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50화 (350/374)

김준 일행과 양근태 모두 각자의 차에서 좀비를 잡을 장비를 챙겼다.

“화염병.”

“끄으응- 여기요.”

궤짝채로 가져온 라나가 힘겹게 김준 앞에서 그걸 내려놨다.

김준은 소주 대신 화염병이 가득 든 1홉들이 궤짝을 직접 나르고 온 라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

쪽-

“앙~”

좀비가 몰려 있는 상황인데 가벼운 애정행각에 인아는 뭐 하는 짓인가 하면서도, 속으로는 자기 가슴도 두근거렸다.

“오빠, 이거 화살 대쉬보드에 있는 거 다 가져 왔어요.”

“응, 인아는 일단 석궁 하나 들고 노래방 안에 들어가 있어.”

“정말요?”

“여긴 내가 알아서 할게.”

김준은 인아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면서 그녀에게 내려가 보라면서 엉덩이를 토닥였다.

“!?”

옛날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터치였지만, 인아 역시도 아무 말 안 하고 조용히 석궁을 들고 내려갔다.

“아주 공주님들 데리고 깨가 쏟아져. 으응~?”

“됐고, 이제 좀비 잡아야죠.”

김준은 총을 들고서 옥상 너머를 바라봤다.

오밀조밀하게 있는 공단면 유흥가 골목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좀비 무리.

확실히 세 자릿수의 좀비 무리는 굉장히 위협적이지만, 이곳은 건물 옥상.

이미 바깥에는 입구를 틀어막고, 차 주변에도 표지판을 잔뜩 깔아서 이중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상태였다.

즉, 마음껏 총을 쏴대고 화염병을 던져서 저놈들을 싹 잡을 수 있다는 거다.

“제가 잡을게요. 화염병 많이 있으니 유인만 하면 돼요.”

“김 사장. 내가 재미난 거 보여 줄까?”

“?”

양근태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이 가져온 가방 중 하나를 열었다.

가방 안에서 나온 것은 수상한 유리병이었는데, 뚜껑을 연 순간 김준과 라나가 반사적으로 코를 막았다.

“어우-”

“욱! 아저씨, 그거 뭐예요? X냄새 나!”

“까나리 푹~ 삭힌 거야. 요걸 잘 보라고.”

‘아니 그런 걸 왜 가지고 다녀요?’ 라고 말하려는 순간, 양근태는 좀비 무리가 있는 곳을 향해 그것을 힘껏 던졌다.

파각-

포물선을 타고 날아간 까나리 액젓이 담긴 유리병이 깨지면서 그 악취가 사방에 퍼졌다.

그 순간 좀비들이 움직였다.

으어어어-

크어- 크으으으으-

좀비들이 그 소리를 듣고 움직였다.

그런데 놈들이 향한 곳은 유리병을 던진 옥상이 아니라 그 악취 가득한 썩은 액젓과 유리 조각이 넘치는 곳이었다.

“하나 더 처먹어라! 이놈들아!”

양근태는 가방에서 작은 드링크병을 꺼냈다.

아마 저것도 병 안에 지린내 잔뜩 나는 삭힌 액젓이 가득 들어 있어 보였다.

양근태는 새총에 드링크병을 장전하고, 이번엔 다른 방향으로 발사했다.

빠캉!

쉬이이이이익- 파각!

크어어어어!!! 커어!!!

크에에엑!!!!

“미친….”

무슨 썩은 고기 발견한 하이에나 떼들처럼 깨진 액젓 냄새를 맡고 발광하는 좀비들이었다.

심지어 소주병이 있던 곳에 있던 좀비들 역시도 그곳으로 달려갔고, 자기들끼리 부딪치고 걸려 넘어지고, 깔려서 밟히는 와중에 좀비들은 악취를 즐기듯이 혼란에 빠져 있었다.

“저거 대체….”

“1년 동안 봤으면 연구완료지! 저것들은 다른 거보다 냄새에 환장해.”

“!”

“내가 몇 달간 실험했어! 정면에서 마주친 거 아니면 첫 번째가 냄새고, 두 번째가 소리, 그다음이 진동이야.”

