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28화 (228/374)

〈 228화 〉 228­ 반지를 몇 개 줘야 할까?

* * *

깡­ 깡­ 깡­

김준은 드럼통에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반을 잘라내고, 구멍을 뚫은 다음에 안에 망치질을 해서 평평하게 만든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이는 에밀리와 라나였다.

보조라고 해서 데리고 왔지만, 그녀들은 김준이 일하고 있는 것만 보고 있을뿐 거의 돕지를 않았다.

“라나야, 용접봉.”

“….”

“용접봉!”

“여기요.”

돌핀팬츠 차림으로 쪼그려 앉아있다가 발치에 있는 용접봉을 손으로 집어서 건네주자 김준은 물끄러미 보다가 그것을 받고 드럼통에 다리를 붙였다.

지지직­ 지지지직­

둘 다 짧은 한팬츠 차림으로 쪼그려 앉아 새하얀 맨다리를 드러냈는데, 그 앞에서 김준이 용접을 하면서 불꽃이 튄다.

하지만 그녀들은 계속해서 김준을 바라봤고, 다리 네 개를 다 만든 김준이 용접 마스크를 벗고서 땀에젖은 얼굴을 털었다.

“후우­”

“물 드려요?”

“좀 쉬자.”

김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캠핑카로 향했고, 두 아이돌은 서로를 보고 웃으면서 슬며시 뒤따라갔다.

덜컥­

캠핑카 냉장고 안에 있는 얼음물을 꺼내 시원하게 들이키는 김준은 나머지 물도 라나와 에밀리에게 건네줬다.

그리고는 뒷좌석에 걸터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을 때, 역시나 둘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계속 김준을 바라봤다.

“할 말 있으면 지금 해.”

“가야 언니 손에 반지 무슨 뜻이야?”

에밀리가 먼저 직구를 던지자 김준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쿨하게 답했다.

“전에 털어왔던 금은방 장신구 중에 하나 준거.”

“약지에 직접 끼워줬어?”

“쓰라고 준 거야.”

“흐응~ 그게 무슨 뜻일까?”

그때 라나도 한 마디 거들면서 넌지시 말했다.

“아니야~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 약지에 낀 거잖아요? 그건 뭐 다른 뜻이 있을 것 같은데~ 흐으음~”

“그래서?”

김준이 고개를 돌려 말하자 라나는 다른 쪽을 보면서 딴청을 폈고, 에밀리는 자신의 하얀 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도 껴줘.”

“내 안방 위쪽 서랍에 보면 반지랑 목걸이랑 팔찌 많이 있다. 그거 찾아서 껴.”

“직접 껴달라고.”

“후우~”

김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가야의 이 집에 남겠다는 이야기 이후, 반지를 껴 주고 엄청나게 해대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진짜 신혼집 와이프처럼 데리고 다녔다.

문제는 그걸 보고 그냥 넘어갈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에밀리랑 라나는 특히 일어나서 자기들도 반지 달라고 이러는 거다.

“우리 이렇게 사는 거 얼마나 갈지 아무도 몰라.”

“그건 그때가서 생각할 일이지. 왜? 준 오빠 설마~”

“음?”

“가야 언니한테 말했어? 평생 여기서 살자고?”

“어머! 그거 프로포즈 잖아요?”

“….”

에밀리는 거의 정답에 가까이 말한 뒤로 은근슬쩍 김준에게 다가와 등에 착 달라붙었다.

포도향 바디워시의 냄새와 등에 착 달라붙는 커다란 가슴이 유두까지 닿아서 문질문질 거리니 바로 올라올 것 같았다.

“나도 여기 남는다고 하면 반지 끼워 줄 거야?”

“….”

“난 왼손에 끼워 줘야 해.♡”

“오빠, 나도!”

에밀리와 라나가 착 달라붙어서 온갖 아양을 떨어댈 때 김준은 담배연기와 함께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효~”

“뭐야, 그 반응은?”

“이따 밤에 와.”

“오! 누구 먼저요?”

“라나야~ 이럴땐 그냥 쓰리썸이야.”

“­아♡”

이미 한 번도 아니고, 작년 크리스마스 때 이 둘하고 격하게 했던 경험도 있었다.

그날 진짜 앞뒤로 엄청나게 빨려서 몸 안에 있던 정액이 전부 빠져나가 미라가 될 뻔했다.

“그럼 오늘 기대할게~”

“나도요~ 안전한 날은 오늘까지예요.”

