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59화 (259/374)

“하아, 하아….”

“휴지가 여기 있나?”

대낮부터 캠핑카 안에서 벌어진 찐득한 거사.

라나는 김준을 유혹해서 그의 몸에 정액을 쭉 뽑아버린 다음에, 천천히 일어나 티슈로 그 흔적을 닦아냈다.

지이익-

그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바지를 올렸고, 바닥에 널브러진 브래지어를 주워다가 조용히 몸에 채웠다.

“역시 좋았어요~”

“다음엔 이런 일 없을 거야.”

“너무해~”

라나는 김준 앞에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조용히 캠핑카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차 수리하면서 계속 대쉬하다가 별안간에 그를 유혹하고, 콘돔도 없이 입에 한 번, 질내사정으로 두 번을 한 다음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떠난 소녀였다.

“대체 다들 왜 이러는지….”

김준은 자기 몸에 정액만 빼가고 사라진 미소녀를 떠올리면서 허탈해 연신 담뱃불을 붙였다.

***

그 이후로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격하게 했던 은지도, 캠핑카까지 쫓아와서 하자고 대준 라나도 조용조용한 분위기.

간간이 에밀리나 도경, 마리 같은 애들이 유혹은 했지만, 그럴 때마다 콘돔과 피임약을 아예 안방에 구비해서 하곤 했다.

이렇게 좀비가 없는 자리에서 젊은 아이돌들과 격한 사랑의 자리를 나누는 상황만 될 때였다.

“자~ 이것도 다 치웠….”

“어머? 어머머?!”

“뭐야?”

담벼락 밖에 있는 썩어서 바닥에 늘어붙은 좀비 시체 조각을 다 치우고, 험비까지 세차를 마쳤는데, 옆에 있던 가야와 은지가 동시에 외쳤다.

“뭔데?”

“어디서 고양이가 왔어요. 저기 차 위에?”

“응?”

세차 시원하게 하고 살펴보는데 그 위에서 어디서 고양이 한 마리가 와 있었다.

오랬동안 바깥을 맴돈 길고양이인지 두툼한 체형에 사람을 보고도 차 위에서 뒹굴뒹굴하면서 햇빛을 쬐고 있는 모습은 신기해 보였다.

“아, 귀여워~ 이리 와 봐~”

“고양이 좋아했어?”

은지가 평소와 다르게 손을 뻗어서 험비 지붕 위에 고양이를 만지려고 했을 때, 그 녀석은 흠칫하다가 바로 차에서 뛰어내려 마구 달려갔다.

“아, 갔네?”

“길고양이가 사람 손을 타겠냐?”

김준의 말에 은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옆에 있던 가야가 조용히 김준에게 말했다.

“요새 확실히 눈에 띄어요?”

“은지 상태?”

“뭐, 그것도… 있지만 주변예요. 야생 동물들이 많아진 거 같아요.”

“흐음.”

처음 좀비가 뒤덮였던 것을 생각했을 때, 신경이 곤두서서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신경을 안 썼었다.

까마귀가 까치가 급속도로 늘어나서 보이는 대로 공기총을 쏴서 쫓아내긴 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을 봐 왔다.

“들개 무리도 있고, 너구리에 오리에 꿩에 별게별게 다 있었지.”

“멧돼지도 잡아 오고요.”

“슬슬 그런 거 하나 또 잡을까?”

“되겠어요?”

“충분히!”

김준은 지난번 마리와 은지랑 같이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큰일 날뻔한 멧돼지 사냥을 떠올렸다.

머리에 대고 직격으로 권총을 쐈는데 그걸 버티고서 돌진해 도끼로 멱을 따서 겨우 제압했던 엄청난 괴물이었다.

김준은 뭐가 되었든 간에 할 생각이었고, 그러면서 바깥에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에밀리가 편지 하나 써 줘.”

“응?”

김준은 지도를 펼치고서 미군부대 근처를 연신 싸인펜으로 동그라미를 치면서 상황에 대해 말했다.

“일단 여기에 한 번 더 가긴 할 거야. 근데, 그쪽을 뚫고 가진 않을 거야. 그래서 표시하려고.”

“아, 그쪽에서 언제든 와서 확인할 수 있게요?”

마리가 무슨 말인지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이자 김준은 그 말이 맏아면서 추가 설명했다.

“종이 같은 건 안 되겠고, 와이셔츠나 티셔츠 같은 거에다가 잉크로 쓰는 거야.”

“흐으응~ 그럼 뭘 쓰면 되는데?”

“현재 바깥의 상황, 그리고….”

김준은 지난번 바깥에서 습격당한 미군중령의 수첩을 들고서는 마지막 장을 찢어 버렸다.

찌이익-

“오빠!?”

“이걸 비닐에 담아서 그 티셔츠에 같이 매달거야.”

“…아!”

눈치 빠른 몇몇이 바로 이해했고, 에밀리 역시 펜을 준비했다.

“일단 바깥 상황에 대해 말하고, 본의 아니게 우리가 죽은 미군들의 장비를 노획했다고 알려. 그래야지 무장한 거 알고 섣불리 못 오겠지.”

“그다음엔?”

“문 앞에 그거 설치한 다음에 안에 사람들 들으라고 신호를 보낼 거야. 베스트는 사이렌인데, 그게 안 되면….”

“폭죽.”

“응?”

