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45화 (245/374)

〈 245화 〉 245­ 여기도 별일이 많았다.

* * *

쾅­ 쾅­

끼이이익­

“됐다.”

김준은 중간 지점인 곳에 원거리 무전기를 설치할 곳을 찾았었다.

그중에서 나온 것은 지난날 빗길에서 황 여사 일행이 고기잡는걸 만났던 호수공원이었고 근처에 공공 소화전을 만나 도끼로 쳐서 잠긴 자물쇠를 뜯어냈다.

“자, 여기다가 설치하고 주파수를 맞추면….”

삐이익­ 삐이이이­

불쾌한 노이즈가 확 퍼졌지만, 그 이후로 김준이 재조정해서 외쳤다.

“아! 아! 지금 거기 누구 있어?”

[삐­ 삐삐삐­]

“너무 멀리 왔나?”

중간에 거리가 오버 돼서 소리가 좀 적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때 상대 쪽에서도 계속 소리가 울렸다.

[삐이이익­ 삐­ 치직­ 오빠? 치지지직­]

“어, 됐다!”

“아냐, 이거 거리 약간 짧아서 인식 못 하는 거야.”

라나가 오빠라는 소리 듣고서 성공했다고 좋아했지만, 아무래도 여기다 설치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좀 뒤로 가서 딴 데 설치할 때 봐야겠다.”

“아까 오면서 하나 봐 둔 게 있어요.”

“뭔데?”

“그… 다리 건너가기 전에 튜브랑 밧줄이 잔뜩 있던데요?”

“아, 그거 안전 구명튜브.”

김준은 은지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두 차에 타게 했다.

그리고 천천히 후진하면서 주변에 좀비가 튀어나오지 않을지 신경 쓰면서 은지가 말한 곳으로 왔다.

다리 밑에 하천은 그다지 깊지 않았는데, 은지가 말한 대로 구명밧줄이 있었고, 안내판으로 사람이 빠졌을 때 바로 던지라고 쓰여 있었다.

“흐음, 여기다 설치하면 되겠네.”

“근데… 여기가 그렇게 깊어요? 바다도 아니고 굳이 여기?”

“지금은 그렇지. 근데 장마철 되면 엄청 넘쳐. 내가 알기로 매년 네다섯 명 빠져 죽었을 걸?”

“히익?!”

“노인분들 물꼬 보러 간다고 넘어가다가 떠내려가서….”

뭐 그런 이야기로 계속 시간 보낼 건 없고, 김준이 차 안에서 다시 무전기를 꺼내 말했다.

“아, 아! 지금은 잘 들려?”

[삐이이이­ 치직­ 치지지지직­ 오빠!]

“잠깐만! 좀 뒤로 왔는데 괜찮아?”

[치이익­ 오빠, 잘 들려요!]

“엉, 지금 받는 거 누구니?”

[치직­ 칙­ 오빠, 저 인아요.]

“아, 인아구나. 별일 없지?”

[치직­ 네, 여긴 괜찮아요.]

김준은 인아의 연락을 받은 다음에 바깥에 있는 구명 튜브를 열고 그 안에다 무전기 두 개를 설치했다.

그리고 다시 차에 타서 다음 무전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테스트를 했다.

“지금 다른 애들은 어때?”

[치직­ 가야 언니 허리 찜질 중이고요. 다른 언니들도 빨래하고 있어요.]

“어, 그래.”

김준은 인아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통화를 마치고서 두 명에게 말했다.

“잘하면, 당일치기로 그냥 가도 되겠다.”

“네~ 시간 생각하면요.”

“요새는 7시 넘어도 해가 안 져요.”

확실히 날이 풀리면서 해가 길어지다 보니까 6시 안에 못 들어가면 그냥 그 일대에서 하루 묵고 가는 일은 없어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설치를 끝낸 뒤로 공단면에 도착한 김준은 바로 차를 노래방 건물 근처에 세우고는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클락션을 누르기 전에 잠시 무기를 한 번씩 점검하고 샅샅이 수색하면서 천천히 기다렸다.

“뒤쪽에 확실히 뭐 보이는 거 있어?”

“잠깐만요. 으으음.”

은지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정신없이 눈을 굴렸지만, 이렇게 봐서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딱 1분만 더 봐줘. 그리고 바로 클락션 울릴 거다.”

“네.”

김준이 은지를 믿으면서 마지막으로 수색을 기다린 순간, 그녀의 눈에 마침내 들어온 게 있었다.

“오빠! 그쪽에 사이드미러 한 번 봐 보세요!”

“어디, 흐으음…”

“저기 맞은편에 방화사라고 있는 거요. 뒤에 뭐가 움직여요.”

“잠깐만.”

김준은 차를 움직여서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은지가 가리킨 곳을 스코프를 통해 봤을 때, 뭔가가 확실히 움직였다.

그런 대치 속에서 서서히 움직이던 존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쿠당탕탕­

크어­ 으어어어어­

“은지, 잘했다.”

그냥 클락션 울리고 들어갔으면 아마 뒤늦게 좀비가 달려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김준은 그 자리에서 엽총을 발사해, 바로 좀비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총 소리를 듣자마자 김준 일행이 왔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이 조금씩 내려왔다.

“아!”

“누나, 안녕?”

은별이 나와서 캠핑카를 확인하자 김준이 손을 뻗어서 손을 흔들었다.

은별과 그 옆에 동남아 아가씨는 바로 인사하면서 들어오라고 바리케이드를 하나하나 치웠다.

“나가자.”

“네!”

라나가 먼저 문을 열고 뒤에 있던 은지 역시도 확실히 숨통이 끊어진 좀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별일 없었지?”

“하나 있었어.”

“응?”

