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66화 (266/374)

“끄으으윽…”

“오빠, 준이 오빠! 괜찮아요? 오빠!”

“준! 다쳤어?”

김준은 마리와 에밀리의 외침을 듣고 눈을 떴다.

“씨발… 하 씨발 진짜!”

눈앞에 빵빵한 에어백이 터진 상태에서 왼팔로 걷으려고 했는데 어깨부터 찌릿했다.

아무래도 정면충돌에 에어백 터지면서 또 왼팔이 망가진 것 같았다.

“니네들 안 다쳤냐?”

“난 멀쩡해!”

뒤에 있는 에밀리의 말.

그리고 마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뭐, 몸 어디 아픈덴 없어요.”

“일단 이거부터 처리하자.”

부우욱-

손도끼로 빵빵해진 에어백을 찢어서 바람을 빼냈고, 그 옆에 있는 마리의 상태를 봤다.

그녀 역시 에어백에 당황은 했어도 화살촉을 꺼내 구멍을 뚫고 바람을 빼내면서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었지만, 김준을 보고 두 팔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멀쩡하다는 걸 필사적으로 알렸다.

그리고 교통사고를 일으킨 존재를 보기 위해 앞을 봤을 때, 그 바닥에는 피가 콘크리트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오, 오빠! 저거….”

“지랄 났네, 진짜.”

김준이 총을 들고 내리려 했을 때, 왼쪽 팔이 저릿거리면서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갔다.

마리가 차 문 레버를 못 당기고 덜덜 떠는 김준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빠, 팔이…”

“괜찮아. 좀 삔 거야.”

김준은 다시 힘을 주어서 겨우 문을 열어냈다.

끼릭- 끼이익-

문 열기도 힘든 상황에서 겨우 나왔을 때, 김준은 눈앞에 보인 거대한 시체를 보고서 다시금 한숨이 나왔다.

“씨발.”

아까 정면으로 달려와 들이받은 멧돼지는 머리가 박살 난 상태로 피를 토하며 뒷다리를 버르적거렸다.

이 상황에서 살아 있다는 것도 대단했고, 이놈이 들이받아서 차가 박살 난 것도 그저 대단했다.

치익-

일단 담배부터 물고서 차 상태를 봤는데, 생각보다 심각했다.

원래 좀비를 들이받으려고 설치한 금속 범퍼를 멧돼지가 정면으로 들이받아서 안쪽으로 밀려들어갔고, 그래서 안쪽 범퍼까지 덜렁거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앞 유리는 안 깨졌지만, 지금 묘하게 안 물리는 운전석 문하고, 시동은 제대로 걸릴지 모르겠다.

김준은 다시 들어와서 차 키를 열고 힘껏 돌렸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릭-

“…조졌네. 씨발.”

시동이 안 걸린다.

멧돼지가 들이받아 버린 상황에서 차가 멈춰버렸고, 이 상황에서 발이 묶여 버렸다.

“잠깐~ 제발, 잠깐~”

드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륵-

“어머….”

시동이 완전 멈춘 자동차를 보고서 마리도 에밀리도 초조한지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갔다.

김준이 5분 동안 계속 시도했지만, 도저히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어떡해? 여기서 갇힌 거야?”

“후우우-”

“무전기도 안 통하는데? 우리 누가 구해 줘?”

“에밀리!”

마리가 조용히 좀 하라고 쉿쉿 거렸을대, 김준은 다시 차에서 뛰쳐나갔다.

그러고는 엽총을 들고 아까 멧돼지가 튀어나온 곳으로 다가 갔다.

그때 풀숲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또 다른 돼지들이 있었다.

보송보송한 줄무늬털에 강아지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의 멧돼지들 두 세 마리가 있었다.

김준은 그놈들을 보고 아직도 살아서 부들부들 떠는 커다란 멧돼지를 바라봤다.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멧돼지가 차를 보고 적이라 생각하고 들이 받은 것이었다.

“하아~”

김준은 그 상황을 파악하고서 망가진 차와 멧돼지를 한 번씩 바라봤다.

그러고는 별수 없다는 듯이 엽총을 들었다.

타앙- 철컥- 탕!!

김준은 모든 것을 처리하고 손도끼를 들었다.

“마리야! 에밀리! 나와라! 손질 좀 돕자!”

김준의 외침에 조심스럽게 나온 둘은 방금 김준이 쏜 멧돼지를 넌지시 바라봤다.

“새끼 있었구나….”

“근데 그것도 준 오빠가 다 쏴버렸어.”

엽총으로 새끼 멧돼지까지 모두 쏴서 죽여 버렸고, 그것을 챙기라고 손짓한 다음에 도끼를 들고 마지막으로 어미 멧돼지를 향해 목에 들이밀었다.

“이 새끼 때문에 차가….”

진심으로 분노해서 도끼로 덜렁거리던 멱을 완전히 따버려 피를 쏟아 냈다.

“에밀리, 소주 가져와.”

“으, 으응!”

계속 드립만 치다가 차가 망가진 상황에 김준도 다친 상황에서 에밀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여기 한 번에 들어야 돼. 마리는 전에 한 번 했지?”

“잠깐만요. 끄으으응!”

“이렇게 들어?”

김준과 두 아가씨가 멧돼지의 뒷다리를 쭉 들어 올렸을 때, 몸이 기울여져 몸 안의 남은 피가 콸콸 쏟아졌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손도끼에 차 안에 있는 칼을 가져와서 멧돼지를 해체했다.

“끄으윽!”

“오빠, 왼팔 진짜 괜찮아요?”

“이거 다 손질하고 나중에!”

김준은 지금 팔 상태 신경 쓸게 아니라는 듯, 어미 멧돼지 해체에 힘을 썼다.

