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32화 (232/374)

〈 232화 〉 232­ 옥탑방의 메인 이벤트.

* * *

김준이 집에 돌아왔을 때, 모두가 활짝 웃으면서 그에 대해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아~ 진짜 그 집도 큰일 날 뻔했지. 우리 찾으러 오다가 사고난 애아빠도 그렇고.”

“어머머, 그래서? 그래서요?”

“겨우 치료하고 왔는데, 깨어났다니 다행이지. 재활치료 빡세게 해야 하는데 거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리는 자신이 산파를 맡았던 아이와 사고가 난 애아빠에 대한 썰을 풀었고, 나니카나 도경, 인아 등이 눈을 반짝이면서 계속 말해 보라고 부추겼다.

확실히 다른 루팅에 비해진짜 많은 일이 있었으니 그러려니 하면서 다른 방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이게 그 명국씨네 집에 이어진 무전기고, 주파수는 아예 써 놨어.”

“흐으음, 이렇게 아예 연락망으로 할 수 있네요?”

가야가 직접 무전기가 가득한 곳에서 전부 충전기로 연결해 둔 다음에 은지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일단 이렇게 라인이 생겼으니까 다음은….”

“다른 곳도 해야지. 서해안 황여사네나 정토사 모두.”

“아! 오빠.”

가야와 은지가 김준을 보면서 활짝 웃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음 일정에 대해서 말했다.

“가야랑 에밀리 생일 파티 끝나고 본격적으로 통신망 한번 깔아보자.”

“네, 오빠!”

“그 전에 하셔도 되는데….”

“나도 좀 쉬자.”

김준은 가야의 곱슬거리는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 주면서 당분간은 쉴 것을 알렸다.

“집에 뭐 별일 없지?”

“아무것도 없어요. 요새는 진짜 편하니까요.”

“흐음~ 그래? 에밀리랑 라나는 어디 갔어?”

“저번에 오빠 가신 뒤로 옥탑방에만 있던데요? 근데 그….”

“음?”

“에밀리가 저랑 다른 애들에게 말했는데, 그게 차마 말하기가….”

“!”

김준은 그 말을 듣고서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밖에 나가 옥탑방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가야는 아직도 화끈거리는지 새빨개진 얼굴이었다.

“뭐라고 했는데? 걔가 또 뭐 했어?”

“그, 그게….”

“!?”

은지는 대체 뭐길래 가야가 저러나 싶어 의문을 가졌다.

***

“오~ 준 오빠~”

“오빠~”

“…너희들 뭐 하냐?”

에밀리와 라나는 옥탑방에서 자신들의 처소를 꽃단장하고 있었다.

옥탑방 두 개의 방에서 지난번 네 명하고 같이 밤새도록 했던 침대.

그곳에 에밀리는 옷장에 있는 일반 옷을 빼고 특수한 것들로 채웠다.

“이게 다 뭐야….”

“준오빠 와이셔츠 좋아하잖아? 아무것도 안 입고 하얀 거 걸친거 하나.”

“….”

와이셔츠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날 대형 마트에서 털었던 속옷 대용으로 잔뜩 챙긴 수영복.

어떻게 수선해서 써 보겠다고 일본 애니에 나오는 부르마 체육복같이 만든 핫팬츠.

그 외에 황여사 일행에게 받아온 노래방 홀복에 처음 구출됐을 때 입고 있던 코디들이 맞춰준 무대옷까지 한가득이었다.

전부 실생활에서는 입기 힘든 것들인데 이걸 굳이 장롱에 담아 놓은 것이 의도가 보였다.

“제대로 꾸몄네?”

“그치? 러브러브하게.”

침대도 새하얀 시트를 은은한 퍼퓸향으로 쫙 펼쳐놨고, 베개도 딱 둘이 붙어 있었다.

그 위로 소형 냉장고를 설치해서 그 안에 모텔처럼 음료수를 세팅하고, 침대맡에 전등을 놓아서 밤에 조명을 받으면 정말 로맨틱할 것 같았다.

“우리 러브하우스야~ 오늘 밤부터 열거야.”

“뭐?”

“이따가 저녁에 언니들한테 말할 거예요. 옥탑방 수리가 좀 필요하다. 그래서 준이 오빠가 좀 머물러야겠다.”

“야, 야~”

김준은 작정하고, 눈을 반짝이면서 그를 노리는 라나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뭐?”

“에밀리 언니? 왜요?”

“가야 한테 말했거든. 내일까지 준오빠 잡아먹는다고.”

“….”

“봐바. 얼마나 준비했는데?”

드르륵­

에밀리는 양말과 속옷을 넣는 플라스틱 수납장을 열어 안을 보여줬다.

그 안에는 수많은 콘돔이 종류별로 있었고, 고급 티슈에 경구피임약에 창고에 처박아봤던 성인용품이 가득했다.

“미친.”

“저번에 그냥 간 값은 해야지? 오늘 밤부터 말이야.”

“….”

“오늘은 절대 못 피할 거야. 이미 가야가 전부 퍼트렸을 거니까.”

작정하고 김준을 ‘잡아먹겠다.’ 라고 선언한 에밀리.

김준은 그런 에밀리를 보고 지금 당장 엉덩이에 불나도록 두들겨 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서… 싫어?”

서랍장에 있는 콘돔 한 다발을 펼치면서 목에 둘둘 휘감고 있는 에밀리를 본 김준은 반사적으로 아랫도리가 불끈거렸다.

에밀리를 보고 이성적으로는 진짜 막무가내였는데, 아랫도리는 계속 피가 몰리고 있었다.

***

그날 밤.

