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64화 (264/374)

타앙-

파아악!!!

엽총과 석궁 화살이 나란히 발사되며 두 마리가 또 쓰러졌다.

드넓은 공원에 보이는 건 전부 토끼 떼였고 어느 쪽을 조준해서 쏴도 쉽게 맞출 수 있었다.

“또 하나 잡았다!”

에밀리는 차분하게 화살을 발사하면서 능숙하게 사냥을 했다.

마리 때와는 다르게 잡고 나서 놀라지도 않았고, 머리만 노리는 식으로 원 샷 원킬로 잡았다.

“내리자.”

“오케이!”

서로 세 발씩 쏴서 잡은 토끼 수만 여섯 마리.

김준은 생각지도 못하게 오리 다음으로 토끼를 잔뜩 잡게 되어서 들뜬 상태였다.

차에서 나와 김준을 뒤따라온 에밀리는 살랑거리는 걸음으로 자신이 잡은 토끼들을 잡아 들어올렸다.

“꽤 크잖아?”

“손질하면 고기는 딱 반 밖에 안 될거야.”

“이거 털로 모피 만들 수 있어?”

“그걸 입고 싶니?”

“농담~”

에밀리는 자신이 사냥한 토끼 두 마리를 들어올리면서 활짝 웃었고, 생존을 위한 사냥을 익숙하게 끝냈다.

“오빠! 더 이상 안 들어가요.”

아이스박스 두 개 분으로 죽은 오리와 토끼가 가득찬 상황에서 마리가 보관할 곳이 없다고 말하자 김준은 피 냄새 퀴퀴한 뒷문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오케이~”

“마리랑 에밀리랑 다시 자리 바꾸고, 짐 챙기자.”

사냥은 못했지만, 길 안내를 위해서 다시 마리를 조수석에 앉힌 김준.

그리고 시동을 걸었을 때,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어머!”

“음?”

“저기 하늘에요.”

마리가 가리킨 곳을 보니 그곳에는 V자의 대형으로 유유히 날아가는 세때가 있었다.

“기러기떼구나.”

“저거도 먹을 수 있어요?”

“옛날에 선배들이 가을철 기러기 살 올라서 맛 좋다고 하는데 난 안먹어봤어.”

그때 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에밀리도 물었다.

“준 오빠! 그럼 저거 고기가 기러기살이야?”

“그럴 리가….”

에밀리의 시덥잖은 개그를 딱 끊어버리면서 출발한 귀갓길이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적당히 보이는 가게라도 있으면 하나 털어서 루팅을 할 셈이었다.

상수원을 벗어나 다시 도심 지역으로 들어왔을 때, 올때에는 없었던 좀비들이 보였다.

“마리야, 석궁 꺼내라.”

“네-”

덜컥-

대시보드에 있는 화살을 챙긴 마리는 천천히 석궁을 장전하고, 좀비들을 겨눴다.

으어으어- 크어어-

으으으으-

썩어 문드러진 몸으로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걸어다니는 좀비를 발견한 마리는 아까의 토끼 사냥 실패를 극복하겠다는 듯이 창문을 열고 상반신을 빼내 석궁을 겨눴다.

그리고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파아아아앙-

파각-!

토끼 사냥과는 다른 깔끔한 원샷 원킬로 좀비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어버린 마리였다.

적어도 좀비 상대로 하는 석궁 사격은 은지와 더불어 투탑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남은것도 바로 잡을 수 있어?”

“맡겨주세요.”

김준이 직접 총을 쓰지 않아도 마리가 알아서 좀비를 잡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후방에 있던 에밀리는 사이드를 살피면서 혹시라도 다른 곳에서 좀비가 나오지 않는 것을 살폈다.

파앙-

대포같은 소리를 내면서 날아간 두 번째 화살이 좀비를 꿰뚫었고, 비틀거리다가 푹- 쓰러진 녀석을 향해 마리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으어어어어-

크어- 크어어-

우우우- 우우우우-

“어머….”

“뭐이씨 왤케 많아?”

아까 낮에 올때는 코빼기도 안 비치던 녀석들이 갑자기 해가 떨어질때에 맞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마리가 재빨리 안으로 들어와 대쉬보드로 다음 화살을 꺼낼 때, 김준은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조수석 창문까지 닫아버렸다.

“됐어. 딴 길로 가자.”

“네?”

“직접 싸울 필요 없어! 총알이랑 화살 낭비야.”

어차피 걷는 좀비에 저 놈들이 지금부터 전력으로 뛴다고 해도 상대는 시속 180km까지 가능한 캠핑카 트럭이다.

“에밀리, 뒤에 뭐 없지?”

“없어! 골목 저기로 빠지면 될 거 같아.”

“가자!”

조금 돌아가게 됐지만, 그래도 가는 데는 문제 없을 것 같았다.

그동안 좀비가 도로변에 있으면 그걸 일일이 잡아가면서 서행으로 움직여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지만 요샌 그럴 필요도 없었다.

김준은 힘껏 액셀을 밟으면서 전진했고, 완전 깜깜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샛길을 통해서 올 때, 또 다시 눈 앞에 불청객들이 있었다.

캬아아악- 캬악!

“아 씨발, 샛길도 이 지랄이네!”

“오빠!”

콰아아앙-

김준은 앞에서 달려드는 좀비 무리를 보고 그냥 액셀을 콱 밟아서 그대로 들이받았다.

