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63화 (263/374)

김준은 머리가 잘리고도 꿈틀거리는 까치살무사를 워커로 밟아서 짓이겼다.

다른 건 몰라도 독사나 말벌, 두꺼비 같은 거 이 상황에 잘못 물리면, 의료 인프라도 없는 상황에서 조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러고는 뭔가 떠오른 듯 뒷문을 두들겨 에밀리가 있는 안쪽으로 들어왔다.

“준, 뭐 챙길거 있어?”

“그릇 있는 대로 꺼내 봐.”

“으응?”

“큰 걸로.”

김준이 에밀리에게 말하면서 자신도 주변에 보이는 1회용 그릇을 찾기 위해 창고를 뒤적였다.

에밀리는 그걸 보고서 조용히 욕실 문을 열고 안에 있는 대야를 꺼냈다.

“이게 제일 커.”

“오, 그걸로 해야겠다. 물 채워 와.”

김준의 말에 에밀리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앞에 있는 마리 역시도 그 행동이 궁금했으나, 거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독사 보니까 신경좀 써야겠어. 혹시 모르니까 좀 뿌려야겠다.”

“뭘?”

“담배가루.”

김준은 창고 한 켠에 물물교환용으로 비치한 담배 한 보루를 뜯었다.

그중에서도 자신은 잘 안피는 맨솔향 담배로 꺼내서 20개비가 넘는 것을 이리저리 뜯어서 바로 물 양동이에 부었다.

맑은 물이 순식간에 담배가루에 뒤섞여서 갈색의 구정물이 되갈 때, 에밀리는 아직도 뭔지 몰라서 냄새 가득한 그것을 보고 물었다.

“뱀한테 물리면 그거 바르는 거야?”

“그럴 리가 있니? 저기 잡초 가득한 풀숲에 뿌리는 거야.”

“흐응~?”

“담배가루 푼 물 뿌리면 안에 있던 뱀이 죄 빠져나와. 더 일찍 해 놓을 걸.”

김준은 이제까지 풀숲을 다니면서 뱀한테 안 물렸던 게 용하다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있는 대로 대야에 물을 붓고 담뱃가루 물을 푼 다음에 다시 나갈 준비하는 김준이었다.

“에밀리는 나올 때 장화 신어.”

“아, 신발 갈아신으라고? 알았어.”

마트에서 털어왔던 아디다스 운동화를 벗으면서 장화를 꺼냈다.

그사이 김준은 다시 총을 메고서 담뱃가루물 양동이 두 통을 들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에밀리 다리를 뒤덮을 정도로 자란 잡초밭에 사정 없이 뿌려댔다.

촤아악- 촤악-

거름을 뿌리듯이 잔디밭에 고루고루 뿌려대면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지켜봤다.

처음에는 땡볕 아래 구정물을 머금은 콘크리트 땅이 찌이잉 거리면서 울어대는 소리가 났지만 점점 안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푸드득- 푸득-

“오우!”

풀숲에 얌전히 숨어 있던 커다란 황소개구리가 몇 마리 튀어나오면서 황급히 날뛰기 시작했다.

김준은 몇 마리 더 있을 거로 생각하고 계속해서 물 양동이를 좌우로 뿌려댔다.

그러면서 풀숲에서 유혈목이 한 마리가 빠르게 튀어나와 하천이 있는 곳으로 빠졌다.

“그냥 갔으면 큰일 날 뻔했네.”

김준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안의 동물들을 보고서 그라목손 한번 뿌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김준은 양동이 두 개 분의 담뱃가루물을 뿌려댄 뒤로, 다시 뒷문으로 가서 에밀리가 준비한 다음 것도 받아서 주변에 뿌려댔다.

환경오염 같은 거 신경 쓸 것도 아니었고, 멋모르고 잡은 사냥감 잡으러 갔다가 발뒤꿈치 작살날 수도 있으니 더욱 꼼꼼이 말이다.

후두두둑-

“어우! 씨발, 여기도 있네?”

