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화 〉 246 진짜로 파티 준비하자.
* * *
“히익?! 이게 뭐야?”
“꺄아앗?!”
푸드득 푸득
양동이를 넘어 아이스 박스 하나를 가득 채운 생선들을 보고 노래방 안에서 기겁하는 아가씨들이었다.
“어이구! 뭘 이렇게 많이 잡았어?”
“이게 메기고, 이게 누치, 그리고 이게 가물….”
푸드드득 꾸우우우!!!
“이 새끼, 몸부림은!”
여기 아가씨 중 한 명의 손가락을 앗아간 그 커다란 가물치를 김준이 두 손으로 집고 아가미를 꽉 눌러버리자, 놈은 발버둥 치다가 눈알이 빠질 것같이 쥐어짜였다.
“이건 대가리 따다가 푹 고아먹으면 돼.”
“으으으….”
다른 사람들이 차마 가물치에겐 다가가지 못하고, 술집뿐만 아니라 음식점도 오래 했던 황 사장 역시도 차마 살아 날뛰는 가물치를 가져다가 배를 따는 일은 못 하겠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중사 삼촌, 미안한데 그거….”
“배 따서 손질해 달라고요?”
“…미안 해. 대신 여기 있는 양주 좀 줄게.”
“그러죠.”
김준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한 손으로 날뛰는 가물치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옆에서 라나가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자기도 그건 못한다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때, 은지가 뒤에서 그녀를 토닥이며 김준을 따랐다.
“같이 가죠.”
“어, 생선 손질 할 줄 알아?”
“인아한테 배웠어요. 내장 빼는 거랑 비늘 벗기는 거.”
“아, 그래.”
그 모습을 보고 은별 역시도 조용히 뒤따라갔다.
“고는 건 내가 할게.”
그렇게 주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김준은 바로 칼 한 자루를 꺼내서 도마 위에 올린 가물치의 멱을 그대로 따 버렸다.
새빨간 핏물이 콸콸 쏟아지는 가물치를 손질하면서 비늘을 벗겨 내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낼 때 비린내가 주방 안에 진동했다.
김준의 그런 손질에 은지도 슬며시 양동이채 들고 온 생선 하나를 꺼내서 같이 손질했다.
“저기 은지씨 맞죠? 여기 식초로 시쳐 내면 되는데….”
옆에서 은별이 주방 보조하자, 은지는 담담하게 칼질하면서 넌지시 말했다.
“말 편하게 하세요. 준이 오빠보다 누나시잖아요.”
“어, 그래도 좀….”
“괜찮아요. 제가 한참 어리니까.”
“진짜 그래도 되나? 내가 아이돌하고 말을 다 놓고.”
“아이돌이었죠. 작년까진.”
은지는 쿨하게 말하면서 내장을 빼낸 생선을 은별에게 건네줬다.
그것을 식초 푼 물에 씻어내자 준도 손질한 걸 건네줬다.
양동이에 한가득 담긴 생선들은 깔끔하게 손질됐고, 뒤이어 아이스 박스에서 좁은 곳에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대는 놈들을 죄다 배 따고 손질해서 봉투에 담으니 며칠은 충분히 먹을 양됐다.
“고생했어. 삼촌 이거….”
동남아 아가씨 둘이 들고 온 양주 한 박스를 받은 김준은 파란색의 양주 박스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골든 블루 17년….”
“더 좋은걸 줘야 하는데 미안 해.”
“됐습니다. 이거만 해도 충분해요.”
“중사 삼촌, 차로 좀만 가면 주류 창고 있는데 안내해 줄까? 한 박스 더 가져가도 돼.”
“아뇨. 술은 집에도 많아서요. 그냥 이거 가지고 바로 가렵니다.”
“음? 오늘은 안 자고 가는 거야?”
“무전기도 연락됐으니 무슨 일 있으면 이제 이걸로 연락하면 되죠.”