저녁 이후에 2층 거실에서 가볍게 소주 한 잔 곁들이던 김준은 넌지시 다른 애들에게 물었다.

“오늘 옥탑방 자는애가 누구야?”

김준의 돌직구에 흠칫한 아이들 속에서 가야가 넌지시 말했다.

“에밀리랑 라나가 같은 방 쓰고, 다른 쪽은… 은지랑 인아인데.”

그 순간 은지는 조용히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 오늘 거기서 안 자.”

“응?!”

“은지 언니, 그러면 누구랑 방 바꿀거예요?”

“아니야. 소꼬리 녹이고 있거든? 그거 고으려면 밤 새야 해.”

은지는 별안간에 냉동실에 있는 소꼬리를 꺼내다가 꼬리곰탕을 만든다고 옥탑방에 안 올라간다고 했다.

도경이나 나니카나 마리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니 어리둥절했는데, 눈치를 보고 있던 인아도 빠르게 다가왔다.

“어, 언니! 저도 도울게요. 꼬리곰탕이라고 했죠? 그거 9명이 먹는데 혼자 다 못하죠. 호, 호호호!”

갑자기 어색한 연기하면서 은지 옆에 착 달라붙는 인아를 보니 저 녀석도 뭔가 들은 모양이다.

김준은 그 상황에서 조용히 소줏잔을 들었고, 이미 먹잇감이 적당히 알코올에 재워지는 것을 보고는 미소 짓는 에밀리였다.

***

그날 밤은 원래 네 명이서 묵던 20평 이하의 옥탑방이 세 명이 들어왔다.

“2층에서 씻고오길 다행이야~ 바로 할 수 있잖아?”

짝­

“꺄아! 여기서 바로?”

김준이 손바닥으로 레깅스 차림의 에밀리 엉덩이를 올려치자 오히려 얼굴을 붉히면서 소파에 몸을 기울이는 에밀리였다.

“후우~”

그 순간 뒤에서 라나도 김준을 끌어안았다.

“오늘은 우리 셋만 있네요? 사실 둘만 있어야 하는데… 뭐, 에밀리라면?”

라나 역시도 두 눈에 하트가 생긴 것을 보고 김준은 조용히 두 소녀를 데리고 낮부터 그렇게 만들었던 러브하우스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침대에 편하게 누우면서 덜 마른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털어댔다.

그 양옆으로 라나와 에밀리가 누워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비대면서 김준을 자극하고 있었다.

에밀리가 김준의 손을 붙잡고는 은근슬쩍 자기 가슴에 손을 넣게 했다.

목이 넓어 어깨라인까지 늘어지는 헐렁한칼라 부분으로 손이 들어가자 커다란 가슴에 파묻혀서 골 안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느껴졌다.

반면 옆에서는 나라가 매끈한 허벅지로 김준의 굵은 다리를 휘감으면서 착 달라붙어 그의 귓속에 대고 입술을 모아 후~ 불고는 귓불을 잘근거렸다.

“그동안 나 없어서 심심했죠? 어?”

김준은 말없이 손으로 라나에게 팔베개를 해 주면서 등을 토닥여줬다.

에밀리는 자기 가슴에 손을 넣게 한 김준을 향해 말했다.

“가야랑 포커 치다가 들었어. 그 언니 다 끝나도 여기 남는다며?”

“그랬지.”

“준오빠가 먼저 말한 게 아니라 미스 가가 그랬어. 흐으응~ 그 언니가~”

모든 걸 알게 된 에밀리가 김준에게 속삭였다.

“난 안 그럴 줄 알았나 봐?”

“!”

“솔직히 나도 이 상황 끝나면 미국 가려고 했어. 부에나 파크에 오빠랑 같이 가자고.”

“어, 언니?”

“거기 한국인도 많고, 우리 가족 다 살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오빠 소개해주고 펍 하나 만들어서 같이 운영하자고.”

에밀리는 나름대로 자기 계획을 말하면서 그녀 또한 아이돌 대신에 김준을 선택했다는 걸 상기시켰다.

“그리고 말이야~ 요새는 예전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안 해주고, 맨날 엉덩이나 꼬집고 때리고 말이야~ 나 이제 싫어졌어?”

“그런 거 아니야.”

김준은 에밀리의 말을 듣고서 뭔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얘 역시도 머리나 엉덩이나 가벼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김준한테 꽂힌 상황에서 누구보다 그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요새 내가 너무 편하게 대했지?”

“잘 아네~”

“그래서 서운했어?”

“어떨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자기 가슴골에 파묻힌 김준의 손을 더욱 조여서 그 감촉을 더 느끼게 해줬다.

에밀리의 진심은 들었고, 이후에는 라나였다.

“전 그동안 여기 삶 좋았어요. 할 때마다 이름 불러 주는 것도 좋고.”

“흐음...”

“예명 라나보다는 ‘나라야, 우리나라!’해주는 거요.”

“준 오빠 애국자였어?”

에밀리의 말에 멋쩍게 웃는 라나.

차나라라는 이름이 그런 식으로 말장난으로 많이 엮이긴 했다.

그래서 본명 쓴다는 것도 이름 겹치는 다른 싱글가수 문제도 있고, 그냥 라나라는 영어스러운 이름이 좋다는 소속사 의중으로 데뷔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두 아이의 진심은 충분히 들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난실난실거리면서 셋이 누워 있으니 침대 시트 섬유유연제의 은은한 향과, 갓 목욕하고 온 부드러운 살결이 점점 피를 돌게 만들었다.

김준은 그대로 두 아이를 꽉 끌어안아 줬다.

그리고 그냥 안기만 할 것은 아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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