앞부분에 설치한 프론트 범퍼 가드로 좀비의 몸뚱아리를 박살내고 차 밑으로 말려들어가는 시체를 그대로 깔아뭉개 지나간다.

혹시라도 이번에도 잘못 쳐서 유리창이 깨진다면 답이 없겠지만, 일단은 좁은 길에서 그냥 뚫어야 한다.

쿠우웅- 쿵-

콰드드득-

좀비들의 뼈가 부숴지고, 살이 터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그대로 밟고 가서 큰길가로 나섰다.

그러는 사이 마리와 에밀리 모두 갖고 있는 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

“중간에 가게 보면 내일 가기로 하고, 일단은 그냥 집으로 쭉-”

시간이 벌써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어 바깥이 점점 푸른 빛을 띌 때였다.

가로등 같은 건 전혀 없는 전기 없는 암흑의 길이 되기 전에 의존할수 있는 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전부.

그 사이에서 그림자가 꾸물거리면서 좀비들이 달려오는 모습은 호러 영화를 연상케 했다.

“으윽-”

이제껏 수없이 잡아왔던 좀비들이지만, 어두워지는 길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미칠 지경이었다.

“준, 얼마나 남았어?”

“이대로 가면 30분.”

“흐응- 나갈 필요 없지?”

“암 소리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총 안 쏠 거다.”

김준은 에밀리에게도 단단이 일러 둔 다음, 점점 속도를 올렸다.

계기판이 세 자릿수를 향해 갔을 때, 눈에 보이는 좀비는 그냥 로드킬 할 야생동물이나, 지나가는 구조물 수준으로 취급했다.

그렇게 빠르게 좀비들을 제끼고서 집에 도착했을 때, 마리는 조수석에서 무전기를 슬며시 꺼냈다.

“아-아- 우리 지금 가고 있어! 들려?”

[치직- 치지직- 마리 언니에요?]

“어, 지금 받는거 나니카구나?”

[치직- 네, 나갈 준비 할까요?]

“10분 뒤에. 그리고 좀비 차로 쳤으니까 닦을거 필요해.”

[치직- 언니들한테 말할게요.]

도착해서 부르기 전에 미리 상황에 대해 알리고, 치울 준비를 미리 말한 마리였다.

덕분에 김준이 집에 도착했을 때, 바깥에는 마중나온 애들이 풀 무장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준비했네?”

“은지 언니네요.”

밖에 있는 셋은 은지를 포함해 가야랑 나니카였다.

셋은 각자 장화에 우비를 입고 마스크를 쓴채, 바이저캡을 써서 좀비의 피 한방울이라도 튀지 않게 풀무장을 하고서 청소도구들을 들고 있었다.

김준이 안에 들어오자 어둠 속에서 하얀 캠핑카 앞에 붉은 피와 살점이 붙어있는 것을 본 세 명은 바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김준이 나오자 마자 그녀들과 인사하고는 뒷문을 열었다.

“사냥 해온거니까 보고 놀라지 마. 이거 전부 손질해야 해.”

“네, 편히 하세요. 차는 저희가 닦을게요.”

은지가 대걸레와 희석 락스를 가지고서 나니카와 가야와 같이 차를 닦고 있을 때, 김준은 아이스 박스에 담긴 짐승 사체들을 에밀리와 같이 꺼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다양한 비명이 울렸다.

“꺄아아악! 저게 뭐야?”

“토끼, 오리… 다 잡았다.”

“엄맛! 들이대지 마! 에밀리, 하지 말라고!”

에밀리가 자기가 잡은 토끼 사체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바닥에 피를 뚝뚝 떨어트릴 때, 기겁하면서 도망가는 도경이와 라나였다.

인아 역시도 저건 차마 손을 못대겠는지 울상을 하면서 그걸 욕실로 가져가는 모습에 움직이질 못했다.

결국 칼을 들어서 그걸 손질하는 건 마리와 에밀리였다.

“일단 목을 자르고 거꾸로 해서 피를 쭉 빼네.”

“으흠~”

“그런 다음에 여기 칼집 있지? 쭉 뽑아내.”

“어으- 이건 좀….”

자신만만하게 들어왔지만, 역한 피냄새와 토끼 목을 자르고 내장을 뜯어내는 건 못하겠는지 고개를 돌린 에밀리가 오리 하나를 집었다.

“차라리 털 뽑은 거 할게.”

“그래라. 장갑 끼고.”

“이건 제가 할게요.”

사냥은 못해도 손질은 몇 번 배워서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마리가 오리와 꿩에 이어 토끼 손질도 시작했다.

김준이 가르쳐준 대로 머리를 잘라내고 칼집으로 털가죽을 뜯어내자 피에 젖은 고기가 드러났다.

김준은 소주병을 까서 물에 풀고는 그것을 씻어내고는 바로 대야에 담았다.

“냄새도 있고, 이런건 피 냄새 누린내 지우는게 가장 중요해.”

“진짜 그러네요.”

욕실 전체가 피로 뒤덮이는 고어한 현장 속에서 아이돌들이 김준의 조언을 들으면서 토끼와 오리를 해체하고 그것들을 손질해서 넉넉한 양의 고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2층집 화장실은 아무도 쓰지않았고 3층이랑 캠핑카를 쓰면서 버티는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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