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2층 화장실로 들어왔다.
아침마다 그렇게 앞에서 쩔쩔매던 아이들이 하나도 없고, 전부 3층과 캠핑카 화장실만 쓰고 있었다.
끼이이-
안에 들어오니 어제 도축한 거로 퀴퀴한 피 냄새가 가득했고, 저번에 만들어 놓은 도축용 도마하고 숫돌과 식칼 세트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물로 씻어냈는데도 스며들어 핏자국이 가득한 도마를 본 김준은 그것을 꺼내 밖으로 나와 옥탑방에 널어 놨다.
덜컹-
“으으으-”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해결했는지 아랫배를 어루만지면서 나온마리는 김준을 보고 바로 인사했다.
“오셨어요?”
“이거 널어 놨으니 2층 화장실 쓰면 되는데.”
“제가 이야기할께요.”
마리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참다 못했는지 가야나 라나가 후다닥 달려갔다.
1년 동안 살면서 아침에 화장실 문제가 이렇게나 심하다는 걸 느끼게 되는 날이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할 거 다 하고 씻고 나온 애들을 뒤로 오늘의 아침은 일부러 냄새가 센 자극적인 음식이었다.
“오늘 된장찌개는 진짜 찐하다?”
“게 남은 거 다 넣고, 고추랑 파 넣고 팍팍 끓였어요.”
“후룹- 나쁘지 않아.”
담담한 식사 속에서 김준은 오늘 있을 계획에 대해 말했다.
“오늘도 나갈 거야. 에밀리하고 마리는 어제 들었지? 준비하자.”
“아, 잠깐만요. 그거 말고도….”
“음?”
은지가 조용히 손을 들면서 그 전에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했다.
“냄새야 슬슬 빠지겠지만, 그래도 안에서 손질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까 오빠가 옥탑방에다가 만들어놓은 도마랑 칼 말리던데… 차라리 거기를 손질하는 자리로 만들면 어떨까요? 조명 스탠드 하나 설치해서.”
김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시간따라 다를 것 같아.”
“!?”
“은지랑 가야는 알지? 저번에 소고기 가지고 회식하자고 했을 때 분위기는 좋았는데 뭔 일 생겼어? 조명 다니까….”
그때 가야가 뭔가를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 옆으로 라나가 거들었다.
“아~ 벌레 극혐.”
“어 맞아. 바깥 조명 하나 설치하면 온 동네 모기들 다 꼬여.”
은지는 그건 생각 못했다는 듯이 입술을 짓씹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그걸 생각 못했네요.”
“쪼금 괴롭긴 할 거야. 정 그러면 도마 몇 개 챙겨서 아예 차 안에서 손질한 다음에 올 수 있고.”
“아뇨, 그러면 캠핑카 화장실 쓸 때도 피 냄새가 밸 테니….”
은지는 그걸 생각하고는 바로 일과를 변경했다.
“그럼 나니카랑 같이 해서 락스로 2층 한 번 싹 밀게요.”
“어제도 청소 했는데?”
“냄새 빼는 게 중요하죠. 안 되면 캔들이라도 필께요.”
그렇게 피 냄새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지워 보겠다고 약속한 은지였고, 그 뒤로 다시 움직일 준비했다.
“그럼 부탁할게. 집 잘 보고, 에밀리랑 마리는 무기부터 점검하자.”
“네, 오빠!”
어제 상황을 대략 알았으니 운용도 그대로 하기로 했다.
일단 사냥터까지 가는데는 조수석에 마리를 앉혀서 나타날 좀비들을 상대하기로 한다.
그리고 사냥터에 도착하면, 바로 자리를 바꿔서 에밀리가 좀비 대신 사냥감들을 잡는 방식으로 한다.
“자, 안전벨트 메고, 화살 준비하고 가자!”
차에 올라탄 김준 일행은 오늘 하루도 어제만큼 잡기로 약속했고, 그 정도면 당분간 고기 걱정은 없을 거다.
그렇게 어제의 상수원 까지 가는 길에 밤에 봤던 좀비 무리를 떠올린 김준은 길을 기억하면서 좀비가 없었던 곳 쪽을 향했다.
“후- 더워라.”
“에어컨 켜.”
“네.”
마리가 에어컨 버튼을 눌렀을 때,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슬슬 그럴 때죠? 이젠 진짜 더워요.”
“옷차림도 그러니까 더 덥겠지.”
좀비의 이빨과 피가 안 닿을 정도로 튼튼하게 한 무장이었다.
하지만 이 날씨에 에어컨도 없으면 정말로 더워서 땀이 줄줄 흘렀다.
마리는 옆에 놓은 얼음물을 조금씩 마시면서 더위를 식혔고, 뒤에 있는 에밀리는 아예 나가기 전까지 옷을 슬쩍 벗었다.
“이 상황에서 좀비만 안 나오….”
크어어어- 크어-
“아, 씨발!”
중얼거리는데 저 앞에서 어기적거리는 좀비들이 찻길을 막고 있었다.
“좀비 나왔다.”
철컥-
“제가 잡을게요.”
마리는 앞에 있는 좀비의 수를 확인하고는 석궁 화살을 꺼냈다.
그 와중에 에밀리는 좀비라는 말에 오토바이 재킷을 집었다가 그냥 맨몸으로 창밖을 살폈다.
“에밀리! 뒤에 잘 살펴!”
“오케이! 오케이!”
에밀리의 대답을 들은 뒤로 마리가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김준이 아예 차를 돌려서 마리가 정면에서 바로 석궁을 쏠 수 있게 만들어줬고, 혹시 몰라 시동을 안 끄고 공회전 상태에서 바로 뒤로 빠질 수 있게 했다.
