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57화 (357/374)

한편 김준의 집 안에서는 아침부터 우중충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혼자만 가는 게 어딨어!”

“살인이 있을 수도 있는데, 거길 따라가고 싶냐? 생각이 있어?”

김준이 새벽에 혼자 떠났다는 말에 에밀리가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 투덜거렸지만, 은지가 바로 쫑코를 날렸다.

“애초에 좀비 잡는 것도 겨우 적응했는데, 상대는 조폭이야. 그걸 굳이 왜 가려는 거야?”

“좀비나 갱스터나~ 총 쏴보고 싶은데.”

에밀리는 1년의 시간 동안 완전히 아이돌 걸그룹이라는 것을 잊고 살아갔다.

이제 그녀에게는 마이크보다 총이 더 소중했고, 벌레나 쥐도 못 잡던 애가 총으로 사람 형상인 좀비도 쏴 맞추고 희열을 느꼈다.

“그렇게 됐으니까 오늘 회식 준비하자.”

“아, 뭐 만들까요?”

“냉동실에 고기 잔뜩 쌓여 있는데, 불고기 만들까?”

“네, 그래요!”

은지와 인아가 부엌으로 달려가고, 가야가 뭐 도와줄거 있냐면서 거들었다.

그 와중에 마리나 도경이는 런닝머신이나 싸이클을 달리고, 라나는 방 안에서 레트로게임기를 돌렸다.

“심심해….”

김준이 없으니까 세상 편하게 빈둥거리고 있는 에밀리.

“저기 언니, 발 좀…?”

“응?”

쓸고 닦고 청소하던 나니카가 걸레를 들이밀자 바로 일어나서 소파로 쪼르르 올라가는 에밀리였다.

그녀는 창밖을 보면서 아랫배를 쓱쓱 문지르면서 김준을 기다렸다.

“오늘 오면 다섯 번 연속 할 거야….”

그녀는 작정하고 김준 착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

쨍그랑- 짱!

유리창이 깨지고 장갑으로 창틀을 붙잡아 올라간 김준.

몸 여기저기에 유리 조각이 묻고 옷도 살짝 찢어졌다.

김준은 발로 유리 조각들을 쓱쓱 치우고는 아예 창틀을 붙잡고서 확 빼 버렸다.

“클리어!”

“오케이!”

김준이 안으로 돌입하자, 스미스와 르네어 두 미군들도 천천히 올라와 안으로 들어왔다.

“끄응- 클리어!”

“오케이! 클리어!”

2층 창문을 통해 돌입한 김준과 두 명의 미군은 안으로 들어온 뒤로 무전기를 통해 알렸다.

“매튜! 우리 안으로 들어왔어요.”

[치직- 롸잇!]

김준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복도로 향했다.

원래는 창고로 쓰이던 곳인지 주변에는 각종 잡동사니와 청소 도구가 가득했다.

끼이익-

김준이 문을 나선 뒤로 나온 뒤로 주변을 살폈다.

2층 상가에는 [공인중개사무소], [편의점], [복사&팩스] 등의 건물이 있었다.

“흐으음-”

편의점은 예전에 다 털려 있었고, 나머지는 딱히 뭘 챙길 만한 게 없어 보였다.

김준은 혹시라도 숨어 있는 인간이 있나 싶어서 구석구석 살폈지만, 인적은 없었다.

“됐어. 여긴 볼 거 없다.”

김준은 조용히 복도를 타고 비상구를 살폈다.

예상대로 문 앞에는 열지 못하도록 묵직한 강철 금고에, 복합기 등으로 이것저것을 배치해 꽉 막혀 있었다.

“이러니까 안 열리지.”

“치울게.”

르네어는 총을 뒤로 멘 채, 스미스와 함께 짐을 하나하나 밀어서 치웠다.

끼긱- 끼이이익-

문을 열어 주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군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내부를 살펴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미군들은 곧바로 안쪽의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했다.

“됐어. 이걸로 올라가면 될 거예요.”

“오케이!”

김준이 문을 열어 주고 미군들이 곧바로 올라갔다.

김준도 엽총을 들고 천천히 올라갈 때 위에서 고함이 들렸다.

“Freezeeeee!!!”

“이 개새끼들아!!!”

타탕- 탕! 타타탕!!!

멈추라는 소리 이후에 욕설 몇 번이 들리더니 곧바로 총성이 퍼졌다.

“어우….”

김준은 그것을 듣고는 상황이 정리될 때 겨우 올라올 수 있었다.

3층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미군들이 쏜 총에 맞아 죽은 제일파 깡패들의 시체들이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지팡이에 사시미칼이 둘둘 감겨 있었고, 그 외에도 복대나 종이 책을 몸 여기저기에 둘렀지만, 그렇다고 총알을 막을 순 없었다.

“헤이!”

“헬프! 헬프!!!!”

구석에 숨어 있던 꼬질꼬질한 가운을 입은 사내가 두 손을 들고 필사적으로 헬프를 외쳤다.

미군들은 곧바로 달려가 총을 겨누면서 그의 몸 수색을 했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매튜, 내가 가서 볼게요.”

“예스.”

김준은 그 사내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아요?”

“아, 한국 분? 어후….”

“뭐 하시는 분입니까?”

“약사입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영어 하세요?”

“아, 조금….”

김준은 매튜 리 대위에게 그 약사를 소개했고, 더듬거리는 영어로 어떻게 대화를 한 다음에 미군들의 보호를 받았다.

