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35화 (335/374)

은지와 불같은 밤을 보낸 뒤로 김준은 평범한 나날을 보냈다.

가끔 저녁에 에밀리가 미군부대에서 받은 무전기를 가지고 영어로 방송하는데,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그냥 듣곤 했다.

“이 무전기로 모두가 듣는다는 게 고마워요. 사실 이거 정말로 해 보고 싶었거든요. 심야의 라디오 DJ.”

“그런 말이었어?”

그 순간 에밀리가 들고 있는 미군부대 무전기 스피커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울렸다.

단순 환호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휘익거리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영어로 뭐라 뭐라 했다.

“에밀리아의 방송이 우리에겐 빛이래요.”

“음, 음~ 쟤가 인기가 많긴 하구나.”

“아, 방송 끝났네요. 에밀리가 오빠한테 할 말 있나 봐요.”

에밀리는 무전기로 하는 방송을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김준에게 다가 갔다.

그러고는 옆에서 자기가 영어로 말하는 걸 전부 번역해준 마리를 보고 말했다.

“그걸 굳이 일일이 말해?”

“오빠가 해 달라고 했거든.”

마리는 김준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 자연스럽게 부비대고 있었다.

내친김에 좀 더 머리를 기울여서 김준의 어깨를 타고 내려와 튼실한 허벅지를 배면서 누우려고 했지만, 그녀의 눈앞에 거대한 엉덩이가 들어왔다.

“왔-!”

“준, 나 못 믿어서 그래?”

“뭔 소리야! 무거워!”

마리가 자연스럽게 무릎베개하려고 했는데, 에밀리가 잽싸게 김준의 무릎 위에 앉아서 저 엉덩이가 막고 있었다.

“내가 다~ 말해 줄 텐데, 굳이 마리한테 번역해 달라고 그래? 나 서운하게~”

“아 쫌!”

“꺄아아~”

무릎 위에 앉아서 엉덩이를 못 때려주니 대신 배를 잡고 꼬집자 들썩거리면서 오히려 좋아하는 에밀리.

얘는 아무리 건드려도 오히려 좋아하는 타입이라 이래봤자 효과가 없었다.

김준은 한숨을 쉬면서 무릎 위에 올라탄 에밀리를 그냥 평소대로 대하기로 했다.

“암튼 그 방송 들으니까 결론은 그거 아니야?”

에밀리의 몸을 연인처럼 주무르면서 대해주니 그 손길에 김준에게 더 밀착한다.

“그러게. 미군들 스트레스가 장난 아닌가 봐. 어떻게 라디오 방송만 하는데도 그걸 한다고...”

“통제 없었으면 진작에 약탈하고 다녔을 걸? 사람이 밥하고, 잠만 잘 잔다고 다가 아니야. 섹스가 없으면 그게 무슨 삶이야~”

에밀리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꼈다.

그녀가 미군부대에 방송하면서 안 사실은 흥미롭게 많았다.

대대 단위로 남은 정예 미군, 그 외에 미군 가족들과 군무원들.

하지만 그 속에서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 있어서 성적인 문제가 굉장히 심하다고 한다.

그나마 여자가 아예 없는 게 아니고, 아예 가정을 꾸린 부부들도 있다고 하지만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전사한 전우의 부인하고 눈 맞아서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살림을 차리는 경우도 생기고, 안에서 몇몇 병사들이 가지고 있는 성인물이나 잡지를 가지고 풀거나 심한 경우 아예 성인용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러모로 지금까지 통제가 되는 게 대단한 상황이었고, 처음 미군부대랑 거래할 때 캣콜링을 하던 녀석들을 벨린저 같이 무게감 있는 간부가 바로 통제하지 않았으면 진작에 부대 담벼락을 타고 나왔을 거다.

“더치와이프를 만드는 놈도 있단 얘기는 좀 그렇지?”

“어휴~ 진짜 어떻게든 성욕 해소하려고 하네.”

옆에 있던 마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김준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에밀리가 슬그머니 등을 김준의 몸에 밀착하며 속삭였다.

“리얼 와이프는 여기 있는데~ 준이랑 나~”

“….”

대놓고 김준 앞에서 ‘리얼 와이프’ 드립을 치면서 달라붙는 에밀리를 보고 마리도 질투가 나는지 김준의 팔짱을 끼면서 계속 붙었다.

그렇게 점심 이후에 두 아가씨가 붙어서 꽁냥대다가 하루가 지났다.

그날 밤.

애들 대부분이 자러 들어갈 때, 에밀리는 밤 12시에 심야 라디오처럼 무전기로 또 방송했다.

이번에도 김준이같이 듣고 있었는데, 차이가 있다면 무릎 위에 마리가 아니라 라나가 안겨 있었다.

영어로 뭐라 뭐라 하던 에밀리의 이야기를 듣고 김준이 라나를 슬쩍 봤을 때, 고양이처럼 안겨 있던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빠, 미안! 난 영어 잘 몰라요.”

“됐어.”

김준이 라나를 쓰다듬자 그녀가 그릉그릉 거리면서 더욱 부비댔다.

