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18화 (318/374)

끼릭- 끼릭-

김준은 안방에서 총기류를 분해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그 역시도 식겁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김준이 심신 안정을 위해 선택한 것은 총기 수입이었다.

콜트45 권총을 분해해서 안에 그을음을 긁어내고, 윤활제를 바르면서 내부를 깨끗하게 손질하고 다시 조립했다.

찰칵- 찰칵-

슬라이드를 여러 번 당겨보고 확인한 다음에 권총을 장롱에 보관한 김준.

그 외에 다른 총기들도 하나씩 살펴보다가 고이 잠들어 있는 M4 소총을 바라봤다.

“….”

찰칵-

탄창을 분리하고 내부를 살폈을 때, 이미 여러 번 수입한 이후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깨끗한 내부가 드러난 자동 소총.

탄은 딱 3발이 있어서 그냥 방아쇠만 당기면 소모할 것이었다.

바깥에 있는 좀비 무리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탄창 3개분은 필요할 것 같은데, 미군들이 소총탄에 대해서는 거래를 꺼려하는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들이 이걸 봐야지 위험한 걸 아는데!”

일단 거래를 위해 움직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그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김준은 그것을 두고서 씩씩거리다가 총기류를 집어넣고 방에서 나왔다.

오늘은 밤에 아무도 없었다.

누구 하나 보이기라도 했다면, 낮의 스트레스와 밤에 성욕으로 인해서 마구 했을 것 같은데, 다들 일찍 자고 있었고 그래서 냉장고에 있는 소주만 한 병 꺼내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밤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어서 겨우 처리했다.

***

이튿날.

모두가 모여서 아침식사하고 있을 때, 김준은 오늘 루팅갈 준비에 대해 말했다.

“이따 오후에 명국이네로 갈 거야.”

“아, 괜찮으시겠어요?”

가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을 때, 김준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몸 상태는 문제가 없다는 걸 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좀 점심 넘어서 가려고 해. 준비할게 많이 있거든.”

“준비요?”

김준은 밥을 먹으면서 어제 마셨던 소주병과 같은 병이 쌓인 곳을 가리켰다.

“이번에 나갈 때도 잔뜩 나올 수 있어. 혹시 몰라서 저걸로 무기 좀 만들려고.”

“파이어밤!”

에밀리가 키득거리면서 말하자 김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신나하고 소주병, 설탕, 심지 좀 챙겨야 해.”

화염병이라는 말에 흠칫하는 애들이 있었지만, 에밀리는 할 수만 있다면 자기가 던져하고 싶은 것 같았다.

물론 김준이 들어 줄 리가 없었고 위험물을 만드는 건 김준이 직접 해야 했다.

“저는 그거는 못 만들어서….”

화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은지가 일찍이 그건 못한다고 딱 잘라 말한다.

김준 역시 그걸 이해했고, 아침 식사 이후로 움직이기 전에 가야와 에밀리를 따로 불러 말했다.

“둘 다 나갈 장비 챙기고, 라나는 카메라 좀 챙겨줘.”

“카메라요?”

“폴라로이드 있잖아. 그거 필름 잔뜩 구비해놔.”

“아, 네.”

김준은 라나에게 카메라를 준비하라고 한 다음에 자기 방으로 가서 서랍을 뒤적거렸다.

거기에서 나온 것은 예전에 그 기능을 상실한 물건… 스마트폰이 있었다.

김준은 그것을 충전기에 꽂아 놓고 오랬동안 방전되어 있던 스마트폰에서 불이 들어왔다.

“오빠, 휴대폰은 왜?”

가야가 자기 짐을 챙기다가 김준이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준은 자기 갤럭시 노트를 들어 올리고 말했다.

“이게 앞으로 블랙박스가 될 거야.”

“블랙박스요? 자동차에 그거요?”

“어, 미군 애들한테 보여 줄 거야. 바깥이 이런 상황이고 니들이 원하는 거 가져오는 동안 이렇게 힘들었다. 그러니까 원하는 거 내놓으라고.”

