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40화 (340/374)

김준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양근태는 이번에도 환자를 데려온 뒤로 그를 꼬드겼다.

“자네가 가면 진짜 거기 있는 물건 죄다 가져올 수 있다니까?”

“으으음-”

“이제는 제혁이도 죽었으니, 제일파 새끼들 신경 쓸 것도 없어.”

두목은 자기 친구라고 쉴드를 쳐 줬지만, 지금에 신릉면 제일파 깡패들은 아포칼립스 시대에 마약까지 빨고 날뛰는 광인들이니 오히려 처리해야 한다고 외치는 양근태.

김준은 담배를 물다가 안쪽의 치료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런 분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렇지. 아마 다들 몸 망가진 상태로 그놈들한테 붙잡혀 있겠지.”

“내가 무슨 경찰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신릉면으로 가면 구할 게 많긴 할 거다.

편의점 하나, 슈퍼마켓 하나 이렇게 털어대면서 물자를 구하고, 그걸 다른 동네의 달걀이나 고기, 채소 등과 교환하면서 살아왔던 몸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도 없었고, 결국, 세상이 완전 망했다면 무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인프라가 필요했다.

“뭐, 생각은 해 볼게요.”

“그래, 한 번 잘 생각해 봐. 난 저 아가씨 치료 될 때까지 여기 있을게.”

결국 오늘은 이곳에서 묵어야 할 것 같았다.

수 시간이 지나고, 마리와 치과의사가 나왔다.

“어때?”

“후우~ 몸 상태가 완전 최악~”

마리는 손사래를 치면서 김준 앞에 주저앉았다.

“지금은 잠들었는데, 깨고 나서가 더 괴로울 거예요.”

“자세히 좀 이야기해 봐.”

김준의 말에 마리는 나니카와 은지까지 같이 앉혀놓고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일단 기본적으로 마약 중독 상태예요. 강제 주사였는지 목 뒷덜미하고, 팔에 바늘 자국 장난 아니었어.”

“어으- 끔찍해.”

“그… 히로뽕 맞죠?”

나니카의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마리.

강제로 여자들 감금해서 마약 중독을 시킨 상태, 거기에 극심한 폭행을 당해 여기저기에 상처가 가득했다.

“다리 꺾인 상태로 방치된 거 급한 대로 부목 만들어서 고정시켜줬고, 멍투성이인 몸 아이싱에 이마 찢어진 것도 10바늘 꿰맸어요.”

“어휴, 어떻게 저렇게 패지?”

“약쟁이 새끼들이 미쳐서 그냥 마구잡이로 팬 거겠죠.”

마리나 나니카 모두 치료하는 와중에 봤던 그녀의 상처를 보고 등골이 서늘한지 부르르 떨었다.

“근데 외상이야 그렇다 쳐도….”

“응?”

“얼굴이 다 무너져 내렸잖아? 그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은지의 물음에 마리는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마리와 같이 수술을 했던 노인이 조용히 다가왔다.

“그거 치아 파절 상태로 방치해서 잇몸 무너진 거요.”

“아! 어르신!”

“선생님!”

치과의사가 피에 젖은 손을 닦아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치아 파절만 4개에 한쪽 어금니는 다 나갔어. 8개는 메워야 해.”

“어우- 어쩌다가….”

김준이 중얼거리자 치과의사는 손으로 자기 턱과 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 이렇게! 탁! 주먹으로 쳐서 충격으로 부러진 흔적이야.”

“개새끼들이네 진짜….”

“그 상태에서 흔들거리거나 중간에 깨진 거니 신경이 드러나고 계속 앓다가 잇몸까지 완전 썩어들어가고, 영양실조 상태이니….”

이야기만 들어도 끔찍한지 마리와 나니카가 서로를 끌어안고 부둥거렸고, 은지가 넌지시 중얼거렸다.

“그냥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거지….”

아마 자신들이 지금까지 잘사는 몇 안 되는 생존자 여성들일 거라고 생각한 은지.

