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을 루팅하고 돌아왔을 때, 그 물건들을 가져다 하나하나 정리하는 자리가 되었다.
박스에서 꺼내 포장된 것만 봐도 아이돌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바로 보였다.
[위이잉- 위잉- 위이잉-]
“아, 이렇게 쓰는 거구나….”
가야가 전동 오나홀 하나를 들고 손가락을 넣고 스위치를 누르자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안쪽 실리콘의 감촉을 느끼고 얼굴을 붉혔다.
“섹스 토이가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네요.”
은지 또한 엉덩이 모습을 본딴 리얼돌을 보고는 싸늘해진 얼굴로 먼지만 닦아내고 바로 박스에 넣었다.
“꺄앗?! 엄맛!!”
“아, 깜짝야.”
“나, 시체인 줄 알았어….”
도경이 박스를 열고 꺼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떨어트린 것은 불쾌한 골짜기의 사람 머리였고, 그 밑으로 살구색의 실리콘이 손발의 형상으로 뭉쳐 있어 멀리서 보면 토막시체처럼 보였다.
은지가 그걸 가지고서 이리저리 둘러봤다가 그 사용법을 알았다.
“이게 그 공기인형이구나, 바람 넣으면 마네킹처럼 되는 리얼돌.”
“으으으- 뭐 이렇게 무섭게 생겼대?”
멀리서 보면 진짜로 사람 형상이어서 더 공포스럽게 보였고, 야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분류했다.
“흐음, 이건 뭐 잘 돌아가네?”
고물상에서 가져온 휴대용 DVD 플레이어들을 일일이 분해해서 내부 기판을 닦아내고 재조립하자 잘 돌아갔다.
문제는 돌려보는 것들이 전부 성인용품점에서 가져온 일본 AV… 즉 야동이라 틀때마다 신음이 나왔다.
[아항! 앙! 아아아아아앙!!!]
“저런 소리 절대 안 나오던데….”
“푸웃!”
라나가 임팩트 있는 한 마디로 모두를 뿜게 만들었다.
확실히 예전엔 몰랐는데, AV에서 여배우들이 하는가짜 신음하고, 실제 섹스할 때하고 소리가 다르다는 걸 김준도 깨달았다.
그때, 에밀리가 성인용품 중에서 하나를 가지고 자기 아랫배에 가져다 댔다.
“나니카~ 이리 와봐!”
“네, 넷?!”
옆에 조용히 있던 나니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가왔을 때, 에밀리는 자신만만하게 일어나 허리에 찬 그 성인기구를 자랑했다.
“뒤돌고~”
“응?”
“꺄핫! 이렇게 쓰는 거구나.”
“흐에엣?!”
별안간 나니카를 뒤돌게 한 다음에 허리를 확 끌어안고 차고 있는 벨트 앞에 거대한 딜도를 엉덩이에 가져다 댔다.
나니카는 갑작스럽게 핫팬츠 너머로 딱딱한 이물감이 쿡쿡 찌르자 기겁하면서 발버둥 쳤다.
“뭐, 뭐예요?”
“이게 스트랩 온 딜도!”
에밀리가 페니반, 혹은 스트랩 온 딜도라 불리는 여자가 허리에 차고 음부에 씌운 모조 남근을 가지고 나니카의 엉덩이골을 이리저리 비벼댔다.
부드러운 감촉이란 전혀 없는 딱딱한 딜도가 골에 확 들어갔다가 옷가지만 아니었으면 진짜 박힐 것 같은 위기.
갑작스럽게 당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니카를 보고 보다 못한 다른 애들이 나섰다.
“하지 마 미친년아!”
“아오, 아주 갈수록 미친 짓을 하네.”
“언니! 그거 성희롱이야!”
도경, 마리, 라나가 일제히 달려들어서 에밀리를 붙잡고 허리에 차고 있는 페니반을 강제로 탈착시켰다.
그리고 보다 못한 김준도 바로 달려가서 에밀리를 붙잡아 엉덩이 팡팡을 해 주려는 순간…
[삐- 삐삐- 삐이이이이이이이!!]
“왓, 씨발?!”
