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화 〉 231 망을 만들어 내다.
* * *
김준이 차를 타고 나왔을 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이 나왔다.
비 온 뒤에 젖은 도로에서 자신만이 유일한 운전자였다.
“여기도 옛날에 엄청 밀렸었는데.”
유일한 4차선도로였는데, 당시에도 시내버스는 1시간에 한 대씩 꽉꽉, 몇 번이고 기다리다 안 돼서 샛길을 통해 겨우 다니던 곳이었다.
물론 지금은 도로 전세낸 것처럼 거의 유일하게 다니는 차가 되었다.
그렇게 김준이 차를 타고 어제의 사건 현장에 왔을 때, 김준은 그때의 참극을 다시 보자 혀를 끌끌 찼다.
덜컥
엽총을 메고 내린 김준은 바닥에 널브러진 명국의 삼륜카 오토바이로 걸어갔다.
“쯧”
고쳐서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오토바이를 보고는 어떻게 일으켜서 벽에다가 놨다.
가져갈 수도 없고, 분해할 부품도 안 보였다.
안에 찾아봐도 쓸 만한 거라고는 스패너 몇 개와 그의 컴퍼지트 보우가 있었다.
“어이구, 이걸 놓치면 안 되지.”
그래도 무기는 확실히 챙기고는 화살 몇 개를 가지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움직임이 있었다.
[으어어 크어]
“!?”
하천으로 내려가는 샛길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좀비들을 보고 김준은 반사적으로 화살을 장전했다.
이런 활은 예전에 양궁카페 다니면서 많이 발사해봤는데, 실전에서 쓰는 건 처음이었다.
끼기기기긱
줄을 힘껏 당기면서 장전하고는 그대로 좀비의 머리를 향해 손을 놓았다.
파아아앗
퍽!!!
무식한 속도로 날아간 화살이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좀비의 머리를 그야말로 빠개버렸다.
공기총이나 엽총과는 또 다른 위력으로 좀비를 잡은 김준은 나름 쓸 만한 활을 가지고 다른 좀비들을 향해 화살을 장전했다.
그 자리에서 좀비 세 마리를 잡은 뒤로 주변을 둘러보자, 다른 좀비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고는 차에서 사다리를 꺼내 캐리어 박스와 물탱크가 있는 캠핑카 위로 올라갔다.
그 옆에는 이미 예전에 기능을 상실한 전신주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작업을 시작했다.
딱 딱 콰직
손도끼를 꺼내서 전신주에 있는 안전함을 뜯었고, 그 안에 있는 스위치와 전선들을 마리에게 받은 수술용 고무장갑을 끼고 하나하나 잘라 내고 안에 있는 것을 꺼냈다.
그러고는 준비한 무전기 다발을 가지고 그중에 하나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삐빅]
“아, 아 이거 들리냐? 안에 누구 있어?”
그러자 바로 답이 왔다.
[치직 삑 오빠, 저 은지예요.]
“거기 문제 없지?”
[치직 네, 문제없어요.]
“은지야. 지금부터 무전기 두 개 이어서 집 쪽으로 연락해 볼 거야. 딱 10분 있다가 무전기 써봐.”
[치직 네. 그렇게 할게요.]
명국의 집에 있는 은지와 마리에게 알린 다음에, 바로 다른 무전기를 꺼냈다.
이날을 위해서 등산용품 점에서 비상용 무전기를 박스 단위로 털은 것이었고, 지금 집에 있는 무전기들은 거실에 설치해놨다.
“아 아 집에 누구 있어? 이거 들은 사람 바로 연락해!”
김준이 다른 무전기를 통해 말하면서 연신 안에 있는 아이들을 불렀다.
“아, 아 응답해라! 누가 있냐?”
그러자 얼마 안 있어서 무전기에서 응답이 나왔다.
[치직 치지직 김준 오빠?]
“어, 잘 들린다! 지금 받은 거 누구야?”
[치직 오빠, 저 가야예요.]
“은야구나! 잘 됐다. 지금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치직 네. 오빠!]
가야의 응답을 받은 김준은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해줬다.
출산을 도와서 새 생명이 태어난 이야기, 문제는 그걸 알리려고 왔던 애기 아빠가 사고로 크게 다쳐서 돌보는 중이라는 것.
그래서 이틀이 아니라 더 걸릴 수도 있다는 말하면서, 가야에게 지금 무전에 대해 말했다.
“내가 지금 중간 지점에서 무전기 두 개 연결하고, 은지에게 연락하라고 할 거야. 그게 다이렉트로 연결되면 이제는 그쪽하고는 계속 무전 통신으로 할 거야.”
물론 중간중간 마다 배터리 앵꼬에 대비해서 한 번씩 들리기는 하겠지만, 전화 수준으로 자주 대화하지 않는 이상 이 안전함에 들어 있는 무전기는 오래 갈 것이다.
그렇게 가야에게도 확실히 말한 다음에 김준이 두 개의 무전기를 서로 마주 보게 포개고, 은지와 가야에게 각각 주파수를 똑같이 맞추게 했다.
그런 다음 딱 10분 정도의 담배 타임을 차 위에서 가지면서 기다릴 때, 김준은 안전함을 보면서 다른 무전기로 말했다.
“아 아 은야야. 지금 잘되고 있냐?”
[치직 오빠! 성공했어요! 지금 은지랑 무전 했어요!]
가야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두고 김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그럼 이렇게 라인 만들었다!”
[치직 네, 오빠!]