김준은 은지와 라나에게 말한 대로 오늘은 무전기 설치에 통신까지 성공하고, 위스키에 갓 잡은 물고기도 가득하니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그럼 고추장이라도 추가로 가져가.”
“주시면 받죠.”
김준은 황사장에게 장독 하나까지 받으면서 넉넉히 챙겨 갈 수 있었다.
차에 올라타면서 배웅을 받았을 때, 그녀들이 다시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것을 두고 김준이 손을 흔들며 떠났다.
“자~ 가자.”
“시각은 충분하겠네요.”
웬만하면 오후 7시 안까지만 돼도, 돌아가는 일은 문제없다고 했는데 그보다도 훨씬 더 이른 시간이라 여유가 넘쳤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올 때 지나쳤던 좀비들이 느릿느릿 다녔지만, 도로까지 올라온 녀석은 없으니 똑같이 제꼈다.
***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김준은 아이스 박스에 잔뜩 담겨 있는 것을 열었다.
“우욱! 냄새.”
“그래도 손질은 다 끝낸 거다.”
에밀리나 도경이 뭐 맛난 거 가져온 줄 알고 우르르 왔다가, 안에 든 건 내장 뜯어대고 머리 잘라 낸 생선 토막들을 보고 기겁했다.
김준은 그것들을 가지고, 애들을 모두 불러 말했다.
“우리 내일 생일파티 하자.”
“오케이!”
“가야는 괜찮겠어?”
“아, 이제 괜찮아요. 그리고 먹는 거야 뭐….”
종일 요통으로 누워 있던 가야도 모두가 잔뜩 먹을 생각에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때 에밀리가 넌지시 손을 들어 올렸다.
“준, 저기 말이야.”
“응?”
“그냥 오늘 파티 해도 되지 않아?”
“…?”
“내일은 미역국이랑 남은 거 먹으면 되잖아?”
김준은 그 말에 슬며시 시계를 봤고, 인아가 그 상황에서 넌지시 말했다.
“지금 저녁 준비하는 거 국 다먹어서 미역 불리려고 했는데….”
“밥도 아직 안 앉혔네, 우리 안 올까 봐 그런 거야?”
은지가 부엌을 보면서 한 말에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오늘 하자. 가야랑 에밀리는?”
“당장 하자! 파티!”
“네, 저도 먹는 거라면 좋죠.”
주인공은 저 둘이었고, 의지도 넘치는 분위기였다.
김준이 그 상황에서 인아랑 은지를 보자 그녀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파티 준비했다.
“그래, 하자.”
“오늘 생일 파티야? 대박!”
“시끄럽고 주목! 도경이랑 라나 옥탑방 가서 위스키랑 와인 꺼내와. 나니카는 오븐하고, 에어프라이어 꺼내서 청소하고 마리는 생선 분류좀 같이 하자.”
은지가 일사불란하게 하나하나 오더를 내렸고, 김준 역시도 팔을 걷어붙이고 오늘의 생일파티 준비했다.
그렇게 오늘 가져온 것들과 그동안 2층과 옥탑방에 놓은 찬장, 그리고 아침에 야채까지 따서 제대로 된 가야와 에밀리의 공동 생일파티를 준비하기로 했다.
딱 딱 스으으윽
“어우, 칼질 무서워라.”
김준이 식칼을 가지고 험상궂게 생긴 메기를 토막토막 내자, 옆에서 에밀리가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반은 양념장에 재우고, 반은 튀김으로 먹자.”
“캣피쉬 맛있지. 케이준 스타일로 구워서 화이트 와인하고 먹으면 특히.”
에밀리는 생각만 해도 행복한지 입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레몬즙 쭉 쨔줘, 그리고 옆에 감자튀김도 만들어 줄 수 있지?”
“바라는 것도 많다!”
“내가 주인공인데?”
에밀리의 말은 틀린 게 없어서 더 할 말이 없었다.
“알았어. 그렇게 만들게.”