“위로 올라가려는데, 괜찮겠죠?”

“지금 위에 다 있어요. 아가씨들하고, 의사 두 분하고 있어요.”

“오케이!”

김준은 미군들과 함께 위로 올라갔다.

끼이이-

3층은 당구장, 소아과, 내과 등의 건물이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수상함이 느껴졌다.

매튜 대위가 오더를 내려서 이곳저곳을 각각 수색할 때,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렸다.

탕- 타탕-

“크아악!”

“이 씨발 놈들! 계속 와….”

타탕-

방 이곳저곳에서 미군들이 제일파 깡패들을 하나하나 처리했다.

김준 역시도 엽총을 들고 움직일 때였다.

쨍그랑!

캬아아악-

“쉣!”

유리창이 깨지면서 쓰러지는 미군 병사 하나.

그 위로 칼을 든 거구의 제일파 건달 하나가 그 위에 올라타서 번득이는 칼을 들었다.

남들보다 배 이상의 엄청난 덩치의 그 조직원을 보고서 김준이 황급히 달려들었다.

푹- 푸욱-

“크아아아악!!!”

미군 병사가 칼을 맞으면서 몸을 틀었을 때, 김준이 바로 달려들었다.

쩍-

“이 새끼!”

김준이 발로 놈의 얼굴을 까 버리고 바로 엽총을 발사했다.

탕- 철컥! 탕!

주저 없이 놈의 얼굴을 향해 산탄을 발사했고,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놈이 멈춰 섰다.

김준은 놈을 죽인 다음에 고개를 돌려 칼에 맞은 병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괜찮…?”

서걱-

“…!?”

김준은 등줄기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멈춰버렸다.

푸욱- 푹-

“끼아아아아아악!!!!”

괴성을 내지르면서 미친 듯이 김준의 몸에 칼을 박아대는 전신 문신의 제일파 깡패.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놈은 김준의 몸에 찬 프로텍터로 인해 자기 손까지 베이는 상황에서도 미친 듯이 칼을 내질렀다.

“큭!”

쿠웅-

김준은 팔꿈치로 그놈의 얼굴을 강타한 다음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하.”

김준은 뒤늦게 등과 배 이곳저곳에 찔린 상처를 보고는 몸이 무너져 내렸다.

“메일러!!!”

“미스터 킴!”

칼에 맞은 미군 병사와 김준을 향해 다급히 달려온 미군들.

김준은 떨리는 손으로 재킷을 벗었고, 프로텍터 사이 사이에 찔린 상처에서 새빨간 피가 솟구쳤다.

“커억, 억….”

여러 방을 찔린 상태에서 순식간에 숨이 가빠지고, 눈앞이 흐릿해지는 김준이었다.

“킴! 킴!”

“지, 지혈을….”

미군들은 황급히 품 안에서 지혈제 가루를 뜯어서 김준의 상처에 발랐고, 그를 부축해 밑으로 데려갔다.

그 순간 김준은 정신을 잃었다.

***

우우우웅- 우우웅-

“긴급상황! 긴급상황이야! 당장 부대 앞으로 앰뷸런스 준비시켜! 군의관도 모으고, O형 혈액 팩 모아!”

벨린저대령은 돌아가는 길에 본대에 다급히 무전을 보냈다.

“큭… 크으윽-”

“꽉 누르고 있어! 손 떼는 순간 다시 상처 터져!”

김준은 여러 차례 칼에 찔린 뒤로 의식을 잃은 채, MRAP 안에 있었다.

주위의 미군들이 김준의 몸에 붕대를 감고 최대한 지혈을 해주면서 어떻게든 그를 살리려 했다.

“도착하는 대로 저 친구 수술 들어가. 어떻게든 살려야 해.”

“네, 대령님.”

“메일러 상태는 어때?”

“심하지는 않지만, 그 친구도 당장 수술은 필요합니다.”

“칼에 맞은 두 명… 후우.”

벨린저가 머리를 감싸 쥐면서 한숨을 푹푹 쉴 때, 그 옆으로 험비가 지나갔다.

험비 안에는 제일파의 건물 안에서 구해 온 수많은 여성들과 의사, 약사 등이 있었다.

하나 같이 넋이 나간 얼굴에 강제로 마약이 주사되어 피폐한 모습이었지만,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겨우 구원받은 상태였다.

“이 친구가 저들을 모두 구한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살려야 돼.”

벨린저는 의식을 잃은 김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이 친구 또한 우리의 동료니까….”

그렇게 미군 차량들이 빠르게 부대로 복귀했고, 미리 대기한 앰뷸런스와 수술 준비를 마친 군의관들이 다급하게 환자를 받았다.

촤아아악-

지혈제 이후로 피가 계속 배어 나오는 김준의 상태를 본 군의관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상처를 꾹 눌렀다.

손가락 하나가 쑥 들어갈 정도로 깊게 파인 자상을 보고서 바로 수술하기 위해 마취를 준비하고, 스태프들을 모았다.

“장까지 찢어진 것 같아. 개복해서 확인하고 바로 봉합할 거야.”

베테랑 군의관은 곧바로 상황 판단을 하고 메스를 들었다.

그사이 다른 군의관들이 김준의 팔을 걷어서 주사를 찌르고, 수혈팩을 짜내며 수혈에 들어갔다.

그날 밤.

김준의 집에서는 애들이 진수성찬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오지 않는 가장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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