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화 〉 238 이젠 좀비가 정신공격도 하네?
* * *
마리의 반응으로 인해 중간에 차를 세운 김준은 바로 자리를 바꾸게 했다.
멘탈이 나가 있는 상태의 마리를 뒷좌석에 타게 하고 은지에게 석궁을 받게 했다.
은지는 석궁을 받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더니 저 멀리 달려오다가 일행을 놓치고 서성이는 좀비를 향해 발사했다.
파아앙
“!?”
“위험하게….”
은지의 그 한마디에 김준은 마리를 보고 물었다.
“강마리, 너 설마… 장전 상태로 붙잡고 있었냐?”
“죄송…해요.”
“야, 진짜 위험하게.”
원래였으면, 당장에 화를 내면서 뭐라고 한 소리 했을텐데 아무래도 상황이 너무 안 좋아보여서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루팅과 작업을 다 마친 뒤에 집에 돌아가서 일을 복기하면서 이야기하면 될 거다.
김준은 그렇게 조수석 파트너를 은지로 바꾼 뒤로 다시 절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그 앞으로 또 다시 보이는 좀비 무리가 있었다.
“앞에 셋.”
“요새 안 갔다고 다시 기어나오나?”
이 일대는 죄다 쓸어버렸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좀비에 김준이 공기총과 엽총을 장전했다.
“내가 나설게.”
“그럼 전 마리 대신 뒤쪽 볼게요.”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 어디서 준비했는지, 손거울에 셀카봉을 붙여서 확인할 수 있게 창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거울을 통해 보이는 뒤쪽을 보고는 엎다는 것을 확인한 은지.
그리고 앞에서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김준이 총을 뽑아 바로 겨눴다.
타앙 철컥
벅샷의 총알이 흩뿌려지면서 뭉쳐있는 세 마리의 좀비의 피부를 갈기갈기 찢었고, 뒤이어 한 발 더 발사했을 때, 비틀거리면서 하나가 쓰러졌다.
김준은 바로 더블배럴 샷건을 넣고, 장전된 공기총을 겨누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띠잉
캔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공기 스프링으로 폭발한 연지탄이 두 번째 좀비의 이마를 꿰뚫어버렸다.
찰카닥
단발이지만, 다른 총과 다르게 바로 뒤에 장전하고 뭉치를 당기면 끝인 공기총을 장전하고 세 번째 좀비까지 확실히 쓰러트린 김준.
거기에 맞춰 바로 차 문을 닫은 다음 이후로는 누가 달려오던 무시한 채 바로 직진했다.
“어차피 10분이면 도착해! 그냥 앞으로 간다!”
이곳에서 직전으로 그냥 가 버리면, 바로 정토사가 있는 덕원산 공원 쪽이다.
김준이 천천히 차를 타고 산길을 올라갔으며, 중반쯤 갔을 때 힘껏 클락션을 울렸다.
빵 빵 빠앙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린 뒤로 담배 한 대를 태우며 천천히 기다리다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왔을 때, 그 앞으로 스님 한 분이 와서 자비 있는 미소로 조용히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네. 스님.”
이 아포칼립스 삶에서 묵언 수행이다, 참선이다 각종 수행을 다 하던 스님들은 김준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절 안에 있던 모두가 김준 일행이 왔다는 소식에 모두 달려왔다.
“아, 왔어?”
“잘 있었냐?”
친구 은기는 지금의 삶이 익숙해졌는지 승복 차림에 갓 밭일을 하고 온 것 같이 바짓단에 흙이 묻어있었다.
“여기 농사 잘 되냐?”
“그럭저럭 자급자족은 되더라고. 이번엔 버섯을 키웠어. 표고 실하다.”
그 뒤로 은기의 딸인 소율과 시은이까지 모두 있었다.
“안녕… 하세요.”
“어!”
김준은 손을 흔들어 주고 주방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간호사와 하준 엄마, 그리고 은기 와이프와도 인사했다.
이후 대웅전 내의 주지스님을 만났을 때, 김준은 가지고 온 무전기를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집까지 연결이 되는 무전기입니다. 여기서 한 번 테스트해 보려고 합니다.”
“허허, 그렇게 되면 속세와 이어질 수가 있는 것이겠군요.”
“설마 반입 금지는 아니겠죠?”
노스님은 빙긋 웃어보이더니, 조용히 치과의사를 불렀다.
이곳에서 노스님 다음으로 연배가 있으신 분이니 그가 오자마자 무전기를 받고 중간에 이어놨다는 이야기에 화색이 도는 그였다.
“이 늙은이는 그런 기계에 대해 무지하니 시주와 처사께서 같이 논의하시지요.”
“아, 네.”
속세의 물건을 쓰면 안 된다고, 휴대폰도 잘 안가지고 다닌다는 스님들이니 이런 상황에서도 그냥 거주하는 다른 분들을 통해 이야기하라고 하는 노스님이었다.
그렇게 무전기 테스트를 하고, 집에서 에밀리가 반응하고 있을 때, 모두가 축제 분위기였다.
그렇게 명국부부네에 이어서 정토사까지 확실하게 통신망을 설치한 김준은 뿌듯한 마음으로 절에서 제공하는 저녁 공양을 할 수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드시지요.”
