 꼭 연락하고.”

“네.”

양근태는 할 말을 다 해준다음 차를 타고서 조용히 돌아갔다.

그리고 김준의 상황을 들은 뒤로 멍하게 있던 라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칼에 찔린 거야. 여기 알리지도 못할 정도로. 크게 다친 거라고…”

“….”

“어떡해. 진짜 어떡해. 김준 오빠…!”

라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터지면서 고개를 떨궜다.

맏언니 가야가 조용히 다가가 라나를 안아주고 토닥였지만, 그녀의 품 안에서 라나가 격하게 오열했다.

위로하는가야의 눈가도 점점 촉촉해지는 게, 김준이 매우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무너진 것 같았다.

“일단 들어가자. 얘기는 내가 할게.”

은지는 김준의 짐을 챙기고서 조용히 올라갔다,.

그녀는 무섭도록 차분했고, 그 상황에서 현재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일단 칼에 맞아 다친 거고 의식을 잃었으니 연락 못 하는 거겠지? 그럼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전치 몇 주가 나올지 모르는데 일단 우리끼리 여기서 버텨야 하고…’

무기도 받았고, 양근태가 이 사실을 알면서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미군부대는 이곳의 위치를 모른다.

‘에밀리 그년이 하도 방송해대서 확인할 텐데 혹시라도 여기 위치 알리고 미군 애들이 오고… 그리고 준이 오빠가 거기 오래 머물고 있으면….’

은지는 짐을 질질 끌고 올라가 2층 안방에 넣었다.

그리고 장롱을 열어 무기들을 싹 다 집어넣어 잠그고, 피가 묻은 빈 가방을 세탁기로 가져가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미닫이 문 방을 열었다.

드르륵-

탁-

“으응~ 뭐야?”

문을 열고 바로 불을 켜자 그 안에는 에밀리와 나니카가 자다가 움찔거렸다.

“에밀리. 일어나.”

“뭐야?”

은지는 차분하게 다시 말했다.

“일어나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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