이번에도 유혈목이 하나가 빠르게 튀어나온걸 보고 발치에 돌을 걷어찼지만 살짝 피하고 도망간 뱀이었다.

사냥을 나왔는데 그 전에 준비할게 너무도 많은 날이었다.

물론 이런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절차였고, 어차피 오늘 꽝을 쳐도 내일 다시 나올 거니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셋팅으로만 1시간을 추가로 보낸 다음에서야 김준은 차를 타고 움직였다.

“좀 더 위로 올라가서 훑으면서 내려오자.”

“으으, 위에도 뱀… 많겠죠?”

“뿌리면서 가야지. 에밀리가 뒤에서 만들고 있어.”

“손 애려….”

담배를 일일이 찢어 물에 푸는 것 때문에 냄새부터 장갑을 껴도 손에 스며드는 그 찐득한 타르와 니코틴 때문에 울 것 같은 에밀리.

김준은 조금만 참아 달라고 한 다음에 상수원 끝까지 와서 에밀리가 만든 담뱃물을 여기저기 뿌려댔고, 이번엔 뱀 대신에 두꺼비 몇 마리 나오는 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1시간을 더 기다린 다음에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이 있었다.

“오빠, 오리!”

“지금부터 아무 소리 하지 마.”

김준은 공기총을 준비하면서 오리들을 바라봤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쓰인 개천에서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고, 지난번에 그랬듯이 타겟을 기다리면서 김준이 뭔가를 준비했다.

“저것들 물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해.”

“!”

김준은 미리 준비했던 비닐봉지에 담긴 뭉치를 뜯고는 바로 창밖을 향해 집어던졌다.

푸드득- 푸득?!

꽤액- 꽥-

인적이 끊긴 곳에서 평화롭게 헤엄을 치던 오리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물을 튀겨댈 때, 땅바닥에 던져진 것은 말린 옥수수, 말린 무시래기, 모이용으로 만든 쌀 등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얼마 안 있어서 바로 드러났다.

“저것들 나온….”

“쉿!”

뒤에 있던 에밀리도 한 마디 하려다가 마리와 김준의 제스처에 바로 입을 막았다.

물 위에 있던 오리들이 먹이를 보고서 하나둘씩 뭍으로 나와 집어먹고 있다.

처음에는 두어 마리였다가, 이후 점점 추가되면서 대여섯 마리가 모이고 거기서 다른 곳에서 날아온 오리들까지 달려와 허겁지겁 먹어대는 모습이었다.

철컥-

김준은 그 상황에서 무기를 바꿨다.

단발의 공기총이 아닌 더블배럴 샷건.

그것도 꿩을 잡는 데 쓰는 작은 구슬의 산탄을 두 발 채우고는 어떻게든 오리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지금은 어떻게든 타이밍의 싸움, 그 상황에서 오리들이 모이고 먹는데 집중하고 있을 때, 김준은 조용히 차 문을 열었다.

끼이이-

차 밖으로 나와 5m 남짓한 거리를 두고 있을 때, 정신없이 미끼를 먹는 오리들을 향해 김준은 천천히 샷건을 겨눴다.

그리고 한 탄착군에 확실하게 모였을 때, 김준은 주저 없이 발사했다.

타앙- 철컥-

푸드드득-

타아앙!!!

더블 배럴 두 발.

총알 벼락을 맞은 오리떼가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

“어우, 이거 다 손질하려면….”

“으으으, 여기다 넣으면 돼?”

김준의 첫 사냥은 대박이었다.

꿩탄 두 발로 한 번에 잡은 오리가 여덟 마리였고, 그것을 잡자마자 바로 마리와 에밀리가 간단하게 손질하고 아이스박스에 담았다.

철컥-

그 와중에 김준은 다른 사냥감을 찾으며 천천히 차를 움직였고,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보이는 다른 오리들을 보고는 다시 두 번째 미끼를 준비했다.

타앙!!!

오늘따라 우렁차게 울리는 총성과 함께 대낮에 총구에 불이 뿜어지면서 수많은 사냥감이 후두둑 떨어졌다.

셋팅에 몇 시간이 걸렸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확실했다.

