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자요.”
“어?”
김준이 은지에게 요청했던 골뱅이 소면을 인아가 만들어와 테이블 위에 올렸다.
“너도 안 잤어?”
“아, 뭐야~ 부엌에 계속 있었는데~”
“어, 그랬어? 미안.”
평소와 다르게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다가오는 인아.
게다가 말도 묘하게 짧았다.
“인아가 만든 거니까 더 맛있을 거예요.”
뒤이어 은지가 부엌에서 나오면서 소주를 몇 병 더 가져 왔다.
야밤에 먹는 골뱅이 소면 안주에 소주는 김준을 미치게 했다.
“크~ 좋다.”
“더 따라드려요?”
“어-”
인아는 평소와 다르게 김준의 옆에 착 달라붙어서 잔이 빌 때마다 소주를 따라줬다.
갑자기 왜 이러냐고 묻고 싶었는데, 그전에 맞은편에 앉은 은지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면서 김준에게 말했다.
“오빠, 이거 엄청나게 좋아하잖아요?”
“어, 어?”
“나나 인아한테 술안주나 술 먹고 숙취 음식 차리는 거.”
“어어, 음… 그래, 솔직히 존나 좋지.”
“그래서 준비했어요.”
은지랑 인아라는 두 톱 아이돌이 김준의 집에서는 요리 담당이 되어서 매일 같이 다채로운 음식을 만들어 준다.
남들은 아포칼립스에서 연못에 고기를 잡아 끓이고, 소금이나 간장 등의 조미료도 못 구하는데 여기는 인터넷이 안 통한다는 것을 빼곤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쉘터였다.
거기에 이렇게 초미녀들이 음식을 만들어 주고 술도 따라주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오빠 때문에 편히 지낼 수 있어요~”
김준의 옆에 앉은 인아가 점점 더 밀착하며, 자기 다리보다 굵은 김준의 팔을 꽉 잡고는 살포시 안겼다.
“!?”
다른 아이였다면 익숙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평소 이런 스킨십은 거의 없던 인아가 착- 달라붙어서 안기는 상황에 뭔가 당황스러운 김준이었다.
“아니, 얘 왜 이….”
“오빠, 솔직히 아까 이야기할 때 술 땡겼지?”
“으, 으응?!”
지금 인아가 달라붙는 것에 당황하던 김준은 은지가 한 번 더 운을 띄우자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아니, 뭐… 원래는 술 마시며 얘기하긴 했지… 근데, 지금은 그런 게 아니니까 진지하게 말했던 거고.”
“그러니까 한 잔 더 받아요.”
쪼르륵-
은지는 자기 잔을 채운 다음에, 다 비운 소주 대신 새것을 따서 김준의 잔에 채워줬다.
그 옆에서 인아가 계속 부비대는 상황에도 당황할 만하면, 계속 은지가 뽐뿌를 넣으니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오빠~ 너무 좋아~”
“어… 인아, 네가 그 말 하니 좀 어색하긴 하….”
“준이 오빠가 빠질만 하지. 우리 다 구해 준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은지가 꼈다.
“오빠, 그거 기억해요? 가야 언니 계속 루팅 꽝친 뒤에 인아데리고 가서 종자구해 온 거요.”
“아~ 종묘상 턴 거? 맞아. 생각해 보니 얘도 드럽게 말 안 들었어!”
“헤헷~ 미안 해요오~”
김준은 그때를 생각하니까 순간, 인아를 쥐어박을 뻔했다.
그렇게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차 앞에 스티로폼 박스 챙기면 좋겠다고 쪼르르 달려 나와 말도 없이 그걸 가져오고, 좀비의 피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데, 실내화 찍찍 끌고 나와서 자연스럽게 가게 안을 휘저었다.
“너 농사짓는 거 아니었으면, 나한테 혼났어.”
“피~ 무슨 아재야? 호온~났어?”
별로 술도 안 마신 것 같은데 계속 애교를 벌이는 인아.
그 상황에서 김준 역시도 뭔가 눈치를 챘는지, 어색해하던 상황을 접었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확 펼쳐서 자기 체구의 반도 안 되는 소녀의 등짝을 내리쳤다.
짝-
“꺄앗!?”
“그르니까 조심~ 조심 좀 하자고? 으응?”
이것도 김준이 어금니 꽉 깨물면서 웅얼거리면서 말하자 맞은 인아도, 맞은편에서 바라보던 은지도 빵 터졌다.
“아~ 그렇다고 등을 왜 그래에~?”
“자, 짠 하자.”
은지가 거기에서 술잔을 들어 올리자 모두가 종이컵에 가득 찬 소주를 쭉 들이켰다.
김준이나 은지는 상관없지만, 인아는 이렇게는 못 마시는지 중간쯤 마시다가 한번 움찔하고 겨우 삼켰을 때도 연신 헛구역질을 해댔다.
“원샷 할 필요는 없었는데….”
“힉- 아니예요. 전 원래 어울릴 때 이랬잖아요?”
“뭐, 라나나 가야보단 잘 마시네.”
“가야 언니는 자기 알쓰라고 맨날 말했는데….”
“맞아, 그 언니 여기 오기 전까지 주량이 소주 한 병 마시는데, 두 시간 걸렸을 걸?”
은지가 거들면서 말하자 김준은 피식 웃으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에이~ 그럴 리가! 걔가 내 방에 와서 마신 소주가 몇 병인데….”
“오빠 모르시는구나~ 가야 언니, 알쓰라 억지로 마시다가 쓰러진 적 한두 번이 아니예요.”