“아, 타르타르소스도!”
“….”
김준은 에밀리의 요청을 받아 하나하나 준비했다.
그리고 옆에서는 인아가 김준이 가져온 생선살을 전부 발라내고 있었다.
“블루길은 이렇게 다져서 다진 야채하고, 밀가루 섞어서….”
민물고기 비린내를 잡기 위해 맛소금과 후추를 잔뜩 퍼부어서 찰기가 올라올 때까지 이리저리 만드는 인아.
그리고 은지 역시도 하나하나 만들고 있었다.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오늘은 모처럼 생일파티 준비로 확실히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언니, 감자 다 깎았어요.”
“이리 줘. 내가 썰게, 저기 인아 어묵 만드는 거 도와줘.”
“네.”
나니카가 쪼르르 달려가 인아가 만들고 있는 어묵 반죽을 보고 자신도 손을 씻고 만든다.
그사이에 라나랑 도경은 술을 챙긴 다음에, 옥탑방과 1층에 있는 야채를 잔뜩 따와서 그걸 씻었다.
“자~ 피자만든다. 피자!”
“오!”
은지가 생선 정리를 다 마친 다음 씻고 와서 바로 밀가루 반죽으로 도우를 만들고, 피망이다, 햄이다, 토마토다, 양파다, 버섯이다, 한 곳에 담고 치즈를 흩뿌렸다.
그리고 인아가 마리와 같이 생닭과 꿩을 해동한 뒤 토막토막 내서 튀김 가루를 잔뜩 발라 가야가 먹고 싶다고 한 가라아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각각의 음식을 준비할 때, 오늘따라 2층의 주방은 정말로 분주했다.
“자~ 튀김 다 만들어졌다.”
김준이 먼저 메기와 감자 튀김으로 피쉬앤 칩스를 만들었고, 그 옆으로 닭고기 가라아게, 남은 재료로 즉석에서 만든 교자튀김등이 하나하나 테이블을 채웠다.
가야가 특히 튀김을 보고서 황홀한 얼굴이었고, 그 뒤로 각종 음식이 나왔다.
“라볶이가 왔어요~”
마리가 프라이팬을 통째로 들고 온 삶은 달걀 5개 넣은 매운 라볶이를 테이블에 올려놨다.
“김밥이랑 순대도 왔어요.”
라나가 부엌에서 만든 김밥과 순대를 세팅했고, 그 뒤로 도경이 오븐에서 갓 나온 노릇노릇한 피자, 나니카가 수저와 젓가락을 사람별로 세팅하고 미역국을 올려놨다.
그렇게 차례차례 음식이 채워지고, 아직도 은지랑 인아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기를 버섯과 같이 굽고 있었다.
8명의 아이돌이 다 모인 곳에서 아포칼립스에서 역대급 초호화 만찬을 만드는 생일 파티.
그리고 그 마지막은 인아가 오븐에다 구운 스펀지 케이크였다.
편의점에서 쌓아놨던 초까지 꽂아서 가져 왔을 때, 김준은 그것을 받아서 에밀리와 가야에게 내밀었다.
“자~ 오늘 생일을 맞이한둘이 불어.”
“생일파티 노래 준비하시고~ 하나~ 둘~ 셋~”
라나가 흥얼거리면서 언니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려는 그때였다.
에밀리가 싱글벙글 하면서 당장에 촛불 불고 케이크 한 입 먹으려고 하고, 그 옆에서 가야도 조용히 박수를 칠 때…
그녀의 눈가가 잠깐 촉촉해졌다.
“어? 은야 언니, 운다!”
그 순간 진심으로 이 상황에서 오열한 가야였다.
덕분에 다 먹기 전에 그 분위기에 휩쓸려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눈물을 쏟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났고, 그 와중에 에밀리는 초콜릿 케이크를 손으로 집어먹으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쨌건 3번째와 4번째의 생일도 여기서 끝난 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