“한 명당 오리 하나씩 먹어도 되겠다.”

“그럼 금방 먹잖아?”

마리와 에밀리가 행복해하는 상황에서 김준은 200m의 수로를 쭉 내려오면서 다시 오리가 모이지 않을지 살폈다.

하지만 두 번의 총성 속에서 남은 녀석들도 멀리 날아가 다시 올 생각이 없었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시계를 보고는 바로 자리를 돌리기로 했다.

“여기 옆으로 돌아가면 그린벨트인데, 거기로 가야겠다.”

“흐음, 제가 도울 거 있을까요?”

“거기는 총 말고 석궁 쏴야 할 수도 있어. 혹시 모르니 화살 준비해.”

“아, 네.”

지금까지는 그녀들이 김준이 움직일 때 동한 한 거라고는 물 떠서 담배가루 푼 거 하고, 김준이 잡아 온 사냥감을 직접 가서 집어 온 것도 아니고 그가 가져다주는 걸 손질해서 아이스박스에 담는 게 전부였다.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도 준비하라고 하니, 좀비 잡던 실력으로 뭐든 하나 잡겠다고 자신만만한 마리였다.

김준의 캠핑카는 40km의 서행으로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지금 여기서 바로 돌아가도 큰 성과였지만, 그래도 마지막 한 번 훑어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린벨트에 공원 조성용으로 만들어진 드넓은 잔디밭이 보였다.

그곳 역시도 1년 가까이 방치되어 수많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지만, 그 길이는 굉장히 짧았다.

그 이유는 지금 그 들판을 오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 덕분이었다.

“어머, 토끼봐바! 엄청 커!”

“와우- 저게 몇 마리야? 토끼떼인데?”

“진짜 토끼밭 살판 났구만.”

철컥-

김준은 무기를 바꿔 공기총으로 하나하나 잡아나가기로 했다.

거기에 맞춰 마리가 석궁을 들었을 때, 그녀는 한가롭게 민들레다, 잔디다 뜯어 먹는 토끼들을 보고 머뭇거렸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토끼 불쌍해서 못 쏘겠다… 뭐 이런 거 없지?”

“아, 안 그래요!”

정곡을 찔렸는지 얼버무리는 마리를 보고서 김준이 먼저 주변을 살피고 창문을 열었다.

“나도 잡고 싶어.”

“후방 잘 살펴. 어디서 뭐 튀어나올지 모른다.”

“흐응~”

에밀리는 아쉬운 대로 석궁을 들고 후방에서 뭔가 튀어나오면 바로잡겠다는 듯이 겨눴다.

그리고 김준이 먼저 스코프로 겨눈 다음에 가장 큼지막해 보이는 잿빛 털의 토끼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띵-

끼이익!!!

머리에 맞자마자 비명을 지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토끼.

주변에 있는 다른 토끼들이 후다닥 도망 다닐 때, 마리는 머뭇거리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침착하게 석궁을 겨누고 자신도 당겼다.

파아아앙-

파각-

좀비는 미간 한가운데를 맞춰 꿰뚫어 버리던 아이였지만, 토끼 상대로는 모호하게 꿰뚫어서 즉사가 아닌 발버둥 치는 상황을 만들었다.

“어머, 저거 왜 안죽….”

띵-

알루미늄 캔 찌그러지는 공기총 소리와 함께 마리가 반쯤 죽인 토끼 확인 사살했다.

잡아 먹으려고 쏜 화살인데 고통스러워하며 피를 뿜는 모습에 조금 놀란 마리였다.

“….”

“죄송해요.”

“에밀리, 마리. 선수 교체!”

“오케이!”

“가서 가져올 테니까 자리 빨리 바꿔.”

김준은 바로 차에서 내려 토끼가 가득한 밭에서 공기총과 화살을 맞은 두 마리의 귀를 잡아 가져 왔다.

마리당 2kg는 돼 보이는 묵직한 토끼 두 마리를 집어넣은 김준은 조수석에 있는 에밀리와 함께 몇 마리 더 잡아갈 셈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