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03화 (303/374)

끼이익-

“다 왔다.”

“하! 오늘도 무사히 왔네요.”

조수석에 앉아 있던 인아는 좀비와 싸우고,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 교류한 뒤로 무사히 집에 돌아온 상황에 안도하며, 차에서 내렸다.

김준 역시도 무기를 챙기고서 안전벨트를 풀었을 때, 뒤에 있던 가야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아, 그 노래!”

어쿠스틱 기타로 치는 그 노래를 가야가 부른 순간 김준은 마음이 풀리면서 빙긋 웃었다.

가야 역시 오늘의 상황 잘못한 것도 있었지만, 김준의 미소를 보고서 같이 웃으면서 짐을 챙겼다.

메추리와 오리고기, 종자까지 한가득 담아온 뒤로 그것을 들어 집까지 올라가는 김준.

문이 열리면서 도경이와 라나, 나니카가 뛰어와 김준 일행이 가져온 짐들을 하나하나 담았다.

“오리구나….”

“닭은 집에 많으니까.”

“제가 들게요.”

이제는 동물 시체를 보고도 무덤덤한 아이들이었고, 도경이 나무상자에 한가득 담겨 있는 털뽑은 오리들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안에서는 좋은 냄새가 솔솔 났다.

“뭐야? 저녁 만드나보네?”

“은지 언니랑 에밀리 언니가 같이 만들어요.”

“!”

뭔 상황인가 싶어 주방으로 왔을 때, 그곳에는 정말 둘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감자칼 있잖아! 그걸로 깎아.”

“흐응~ 이걸로 하는 게 더 편해.”

“무슨 사과 깎니?”

에밀리는 감자를 들고서 과일 깎듯이 칼로 깎아내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로 이어진 감자껍질이 툭 떨어졌고, 그걸 도마에 올려놓고 잘 썰 때, 은지가 싱크대를 만지면서 말했다.

“싹은 보이는 대로 다 잘라 내.”

“독 있는 건 나도 알아.”

“감자 다 깎고는 당근이야.”

“당근 빼!”

“후우… 알았다.”

에밀리는 양파를 손질하고, 감자도 잘게 잘라서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은지는 카레 가루를 가져다가 물에 풀고, 밥을 앉히고 있었다.

카레를 만드는 것 같은데, 둘이같이 움직이고 있으니 뭔가 신기했다.

“어머, 카레 하는 거예요? 저도 도울게요.”

“인아는 국 좀 만들어 줘. 계란국하고 장국하고 뭐가 좋을까?”

“장국 만들게요. 팽이버섯 썰어서요.”

“그래, 그러자!”

바깥에 다녀온 인아까지 합류해서 음식을 만들고, 뒷정리는 나니카와 가야가 도왔다.

김준이 그 상황을 보고서 멋쩍게 웃었을 때, 마리와 라나가 그의 양팔을 잡고는 조용히 잡아당겼다.

김준은 그녀들을 따라 옥탑방에 올라가 담배 한 대를 태우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뜻밖에 쉽게 풀렸어요.”

“마리가 그런 거 중재를 잘했구나.”

“오빠~ 나도 거들었는데!”

라나가 자신도 잊지 말아 달라며 김준의 옆을 와락 끌어안아 부비댔다.

김준이 고양이처럼 그릉거리는 라나를 한팔로 안아 쓰담 쓰담해주면서 마리의 이야기를 들었다.

“안 그래도 술병으로 일어난 에밀 리가 기분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은지는 아예 마주쳐도 말도 안 하고.”

“그래서?”

“예능 시절에도 그런 일 몇 번 있었어요.”

“걸스파이팅~ 그거 촬영도 진짜 그립다.”

생각해 보면 여기 있는 8명 멤버 모두 각자의 소속사에서 에이스들만 모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했던 사이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고, 마리는 그것을 이용했다.

“원래 이럴 땐 PD님이같이 손을 쓸 수 있는 걸 많이 했어요. 같이 등산을 간다던가, 요리를 같이 만든다든가 하는거요.”

“그렇게 마주 보면 오히려 더 화내지 않아?”

“그걸 안 하게 라나랑 나니카가 엄청 바람 넣었죠. 카레 먹고 싶다, 냉장고에 고기 쌓여 있다. 이러면서….”

마리의 말이 나온 뒤로 은지는 내색은 안 했지만, 바로 대형 냄비를 꺼내고, 카레가루의 유통기한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때 마리의 오더를 받은 라나가 넌지시 ‘에밀리 언니는 옛날부터 칼질 안 하지 않았냐?’라고 살살 긁으니 그녀가 부엌칼 하나 들고 야채를 손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자기가 원래 미국에서 바비큐나 롤 만들 때 칼질 잘했다고 보여주더라고요.”

그 뒤로 서로의 실력을 본 은지와 에밀리.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은지한테 카레 만드는 야채 손질을 에밀리에게 시켜보자고 했고, 에밀리는 신이 나서 저러고 있는 거였다.

“둘 다 자기 영역만 침범 안 하면 얌전하다니까요?”

마리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자신이 해결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김준은 돌아오자마자 어떻게 해결할지 몰랐는데, 뜻밖에 여자 일은 여자애들끼리 처리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마리야 정말 잘했어.”

“흐응~?”

“이리 와 안아줄게.”

한쪽 팔을 벌려서 마리가 달려올 때, 살포시 안아주며 토닥이자 두 미녀가 이리저리 김준의 몸에 부비대면서 애교를 떨어댔다.

“다음 루팅때는 니네 둘 데려가도 되겠다.”

“흐응~ 어디로 갈 건데?”

“미군부대겠지. 라나 너도 같이 가면 재밌겠다.”

“밖에 나가는 게 재미가 아닌데….”