위이잉-
창문이 열리면서 굳은 의지를 갖춘 눈으로 마리가 석궁을 겨눈 순간, 그녀는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파아아아앙-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바람을 가르면서 좀비의 머리를 꿰뚫었다.
“오케이! 다음.”
김준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에 마리는 바로 다음 화살까지 장전해서 두 번째 좀비를 노렸다.
크르르- 크으으으-
피에 젖어 다 헤진 옷차림으로 어기적거리는 여자 좀비였다.
아마 살아 있었으면 마리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지만, 지금은 다 썩어 문드러진 걸어 다니는 시체 상태였다.
파각-
두 번째 좀비는 약간 빗나갔는데 이마가 아니라 눈 쪽을 맞췄다.
물론 둘 다 뇌에 구멍을 뚫은 건 똑같아서 비틀거리다가 푹- 쓰러지는 좀비였다.
동물은 못 잡아도 좀비 상대라면 무섭도록 차분하게 잡아나가는 마리였다.
그렇게 길 앞을 막고 있는 좀비들을 잡아나갔을 때, 김준은 확인 사살 대신 바로 그녀를 들어오라고 한 다음에 창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바로 옆 차선으로 빠져 역주행으로 돌진했다.
“됐어. 바로 지나가면 돼.”
김준이 마리가 잡은 좀비 무리를 지나쳤을 때, 뒤에 있던 에밀리가 조용히 말했다.
“준 오빠, 저거 움직이는데?”
“신경 쓰지 마.”
머리에 화살이 꽂힌 좀비가 버리적거리면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김준은 그냥 가기로 했다,
그 뒤로 좀비 두어 마리를 더 봤을 때, 마리가 석궁 두 발로 잠재웠고, 상수원까지 왔을 때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휘유-”
어제와 똑같이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있을 때, 김준은 여기까지는 확실히 좀비가 안 온다는 것을 느꼈다.
대다수가 걷는 좀비들이었고 전력을 다해 여기까지 온 다 해도 사흘 밤낮은 걸릴 거다.
뭐 의지가 전혀 없는걸어다니는 시체들이 끝끝내 이곳으로 올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선 여기 있는 누구라도 그 즉시 좀비를 잡을 거다.
“흐음, 어제 상황이….”
“어머, 저거 뭐야?”
“음?”
김준이 상수원 끝에 왔을 때 콘크리트 바닥에 널브러진 것들을 보고서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벌레가 이렇게….”
“벌레 아니야. 지렁이야.”
“으으- 왜 저렇게들 튀어나온 건데요?”
김준은 풀숲 근처로 있는 수많은 지렁이와 개구리, 달팽이 같은 것들이 튀어나와 죽은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축축한 몸을 햇볕에 밭아서 말라붙고 있는데 개미떼가 엄청나게 꼬이고 있었다.
“이거 그거다.”
“!?”
“어제 뱀 잡는다고 주변에다가 니코틴 푼 물 막 뿌려댔잖아. 소금도 좀 넣고.”
덕분에 그 안에서 아늑하게 있던 것들이 싹 다 죽은 상황이었다.
뭔가 안타깝긴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개미나 작은 새들이 와서 또 먹어 치울테니 자연 환경에 문제는 없을 거다.
그 뒤로 오리들을 잔뜩 잡았던 곳에서 김준은 재미난 걸 발견했다.
“저거 봐바.”
“어머, 또?”
어제 김준이 뿌려댔던 미끼 먹이 주변으로 오리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다.
어제 피 냄새를 맡고 접근 못하던 것들이 다시 와서 미끼를 먹어댔다.
“됐어! 저거 천천히 잡으….”
“음? 준! 준 오빠!”
“!”
“뒤에 뭐 이상한 게 있어.”
“뭐?”
김준은 사이드미러로 뒤에 뭐가 있는지를 살폈다.
어제 토끼 무리를 잔뜩 잡았던 그 풀숲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잡초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잘 안보였지만, 뭔가 있는 건 확실했다.
“좀비인가?”
철컥-
김준은 혹시 모르는 상황에서 총을 가지고 차를 돌렸다.
그 상황에서 아예 정면으로 돌진할 각오하면서 무기를 준비했다.
진짜로 여기까지 따라온 좀비인가, 아니면 원래부터 여기에 있었던 존재인가.
그것도 아니면 설마 몰래 지켜보고 있던 생존자가 아니면 동물?
김준이 그것에 대해 확실히 알기 위해 두 아가씨에게 말했다.
“마리하고, 에밀리! 절대 나서지 마.”
“오케이!”
“네, 알았어요.”
두 아가씨는 김준의 말을 듣고 뭔가 붙잡을 것을 찾아 꽉 잡았다.
그리고 김준은 차 시동을 건 채로 기어를 1단에 놓고는 힘차게 클락션을 눌렀다.
빠- 아아아앙- 빵- 빵- 빠아아아앙-
클락션을 울렸을 때, 주변에 있던 나무위의 세때나 한가롭게 먹이를 먹던 오리들이 푸드득 날아갔다.
그리고 풀숲에서 있는 존재가 움직일 때, 김준이 엽총을 준비하고 서서히 앞으로 간 순간….
“어!?”
“꺄아아앗?!”
“씨발!”
쿠르르르- 꾸웨에에에엑!
“이런 썅!”
클락션 소리를 듣고 잔뜩 흥분한 존재가 뛰쳐나와 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풀숲속의 괴물의 정체는 멧돼지.
그것도 캠핑카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콰직- 쿠당탕탕!
파아아앗!
순간 김준과 마리의 자리에서 에어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