“!!!”

“어머, 그러면 오빠….”

라나도 뭔가 깨달았는지 커다란 눈을 연신 깜빡였다.

김준은 엽총을 든 채 쓴웃음을 짓고는 곧바로 일어나 좀비 무리를 향해 총을 겨눴다.

철컥-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일단 잡고서 보죠.”

좀비 무리에 대한 습성은 전부 처리한 다음에 듣기로 하고, 김준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멧돼지용으로 장전한 산탄이 발사되며 사방으로 쇠구슬이 튀며 뭉쳐 있는 좀비들의 몸을 산산이 찢었다.

만약 이 자리에서 수류탄이 두세 개만 있었어도 뭉쳐 있는 좀비를 향해 던져서 바로 전멸시킬 수 있었을 거다.

김준은 엽총으로 좀비들이 뭉쳐 있는 곳만 골라서 산탄총을 난사했다.

썩어 문드러진 좀비들의 피부가 쇠구술 산탄에 찢겨나가면서 하나둘씩 쓰러질 때, 라나가 옆에서 새총을 당겼다.

빠캉!

그녀가 조끼에 채우고 있던 22mm 너트가 좀비 하나의 머리통을 박살 냈다.

뒤이어 계속해서 새총으로 좀비들을 잡을 때, 땡볕의 옥상 아래에서 버티는 게 힘든지 김준에게 말했다.

“하아- 오빠.”

“왜? 못 쏘겠어?”

“이거 벗으면 안 돼요?”

옥상에 안전하게 발사하는 상황에 두꺼운 프로텍트와 오토바이 재킷을 껴입고 있어 땀이 줄줄 흐르는 라나였다.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친김에 자기 프로텍트도 벗어 던졌다.

반팔의 단촐한 차림으로 다시 좀비를 잡아나가는 둘.

양근태는 거기에 맞춰 썩은 내 풀풀 풍기는 액젓병을 여기저기에 던져 좀비들이 이리로 다가오지 못하게 시선을 끌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잡으려는 듯 기다란 파이프로 다트 바람총을 쏴서 좀비의 머리를 맞췄다.

푸욱-

“캬아아악!!! 캬악!!!”

좀비 하나가 관자놀이에 다트가 박히자 마구 날뛰다가 자기 혼자 넘어져 다른 좀비 무리에게 짓밟혔다.

이곳 노래방 건물까지는 다가오지도 못하고 자기들끼리 날뛰고 후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날뛰는 좀비 무리.

덕분에 백 마리가 넘는다고 해서 잔뜩 긴장했는데, 엄청나게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들 비켜요! 화염병 날아간다!”

“히익-”

김준이 화염병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자 라나가 그 뜨거운 불길에 슬금슬금 물러나면서 궤짝을 들고 뒤로 빠졌다.

김준은 불붙은 화염병을 힘껏 던졌고, 좀비 무리 한 곳에 떨어진 화염병은 놈들의 머리에서 깨지며 불벼락을 선사했다.

화르르륵-

크으으으-으어어어-

“라나야! 하나 더!”

“네, 네!”

라나는 궤짝에서 또 한 병 가져와 쪼르르 달려왔다.

김준은 화염병에 불을 붙여 바로 던졌고, 양근태도 거기에 맞춰 몹몰이 용으로 액젓병을 이리저리 던졌다.

덕분에 좀비 무리는 건물까지 접근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뭉쳐서 움직이는 표적 무리가 되었다.

화염병이 계속 던져지는 가운데, 양근태는 뭔가 떠오른 듯 김준에게 다가왔다.

“김 사장!”

“!?”

“저것들 한 번에 잡자! 내가 자주 쓰던 작전이 있어.”

“네?”

“저기 화염병 있지? 그거 몇 개 챙겨봐.”

김준은 일단 양근태의 상황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라나야! 화염병 세 개만 꺼내!”

“네! 오빠.”

그러고는 정면이 아닌 옆쪽으로 빠져서 그쪽 난간을 잡았다.