수십분 동안 어미를 해체하고 분노로 그 자리에서 다잡아버린 새끼 돼지들까지도 해체를 시작했다.

“에밀리하고 마리. 칼 하나씩 집어.”

“이, 이거 잡는 거야?”

“못 하겠으면 주고.”

“아냐, 됐어. 먹으려면 해야지.”

막상 칼로 강아지 만한 크기의 새끼 돼지를 해체한다는 것이 꺼림칙 했지만,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해야겠다.

김준은 총에 맏아 굳어 버린 멧돼지의 목에 칼집을 내고 역시 거꾸로 매달았다.

“여기에 칼 집어넣고, 느껴지는 곳이 있어 거기를 째고 확 째는 거야. 손가락 조심하고.”

“이, 이렇게?”

“여기 칼로 째는 거구나. 이렇게 해서.”

피를 뽑아내고 속살을 소금과 소주로 씻어낸 다음, 핑크빛 고기가 보였다.

“이걸 이렇게 한 번에 잘라 내고.”

딱-

도끼로 내리쳐서 돼지를 부위별로 잘라 내고, 머리만 잘라 내서 어미 곁으로 던졌다.

콘크리트 바닥에 피 웅덩이에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는 새끼 돼지 머리가 어미의 근처에 다가갔을 때, 마리와 에밀리 모두 묘한 느낌으로 바라봤다.

“일단 아이스 박스에 담아서 보관하고, 그다음을 생각해야 하는데….”

김준은 담배를 꺼내 물고 뻐끔 거리다가 무전기를 들고 외쳤다.

“제발! 제발제발제발! 다들 반응해라!”

김준이 집으로는 연락이 안 되고 주변에 있는 주파수들을 하나하나 맞춰 보면서 찾았다.

[치직- 치지이이이익- 여보세요? 누구세요?]

“!!!”

김준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고서 다시 물었다.

“아, 아. 거기 지금 받는 쪽이 어디죠?”

[치직- 어머! 김준 씨인가요? 저 수영이예요.]

“아, 아아! 수영씨? 잘 지내요? 명국이는 있고요?”

[치직- 잠시만요. 밭에 갔어요. 바꿔드릴게요.]

주파수를 돌렸는데, 공교롭게도 여기서 제일 근거리가 되어 받은 게 명국 부부네였다.

그리고 명국이 밭에서 일을 한다는 말에 그 녀석이 그래도 잘 지낸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치직- 여보세요? 형님.]

“어, 그래. 다리는 어때?”

[후우- 아직도 절어요. 재활 빡세게 하는데도…]

전문적인 수술도 못 받아서 뭔가를 의존하며 다리를 전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지만, 명국 처지에선 목숨만 건진게 다행이라고 느꼈다.

일단 반갑게 안부는 마쳤고, 김준은 지금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니, 멧돼지가 차를 들이받았어요?]

“나 진짜 환장하겠다. 앞범퍼 말려들어 가서 시동이 안 걸려.”

[와… 그 상황에서 답 없는데.]

“어떻게 와 줄 수 있냐? 고깃근좀 떼어 줄게.”

[치직- 형님 저… 다리 불편한데, 전에 오토바이도 날아가서 여기 운전할게 없어요.]

“아!”

[저 지금 어디도 안 가고 형님이 주신 종자가지고 텃밭 농사만 짓고 있어요. 와이프하고 같이.]

“…아우, 미안하다. 괜한 말을 했네.”

[아니요. 오히려 제가 도움 안 돼서 죄송하죠. 하… 어제 그 행상인 아재 왔다가서 다시 오지도 않을 텐데.]

그 양반이 있을 때였다면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그것도 안 되니 사실상 통화만 되고 어디 갈 데가 없다는 거다.

“지랄 났네. 진짜….”

김준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계속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걸어서라도 가야 했고, 한 24km 행군이 되겠지만, 여기 있는 짐은 전부 포기하고 몸만 돌아가는 것이다.

좀비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기 하나씩만 들고 맨몸으로 걸어서 말이다.

에밀리와 마리 역시 그 상황에서 진짜로 걸어서 가야 하는 불안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초조함이 가득할 때였다.

[치직- 아, 혹시…]

“뭔데? 말해봐.”

[형님, 거기 상수원이라고 했죠? 끝자락.]

“어, 거기야. 그 그린벨트 있는데.”

[맞다! 거기면… 그 언덕공원 아세요?]

“알지~! 내가 거기서 토끼 잡고, 멧돼지 거기서 튀어나왔다.”

[형님, 거기 언덕공원 넘어가서요. 내려가면 비포장 있는 데서 물탱크 큰데 있어요. 공무원주차장!]

“음?”

[그 동네는 버스가 안 와서 공무원들이 자차로만 운전하는 곳이잖아요! 혹시 거기 차 있지 않을까요?]

명국의 말에 김준의 머리가 번득였다.

“상하수도사업소!”

[네! 거기요. 거기에 차 있으면 일단 급한 대로 그걸로 집까지 가실 수 있지 않나요? 기름하고, 배터리만 되면…]

“오케이! 천상 거기 가 봐서 차를 찾아야겠다. 고맙다 진짜!”

[형님, 요새 형님 안 오셔서 닭이랑 오리 넘쳐요 10마리 잡아드릴 테니 언제 오세요.]

“그래!”

김준은 명국에게 정보를 듣고는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오늘 하루 패닉에 빠져 있던 에밀리와 마리를 보고서 손질한 새끼 돼지 한 마리를 들어 올렸다.

“이거 여기서 구워 먹을래?”

일단 먹고서 안정시킨다음에 상하수도사업소로 빈 차가 있는지 찾으러 갈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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