“아….”

가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준이 왜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준비하는지 알 것 같았다.

휴대폰을 충전하는 동안 거실에 있는 빈 소주병을 챙기고 에밀리가 준비한 화학용품들 속에서 화염병을 만들었다.

이거 하나면 좀비가 아무리 많아도 싹 다 태워 버릴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날씨는 오전인데도 등짝이 후끈거릴 정도로 뜨거웠고, 아스팔트에 아지랑이가 생길 정도였다.

이런 날 화염병 던져서 불쇼 한 번 하면 좀비가 불에 타기도 전에 쪄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무기를 챙긴 김준은 어제 마셨던 술기운이 쭉 빠질 때까지 바깥작업으로 땀을 쏟아 내고 샤워까지 해서 준비를 확실히 했다.

“준비 다 됐으면 가자.”

“오빠!”

“응?”

가야랑 에밀리 데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인아가 황급히 다가왔다.

“이거요.”

묵직한 김치통에서 맛있는 냄새가 확 났다.

“닭냉채좀 만들었어요. 더운데 점심은 이걸로 챙기시고요.”

“오, 땡큐.”

원래 점심을 먹기로 한 것을 김준이 오후에 떠난다고 해서 아무도 안 먹고 있었다.

인아는 김준과 가야, 에밀리가 가져가서 차에서 먹을 양을 준비했고, 그들이 떠나면 늦은 점심을 다른 애들하고 먹을 셈이었다.

“항상 고마워.”

“…네.”

자연스러운 스킨쉽인데 머리 한 번 쓰다듬 받았다고 얼굴이 확 빨개지는 인아였다.

오늘의 루팅은 캠핑카가 아니었다.

김준은 다시 험비를 채우고 향했고, 밀봉된 나무 상자 안에 화염병이 가득 담겼고, 인화성 물질은 전부 치워 버렸다.

김준의 품 안에 있는 라이타 하나가 전부였고, 혹시 모를 상황에 소화기와 투척용 방화수 역시도 준비했다.

“가야야. 좀 신경 쓰이겠지만, 부탁할게.”

“네, 오빠. 저는 괜찮아요.”

뒷좌석에 화염병을 담고, 그 자리에 차분한 성격의 가야를 앉혔다.

그리고 조수석에 자리를 옮긴 에밀리는 흥얼거리면서 공기총을 들고 있었다.

“자, 가자!”

“예이!”

어제 일은 어제 일이고, 다시 한번 들뜬 기분으로 바깥에 나가는 에밀리.

김준은 육중한 험비를 운전하면서 자신만만하게 달렸다.

어제 캠핑카도 좀비를 들이받아 벌퍼가 약간 찌그러졌는데, 험비는 그런 거 없이 아무리 들이받아도 기스 조금 나는 수준의 튼튼함이었다.

탁 트인 대로에 험비가 달린다.

오늘은 제발 좀비가 없기를 바랬는데, 중간 지점에서 또 만나버렸다.

크어어어-

캬아아아악- 캬악!

여기도 그랬다.

“오빠! 좀….”

“둘 다 나서지 마! 절대!”

“으, 으응!”

에밀리는 어제부터 좀비를 볼 때마다 날이 서 있는 김준을 보고는 흠칫하면서 공기총을 꼭 붙잡았다.

김준은 차를 멈추고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오늘 챙기면서 블랙박스라고 했는데, 그것을 켜고 카메라를 켜고 동영상으로 전환한 다음에 차 앞에 걸쳐놨다.

지금부터 싸우는 게 전부 저장될 거고, 뒤에 있는 가야에게 말했다.

“은야야! 나무상자에서 화염병 하나 꺼내.”

“네, 여기요.”

가야가 나무상자를 하나 열고서 소주병으로 만든 화염병 하나를 건넸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바로 험비의 루프탑 문을 열고 위로 올라갔다.

기관총은 없지만, 철판 거치대를 잡고 올라오자 좀비들이 김준을 발견하고 서서히 달려들었다.

