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22화 (322/374)

김준은 명국의 집에서 나오면서 물물교환을 든든하게 했다.

꿰에에엑-

푸득- 푸드득-

“형님, 어떻게 장닭 두 마리에 암탉 여덟인데, 될까요?”

“큰 놈들은 그 정도면 됐고.”

“오리도 다섯 마리 챙겼어요.”

명국이 닭에 오리에 15마리를 잡아다가 험비 뒷좌석의 무기고에 집어넣었다.

큰놈들은 이 정도로 됐고, 거기에 추가로 김준이 챙긴 나무궤짝을 가지고 간 명국이 사육장 안에서 병아리떼를 챙겼다.

삐약- 뺙-

짹짹-

손에 집히는 대로 병아리와 새끼 오리, 메추리들을 담아서 한 곳에 담았다.

수십 마리는 돼 보였는데, 여기서 절반만 건져도 3개월만 지나면 훌륭한 자급자족 농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줘도 돼?”

“다 드려도 모자라죠. 형님한텐….”

명국은 그렇게 말하면서 집 옆에 있는 창고를 가리켰다.

“예전에 쓰다가 다시 손질했어요.”

“오~ 부화기구나?”

보통 닭이나 오리를 대량으로 키우는 농가에서 쓰이는 기계였다.

캠핑용 발전기와 태양열 집열판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부화기 안에는 닭과 오리, 메추리의 유정란이 가득했다.

“어차피 저거 다음 주면 부화해요. 그러면 또 새로 키우고 두 달만 지나면 저것들이 알을 낳고, 그렇게 가는 거죠.”

“진짜 요새는 농사가 남는 거야. 먹일 건 충분하고?”

“저번에 그 트럭 행상인 아저씨가 사료 가져다줘서 충분해요. 닭똥 치우면서 거름으로 밭농사도 짓고.”

명국은 여기 문제는 없을 거라면서 김준 일행의 거래를 응원했다.

“총 받으시면 잘 쓰세요. 하긴 여기야 뭐….”

“그래, 고맙다. 다음에 올 때는 쌀이랑 밀가루좀 챙기올게.”

김준은 손을 흔들면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명국과 수영 부부가 같이 나오고 품에 안겨 있는 아기를 봤을 때, 에밀리와 가야가 손을 흔들면서 엄마 미소를 지었다.

“아기가 진짜 예뻐.”

“그러게. 나도 가지고 싶어.”

노골적으로 아기 가지고 싶단 말하면서 조수석에서 운전하는 김준을 바라보는 에밀리.

“지난번에는 안 생겼나 봐.”

“응, 나중에.”

싫다는 말은 안 하고, 나중이라면서 얼버무리며 액셀을 밟은 김준.

삐약- 삐약-

그 사이 가야는 뒤에서 나무 상자에 뭉쳐 있는 작은 병아리들을 보면서 연신 귀엽다며 쓰다듬고 있었다.

“이런 병아리 진짜 오랜만에 봐요. 치킨은 많이 먹어도.”

“원래 새끼 때는 다 귀여워.”

“그러게요. 병아리 옛날에 진짜 좋아했는데.”

가야가 병아리 한 마리를 꺼내다가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귀엽다고 쓰다듬 거리자 병아리가 연신 삐약거렸다.

김준은 계속 손타면 애들 빨리 죽을 수 있다고 한마디 해줬고, 가야가 조용히 병아리를 내려놨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어젯밤에 가야가 앉아 있는 저 자리에서 있던 야한 냄새가 나무 상자에 있는 동물들과 살짝씩 나는 닭장냄새로 묻힌 것이었다.

“가는 도중에 안전 운전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어제처럼 좀비가 단체로 튀어나온다면 거칠게 액셀을 밟고, 핸들을 돌리다가 안에 있는 생물들은 물론이고 애들이 다칠 수 있었다.

오늘은 특히 차 안에 담고 있는 짐이 많아서 휘청거리다가 미끄러지면, 어디 하나 부딪혀서 피를 볼 수 있었다.

김준은 그것을 염두에 두면서 최대한 안전 운전으로 미군부대까지 향했다.

그리고 어제 불벼락을 내려 수많은 좀비를 잡아서인지, 오늘의 하루는 굉장히 조용했다.