이게 감미로운 노래와 파워풀한 댄스를 하던 걸그룹 애들인지, 얼굴보다 피지컬을 보면서 남자 잡아먹으려 달려오는 서큐버스인지 모를 정도였다.

졸지에 의무방어전 예고를 하게 된 김준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드럼통 화덕 만들던 거나 마저 끝내려고 향했다.

이후 오전 작업을 마치고 오후에 움직일 때, 이번엔 또 다른 애가 넌지시 다가왔다.

“가야 언니 약지에 반지가 아~주 예쁘더라고요?”

“…으응.”

“하~ 제가 쇠붙이 안 받아서 그런거 잘 안 차는데 커플링 같은건 부럽더라고요~ 사랑하는 남자가 채워주는게 얼마나 로맨틱할까~♡”

김준이 빨래건조대 만드는 자리에서 마리가 계속 자신도 반지 가지고 싶다는 투로 칭얼대고 있었다.

“오빠, 참고로 저는 보석 안 박힌것도 좋아요~ 디자인은 상관없는 주의라….”

“마리야, 나 지금 바쁘거든?”

“네~ 네~”

마리는 김준의 말에 슬며시 물러나면서 운만 띄우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처음에는 은지나 인아과처럼 조용조용한 애인줄 알았는데, 쟤가 저렇게 텐션이 높은 애였는지 요새 들어 느끼게 되는 김준이었다.

오래되서 망가진 빨래 건조대를 수리하고, 잠깐 물 한 잔 마시려고 3층으로 왔을 때, 그 안에서 있던 애들이 전부 김준을 바라봤다.

“아, 오빠.”

“반지 얘기 꺼내지 마.”

“….”

나니카랑 도경이 재봉틀로 옷수선을 하다가 김준을 보고 불렀지만, 그는 반지 이야기를 바로 일축했다.

나니카는 평소 성격대로 얼굴이 새빨개진채 고개를 푹 숙였지만, 도경은 그 상황에서 넌지시 중얼거렸다.

“우린 처음부터 논외였구나.”

“….”

“역시 귀엽고 예쁜 언니들이 더….”

“후우우­”

김준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가 바로 달려와서 바로 그녀들에게 앉았다.

흠칫하는 도경과 나니카를 보고서 김준이 그녀들에게 말했다.

“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좀비 사태 끝나면 니들 어디갈래?”

“네?”

“집에 가야 하잖아?”

“뭐, 뭐… 집에 가족들 찾고 그러지 않을…까요?”

나니카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아이돌의 어깨를 짚고서 말했다.

“그냥 가야가 그러더라. 아마 좀비가 끝나도 딱히 갈 곳도 없는데 그냥 여기 남으면 안 되냐고….”

“어, 음….”

“그 언니가 그런 거 생각했구나….”

김준의 말에 도경이나 나니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괜히 김준이 가야만 편애한 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김준이 남아주면 같이 살자는 식으로 커플링을 준 것이니 오히려 그런 거 가지고 질투한게 머슥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둘 다 그 상황에서 ‘저도 여기 평생 살테니까 반지 줘요.’ 라고 말하는 눈치없는 아가씨는 없을 거다.

하지만 그녀들을 위해서 김준은 주머니를 열었다.

“말 나온김에 너희들도 하나씩 가져라. 원래 어따 쓸지 몰라서 그냥 방에 넣어둔 거거든?”

반지까지는 아니어도 순금 피어스 귀걸이와 팔찌를 주머니에서 꺼내 두 소녀의 손에 담겨주자 그녀들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한지 미소를 지었다.

“오빠….”

“다들 이리 와.”

김준은 두 팔 벌려 모두를 환영했고, 도경이랑 나니카가 품에 안기자 큰 덩치로 토닥여주면서 꽉 끌어안아줬다.

그나마 여기서 조용했던 것은 은지나 인아 정도였다.

***

그리고 그날 밤.

김준이 샤워를 마치고 조용히 옷을 갈아입었을 때, 바깥에서 준비하고 있는 애들이 있었다.

똑똑­

“….”

진짜로 둘이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진짜로 꽃순이들 데리고 의무방어전이 된 것 같아서 쓴웃음이 나왔다.

“문 열렸어.”

덜컥­

“쨘~ 오늘을 위해 준비했지~♡”

김준은 에밀리가 입고 온 옷차림을 보고서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때? 치어걸 스타일.”