이제는 밖에 나가서 좀비를 잡는 상황에서도 무서워하기는커녕 즐기려는 애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

안전만 잘 챙긴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한 김준은 둘을 끌어안은 채 2층으로 내려갔다.

안에서는 에밀리가 썬 야채와 은지가 만든 카레가 만들어지면서 맛있는 냄새가 더욱 풍겼다.

“오~ 냄새좋다.”

“준~ 오늘 세 그릇은 먹어야 해!”

“맛 있으면 다 먹지.”

“이거 하려면 기력 채워야 하잖아.”

에밀리는 두 손가락을 교차해 원으로 손가락을 이리저리 쑤셔대는 섹드립의 행위, 거기에 입맛까지 다시고 있었다.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저 섹무새가 또 날뛰는 상황.

같이 밖에 다녀온 가야와 인아가 황급히 제지하려고 했고, 은지도 그 모습을 봤지만…

“….”

은지는 그냥 말없이 지나치면서 테이블에 음식을 올려놨다.

그리고 오늘 저녁 카레 라이스에 장국, 카라아게 스타일의 닭튀김과 계란프라이와 우동까지 엄청난 진수성찬이 펼쳐졌다.

“맛있다.”

“내가 만든 거니까 맛있어야지~♥”

밥 먹는데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안긴 에밀리.

언제 닿아도 커다랗고 육덕지고, 말랑거리는 천연 가슴이 팔에 계속 닿았고 수저로 국까지 떠서 입 벌리라고 먹여주는 호사 중의 호사.

가까이 붙을 때 이제는 특유의 체취가 된 은은한 장미향 바디워시가 코를 간질겼다.

“아~ 해 봐. 아~”

“야, 다른 애들 봐.”

“이제 봐도 상관없을 걸?”

에밀리가 색기 가득한 눈으로 돌아볼 때, 은지부터 다른 애들이 모두 다른 이야기했다.

“우리 앞으로 식사 당번 만들어서 돌아가면서 할 거야.”

“헐~ 그럼 어떻게 바뀌는데요?”

“일단 2인이니까 나랑 인아 한 명은 고정하고 파트너가 바뀌는 거지.”

“오~ 그런 이야기 마쳤구나?”

“이제부터 야채 써는 칼질하고, 고기 손질하는 거, 뼈 발라내는 거, 물 양 맞추고 면 뽑는 거 다 할 거야. 장비도 다 있는데 못 할 거 뭐 있어?”

“그…누구 먼저 할지는 정했고요?”

“봐야겠지. 저기서 오빠 물고 빨는 에밀리가 계속할지, 아니면 다른 애가 할지.”

“!”

언급은 하지만 거기에 대고 누구도 질투하지 않는 분위기.

김준은 어쩌다가 이 상황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투닥거리는 건 없고 에밀리도 누구를 긁지 않는 상황에 어떻게 해결은 된 거 같아 안도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벌써 며칠 연짱으로 먹는 술인지 모르겠지만, 안주가 저녁에 먹던 닭튀김에 샐러드까지 있으니 이건 못 참았다.

그것도 자기 방에서 오붓하게 에밀리랑 먹고 있으니 더욱 천국이었다.

쪽- 쪽-

에밀리는 김준의 이마에 연신 키스하면서 가슴골에 숨겨 놓은 그것을 꺼냈다.

“짜안~”

“뭐야, 사탕?”

“예스~”

“어디서 났어?”

단 거라고는 설탕가지고 달고나 만들어 먹는 건 봤지만, 이런 막대사탕은 예전에 썩었을 텐데 그걸 가지고 있었다.

에밀리는 그것에 대해 출처를 밝혔다.

“창고에 있는 그 MRE있잖아. 아메리칸 전투식량.”

“어, 어!”

“그거 몇 개 뜯었는데, 안에서 코코아 파우더하고 츄잉껌, 투시 롤, 그리고 추파춥스가 나왔어.”

“아아….”

원래 미군 전투식량에 씹을 거리가 많긴 했지만, 버전 별로 그런 것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덕분에 오늘 애들이 당분 충전해서인지 충돌도 없었고 하늘하늘 거리면서 행복감이 넘쳤다.

그중에서도 가장 high한 우리 에밀리는 오늘도 제대로 꼬시러 왔는지 커다란 가슴이 골을 만들어 출렁이는 원피스 차림이었고, 매끈한 다리와 그사이에는 까실거리는 감촉이 있었다.

아무래도 또 원피스 안에 팬티 없이 그냥 왔나 보다.

“아까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으응? 왜에~?”

“너랑 은지랑 투닥거리는 거 얼마나 갈 줄 알고. 어제 그렇게 서로를 긁어댔으면서.”

“아! 그거? 둘이 합의 봤어.”

“그래? 다행이다~”

“은지도 그거에 대해서는 넘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 좀비 아포칼립스 끝나고 나도 여기 계속 남아서 준이랑 있으면서 말이야.”

“!”

몇 번이고 들었지만, 톱 아이돌이 모든 것을 던지고 이 시골집에서 김준하고 산다는 말은 참으로 신기했다.

언제나 ‘현재가 중요하다.’ 라고 말하던 에밀리여서인지 지금 현재는 완전 김준에게 빠져서 그를 녹이려고 하는 게 얼굴과 입술, 그리고 가슴과 자기 무릎을 적시는 아랫도리에 드러났다.

“어쨌건 합의해서 다행이네. 은지가 뭘 말했는데 승낙했어.”

“응~ 그게 말이야~♥”

에밀리는 김준의 품에 확 안기면서 그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아기는 내가 먼저 가지는 조건으로 애들하고 안 싸우기로 했어.”

“!?”

“에밀리 주니어를 만들자는 얘기야.”

에밀리는 그러면서 김준의 귓불을 잘근 짓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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