커다란 나무식기에 여기 절에 오면 꼭 먹게 되는 사찰국수, 거기에 각종 야채조림과 버섯요리등의 다채로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니, 이 분은 왜 이렇게 안 드세요?”
정성껏 준비했는데, 몇 술 뜨지를 못하는 마리를 보고서 다른 이들이 물었다.
“아, 죄송해요. 좀 깨작거렸죠?”
그러면서 억지로 그릇을 들어 먹는데, 누가 보더라도 꾸역꾸역 들어간다는 게 보였다.
김준은 그 모습을 보고서 뭐라 말하려 했지만, 옆 자리에 있던 은지가 조용히 제지했다.
그리고 식사 이후로 친구랑 식후 연초를 할 때, 마리는 은지의 손에 이끌려 절간으로 들어갔다.
“혹시 여기도… 그런게 있나요? 고해성사 같은 카운셀링?”
“허허허, 보살들께서 무슨 일로 그러시는 걸까요?”
주지 스님은 절간에서 ‘고해성사’를 운운한 마리의 말에 껄껄 웃으면서 말해보라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그… 여기 오면서 좀비들을 많이 잡았는데….”
“부처님께서 그 악귀들을 잡는 것을 살생으로 여기실지는 소승 또한 궁금합니다.”
“아니, 그… 그동안은 몰랐는데, 아는 사람이 좀비가 된 것을 발견하고… 차마 쏠 수가 없었어요.”
그러자 옆에 있는 은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걸스 파이팅 스태프가 아직 좀비 상태로 있었구나.”
발견 장소도 자신들이 갇혀 있던 소사벌 운동장이었던지라, 1년 가까운 삶에서 아직도 그들이 좀비 상태로 남아있을 것을 봤으니 더 충격적일 수도 있었다.
“살아있는 것은 언제나 고행인 법이지요. 하지만, 보살들께서는 지금까지 잘 해오지 않으셨습니까?”
노스님의 인자한 말에 마리는 조용히 앉아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108배?”
“갑자기 한다고 하네요. 어차피 날도새고, 묵어갈 거라면 잠시 있고 싶다고요.”
은지의 말을 들은 김준은 크게 상관은 없으니 굳이 하겠다는 마리를 두고 말릴 생각은 없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좀비들을 잡기 위한 목책을 만드는데 손을 거들기로 했었다.
물물교환 대가로는 세 명 모두 치과 치료와 아직 덜 자란 재배채소 대신에 최근에 잔뜩 캐낸 칡과 쑥 등의 나물을 받기로 했다.
딱 딱
“망치질은 진짜 잘해.”
은기가 옆에서 김준이 망치질 할때마다 한 방에 박히는 못을 보고는 감탄하며 말했다.
“내가 못질을 몇 년 했는데.”
군 시절 사격이나 훈련보다 작업을 더 많이 했던 부사관이라 자부하면서 웬만한 기계나 목공등의 작업은 전부 그의 몫이었던 과거를 떠올린 김준.
스님들과 은기가 있던때보다 배 이상으로 빨라진 작업 속도로 김준은 목책 한 줄을 완성하고, 반대쪽도 금방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대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쿠웅 쿵
“?!”
크으으 크웨에엑…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뭔가를 토하는 듯한 검은 그림자.
김준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다들 빠져!”
김준의 외침에 스님들과 은기가 황급히 뒤로 물러날 때, 등에 찬 엽총을 꺼내며 바로 겨눈 김준.
철컥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김준은 천천히 그 좀비를 향해 겨눈채 대치했다.
“크르르르”
그런데 점점 다가오는 그 좀비의 차림새가 조금 이상했다.
지금 은기 녀석이 입고 있는 것과 똑같은 차림새의 승복, 물론 피와 흙에 오염되어 본래의 색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게다가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민머리에, 핏발이 서서 새빨개진 두 눈으로 연신 달려들려고 하는 좀비를 보고 뒤에서 누가 다급히 외쳤다.
“양규 스…?!”
키야아아아악!!!
타앙
김준은 주저없이 달려드는 좀비를 향해 머리를 정확히 날려버렸다.
털썩
그 뒤로 하나둘씩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김준은 다시 펌프를 당기면서 침착하게 서서쏴로 좀비들을 잡아나갔다.
타앙 타앙 철컥 철컥
탕!!!!
엽총 다음으로 바로 권총을 난사해 잡아댄 좀비들.
이미 절간에서는 총 소리가 들리자 모두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 문을 굳게 잠근 상황이었다.
“끝났어요.”
좀비들을 전부 잡아버린 김준은 오랜만에 산을 타고 올라가는 좀비들을 보고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미타불….”
좀비 무리 중 익숙한 얼굴을 봤던 성정스님은 연신 합장을 하면서 좀비의 육체를 던져버리고 숨이 끊어진 시체들을 향해 명복을 빌어줬다.
“스님 좀비가… 있었네요?”
“그저 극락왕생을 빌 뿐입니다.”
“….”
김준은 한숨을 쉬면서 목책을 다시 점검하고 천천히 절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은 스님들 역시도 마리와 같이 108배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물론 김준은 바깥에서 야간 보초를 서는 것으로 대신했고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