“집에 돌아가는 대로 앞으로 무전에 대해서 논의 좀 할게. 나 그 친구 깨어날 때까지 있으려고 하는데,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줘.”
[치직 네! 여기는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연락 되니까 무슨 일있으면 바로 연락할게요.]
“어, 그래! 은야야 부탁할게.”
김준은 무전을 마친 뒤로 들고 있던 꽁초를 던지고 내려갈 준비했다.
하지만 그때, 저 멀리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한 무리의 좀비가 있었다.
“!”
철컥
김준은 엽총을 들고서 스코프를 통해 저 멀리서 다가오는 좀비들을 겨눴다.
그러고는 방아쇠를 손가락에 걸면서 주저 없이 당겼다.
탕 철컥 탕
더블배럴 샷건이 불을 뿜으면서 곧바로 장전을 하는 동안 좀비들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
부우우우웅 끼익
“어, 왔나 보다!”
마리와 은지가 차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나왔을 때, 김준은 피에 젖은 차를 보이면서 천천히 내렸다.
마리가 멈칫하고, 은지는 그 모습에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몸은 괜찮으세요?”
“더럽게 많이 달려들더라. 차 붙잡고 위로 올라오려고 하는데, 어우~”
김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말로 위험한 고비를 또 한 번 넘겼다.
“세차 좀 해야겠다.”
“여기 물 써도 되나요?”
“안 될 게 뭐야?”
따지고 보면 사고 나서 죽을뻔한 집주인을 구해서 치료까지 해줬고, 그 부인까지 출산을 도우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산후조리도 돕고 있다.
만약 여기서 김준이 닭 몇 마리 잡고, 우물도 마음껏 퍼다가 세차를 해도 명국이 깨어난다면 넘어갈 것이다.
그렇게 남의 집에서 물도 마음껏 쓰고, 저녁에는 직접 암탉 두 마리 잡아다가 캠핑카 안에 담겨 있는 식용유 말통을 꺼내다가 치킨을 튀겨 먹었다.
그렇게 이틀째에도 이곳에 머물면서 김준은 지난번 여기에 줬던 야채 모종을 확인하면서, 농사까지 도와 줬다.
끄으응
꼬꼬댁 꼬꼬
달걀 꺼내는 와중에 닭똥을 한데 모아다가 널어 놨고, 그것을 거름 삼아다가 뿌려댔을 때, 벌써 시금치나 콩 등은 떡잎이 자라 있었다.
“언니, 별일 없죠?”
[치직 언니 소리 듣기 좋다.]
“…에밀리!?”
[치직 준 오빠 언제 오는데? 우리도 지금 몸 달았거든?]
“하아~ 좀만 기다려 봐. 오늘 밤 되면, 내일 가자고 말해볼게.”
[치직 오는 길에 루팅 좀 해 줘. 특히 콘돔.]
“…하, 진짜 미친년.”
귀한 무선 통신의 시간에서 또 섹드립으로 넘기는 에밀리의 목소리에 은지는 바로 무전기 꺼버렸다.
이제는 수영도 천천히 움직일 수 있었고, 출산 이후에 찢어진 회음부와 자궁구를 마리가 치료해주면서 재활 운동을 시켰다.
“저기… 이제는 괜찮아요.”
“네?”
“오빠, 못 깨어나는 거 때문에… 여기 계신거잖아요? 앞으로는 제가 케어할게요.”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내일까지는 볼게요.”
“아니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이미 받을 만큼 받은 도움이 부담스러운지 딸아이를 안고서 돌아가도 된다고 하는 수영.
김준 역시도 한 집에 나흘째 있는 건 지금 자기 집에 있는 애들에게도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내일 오전에 갈게요. 그럼.”
“아, 네.”
물론 그 이전에 상비약 구비와 며칠간 먹을 수 있는 미역국과 반찬들.
그리고 아기를 위해서 비상 상황시에 생길 수 있는 매뉴얼을 마리가 만들어줬다.
그리고 은지는 직접 폐의류를 가지고 바느질을 하고, 고무줄로 엮은 면 기저귀와 베이비파우더 대신 준비한 가루형 마데카솔과 로션도 챙겨 줬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감사는 이미 여러 번 받았어요. 몸 관리 잘하고, 명국이 깨어나는 거랑 애 이름 지으면 그때 이야기하시죠.”
김준이 수영과 악수하면서 차에 올라타고, 무전기를 통해 돌아간다고 하니 그 너머로 방방 뛰는 발소리까지 퍼졌다.
그렇게 김준과 마리, 은지가 한 밤에 구급대가 되어 산파와 임시 경비 역할을 충분히 하고 돌아갔다.
나중에 명국이 깨어나면 청구할 거라고 계란 한 판에 암탉이랑 오리도 각각 다섯 마리씩 잡아갔지만, 수영은 그것에 대해 오히려 더 가져가라면서 밀어줬다.
집에 돌아왔을 때, 모두가 즐거워하고 그동안 못 먹었던 술을 치킨을 튀기면서 다 같이 먹었다.
그리고 얼마 후 명국이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무래도 부러진 발에 인대 다친 것은 수술을 못해서 지팡이로 다니며 다리를 좀 절게 됐지만, 재활 운동을 할 거라면서 자기 딸과 아내를 지켜 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김준은 나중에 오토바이 말고 새로운 이동 수단 하나 구해줄 테니, 당분간은 집에 있으라며 무전을 마쳤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에밀리와 가야의 생일파티 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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