“군락 생긴뒤로 다 잡으면 당분간 좀비가 없다고 봐야 하나….”

“군락이요?”

“어제랑 그제처럼 말이야. 한데 뭉친 것만 쓸어내면 그 뒤로는 좀비가 거의 안 보인다고.”

김준이 가야의 물음에 추가 설명해주자 조수석의 에밀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그렇겠지. 어디 좀비 소환되는 것도 아니고, 있던 개체가 한데 뭉쳤다가 죽으니 점점 사라지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지금은 그냥 막 다녀도 되겠네? 가는 길에 편의점이나 마트 보이면 좀 털고.”

“일단은 봐서.”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 거래 이후 돌아가는 길에 해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편의점이나 잡화상 같은 곳을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미군부대 근처에 왔을 때 또다시 좀비 웨이브를 맞닥트렸다.

***

캬아아악- 캬악!!!

“아오, 썅!”

이제는 뛰는 좀비 특유의 괴성을 들을 때마다 닭살이 돋으면서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김준이었다.

미군부대 기지촌에 들어온 김준의 험비는 수많은 골목이 가득한 곳에서 이동이 힘들었다.

차 안에 있는 닭과 오리들이 충격을 받고 이리저리 울어댔고, 속도를 높이고 싶어도 골목길이라 대로처럼 쭉쭉 나가질 못했다.

“오빠! 뒤에 한 10마리 돼요!”

“그게 전부?”

“사이드엔 없어! 저거 뒤에 놈들만 잡자!”

두 아이들이 후방과 좌우를 살피고서 한 말에 김준은 미군부대 장벽이 있는 골목을 보면서 일단 콘솔박스를 열었다.

옆에는 권총 한 자루와 폭죽이 있었다.

“절대 문 열지마!”

김준은 라이타를 꺼내 폭죽에 불을 붙이고는 창문을 열고 힘껏 던졌다.

퍼어엉- 펑- 펑!!

그것을 신호로 차를 돌리며 저 멀리서 맹렬하게 달려오는 좀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여섯발 짜리 리볼버가 연신 실린더가 돌아가면서 불을 뿜었고, 세상 무서운 게 없이 달려들던 좀비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타앙!

파각-

좀비 하나의 머리통이 터지면서 그 자리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나자빠진다.

앞으로 세 발이 더 남았고, 미군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남은 좀비들을 잡아 내려고 할 때…

으어어어- 어어어어-

저벅- 저벅- 쿠웅- 쿵!

쿠당탕탕- 크어어어어!!!

난감한 일이었다.

뒤에서 달려오던 좀비들을 겨우 잡나 싶었는데, 반대쪽 골목에서 상가 안에 숨어 있던 좀비들이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김준의 험비를 노렸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도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좀비들.

몇몇은 피에 젖은 군복 차림으로 잔뜩 부패한 모습이 감염된 미군들로 보였다.

세 방향에서 튀어나오는 좀비들.

김준이 아예 모든 걸 닫아 놓고 존버를 하려는 순간…

뒤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Freezeeeeee!!!!!!!!!!!!”

“!”

김준은 그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차를 뒤로 뺐다.

그 순간 철창 문 너머로 총구가 불쑥 튀어나왔다.

타탕- 탕- 탕!!

타타타타타타타탕!!! 탕-

창살 너머로 튀어나온 총구들이 불을 뿜어댔고, 포위하려 달려든 좀비들은 미군의 불꽃 화력에 뼈와 살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어육이 돼 버렸다.

“아메리칸!”

에밀리의 외침에 맞춰 다시 한번 총성이 사방에서 울렸고, 몇몇은 사다리차 위로 올라와 김준의 험비 뒤에서 달려오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저격했다.

그 모습을 창문 너머로 봤을 때, 소총을 든 풀무장한 미군은 아포칼립스 세상에서도 절대 막을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느꼈다.

수십 마리가 넘는 좀비가 불과 15분도 되지 않아서 미군들의 불꽃화력에 전부 갈려 나가 바닥에 거름이 되었고, 저것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시체 조각들이 녹아내리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후우-”

김준은 미군이 처리해준 상황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거기에 맞춰 창문밖에는 사다리차에 올라온 벨린저 대령이 김준 일행을 보면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대령이라 하더라도 군종장교가 직접 헬멧을 쓰고, 방탄복에 소총까지 들고서 전선을 지휘하는 걸 보니 정말 참군인 스타일이었다.