“내 앞에선 잘만 먹던데?”
“그게 다 억지로 버틴 거죠.”
은지는 오늘따라 굉장히 하이텐션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아니 적어도 올해 초만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말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술은 마셔도 그냥 한 병 비우고 슬며시 나가거나, 다른 애들이나 먹으라고 한 다음에 안주 하나 만들어 주고 그냥 가 버렸다.
근데 ‘그때의 등을 공개한 날’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이렇게 자유롭게 말한다.
물론 김준에게는 그때의 얼음 여왕 은지보단 이때의 털털한 은지가 더 좋았다.
“은야가 그랬었구나….”
“진짜 몰랐어요? 가야 언니 진짜 오빠 앞에서 내색 안 했구나~”
옆에 착 달라붙은 인아도 가야에 관해 이야기하자 김준은 떠오르는 기억이 많았다.
처음 방에서 먹을 때 갑자기 펠라를 해 준다거나, 이후로도 가야를 데리고 술상 차려 먹으면,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의 저항도 없이 그냥 넘어갔다.
김준 앞에서 정말 순종적으로 누우면서 조용히 받아들이던 맏언니였는데, 알고 보니 그게 술기운에 힘이 빠져서 그랬나보다.
“뭐, 그래서 걔가 좋지.”
“오~ 오빠가 가야 언니를?”
“걔는 뭐 하나 싫은 소리 한 게 없었어. 혼자 어떻게든 다 하려고 했고, 힘든 것도 내색 안 하고….”
“그래서 연예계 활동 때 가야 언니가 진짜 대선배였어요.”
“저도 제일 좋아하는 선배였죠. 뮤직타운 무대 최고참이었는데 기존에 선배들 부조리 다 없애고….”
그 이야기가 나오자 김준은 자는 은야 깨워서 한 잔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자~ 또 한 잔 받으시고~”
“오늘 잘 따라준다?”
“저 원래 술자리 좋아해요.”
은지가 종이컵에 쭉 따라주는 소주를 받은 김준은 그것을 원샷으로 들이켰다.
그러고는 자신도 따라주겠다면서 똑같은 양으로 채워줬다.
“어, 어… 은지 언니 마실수 있어요?”
“괜찮아.”
은지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종이컵에 찬 소주를 쭉 비우고는 골뱅이 소면을 포크로 젛어 한 입 넣었다.
“크~”
“휘유~ 말했잖아요? 저 술 세다고요.”
김준이 종이컵 소주 원샷으로 마신 은지에 대해 박수 쳐주자 옆에 붙어 있던 인아가 조용히 술병을 바라봤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은지가 별안간 일어났다.
“아, 근데 화장실 좀….”
“다녀와.”
김준은 은지가 가는 길을 손까지 흔들어줬다.
갑작스럽게 술자리에 화장실에 간 은지를 두고 김준과 인아만 남은 자리.
김준은 그 상황에서 착 달라붙은 인아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은지 저거 취해서 간 거 아니란 거 딱 보이네.”
“….”
“말해 봐. 뭔데 이렇게 딱 달라붙었어?”
은지가 자리를 비웠으니까 마음껏 말해 보라고 인아를 쓰담 쓰담하면서 묻는 김준.
인아는 그 순간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 김준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아이돌 샤인이 이렇게 애교가 넘치는 애였나 싶은 순간이었다.
“오빠….”
“응~ 말해 봐.”
“아까 은지 언니가 그… 그걸 말하더라고요. 여기서 술 마시면… 오빠가 자기랑 잘 거 같다고.”
“…시팔, 반박을 못 하겠네.”
인아는 그 말하고는 김준에게 더욱 꽉 안겼다.
그러면서 김준의 귓가에 대고 인아가 작게 속삭였다.
“근데 나는?”
“!?”
“나는 그때… 처음 하고 한 번도….”
“응?”
“눈길도 안 줬잖아요.”
김준은 순간 아까부터 이상하게 달라붙은 인아의 반응과 은지가 분위기를 띄우는 것에 대해 바로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은지가 화장실을 간다고 했지만, 불이 켜지지 않은걸 뒤늦게 확인했다.
아마 저 녀석은 안 돌아올 거다.
화장실이 아니라 그 옆에 작은 방에 들어간 거고, 인아 토스해준 다음에 그냥 자러 간 걸꺼다.
은지가 이런 걸로 양보하는 것도 웃긴 상황이었지만, 그러면서 인아가 이렇게 달라붙는 것도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오빠는 에밀리 언니나 라나만 좋아한다면서요?”
“어… 그건 아니야. 나는 모두한테 평등하게….”
“거~짓~말~♥.”
인아가 귓가에 속삭이자 김준은 순간 움찔해서 그녀의 몸을 팔로 휘감아 끌어안았다.
“아앙~”
“어떻게 해야 믿을래?”
인아의 허리를 휘감은 김준의 손이 슬며시 옷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할 거 안 할 거 다 한 사이였고, 자연스럽게 셔츠 안에 있는 손이 군살 하나 없는 배를 주물거리다가 복근을 톡톡 치자 움찔하는 인아.
“흐으으응~ 으응~”
왼손에 이어 오른손도 자연스럽게 인아의 몸으로 향했다.
배를 주물거리다가 점점 위로 올라가는 왼손, 그리고 핫팬츠 아래로 점점 내려가는 반대쪽 손길.
그렇게 오늘 밤은 은지가 토스해서 인아의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