치과의사는 건강상태가 좋은 세 명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김준에게 말했다.

“그, 김준이라고 했죠? 내가 그냥 편하게 불러도 되려나?”

“그러세요. 한참 어르신 뻘인데.”

“그래, 내가 좀 나이가 많긴 하지.”

나이 일흔의 은퇴한 치과 의사.

이름은 모르고, 그냥 ‘편하게 김 원장이라고 부르라.’는 쿨한 분이었다.

“혹시 내일되면 바로 집에 가시오?”

“그렇죠.”

“집에 가면 보통 뭘 하지?”

“음~ 밥도 준비하고, 집도 수리하고, 뭐 그런 거요?”

“낮에 말이요. 낮에.”

“?”

김 원장은 마리와 김준을 불러놓고 자기 생각을 말했다.

“차 타고, 한 20분만 가서 소사벌 대학동 뒤쪽으로 가면 옛날에 내가 운영하던 치과가 있어.”

“네, 치과요.”

“몇 년 전에 동업자한테 넘겨 줬지만, 간간이 차 한잔 하러 들리긴 했지.”

김 원장은 자신이 운영했던 치과를 언급하면서, 안쪽을 가리켰다.

“저, 환자 말이야. 크라운 몇 개 만들어 주고, 브릿지 박는 거 장비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데 안타깝더라고….”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아주 잘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은지가 넌지시 김 원장에게 물어 봤다.

“혹시 저희가 가서 치과 장비 구해와야 하나요?”

“나도 바깥 나간지 오래됐는데, 같이 동행하면 어떻게 안 될까?”

“흐으음-”

김준은 김 원장을 따라 치과 장비를 구하러 가자는 말에 생각에 잠겼다.

1년 동안 치과 치료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김준 일행.

그 모든 게 다 이 절에 있는 치과의사 선생님 덕분이었다.

비록 장비가 열악해서 기계대신 탐침으로 잇몸을 쑤시고, 충치도 손으로 직접 긁어내서 금반지 녹인걸로 원시적인 인레이를 만들어 씌웠지만, 그거로도 씹는 걸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크라운까지 가공하고, 브릿지까지 만들어 씌울 수 있을 수준 이야기가 나오자 확실히 구미가 당기긴 했다.

“근데 거기까지 가려면… 혹시 치과 건물이 어디에 있는데요?”

“그, 대학가 근처에 영춘빌딩 있지? 거기 4층이야.”

“하필 4층….”

김준이 죽어도 안 가는 곳이 지하에 있는 상가들과, 건물 내 엘리베이터 없이 비상구로 올라가는 곳이었다.

그곳은 그 어떤 꿀단지가 있다 해도 골목골목마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무조건 지양이었다.

“치과 장비같은 거 있으면 좋기는 한데… 문제는 거기까지 어떻게 가냐는 거죠.”

“어떻게 그 좀비 나오는 거 때문에 안 되려나?”

“차라리 1층이면 모르겠는데, 거기까지 들어가기에는….”

김준이 난색을 표했을 때, 그 이야기를 듣고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양근태가 있었다.

양근태 역시 치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4층에 있는 곳이란 말에 바로 답했다.

“김 사장! 만약에 간다면 내가 도와줄게.”

“도와요? 뭘 어떻게요?”

“내가 거기 4층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나 믿고 같이 갑세!”

“흐으음?”

김준은 그 이야기에 잠시 생각하다가 세 아가씨를 바라봤다.

김준이 간다면 뭐든 좋다는 나니카, 치과 장비에 대해서 말하며 있으면 좋다고 하는 마리와 그냥 판단에 따르겠다는 은지.

김준은 그녀들을 한 번씩 보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야.”

“네?”

“니들 다 아~ 해 봐.”

“으응?”

“아~ 해 보라고.”

김준은 마리, 나니카, 은지에게 입을 벌리게 한 다음에 안에 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결정했다.

***

타앙-

파각!!!