“폭죽이요. 그 바닷가 앞에서 밤에 터트리는 거.”

은지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김준은 그런 폭죽 역시도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깜깜할 때에 효과가 있을 거고, 소리만으로는 사이렌과 별다를 바 없다는 단점도 있지만 말이다.

“당장은 아니야. 시간 좀 두고 갈 거야. 그때까지는 또 가 볼 곳이 있어.”

“어딘데요?”

가야나 마리, 도경이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또 어느 곳을 가냐는 것이었다.

사실 김준이 이 자리에서 누구를 데리고 가던 간에 다들 묵묵히 따라나와서 각자의 몫을 잘해주고 있었다.

물론 나니카나, 인아, 가야 같이 루팅에서도 나쁘지 않은 활약이지만, 차라리 집안일하는 게 더 어울리는 애들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머리를 잘 쓰고, 눈치가 있는 애들을 뽑아야 했다.

“일단 은지가 좋긴 한데, 거기에 대화를 위해서는 에밀리나 마리가 필수….”

“아~ 영어를 배웠어야 했나?”

외국어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은 거기 포함 안 되는 도경이나 라나가 볼멘소리로 넌지시 말했다.

“그리고 여기 말고 또 가 볼곳이 있어.”

김준은 소사벌 옆에 있는 다른 경기도의 도시를 가리켰다.

“진성시라고, 톨게이트 넘어가면 나오는 동네야. 인구도 적고 거의 논밭인데, 공단 하나가 큰게 있어.”

“여기에 뭐가 있는데요?”

“당시에 고위공무원단하고, 공장, 그리고….”

김준은 펜으로 지도를 툭툭 치다가 바로 말했다.

“예비군 사격장.”

“어머!?”

“와 라이플!”

“군인 좀비 또 나오는 거 아니야? 이렇게 으으으으- 하면서.”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미 미군부대의 소총을 노획한 뒤였으니, 총알이 호환되는 예비군사격장의 탄을 수급하는 순간 이제부터 김준은 공기총이나 2,3발 들어가는 엽총이 아니라 소총을 쏴대면서 좀비를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다.

“미군부대는 시간을 두면 언제고 생존자 끼리 만날 수 있어. 하지만 여기는 새로운 동네이니까 가면서 느껴야 해.”

“흐음~ 그러네요.”

“동탄 갔을 때,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죄다 뛰어다녀. 무슨 좀비가 마라토너들이야.”

마리가 기억도 하기 싫은 동탄의 트라우마를 드러내자 김준 역시도 거긴 진짜 군부대 아니면 제압이 힘들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당분간은 주변에 있는 가게들 훑어갈 거야. 최대한 물자를 쟁여놓고 움직이자고.”

“일단 슬슬 떨어져 가는 게 깻잎 통조림하고, 김 종류요.”

“미역은?”

“요새 많이 먹어서 그런데 건미역 있으면 좋죠.”

“오케이, 하나하나 보자고.”

“고기도 다떨어졌어요.”

“장조림이랑 스팸 캔 있는 대로 긁어올게.”

안에 있는 물자 담당인 가야가 그동안 작성했던 차트를 가지고 하나하나 말했다.

그동안 쌀이나 밀가루, 간장이나 고추장, 식용유와 소금 등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받아온 게 많았고, 야채도 직접 재배와 물물 교환을 통해 어찌어찌 됐었다.

그 와중에도 유독 애들이 먹어서 필요한 것 리스트를 하나하나 작성했고, 김준은 슬슬 바닥을 보이는 광산 같은 소사벌 일대의 지도를 보면서 있는 대로 긁어모을 셈이었다.

“동탄 마트 거기 다시 가면 몇 달은 너끈하지 않을까?”

“거긴 앞으로 충분한 무장 없으면 안 갈 거야.”

“하긴 뭐….”

아무리 물자가 중요하다지만, 죄다 뛰는 좀비 위주의 그 지옥의 필드는 좀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필요한 것에 대해 말하는 아이들.

그중에 몇몇은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등의 기본적인 위생용품도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요구하다 보니 이번에 루팅 리스트도 상당해졌다.

또한 그 루팅을 위해서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 김준은 공교롭게도 둘이 딱 손을 들자 바로 채택했다.

***

“오랜만이예요. 오빠♥.”

“우리, 차나라 잘할수 있지?”

“네~”

김준은 새로운 무기인 M4 소총을 옆에 놓고서 힘차게 출발했다.

“저 탱크같은 미군 장갑차 타고 갈 줄 알았는데….”

뒷좌석에 있던 은지가 세차 이후 방치된 험비를 보고 넌지시 중얼거렸다.

“저건 골목길 이용 못 해. 연비 문제도 있고.”

“그럼 언제 쓰실 거죠?”

“미군부대나 진성시 쳐들어갈 때.”

“…아!”

은지는 바로 이해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주변을 살펴 좀비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후방의 사각을 살필 때 넌지시 통증이 있는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그날의 밤 이후로 처음으로 한 피임없는 질내사정이었는데, 딱 2주가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반면 앞좌석에 있는 라나 역시도 조용히 김준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어떻게 캐치했는지는 몰라도 은지가 임신공격 각을 잡고 했을 때, 단 하루 차이로 자신도 시도했던 행위...

만약 은지가 그걸 알았다면, ‘이 도둑고양이!’ 라고 외치며 목을 부여잡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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