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17화 (317/374)

김준은 차를 타고, 아산으로 향했다.

이미 여러번 다녔던 곳이라 좀비도 싹 쓸어버리고, 불에 탄 채 널브러진 폐차들도 요리조리 피해서 갈 수 있었다.

몇 번째 폐차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중간쯤 도달했을때, 김준은 네비를 안 봐도 알 수 있는 익숙한 길을 향해 설명했다.

“조금 있다가 휴게소가 나올 거야. 일단 거기에서 차 좀 멈추고 안에 마트에서 적당히 물이랑 소주 좀 챙기고 쭉 가면 될…”

캬아악- 캬아아아악-

“?!”

김준은 눈앞에서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는 좀비 무리를 보고 흠칫했다.

“어머! 오빠!”

“뭐야! 어디서 저렇게 튀어나오….”

“준! 뒤에도 잔뜩이야!”

“뭐!?”

조수석에 가야가 다급하게 무기를 챙겼을 때, 뒷좌석에 있는 에밀리도 벽을 두들기면서 다급하게 외쳤다.

김준이 후진하면서 돌아봤을 때, 도로 난간에서 피에 젖은 손이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었다.

쿵- 쿠궁-

척- 크어어어-

고가도로를 타고 올라온 좀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고, 김준은 이것들이 언제 이렇게 모였나 당황했다.

“미친! 저게 뭐야!?”

부우우웅-

김준은 다급하게 후진을 하면서 어떻게든 거리를 벌렸다.

정면에서 달려드는 좀비 무리와 양 사이드에서 고가를 타고 올라온 좀비까지 합치니 정말 엄청난 수였다.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직접 처리했던 김준 역시도 식은땀을 살짝 흘렸고, 그동안 좀비 잡으면서 밖에 나가는 걸 피크닉처럼 즐기던 아이들이 겁에 질렸다.

“너, 너무 많아!”

“shit! 얼마든지 와 봐! 싹 다 잡아버릴….”

“에밀리! 너 절대 창문 열지 마!”

김준은 이 상황에서 아예 가야와 에밀리에게 일러둔 다음 자신 역시도 엽총을 장전하면서 싸울 준비를 했다.

멧돼지탄과 꿩탄을 장전한 김준은 최대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 엽총을 두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철컥- 타앙!!!

더블배럴 샷건이 불을 뿜으면서 흩뿌려진 산탄이 좀비들의 몸을 찢어발겼다.

키이이익- 키익!

캬아아악!!!

그중에서도 뛰는 좀비들이 앞장서서 다가오다 김준의 총에 맞아 하나둘씩 쓰러졌다.

하지만 산탄을 맞고도 맹렬히 달려드는 좀비 무리였고, 김준은 바로 새 총을 가지고 발사했다.

탕- 탕-

세 발이 장전되는 샷건 역시도 불을 뿜으면서 총 다섯 발의 산탄이 좀비들의 머리를 맞췄다.

흩뿌려지는 산탄이 좀비의 몸을 꿰뚫었지만, 그 뒤로도 고가도로 위로 기어 올라온 좀비들이 달려들었다.

탕- 탕-

“이런…!!”

김준은 5m까지 다가온 좀비 무리를 권총으로 쏘아 맞히다가 반사적으로 액셀을 밟았다.

부우우우우웅-

다시 한번 후진을 하면서 곧바로 창문을 닫은 김준.

이미 조수석에 가야나 뒷좌석의 에밀리 역시도 상황을 보고서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후우- 후우….”

숨 돌릴 틈도 없이 미어터지는 좀비들을 보고 김준은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 거 싶었다.

후진으로만 계속 빠지면서 좀비 무리를 상대할 때, 뒷좌석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준! 뒤에서 또와!”

“씨발!”

김준이 아예 차를 돌렸을 때, 그곳에도 좀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쪽은 걷는 좀비 위주였고, 김준이 권총을 쏘면서 돌진했을 때,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탕- 탕- 탕- 철컥!

7발짜리 콜트45의 탄창이 비웠고, 재장전을 준비하기 전에 그냥 차를 몰아서 틀어버렸다.

쿠당탕탕-

그그그극-

그 사이에 보이는 좀비들을 그대로 치어 버리고, 차바퀴에 깔아뭉개면서 가는 돌진.

저 뒤에서 한 무리의 좀비들이 달려왔을 때, 김준은 기어를 바꾸고 곧바로 달렸다.

“안 되겠다 가자!”

“준, 집에 가는 거야?”

“저거 도저히 안 된다고!”

그동안 수많은 좀비를 잡아왔지만, 이 정도로 수가 많은 상황에는 답이 없었다.

지난날 동탄에 다녀왔을 때도 뛰는 좀비 위주로 잔뜩 나와서 제대로 수색도 못하고 물러났는데, 딱 그 상황이었다.

김준은 중간쯤 와서 다시 집을 향해 달렸고, 점점 늘어나는 좀비들이 빽점으로 만들고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끼이익-

“후우… 후우…”

다급하게 도망친 뒤로 좀비들을 따돌린 다음에 겨우 힘겹게 숨을 내쉬는 김준.

“….”