캬아아악-

캬아!

좀비들이 김준을 발견하고 험비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을 때, 김준은 품 안에서 라이타를 꺼내 심지에 불을 붙였다.

화륵-

길게 뺀 심지에 불이 붙었을 때, 김준은 팔에 힘을 꽉 주면서 야구선수같이 풀스윙으로 화염병을 던졌다.

직각으로 날아간 화염병이 달려드는 좀비 무리를 향해 터졌다.

퍼엉-

화르르르르륵-

캬아아악! 캬아아악!

크어어어- 으어어어-

화염병이 깨지면서 유리 조각 파편이 튀고 안에 설탕이 눌어붙으면서 좀비의 몸에 달라붙어 불길이 치솟았다.

위력은 굉장했다.

엽총과 권총으로 마구 쏴댈 필요도 없이 화염병 한 번 던지면 불길이 치솟으면서 수많은 좀비 무리에게 불벼락을 내렸다.

“하나 더!”

“잠깐만요!”

김준이 외치자 가야가 바로 루프탑 위로 화염병을 건넸다.

김준이 그것을 받아들고 불을 붙인 채 기다렸고, 폭염 아래 불길이 치솟은 자리에서 좀비 몇 마리가 다시 기어나왔다.

온몸에 늘어붙은 파편과 신나로 타오른 불길 속에서 살점이 타들어 가고, 매캐한 연기와 시취가 가득한 상황.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오직 인간을 물어뜯고 먹어 치운다는 감정 하나만 있는 좀비가 비틀거리면서 다가왔다.

“한 방 더 먹어랏!!!”

콰직- 쨍그랑!!!

화르르륵-

직격으로 날아간 화염병이 좀비 하나의 머리에 맞아 깨졌고, 사방에 불길이 치솟았다.

대낮부터 하는 불놀이에 좀비들이 뼈 한 조각 남기지 못하고 타들어갔고, 30분이고, 1시간이고 계속 기다리면서 주변이 새카맣게 그슬릴 때까지 기다리는 김준이었다.

어제의 일을 경험 삼아서 제대로 준비한 김준을 위협할 좀비는 없었다.

그렇게 불길이 치솟으며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숯덩이가 되었을 때, 잔불이 뜨거운 상황에서 김준이 외쳤다.

“방화수!”

“여기요.”

플라스틱 물병 안에 든 방화수를 가야가 건네주자 뚜껑을 열고는 물이 찰랑이는 병을 불길 속에 던졌다.

치이이이익-

연달아서 물병을 던지자 뚜껑이 열린 채 사방으로 흩뿌려진 물들이 잔불을 꺼트렸고, 아스팔트가 새카맣게 타들어 간 흔적과 연기가 확 뿜어졌다.

“됐어! 가자.”

나머지는 더 볼 것도 없었다.

끼릭-

부우우우우웅-

콰득- 콰드득-

기어를 바꾸고 풀 액셀을 밟자 바퀴 너머로 뼛조각과 좀비의 살점을 그냥 밟고서 돌진해 버린 김준.

좀비 무리를 처리한 김준은 그 뒤로 계속 달렸다.

신기하게도 한 곳에 뭉친 좀비들을 다 잡아버리니 그 이후로는 나오는 게 없었다.

이후로는 명국이네 집까지 일사천리로 왔다.

하지만 김준 일행이 본 것은 그의 집 근처에 널브러진 좀비 시체들이었다.

“어머!”

“와우….”

옛날에 그 기능을 상실한 마른 논밭 일대에 화살이 꽂힌 채로 허수아비처럼 쓰러진 좀비들이 가득했다.

격한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준은 길거리에 거슬리는 좀비들을 차바퀴로 깔아뭉개 완전히 부숴 버렸고, 클락션을 울려서 명국의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김준이 험비를 앞세워 찾아오자 그들 역시도 안도하면서 바로 안으로 안내했다.

오후부터 진땀을 뺐던 전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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