김준이 올라가서 확인하니 일방통행 골목길과 달리 2차선의 대로였다.

바로 반대편에 김준과 양근태의 차가 있고 이곳 대로는 방치된 모래함이나, 도로의 대형화분에 잡초만 무성했다.

“이리로 유인해서 불 당기자고요? 건물 불 안나려나?”

“절~대 여기까지 불 안닿으니께 걱정하질 마.”

“그래서 뭘 하실…?”

유흥가 2차선 도로로 좀비를 한 곳에 끌어모르여는 양근태.

김준은 일단 가진 총알을 다 쓰는 대신 양근태의 작전을 들었다.

“자, 들어봐. 내가 이걸로 좀비들 한 곳에 뭉치게 만드는걸 쓸 거야. 그러면 김 사장이 화염병 있는 대로 던져서 싸그리 태워 버리면 돼!”

“후, 일단 해 보죠.”

김준의 말에 양근태는 빙긋 웃으면서 가방에서 액젓 통과 폐의류함에서나 꺼내온 것 같은 낡은 티셔츠.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달걀모양의 전자장비 하나를 가져 왔다.

좌르르륵-

티셔츠를 깔고 뚜겅을 열어 액젓을 붓자 안 그래도 땡볕에 땀이 줄줄 흐르고 불쾌지수 최악인데, 썩은 액젓까지 부어지자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우욱-”

라나도 못 버티고 코를 막다가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액젓에 절여진 티셔츠에 그 에그형 전자장비를 넣고 슬링처럼 뭉친 양근태가 외쳤다.

“뒤로 물러나! 젓국 튀어!”

김준은 일단 라나를 데리고 다시 정면 난간으로 달려 그쪽에서 바라봤다.

양근태는 허공에 돌팔매처럼 휘휘 돌려 낸 그 오물 묻은 티셔츠 뭉치를 힘껏 던졌다.

그 뭉치가 바닥에 떨어진 순간…

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

“꺄악!!”

찢어지는 듯한 노이즈가 사방에 퍼지고, 라나가 반사적으로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김준도 황급히 사격용 귀마개를 꺼내 막았고, 저 소음의 정체를 살폈다.

그것은 안심장비였다.

주로 밤거리에 여성안전용이라면서 충격을 받으면 동네 전체가 떠나가라 울리는 호신용 사이렌.

그 소리는 좀비들의 귀도 찢었고, 역한 냄새까지 풍기자 좀비들이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뛰는 좀비와 걷는 좀비 할 것 없이 무지성으로 달려든 놈들.

김준은 정말 옥상에서 100여 마리의 좀비를 쥐떼처럼 움직이는 양근태를 보고서 생존짬밥 어디 안 간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좀만 더… 그래, 좀만 더 가까이….”

걷는 좀비들이 그곳에 달려들어 한데 뭉칠 때까지 기다리는 좀비.

일단 작전을 이해했으니 막타는 자신이 먹일 수 있다.

그렇게 느릿느릿 걸어가는 좀비들에게 제발 좀 빨리 뭉치라고 외치고 싶은 상황.

5분이고, 10분이고 기다려 좀비들이 한 데 뭉치고, 아직도 사이렌 소리가 사방에 퍼질 때, 김준은 곧바로 화염병 두 개를 듣고 양근태가 있는 난간으로 달려갔다.

“지금!”

“오케이! 나도 봤어요!”

김준은 바로 라이터로 화염병의 불을 당겨 그 뭉쳐 있는 좀비를 향해 힘껏 던졌다.

첫 발의 불벼락.

쩍-

화르르르르륵-

두 번째의 불벼락이 이어 떨어졌을 때,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치솟는 불길 속에서 날뛰는 게 보였다.

크어어억- 어억!

캬아아!! 캬아!!!

크뤠에에에엑!! 케에엑!!

각각의 소리를 내면서 산 채로 타들어 가며 날뛰는 좀비들.

김준은 2차선 도로에 뭉쳐서 불타오르는 좀비 무리를 향해 마지막으로 한 병 더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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