“은야야.”

“네, 오빠.”

“다들 괜찮지?”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밑에도….”

가야가 슬며시 나무상자의 커버를 열자 그 안에서 놀라서 웅크린 병아리 떼가 보였지만, 아직 살아 있었다.

“여기도 괜찮아요.”

“에밀리도 괜찮지?”

“여기가 두근거려.”

“아, 꺼져.”

자기 아랫배를 쓸어내리면서 새빨개진 얼굴을 보이는 에밀리를 보고 한 마디가 기어이 나왔다.

***

“오늘 고생했어요! 거래를 위해 와 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원래, 현장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눈앞에서 상황을 직접 보여줬군요!”

김준은 벨린저 대령을 향해 스마트폰의 영상을 보여줬다.

지금의 이 상황은 물론이고, 어제와 그제 물자를 가지러 오는 동안 수많은 좀비 군락을 마주친 모습이 블랙박스처럼 찍혀 있었다.

“흐으음-”

“저기 보여요? 안에 닭이랑 오리랑 잔뜩 구해왔어요. 확실한 거래 물품을 줘야 합니다.”

“오우- 우리도 식량을 많이 준비했어요.”

벨린저 대령이 손가락을 튕겼을 때, 미군중 하나가 스테린레스 병과 종이컵 뭉치를 가져 왔다.

“!?”

치이익-

냉기를 보존하는 스테인리스 통에 새카만 물이 컵에 쏟아지면서 탄산기포가 올라왔다.

“…!!!”

오늘은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고, 좀비를 잡으려 여기까지 오면서 무장한 상태로 온몸이 땀에 젖은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받은 그 ‘검은 물’을 받아 가야와 에밀리에게 전해주고 자신도 한 모금 마셨다.

꿀꺽- 꿀꺽-

순간 입안에서부터 목까지 이어지는 그 청량감이 머릿속을 완전히 헤집었다.

딱 1년 만에 먹어보는 검은 탄산음료… 그래, 콜라가 맞았다.

“후아- 와! 씨발!”

“좀 더 있어요. 쭉 드세요.”

벨린저 대령은 빙긋 웃으면서 콜라를 따라줬고, 김준이 석 잔을 먹었을 때, 다른 미군들은 일행 중에 금발의 소녀 에밀리를 보고서 얼굴을 붉혔다.

“에밀리아 록허트?”

“Yes! I! Am!”

에밀리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무전기를 통한 라디오 방송의 주인공이 자기였다면서 커다란 가슴을 활짝 폈다.

그 순간 사랑에 빠진 미군 병사들이 있었고, 벨린저의 통제가 없었다면 당장에 철장을 타고 넘어올 기세였다.

에밀리는 그 시선을 즐기면서 더운 상황에도 김준의 옆에 착 달라붙어 그를 안으며 말했다.

“디스 이스 마이 허즈밴드!”

“!!!!”

대놓고 김준을 안으면서 미군들에게 이 사람이 내 남편이라고 말하자 몇몇 미군들이 탄식하면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래도 모두가 팬이었던 단아한 목소리의 섹시한 DJ가 임자가 있는 몸이라니 아쉬워하며 쉽게 포기하는 게 아메리칸 스타일인가 보다.

“이번엔 무조건 총 주세요.”

“흐음, 지난번 받은 콜트는 잘 있나요?”

“물론이죠. 아직도 잘 써요.”

“좋아요. 그럼 이거 받아요.”

벨린저는 등에 멘 군장을 뒤적거리면서 권총용 탄창 두 개를 건넸다.

둘 다 45구경 총알이 있었고, 이걸로 14발 추가에 종이갑으로 된 30발들이 한 박스를 받았다.

“아니, 권총탄도 좋긴 하지만….”

“콜라에, 통조림에, MRE까지 다 있어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벨린저는 자기 판단으로 김준에게 그것을 건네줬다.

“받아요.”

20발들이의 소총 탄창.

주로 예비군 훈련장에서 실탄사격할 때 쓰이는 그 강철 탄창 두 개를 건네주는 벨린저 대령이었다.

그렇게 김준은 탄창 두 개분인, 총 40발의 소총탄을 추가로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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