예전에 가져온 교복치마를 최대한 짧게 줄여서 조금만 움직여도 새하얀 다리와 육감적인 엉덩이가 드러나는 옷이었다.

그 상황에 치맛단도 확 늘려서 더욱 찰랑거리게 만들었다.

위에는 더 기가 막혔는데, 가장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어서 배꼽이 드러나게 탁 트인 옷에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가슴을 꽉꽉 누르고 있었다.

참고로 블라우스는 흰색인데, 노브라 차림이어서 핑크빛 유두가 비췄다.

머리스타일은 할리퀸이나 미국 포르노에 나오는 치어리더같은 금발의 트윈테일.

딱 한 번 했다가 교복 다 찢을 정도로 격하게 했던 그때의 그 옷차림이었다.

“오빠~ 나도~”

“너, 너 그거 어떻게?”

뒤에 따라온 라나는 더욱 대담했다.

아이라인 짙은 눈화장에, 새빨간 립글로즈, 오른쪽 귀에 수많은 피어스에 뒷목이 드러나는 올림머리.

게다가 옷차림은 배꼽티에 짧은 미니스커트, 그 밑으로 망사스타킹으로 섹시미를 한껏 올린 차림이었다.

“헤헤헤­ 이거 수선하느라 신경썼어요.”

오늘 정말로 많은 것을 준비한 두 톱 아이돌을 보니 김준의 아랫도리가 벌써부터 불끈거렸다.

최근에 술 못 먹어서 좀이 쑤셨는데 알코올 말고 호르몬 중독이 될 것 같았다.

“흐으응~ 누구를 먼저 해 줄까나?”

“오빠! 이 옷 1년만에 입어보는 거예요.”

“옷 찢는건 내가 더 편하지 않아?”

가슴이고, 얼굴이고, 엉덩이고, 둔덕이고 각자의 섹스어필을 할 수 있는 부위들을 한껏 내밀면서 먼저 픽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두 아이돌.

김준은 두 팔을 벌리면서 어느쪽이든 좋으니까 달려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둘이 달려들어 침대에서 격하게 물고빨면서 아름다운 몸을 가리는 옷가지를 하나하나 내리고 할 때였다.

[B­!!! BBBB!!!!!B!!!!!]

“아, 썅!”

“Shit! 이거 뭐야?”

집 안에서 미친 듯이 울리는 비프음에 에밀리와 라나가 화들짝 놀라며 귀를 틀어막았다.

김준 역시 화끈한 거사를 치룰려고 하다가 잔뜩 발기한 상태에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 옷장을 열었다.

수많은 총기가 있는 곳에서 그 안에 계속 울리는 무전기.

삐이익­ 삑삑­ 삐!!!!

탁­ 탁­ 탁!!!

“아이씨, 이거 거리가 안 맞나.”

“오빠… 지금 그거 뭐야?”

“구조신호.”

“!?”

쪽­ 쪽­

김준은 두 아가씨를 확 끌어안고는 각각 얼굴에다가 뽀뽀를 해줬다.

“정말 미안한데, 나중에 하자.”

“!?”

“그런 게 어딨어!?!?!?”

김준은 바로 안방에서 뛰쳐나가 대문을 나섰다.

하필 오늘 같은 날 또 비가 오고 있었다.

김준은 비를 맞으며 황급히 옥탑방에 올라와서 손을 뻗어 무전기를 올렸다.

“후우… 받아라받아받아….”

그 순간 응답했다.

[치지직­ 치직­ 형님! 형님! 들려요?]

역시나 명국이었다.

김준은 자신이 만든 빨래 건조대 위에 올라가서 무전기를 받았고 바로 외쳤다.

“어, 들리냐?”

[치직! 형님, 여기 지금 하천다리! 여기까지 왔어요. 제발…]

“금방 갈게! 기다려!”

[치지직­ 빨리…끼이이이이이!!! 치지지지직­]

“!?”

그러면서 갑자기 신호가 끊겼다.

“여보세요? 야, 명국아!”

[삐빅­ 지지직­]

잡음 노이즈만 들리는 상황에서 김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옥탑방을 두들겼다.

쾅쾅­ 쾅쾅쾅­

문을 두들기면서 부스스한 얼굴로 나온 은지와 마리.

그녀들이 비가 오는 것을 보고 물탱크 여는 건가 싶어 주섬주섬 챙길 때, 김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자! 야밤에 응급환자다.”

“!?”

“지금 태어나려나 봐.”

에밀리랑 라나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사람 구하러 떠나게 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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