“아가씨 하나 손 잘렸어.”

“뭐?!”

김준은 은별이 하는 말에 깜짝 놀라 물었다.

“손이 왜 잘려?”

“사고가 있었거든. 후~ 말하기도 그렇다.”

“쯧!”

김준은 그녀를 따라 올라가면서 기다리고 있던 황사장 일행의 인사를 받았다.

“아이고, 중사 삼촌 왔어? 오랜만이네.”

“잘 지내셨죠?”

“나야 문제 없지.”

“손 다친 아가씨 한 명 있다면서요?”

“아, 레이?”

황 여사는 한숨을 내 쉬면서 그중에 한 명을 손짓 해서 불렀다.

그렇게 온 동남아 아가씨는 왼쪽 손에 검은 장갑을 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쩌다 저랬어요?”

“고기 잡다가 손가락 물렸어.”

“네~?”

황 여사의 설명을 들은 김준은 고기한테 물렸다는 말에 입이 벌어졌고, 레이는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이 장갑을 벗었다.

“어우!”

“어머!?”

김준이나 라나나 은지나 그 흉터를 보고 경악했다.

새끼손가락 두 마디와 약지 한 마디가 사라진 손에는 담배가루와 숯가루가 잔뜩 발라서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그, 호수공원 고기 잡는데 있잖아. 거기서 바케스 놓고 건지는데 뭐가 물어뜯었대.”

“옆에서 그놈 잡으려고 했는데 손가락만 뜯겼어요.”

“미친, 이거 가물치 같은데?”

김준은 날카로운 이빨에 살점 전체가 뜯겨나갔다는 손가락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세 개는 움직일 수 있어.”

레이라 불린 아가씨가 왼손에 남은 세 개를 까딱거리는 게, 그래도 남은 부위는 살아 있는 것에 대해 안도했다.

“소독은 잘해요?”

“저거 매일 시쳐주고 있어. 슬슬 아물더라고.”

“에휴~”

김준은 그 뒤로 카운터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가루가 지혈은 잘되더라고.”

“이거 위험해요. 차라리 말린 쑥이 낫지.”

“그래? 그럼 삼촌이 말한 대로 할게.”

“뭐, 그리고 또 여기 온 이유가….”

김준은 황여사와 은별, 그리고 자신이 포함되어 원거리 무전기에 대해 알렸다.

지금, 이걸로 다른 생존자들하고도 연락하고 있고, 여기가 세 번째다.

그리고 중간중간 기지국 식으로 설치한 방식이니 정말로 급박한 일이 생길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평소에는 여기 있는 발전기를 통해 충전 모드를 만들라고 알렸다.

사용법을 쓰고서 직접 은별이 테스트할 때, 안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치직­ 칙­ 어머, 안녕하세요?]

“샤인씨 맞죠? 세상에 이렇게 진짜 연락을 하네?”

[치직­ 네. 다시 연락해서 반가워요.]

은별과 인아가 직접 연락하면서 테스트를 끝냈고, 그렇게 인프라 세 곳을 한꺼번에 이은 것으로 당분간은 정보를 찾으려고 일일이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앞으로는 서로 필요한 게 있을 때 이걸로 하자고요. 물론 교환할 것들은 잘 챙기시고요.”

“중사 삼촌, 말이 나와서 말인데 말이야.”

“네?”

“그 아이 다친 이후로 낚시나 그런 거 전혀 못하고 있어. 우리 며칠째 풀때기에 수제비만 끓여먹었거든?”

“흐음….”

“애들 데리고 가서 잡는 것 좀 도와줄 수 있어? 잡은 만큼 가져가고.”

김준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어머, 정말?”

“고마워. 저기 족두리하고 바케스는 있거든?”

“그거 안쓸 거야.”

“!?”

김준은 팔을 걷고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말했다.

“딱 두 개만 챙겨요. 바케스, 그리고 뜰채.”

김준은 나머지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확실히 약속했다.

그러고는 바로 밖으로 나와 은지와 라나를 불렀다.

“얘들아.”

“네?”

“작업 좀 하자.”

김준은 그녀들을 데리고 바로 내려가 차로 향했다.

***

“이, 이거 괜찮은 거야?”

“안 괜찮을게 있나?”

“으으으….”

김준이 낚시 하는 거 보여주겠다면서 가져온 것은 즉석에서 만든 장대였다.

하지만 단순 장대가 아니라 그곳에는 수많은 전선이 휘감겨 있었고, 그 선은 따로 빼놓은 자동차 배터리에 꽂혀 있었다.

배터리 역시도 각종 은박과 호일을 담아서 최대한 전력이 잘 통하게 한 다음 그 끝에다가 원형의 구리선을 달아놨다.

“여기지?”

“으, 으응!”

이제는 호수공원이 아니라 그냥 자연이 된 저수지에서 김준은 자신이 만든 장대를 가지고 천천히 나왔다.

고무장갑과 고무장화를 쓴 상태에서 주변에 좀비가 튀어나오지 않게 앞뒤로 바리케이드까지 설치하고 라나와 나미 등의 다른 아가씨들에게 경계까지 맡겨놨다.

그리고 김준이 당당하게 나와 바로 장대의 구리선을 물가에 가져다 댔다.

“은지야!”

“….”

“으으­”

은지가 김준의 말을 듣고 스위치를 올린 순간, 은별은 못 볼걸 본 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김준이 전기 스위치가 올라온 장대를 힘껏 물에 처박았다.

지지직­ 부글부글부글­

이후 여기저기서 공기방울이 올라오더니 거기에 맞춰 물고기들이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붕어는 기본이고, 각종 피라미나 누치 같은 잡어에, 가물치나 메기까지 배를 깐채로 허우적거리면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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