“아우- 뭐야?”
“무전기! 무전기!”
갑자기 기분 나쁜 노이즈가 집 안에 퍼졌고, 모두가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고서 소리가 나는 무전기를 가리켰다.
김준은 그 시끄러운 무전기를 집고서 이리저리 두들겼다.
이건 지난번 양 사장이 줬던 무전기였는데, 이게 갑자기 말썽이었다.
[삐이이- 삐- 삐-]
“아오! 이거 왜 이 지랄이야!”
탁탁- 타악!!!
김준이 연신 손바닥으로 무전기를 내리치다가 한번 세게 맞았을 때, 노이즈가 멈췄다.
“….”
[치지직- 치직- ㅘ줘!! 치직- ᅟᅵᆷᄉᆞᆼ!!!]
“뭐야? 이거?”
“구조 요청?”
은지가 슬며시 일어나 다가왔을 때, 김준도 귀를 기울이면서 무전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치직- 도와줘!! 치직- 이거 ㄷᅟᅳᆨㅗ ᅟᅵᆻ…]
“뭐, 이렇게 목소리가 깨져?”
김준은 계속되는 소리에 무전기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은지나 마리 같은 애들이 슬며시 뒤따라갔고, 페니반 압수당하고 애들에게 붙잡힌 에밀리도 뒤따라가려다가 도경한테 암바를 걸렸다.
“으갹! 놔! 탭! 탭!!!”
“흥!!!”
에밀리가 바닥을 구르면서 손바닥으로 탭을 쳤지만, 도경이는 암바를 풀지 않았다.
***
[치지지직- 김 사장! 김 사장!!!]
“아, 이제 들리네? 여보세요? 양 사장님?”
[치직- 아! 김 시장! 들려? 아이고…]
“여보세요? 어딘데 그렇게 다급해요?”
[치직- 김 사장! 나 좀 제발 도와주게! 긴급환자야!]
“환자?”
김준은 환자를 데리고 왔다는 말에 갑자기 인상이 찌푸러들었다.
지난번에도 긴급환자가 있다고 갔다가 발견한 게 깡패 새끼였는데, 또다시 그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거긴 치료하는 사람이 없어요? 또 어디로 환자 데려갑니까?”
[치직- 나, 지금 절에가네! 아가씨가 많이 다쳤어! 제발 부탁이야.]
“아가…씨!?”
[젠장! 뭘 숨기겠나? 제일파 영역에서 도망친 사람이야! 지금 다 죽어 가!]
다급하게 하는 무전은 은지와 마리에게도 들렸고, 그녀들 역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환자네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치직- 제발 부탁함세! 내 트럭에 있는 짐 원하는 거 다 가져가도 좋아! 좀 도와줘!]
“하- 진짜 일 거리 더럽게 많이 만들어….”
김준이 혀를 차며 무전기를 끊어 버렸다.
담배 한 대를 물고 생각할 때, 마리는 결심한 듯 그에게 말했다.
“절에 가요.”
“그러다 또 제일파 두목 새끼 같은 상황이면?”
“설마 두 번은 없겠죠. 게다가 거기 탈출한 아가씨라면… 으으으….”
“그 노래방 사람들 말고 다른 사람들인가?”
은지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고, 제일파 영역에서 탈출한 놈들을 생각하면 김준도 하나 떠오른 게 있었다.
‘큰스님이 주신 제일파 두목이 남긴 사금고…’
언제고 그곳에 가서 과연 그 안에 뭐가 있는지는 살펴보고 싶었다.
김준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결국 담배를 끄고 나갈 준비했다.
“쯧, 가자.”
“의료도구 준비할게요. 나도!”
“은지도 가게?”
“!”
그러자 마리가 바로 답했다.
“은지 언니가 보조하면 돼요! 요새 의료책 읽으면서 어느 정도 처치는 해요.”
“야매지만….”
의사한테 배웠다고 해도 자격증은 없는 야매 상태.
그래도 아예 모르는 건 아니라며 마리가 은지를 보조로 선택했다.
“아, 그리고 걔들한테는 미안 하지만….”
“!”
“인아나 나니카 중에 한 명 데려가야겠어요.”