조수석에 앉아있는 가야도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김준을 바라봤고, 에밀리 역시도 평소에 치던 드립도 못 하면서 공기총만 어루만지고 있었다.

치익-

김준이 담배 한 대를 태우면서 숨을 고르면서 뒤를 바라봤다.

고가도에 있는 좀비들은 더 이상 찾아오지 못했고, 다음에 올때는 그 이상의 무장을 갖춘 다음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영주 아저씨네도 별일 없어야 할텐데.”

“그 전에 우리도….”

에밀리가 넌지시 한마디를 거들었고, 가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

“안 되겠다. 집에 가자.”

“명국이네도 안 가고?”

“내일 가야겠어. 일단 집에 가서 무전할게.”

갑작스럽지만 오늘은 물자교환 취소.

김준이 차를 돌려서 집으로 향할 때, 소사벌종합운동장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대도 그동안 안 보이던 좀비 무리가 있었다.

“오빠! 저기!”

“아오- 이것들 무슨 단체로 정모 나왔나!”

크어어- 크어어어-

다시 한 번 좀비들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김준은 차를 돌리고 다른 길로 향했다.

오늘은 정말 날이 아닌 것 같았다.

김준이 사잇길을 찾아가면서 좀비가 안 보이는 길로 달렸고, 그러는 사이에도 간간이 좀비들이 보였지만 무시하고 쭉 달렸다.

그리고 원래라면 30분이면 도착할 곳을 두 시간 가량 술래잡기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김준 일행을 보고 집에 있던 아이들이 놀라했지만, 새하얀 캠핑카 트럭에 찐득하게 묻어있는 좀비의 피와 뇌수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아이들은 바로 마스크를 쓰고 풀무장을 하며 세차를 준비했다.

그렇게 가야와 에밀리가 나와서 짐을 정리했고, 은지가 김준과 함께 세차를 마친 다음에 바닥에 있는 핏물까지 싹 닦아냈다.

그동안 중간에 루팅을 접고서 돌아온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이번에 또 갱신을 하게 됐다.

김준이 한숨을 쉬면서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안에서는 에밀리가 호들갑을 떨면서 이야기를 풀고 있었다.

“조온~~나 많아! 무슨 도로 전체가 좀비로 있었다고!”

“어머! 진짜? 거기 원래 그렇게 없었는데?”

“몰라! 거기다가 이렇게 높은 고가 있잖아? 좀비가 거길 타고 올라왔어.”

“세상에….”

“결국 준도 GG! 오늘은 이렇게 끝이라는 말이야.”

에밀리는 다른 애들을 모아놓고 그때 있었던 이야기를 했고, 거실에 있는 가야는 연신 물을 마시면서 손이 떨리고 있었다.

“고생했어.”

“아, 오빠! 죄송해요….”

“아니야.”

김준은 가야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위로해줬다.

일단 애들이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에서 무전기를 챙긴 김준이 연락을 했다.

정토사는 다행이도 별 문제가 없었다고 했고, 소사벌 황 여사 일행 역시도 언제 오냐는 이야기는 해도 좀비가 몰린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명국이네 연락을 했을 때, 그는 늦게 되어서야 겨우 연락을 받았다.

[치직- 형님! 준이 형님?]

“왜 이렇게 무전이 안 됐어?”

[치직- 형님! 저 지금 좀비 잔뜩 잡고 왔어요.]

“뭐? 얼마나!”

[엄청 많이 나왔어요. 갑자기 놈들이 한데 모여서 달려드는데… 어휴.]

김준 쪽만 아니라 명국이네도 좀비 무리에 집을 습격받아서 화살을 쏴서 겨우 물리쳤다고 한다.

[뛰는 좀비 있었으면 저희도 진짜 위험했어요. 수영이도 막 울다가 딸하고 겨우 잠들었고요.]

“우리도 그랬어. 고가 타고 다른 동네 가려고 했는데, 씨발… 너무 많아서 돌아왔다.”

[치직- 거기도요? 이거 진짜 이상하네.]

김준은 명국과 같이 오늘 잡았던 좀비놈들의 이상행동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확실히 이상해. 원래 다니던 길에서 좀비라고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튀어나왔어.”

[저희도요. 주변에 보이는 대로 좀비 다 잡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이 나타날줄 몰랐어요.]

“이게 무슨… 특정 사이클에 맞춰서 좀비가 집결하거나 그런게 있나?”

[형님, 예전에 전기 발전기 가지고 그 진동이랑 소리로 모인다고 이야기 했잖아요? 이번에도 그거려나요?]

“아냐, 그때하고는 좀 틀려.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뭐가 있는 것 같아.”

일단 겪었던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해도, 뭔가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 대화를 하면서 김준이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좀비들이 갑자기 한곳에 뭉치고 있다.

김준은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았다.

“명국아.”

[네, 형님.]

“내가 일단 무기 좀 챙기고, 내일 너네 집 좀 들릴게. 만나서 얘기좀 하자.”

[치직- 네. 오세요. 같이 이야기 하시죠.]

그렇게 오늘 아산으로 가는 원정 실패 이후, 내일 명국을 만나 다시 이 사태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약속한 김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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