이튿날 단체로 나온 일행들은 소사벌 대학가 골목을 누비면서 간간이 보이는 좀비들을 잡아나갔다.

“여기는 군락이 안 생겼나.”

“그래도 한 두 마리 수준이니 보이는 대로 잡으면 될 거 같은데….”

조수석에 있던 은지가 석궁을 가지고 멀리 보이는 좀비 하나를 쏘아 맞추면서 한 말.

운전석에서는 엽총이, 조수석에서는 석궁을 가지고서 하나하나 잡아나가자 뒷좌석에 있던 마리와 나니카도 눈을 반짝였다.

“내가 조수석가도 저만큼은 하는데….”

“마리는 돌아갈 때 자리 바꾸면 돼.”

“네, 그럴게요.”

어떻게든 좀비를 발견해서 쏴죽이고 싶은지 손이 근질근질한 마리였다.

“뒤에 잘 따라와?”

“네. 계속 가라고 손짓하시네요.”

뒤에서 따라온느 양근태의 트럭, 그리고 조수석에 있는 치과의사 김원장은 목적지인 영춘빌딩까지 향했다.

골목을 누비고 좀비들을 잡으며 어찌어찌 영춘빌딩에 도착했다.

5층짜리 꼬마빌딩인 영춘빌딩은 1층 공인중개사, 2,3층은 일반 사무실 회사, 4층이 치과였고, 5층은 주거용 원룸들이 있었다.

“어떻게 오긴 왔는데….”

“올라가는 건 괜찮은데, 너무 좁지 않아요?”

“그러니까 말이야.”

앞좌석에서 영춘빌딩의 주변을 살펴보는 김준과 은지.

마리는 빌딩 말고 주변을 살피면서 치과 근처에 있는 1층 약국을 찾았다.

“아, 저기 드럭스토어랑 약국이 붙어 있네? 이따 털고, 저기 가면 되겠네요.”

“응, 일단은 치과 안에 루팅 되는지 보고.”

김준은 차례가 있다면서 차분히 지켜봤다.

그러는 사이 양근태의 트럭이 김준의 캠핑카와 나란히 섰고, 양근태가 먼저 창문을 열고 몸을 빼서 새총을 들었다.

“뭐여? 여기서 새총?”

“창문 노리네요.”

양근태는 4층 [김&박 치과] 간판을 확인하고 바로 새총을 겨눴고, 잘 벼려진 자갈이 빠르게 날아가면서 유리창을 때렸다.

쨍-!!!!!

돌에 맞은 순간 여기저기 균열이 일어난 창문.

양근태는 거기서 몇 발 더 날려서 유리창 한 장을 완전히 박살 냈고, 그 유리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저 양반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나갈 때 다들 발 조심!”

은지는 자기 발부터 장화를 신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기다려봤다.

그리고 양근태가 꺼낸 것은… 전혀 뜻밖의 물건이었다.

우우웅- 우우우우웅-

“어?!”

“와- 저거….”

드론!

4개의 로터로 된 멀티콥터 드론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영춘빌딩으로 서서히 올라갔다.

4층 깨진 유리창 안으로 쏙 들어간 드론.

그리고 몇십분이 지나서야 다시 나오면서 빠르게 내려왔다.

양근태는 그것을 보고는 차에서 내려 김준 일행에게 직접 안에 찍혀 있는 영상을 보여줬다.

드론에 스마트폰을 매달아서 내부를 촬영했는데, 그 소리에도 반응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어우- 무슨 핏자국이 이렇게….”

“내부는 그래도 챙길거 많겠네. 기록차트 무너진 거야 뭐… 어쩔 수 없고.”

내부를 드론으로 비춘 뒤로 대략적인 구조를 알게 된 김준 일행.

그리고 양근태가 먼저 앞장서 내부에 들어갔고, 20분 정도 시간이 들어 깨진 창문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김준 일행은 치과의사 김 원장을 모시고 안으로 돌입하기 위해 움직였다.

오늘은 치과와 약국 털이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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