낮에는 마리가 그러더니, 이번엔 라나가 그런다면서 김준의 품에 있는 그 요망한 년을 노려보는 에밀리.

그녀는 계속 이야기하다가 김준을 불렀다.

“준! 받아봐.”

“왜?”

“여기 캡틴이 할 말 있대.”

“!?”

에밀리가 무전기를 질질 끌고 와 수화기를 건네자 김준은 라나를 안은 상태에서 슬금슬금 다가와 에밀리가 건네준 수화기를 받았다.

“어, 헬로?”

[헬로, 안녕하십니까? 받으시는 분이 서전트 킴준 맞습니까?]

“맞긴 한데….”

[저는 캠프 험프리스 소속의 매튜 리 대위라고 합니다.]

“매튜 리?”

[한국계입니다. 한국 말할 수 있습니다.]

“아!”

벨린저 대령에 이어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주한미군 간부와 통화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늦은 시간에 김준을 직접 찾는 건 뭔가 필요한 게 있단 말이다.

[우리는 미스터 킴의 거래로 좋게 지냅니다. 닭을 주신 것을 잘 키우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하지만 필요한 게 있어. 이리 부탁드립니다.]

“잠깐만요. MRE이나 씨레이션은 우리도 많아요. 거래한다면 필요한 건 총알이예요.”

“불릿! 불릿!”

옆에서 에밀리가 총알을 영어로 말하자, 내부에서 머뭇거리다가 이내 대답했다.

[상부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원하는 건 라이플 탄이예요.”

[이야기 들었습니다. 벨린저 군종실장… 님이 매거진 2개를 교환했다고요.]

“그만큼 필요해요.”

[그건 이야기드리고, 만약 안 된다면 제 매거진을 드리겠습니다.]

“흐으음.”

소총탄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말에 김준은 흥미가 생겼다.

고양이처럼 품 안에 안겨 있던 라나가 김준의 목에 매달려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게, 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뭔가요?”

[저기 그… 포르노를…]

“네?!”

[좀 이상한 요구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많은 장병들이 그쪽에 대해 많이 쌓여 있습니다.]

“포르노~”

에밀리가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지만,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에 군부대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전에 맥심이니 스파크니 하는 잡지들을 몰래 들여와서 병사들이 보던 걸 알았다.

김준은 걸리면 압수 선에서 적당히 넘어갔지만, 그만큼 군 내에서 피끓는 청춘들이 1년 동안 뭉쳐 있으니 그 스트레스가 장난 아닐 거다.

[되겠습니까?]

“일단 필요한 게 있으면 잔뜩 구해 보지요.”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게 우습게 보일 수 있지만…]

“아뇨, 아닙니다. 구해서 거래하기 전 그 주일 시간에 맞춰서 갈게요. 대신 시간이 좀 걸릴거예요.”

[쌩큐, 감사합니다. 서전트 킴.]

매튜 대위가 묘하게 김준을 전역한 군 직책으로 부르는 게 그랬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전역자도 동등하게 군인으로 인정해준다니 상관없고, 딱히 하대하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통화를 마친 김준을 향해 안겨 있던 라나가 조용히 물었다.

“야동을 어디서 구해요?”

“구할 수는 있지. 그것만이 아니라 뭐….”

“으흥?”

“서점 같은 곳을 가서 성인잡지를 구할 수도 있고, 그… 성인용품점 가서 뭐냐….”

“오나홀!”

“아, 음. 그래 그거….”

에밀리는 너무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고, 김준은 그동안 절대 안 가던 성인용품점도 착실히 털어야 한다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미군 아미들한테 딜도나 에그 주면 총으로 쏘려나?”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우린 그런 거 필요 없는데~♥”

에밀리가 그 말하면서 슬그머니 다리를 벌렸다.

오늘 코디는 나시티에 짙은 푸른색의 돌핀 팬츠.

원래 라나나 마리같은 애들이 입고 다니는 걸 에밀리가 입으니 사이즈가 좀 작아서인지 삐져나온 엉밑살과 허벅지살이 씹힌게 보였다.

그 얇은 돌핀 팬츠 안으로는 수없이 했었던 금발의 문이 있다.

하지만 김준은 에밀리 말고 지금 안겨 있는 라나를 쓰다듬었다.

지난번에 장어 먹은 뒤로 잔뜩 해 줬는데, 또 요구하는데 이번엔 다른 애 차례라는 걸 알리는 거였다.

그렇게 오늘 밤은 라나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에밀리는 그걸 눈치챘는지 김준 앞에서 계속 뒹굴뒹굴하면서 교태를 부렸다.

“더치 와이프 쓰는 쟤들보다 준이 더 행복하잖아? 와이프 놔둘거야?”

“언니! 와이프는….”

에밀리가 직접 와이프 인증을 하니, 라나가 자기도 있다면서 더욱 김준에게 붙었다.

하기야 이제껏 살아온 걸 생각하면 사실혼 비스무리한 관계긴 했다.

“그래서 누구 고를 거야?”

“오빠! 나 오늘 안전한 날인데….”

“….”

두 미소녀가 엉겨 붙는 상황에서 김준은 모두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안방에서 나올 때는 혼자였는데, 들어갈 때는 셋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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