“피 주머니….”
“언니, 말을 좀….”
은지의 피 주머니 한 마디에 마리는 헛기침하면서 ‘O형 혈액형’인 둘 중 하나도 동행해야 한다고 제안 했다.
“나니카 데려가자.”
“네. 얘기할게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 명을 데리고 절로 가는 원정길이 만들어졌다.
김준은 무기를 챙기면서 만약 이번에도 시답잖은 인물을 데려와서 무턱대고 도와달라고 한 거라면 양근태의 트럭 짐을 전부 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항복! 항보옥!! 탭탭탭!!!”
“응, 레슬링이나 하면서 조용히 있어.”
암바했던 도경이가 이번엔 에밀리 위에 올라타서 카멜클러치를 시전하자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간데 없고 거실에서 계속 바닥을 두들겼다.
김준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나갈 준비했고, 마리, 은지, 나니카가 그를 따랐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여긴 제가 정리할게요.”
“어, 은야야 쟤들 좀 조용히 시키고.”
“네.”
결국 가야가 가서 도경이랑 에밀리를 떼어놓고서야 끝난 2층 거실의 소란.
김준은 차를 타고 좀비가 적은 골목을 달렸다.
절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끔찍한 상태의 환자를 발견했다.
“우욱-”
“어우-”
“세상에….”
“아, 의사 보살도 오셨습니까?”
치과의사 김 선생과 그 딸인 보건소 간호사 보살이 환자를 모셔놓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 지경이….”
“흐으윽- 흑….”
완전 엉망인 몸 상태였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인데, 몸 이곳저곳에 칼에 베이거나, 담배빵으로 추정되는 화상자국이 가득했다.
게다가 몸 여기저기 두들겨 맞은 걸로 추정되는 타박상에 얼굴도 완전 망가져 있었다.
“잇몸 신경이 엄청 상했어요. 이갈이도 심했고, 빠진 곳도….”
젊은 여성이 이가 여러 개 빠져서 잇몸이 무너져 내려 얼굴 자체가 뒤틀려 있었다.
거기에 심한 폭행을 당해 퉁퉁 부은 상태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살려…흐윽… 주세요.”
“후, 일단 추적관찰 해 볼게요.”
마리는 손을 씻고서 장갑을 꺼내 이곳저곳을 살폈고, 김준은 보다 못해 문을 잠그고서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김 사장.”
“어디서 또 데려온 거요?”
양근태는 김준을 보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말했다.
“박 회장 죽고… 제일파 새끼들이 뽕 만들어서 좀비랑 다를 바가 없다더구만.”
“그럼 저 사람은….”
“거기서 겨우 도망친걸 내가 발견한 거야. 처음 발견했을 때도 뽕기운 안 빠져서 며칠 앓았어.”
“약쟁이예요?”
김준의 인상이 점점 찌푸러들 때 양근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걸 스스로 맞았겠나? 미친놈들이 강제로 주사해서 강간하려고 만든 거지.”
“에휴….”
신릉면 일대는 완전히 무법지대.
좀비의 군락이 사라진 뒤로 조용해지니 약빨은 깡패 새끼들이 그 일대를 헤집어다니면서 생존자들이 죽어 나간다고 한다.
“김 사장. 내 이런 부탁하는 건 좀 염치없지만….”
“그럼 하지 마세요.”
“아, 이 사람!”
양근태는 단호한 김준을 향해 한 가지 제안했다.
“나랑 같이 가서 거기 사람들 구할 수 없을까?”
“제가 왜요?”
“자네도 가면 필요한 게 엄청나게 많을 거야. 거기 약사랑 전문의도 있고, 물자도 나름대로 충분해.”
“여기도 약사 빼고는 있을 거 다 있어요.”
“그리고 신릉면엔 그게 있다고! 농협 창고!”
“거기 묵은 쌀많아 봤자…”
“쌀만 있는 줄 아나? ……도 있다고!”
“그게 왜 거깄어요!?”
“내가 농협 조합원 몇 년을 했는데, 그걸 모르겠나?”
“…후.”
김준은 양근태의 말에 연신 담배를 피우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